<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
이름 : 로에니스 엘리아스(Roenis Elias), SSG 랜더스
1988년 8월 1일생(2023년 만 34세)
선발투수, 좌투좌타, 185cm 92kg
시애틀 매리너스(2014~2015, 2018~2019, 2022), 보스턴 레드삭스(2016~2017), 워싱턴 내셔널스(2019)
SSG 랜더스는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지만 시즌 후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전체적인 결과는 나쁘지 않다.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3할 타율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며, 좌완 선발투수 커크 맥카티도 수준급의 투구로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두 선수와 달리,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던 애니 로메로는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SSG는 빠르게 대체 선수를 영입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로메로와 같은 좌완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였다.
배경
쿠바 출신의 엘리아스는 프로 커리어를 2008년 자국 리그에서 시작했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2년간 39경기에 나서 94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7.37을 기록했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은 2010년이었다. 빅리그를 꿈꾸던 엘리아스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5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무럭무럭 성장해 나갔다. 싱글 A와 더블 A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며 3점대 ERA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14년에는 팀의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 그해 4월 3일 빅리그에 데뷔했고 데뷔 시즌 29경기 10승 12패 163.2이닝 ERA 3.85라는 성적을 올렸다. 2015년도 선발 20경기에 나서 115이닝, ERA 4.14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시애틀은 엘리아스를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보스턴에서는 부상과 부진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후 여러 팀을 전전했다. 2018년~2019년에는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경기 외적인 문제가 터졌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리그 중단, 2021년의 토미 존 수술은 그의 빅리그 커리어를 완전히 끊어놓았다. 2022년에 복귀했지만 트리플 A에서조차도 5점대의 ERA를 기록했다.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잃은 엘리아스는 새로운 도전으로 KBO를 선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엘리아스는 포심, 싱커, 커브, 체인지업 총 4가지 구종을 던진다. 이중 싱커는 2019년부터는 거의 던지지 않는 만큼 현재는 쓰리피치 투수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 엘리아스 포심 프로필(2019년 기준) >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공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짧은 익스텐션으로 인해 체감 구속이 실제 구속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아쉽지만, 그 부분을 감안해도 포심의 구속은 여전히 KBO에서 충분히 상위권에 든다(2019년 포심 체감 구속 92.2마일). 변화구 또한 위력적이었다. 우타자 상대로는 평균 139km의 체인지업을, 좌타자 상대로는 수직∙수평 무브먼트가 모두 리그 평균 대비 우수했던 커브를 구사했는데, 2019년 기준 커브의 피안타율은 0.192,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는 41.4%에 달했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모두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엘리아스는 2019년 이후 2년간 토미 존 수술 등의 이유로 강제 휴식기를 가졌으며 2022년에도 빅리그에서 7.2이닝을 소화한 게 끝이었다. 2년의 공백 이후 엘리아스의 기량은 전성기 시절에 비해 많이 내려왔다.
2022년에도 불펜 등판 시 포심 평균 구속이 93.5마일까지 나왔고, 이번 WBC에서 선발 등판했을 때도 92마일가량의 평균 구속을 기록하는 등 구속은 여전했다. 문제는 회전수와 무브먼트였다. 2019년 2,479회에 이르렀던 포심의 회전수는 2,254회까지 떨어졌으며 무브먼트도 리그 평균 수준에 그쳤다.
구위 저하는 Whiff%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019년 포심의 Whiff%가 23.2%로 리그 상위 35% 수준이었던 반면(50타석 이상 투구), 2022년에는 표본이 적음을 감안해도 4%에 그쳤다. 변화구도 마찬가지다. 체인지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커브는 종 무브먼트가 2019년보다 8인치(약 20cm)가량 감소했다.
다음으로는 제구력을 살펴보자. 다행히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BB/9이 3.4, 마이너리그 통산 BB/9이 3.2이며 올해 트리플 A에서도 2.11을 기록했다. 하지만 통산 Edge%(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에 투구한 비율)는 40.2%로 같은 기간 리그 평균(42.6%) 수준이었고, 2019시즌 포심을 존 한가운데(Heart) 투구한 비율도 30.5%로 리그 평균보다 높았다(2,000구 이상 던진 투수 273명 중 85위). 컨트롤은 되지만 커맨드까지 갖추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급격히 많아진 홈런도 엘리아스의 불안 요소다. 메이저리그 통산 HR/9는 1.0, 마이너리그 A 통산 HR/9도 1.1에 불과하지만, 올해 트리플 A에서는 21.1이닝 동안 6개의 홈런을 맞았다(HR/9 2.53). 이것이 유의미한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인천SSG랜더스필드가 리그 최고의 타자 친화 구장인 만큼 장타는 분명한 불안 요소다.
선발 경험이 적은 것도 변수다. 엘리아스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마지막 시즌은 무려 7년 전인 2016년이며 이후에는 대부분 불펜으로 등판했다. 또한 엘리아스는 8월이면 만 35세로 절대 적은 나이가 아니다. 노쇠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강철 같은 체력과 불같은 구속을 자랑하던 헨리 소사도 만 34세 시즌이던 2019년에는 체력과 구위가 모두 전 같지 못했다. 올해 엘리아스는 2019년의 소사보다도 한 살이 많다.
결론
2019년의 엘리아스는 분명히 KBO를 평정할 수 있는 공을 던졌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엘리아스의 공이 KBO에서 통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지난 시즌 KBO에 엘리아스보다 빠른 공을 던진 좌완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포심 구속에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하지만 평범해진 무브먼트와 많아진 장타는 엘리아스의 너무나 큰 불안 요소다. 특히나 이번 시즌 트리플 A에서 BABIP가 0.179에 불과했음에도 많은 홈런을 맞으며 ERA가 5.48에 달했고, K/9 또한 리그 평균(9.3)보다 한참 아래인 7.32를 기록했다는 점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엘리아스를 영입하면서 SSG는 이제 총 4명의 좌완 선발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김광현이 약간 흔들리긴 하지만 오원석과 맥카티는 완전히 제 궤도에 오르면서 팀의 선두 수성을 돕고 있다. 과연 엘리아스는 한국 무대에 연착륙하며 랜더스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그가 인천에서 보여줄 투구를 기대해 보자.
참고 = Baseball Savant,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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