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4시즌 리뷰] NC 다이노스 – 희망으로 시작해 좌절로 끝난 시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61승 2무 81패(최종 9위)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하위권 팀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김주원, 서호철, 김형준, 김영규 등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다만 올 시즌을 앞두고 에릭 페디를 비롯한 외인 트리오가 모두 교체되면서 전력에 물음표가 찍혔다. 2024 시즌 전 NC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5강 싸움을 펼칠 팀으로 평가받았다.

 

희망으로 시작해 좌절로 끝난 시즌

그렇게 시작한 올 시즌 초반 NC는 승승장구했다. 4월 초 리그 1위에 등극했고 5월 중순까지 KIA 타이거즈에 1경기 차 뒤진 2위로 상위권 싸움을 이어갔다. 비록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뎠지만, 새로운 외국인 선수 트리오가 제 역할을 해냈다. 맷 데이비슨이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카일 하트와 다니엘 카스타노는 확실한 1,2 선발의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NC의 상승세는 그리 길지 않았다. 5월 17일부터 이어진 1위 KIA와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한 뒤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13경기에서 8연패를 포함해 1승 12패를 기록했다. 한때 1위까지 넘봤던 순위는 어느덧 6위까지 하락했다. NC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김휘집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뎁스를 강화했다. 7월엔 외국인 투수 카스타노를 에릭 요키시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미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잦은 역전패로 사기가 꺾인 팀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했다. 결국 NC는 8월 구단 최다 연패인 11연패에 빠지면서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렇게 NC는 두 번의 긴 연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부상의 여파?

올해 NC의 부진은 손아섭과 박건우의 부상 이탈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이 빠진 뒤 팀 사기에 영향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봤을 때 팀 타선의 생산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표1 = NC 월별 타격 지표 >

표1을 보면 7월을 제외하고 월별 OPS와 경기당 팀 득점이 큰 차이가 없다. 이때 손아섭이 빠진 시기가 7월이기 때문에 그의 이탈이 팀 타격에 영향이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아섭의 부상 전 OPS는 0.726으로 팀 내 핵심 타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따라서 7월의 팀 타격 부진 원인을 그의 이탈로 지목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 같이 타격 사이클이 하락하는 시기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또한 박건우가 부상으로 빠진 8월에는 오히려 타격 지표가 절정에 달했다. 시즌 중 두 번째로 높은 OPS와 경기당 팀 득점을 기록했다. 그 중심엔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휘집의 활약과 외야의 빈자리를 채운 천재환 그리고 김주원의 성장이 주요했다. 특히 후반기 김주원은 타격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면서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링크). 아래 표2는 핵심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 동안1 해당 선수들이 기록한 성적이다.

< 표2 = NC 주요 선수 타격 지표(7월 ~ 시즌 종료) >

여기에 데이비슨이 폭발적인 장타를 보였고 프랜차이즈 스타 박민우와 권희동이 제 몫을 해냈다. 이 기간 권희동이 기록한 OPS 1.035는 리그 전체 6위이자, 200타석 이상 들어선 국내 타자 중 김도영, 구자욱 다음인 리그 3위를 기록했다. 그는 팀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 최고의 타격 생산력을 보이면서 핵심 타자들의 부상 공백을 상쇄했다.

<표3 = NC 주요 선수 타격 지표(7월~시즌 종료)>

물론 손아섭과 박건우가 있었다면 타선의 무게감이 더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선수의 공백이 극단적인 팀 타선 약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NC 타선은 주축 타자들이 이탈한 어려운 상황 속에도 각자의 역할을 해냈다.

 

구멍 난 투수진

부진은 무너진 투수진의 영향이 더 컸다. 먼저 시즌 초반 기세를 올렸던 기간 투수진 성적을 살펴보자. 이 기간 NC 선발진은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아래 표4와 같이 5명 모두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 표4 = NC 선발진 성적(개막~5월 16일) >

특히 시즌 전 물음표였던 카일 하트와 다니엘 카스타노가 확실한 1,2 선발 역할을 맡아줬다. 신민혁은 국내 1선발급 투수의 성적을 냈고 이재학과 김시훈 역시 평균 5이닝가량을 소화해 주며 팀에 보탬이 됐다.

< 표5 = NC 필승조 성적(개막~5월 16일) >

여기에 불펜진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김재열과 유망주 한재승의 활약이 돋보였다. 두 선수 모두 1점대 ERA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영규와 류진욱의 공백을 완벽히 지워냈다. 더불어 마무리 이용찬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 NC는 계산이 서는 선발진과 확실한 필승조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팀 평균자책점 1위(3.69)를 기록하며 선두 싸움에 좋은 동력이 됐다.

추락이 시작된 5월 KIA와의 3연전 이후 투수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계산이 섰던 선발진과 확실한 필승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가장 힘겨웠던 시기인 8월에 진입하기 전부터 이미 투수진이 붕괴했다.

< 표6 = NC 선발진 성적(5월 17일~7월 30일) >

카스타노는 매 경기 실점하며 외국인 투수의 위용을 잃었고 국내 1선발급 활약을 보였던 신민혁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재학은 손가락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으며 5선발 역할을 잘 수행했던 김시훈 역시 선발 9경기 동안 ERA 6.88로 무너졌다. 오로지 하트만이 선발진을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불펜진 또한 시즌 초반 필승조 역할을 했던 한재승이 해당 기간 ERA 6.92를 기록하며 한계를 보였다. 특히 그는 패스트볼(57.9%)과 슬라이더(37.5%) 투 피치 투수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래 표7과 같이 한재승은 우타에 비해 좌타를 압도하지 못했다. 좌타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적은 삼진과 더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 표7 = 한재승 좌우 스플릿 성적 >

결국 선발과 불펜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NC의 팀 평균자책점은 불과 한 달 만에 리그 최하위(5.42)로 곤두박질쳤다. 이처럼 비교적 꾸준했던 타선과 달리 투수진은 큰 기복을 보였다.

 

잦은 역전패와 상실감

NC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패(37회)를 허용했다(링크). 통상적으로 우리는 선발 투수의 부진보다 불펜 투수의 블론 세이브에 대한 기억이 더 강렬하다. 그만큼 앞서 나가던 경기가 막판에 뒤집어지는 경우 심리적 타격이 상당하다. NC의 8월 부진은 이러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단편적인 예로 8월 1일과 2일 경기를 들 수 있다. NC는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3으로 앞서다 9-14로 역전패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일 KT 위즈전에서 6-1로 리드하다 7-9로 역전패했다. 두 경기 모두 타선이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 번의 역전패로 시작한 8월 NC는 11연패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표면적으로는 마무리 이용찬의 부진이 뼈아팠다. 어떻게든 팀의 승리를 지켜냈던 이전과 달리 8월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8월 출장한 8경기에서 4.1이닝 14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다만 역전패의 원인을 모두 불펜에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선발과 불펜은 유기적인 존재다. 앞서 살펴봤듯, NC는 선발과 불펜 모두 부진했고 NC의 선발진은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주지 못했다. 선발이 소화하지 못한 이닝은 허약한 불펜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실제로 11연패 기간 동안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했던 에이스 하트가 부상으로 경기에서 나서지 못했다.

결국 투수진의 구멍을 메꾸지 못한 NC는 잦은 역전패를 허용하며 팀의 발목을 잡았다.

 

위기는 곧 기회

NC의 내년 시즌은 성적보단 리빌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호준 신임 감독은 구창모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내후년 시즌을 대권 도전 적기로 봤다. 결국 내년 시즌 NC에서 필요한 것은 향후 몇 년간 팀을 지탱할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를 보였던 선발진과 불펜진에서 활약해 줄 선수가 절실하다.

현재 NC에는 좋은 자질을 갖춘 선발 유망주가 즐비하다. 좋은 패스트볼 구위를 가진 목지훈과 올해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임상현 그리고 호주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신영우 등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더불어 김영규가 다시 선발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팀 입장에선 선발 로테이션이 비어 있는 만큼 해당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불펜 역시 가능성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존재한다.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보였던 한재승과 강력한 포심을 던지는 최우석 그리고 호주 리그에 파견된 박지한처럼 좋은 구위를 바탕으로 불펜에서 힘을 보태 줄 선수들이 있다.

추가적으로 현재 김성욱의 FA 선언으로 무주공산인 중견수 자리 역시 격전지다. 올해 1군 경험치를 쌓은 천재환과 박시원 등이 중견수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NC의 라인업은 더욱 짜임새를 갖출 것이다.

물론 이들은 결국 유망주에 불가하다. 좋은 자질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프로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기 때문이다. NC는 해당 선수들이 현재의 위기를 발판 삼아 주전 선수로 도약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이 이뤄진다면 당장 내년 시즌 가을 야구에 도전할 전력이 갖춰질지도 모른다. NC는 모두가 하위권으로 지목할 때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내곤 했다.

과연 내년 시즌 NC가 리빌딩과 가을야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참고 = STATIZ, 연합뉴스

야구공작소 김건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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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월~시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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