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안혜원 >
NC다이노스 유격수 김주원은 지난 3시즌 동안 25개의 홈런을 때리며 장타력 있는 선수로 주목받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풀타임 시즌을 치러내며 아시안게임에 이어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23시즌 김주원은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고전했다. 반면 24시즌은 지난 시즌에 비해 모든 면에서 나아졌다. 비록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는 실패했지만 가장 좋았던 22시즌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대비 OPS는 0.08 넘게 상승했고 wRC+는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서는 등 부진을 딛고 다시 한번 반등에 성공했다.
< 김주원의 시즌별 스탯 >
전체 시즌으로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좋아진 것만 보인다. 하지만 시즌을 나눠 보면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전반기와 후반기의 차이다.
< 2024시즌 전반기&후반기 비교 >
김주원의 전후반기 차이는 한눈에 보인다. 후반기 성적만 보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타석수가 전반기에 비해 35개 적었지만, 장타와 안타는 크게 늘었고 삼진은 줄었다. 비율 스탯도 좋아졌다. OPS의 경우 0.285가 늘어 0.905였는데 이는 후반기 50타석 이상 소화한 내야수 중 10위, 유격수 중 1위다. 전반기에 비해 완전히 달라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타격폼 수정이 가져온 효과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발전이 가능했을까. 선수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해답은 타격폼에 있다. 정확한 타격을 위해 김주원은 지난해부터 타격폼 수정을 여러 번 해왔다. 자신에 맞는 타격폼을 곧바로 찾지 못해 전반기까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전반기 끝자락부터 ‘토탭 타격폼’을 시도했고 효과를 봤다.
< 기존 레그킥 타격폼 >
김주원은 원래 타격 준비 때 레그킥을 했다. 뒷다리로 밸런스를 잡고 앞발을 들어 힘을 모아 강한 타구와 장타를 만들고자 했다. 앞선 시즌 부진에 대해 선수 본인이 밝힌 아쉬웠던 점은 뒷다리를 고정하지 못해 힘이 분산됐던 것이다. 이에 이번 시즌 스프링캠프 전 하체를 고정해 힘을 모으고 잘 전달하는 것에 노력했다.
힘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정확한 타격 타이밍도 중요하다. 김주원은 5월 인터뷰에서 타격 부진에 대해 ”타석에서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와 싸우고 있더라. 폼만 생각해서 결과가 안 좋았다. 지금 타석에 서면 상대 투수와 싸움, 타이밍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겨우내 하체 활용법을 연마하며 힘을 전달하는 방식에 집중했지만, 타석에서 이것에만 집중하느라 정확한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하체를 활용하면서도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 김주원은 지난해 테이크백 동작을 더 간결하게 시도한 것부터 올해 배트를 한 마디 더 짧게 잡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토탭을 시도했고 이게 정확한 컨택에 도움을 줬다.
“지금 나는 ‘다리를 드는 타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치님들과 계속 훈련하면서 ‘토탭’을 시도해 봤는데, 다리가 땅에 붙어 있으니까 밸런스도 잡히고 시야도 고정되더라”
< 후반기 토탭 타격폼 >
토탭 타격폼과 함께 크게 휘둘렀던 기존 스윙 대신 짧고 간결하게 치려고 한 부분이 시너지를 내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게 해줬다. 전반기까지는 강하게 치기 위해 집중했다면 후반기부터는 정확하게 치기 위해 노력했고 이것이 성적상승으로 이어졌다.
< 전후반기 세부 지표 비교 >
실제로 전반기와 후반기의 컨택 지표를 비교해 보면 토탭과 짧은 스윙이 큰 효과를 가져다줬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스트라이크 중 공을 놓친 루킹+헛스윙 비율은 줄었고, 공을 맞힌 파울+타격 비율은 상승했다. 컨택 비율 역시 좋아졌다. 물론 단순 토탭과 짧은 스윙만으로 성적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스프링캠프 이전 하체 활용법을 연마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이 좋은 성적으로 귀결됐다. 선수 본인 역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새롭게 시도한 토탭은 하체를 활용하면서도 타이밍을 잡는 데 큰 효과를 줬고, 후반기를 화려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마치며
주목을 많이 받는 만큼 김주원은 부담 역시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부담에 무너지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모색했고, 결국 반시즌일 뿐이지만 김주원은 유격수 최고 자리에 올라서며 결과로 보여줬다. 물론 이 모든 발전은 단순 ‘운’일 수 있다. 김주원의 전반기와 후반기 BABIP은 각각 0.252와 0.409로 후반기에 크게 상승했다. 더 강한 타구를 생산해서일 수도 있지만 단지 운이 좋았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에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후반기의 모습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김주원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창원과 국가대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선수의 더 큰 성장을 바라는 필자의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친다.
참조 = KBO, 스탯티즈, 엑스포츠뉴스, 스포츠경향, 경남신문, 스포츠동아
야구공작소 문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정세윤, 당주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안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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