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중계, 그리고 우리가 미디어를 소화하는 법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는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계약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재밌는 계약들로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받치는 수익의 대부분은 지역 방송국과의 계약에서 오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 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이 수익구조가 위협을 받고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중계는 대부분 지역 스포츠 방송국(Regional Sports Network/RSN)을 통해서 송출된다. 작년에 접했던 다이아몬드 스포츠의 파산 신청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스포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던 2019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ESPN을 보유하고 있던 디즈니의 독점을 우려한 미 법무부는 합의를 통해 폭스 스포츠가 지니고 있던 22개의 RSN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은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이 22개의 방송국을 구매하였고 이렇게 다이아몬드 스포츠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 22개의 RSN을 밸리 스포츠로 부르게 된다. 이를 구매하기 위해 싱클레어는 고위험 부채(800만 달러의 현금 대출 포함)를 떠안았다. 2021년 싱클레어는 이 채무 재구조화를 논의하던 중 처음으로 파산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 와중에 밸리 스포츠 +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출시하며 수익 창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2023년 3월 파산 신청을 했다.

전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팬들도 보통 응원 팀 경기를 챙겨본다. 나머지 경기들은 하이라이트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리라. 응원팀이 거주 지역 팀이라면, RSN을 통해서 경기를 보게 된다. 한국의 케이블TV처럼 RSN을 지원해주는 케이블 TV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만약 타지역 팀의 경기를 챙겨보고 싶다면 MLB.TV에 가입하면 된다.

 

중계 찾아 삼만리?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조금 더 복잡해졌다. RSN 만으로는 본인 팀의 모든 경기를 볼 수 없다. 추가로 애플 TV, 피콕 TV도 필요하다. 애플 TV는 애플에서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2022 시즌부터 금요일마다 한 경기씩 중계를 담당하고 있다. 피콕 TV는 미국 NBC에서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애플 TV 경기는  MLB.TV를 통해서 시청이 불가하다. 물론 애플 TV에 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지만,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이 아닌 점에서 미국 팬들의 불만이 없지는 않다. 피콕 TV의 경우도 그렇다. 한국에는 NBC가 없고 피콕 TV도 없으니, 기존과 같이 MLB.TV를 통해서 중계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선데이 모닝 베이스볼의 경우 피콕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뉴욕 양키스의 중계 일정을 예시로 들어보자. 2023년 5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의 양키스 중계를 보기 위해서 필요한 서비스들이다. 양키스의 RSN인 YES를 신청한다. 위에서 언급한 피콕, 애플TV에 가입한다. 거기에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구독한다. 현재 밸리 스포츠를 아마존이 지분을 가져간 것과 같이 YES의 지분을 아마존이 지니고 있다. 아마존은 양키스 경기의 일부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만을 통해서 제공하고 있다. 5경기를 보기 위해서 4개의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팬 입장에서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 5월 21일 ~ 26일 양키스 중계 일정 >

 

케이블 TV중계의 위기

미국에서 케이블 TV가 가장 잘나가던 2014년에는 1억 가구 정도가 서비스를 사용했다.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현재는 6천100만 가구 정도만이 케이블 TV를 신청해서 보고 있다. 9년 사이 4천만 가구가량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미국에 TV가 도입된 이후로 지상파 혹은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가구가 미국 전체 가구의 절반도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는 시장의 변화와 함께 TV 시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했고 관련 기술도 발전하며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다.

< 미국 내 케이블/통신 TV 가입 가구수 >

이렇게 시청층이 빠져나가면 광고도 줄어들게 되어있다.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의 재무제표를 보면 다이아몬드 스포츠의 수익 중 20%는 광고에서 나온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싱클레어는 다이아몬드 스포츠를 위해 채무를 안고 시작했다. 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 42.3억 달러 규모의 손상차손이 RSN에 묶여있음을 발표했다. 거기에 밸리 스포츠 +를 런칭했지만, 3개월 이후 2022년 11월 1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했다. 거기에 11억의 추가적인 손상차손을 더하며 어려운 재정 상태임을 지속적으로 표시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역 방송국 간 비교 시 야구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래 표에서 현재 3개의 팀이 밸리 스포츠에 의해서 방송됐다. 밸리 스포츠가 현재의 과정을 지나가면서 재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

< 2023년 프라임타임 스포츠 채널 시청률 >

단순하게 방송계의 현황으로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이아몬드 스포츠가 가진 밸리 스포츠가 방송을 담당하던 팀들은 11개였다. 심지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신청 직후 중계권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나 않아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못 받는 상황이 나왔다. 심지어 5월 30일부로 샌디에이고는 중계권 계약이 파기되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직접 중계를 관리하게 됐다. 메이저리그는 긴급하게 다이아몬드 스포츠가 각 팀에게 지불해야 했던 보장금의 80%는 보장해 주기로 했다.

 

위기의 MLB 구단들

팀들은 중계권 수익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스포티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팀들은 2023시즌 지역 중계권 수익으로 평균 22.5억 달러의 수익을 벌었다. 그리고 이 수익은 최근까지 지역 스포츠 방송국들 혹은 그와 비슷한 주체들에게서만 받아왔다. 시장의 변화가 이 수익구조에 변화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밀워키 브루어스도 밸리 스포츠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맷 아놀드 밀워키 단장은 에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페이롤에 있어서 과연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저희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어려운 일인 건 맞아요. 업계 전체적으로 수익을 가장 잘 만들 방법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스몰마켓 팀들에게든 더더욱 과제로 다가오는 건 맞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밸리 스포츠와 함께했던 또 다른 팀인 미네소타 트윈스도 계약이 만료되었다. 메이저리그가 직접 했던 것처럼 중계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눈앞에 왔다. 그러나 현재 중계 계약이 확실치 않은 현재 페이롤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월에 미네소타의 운영팀장인 데릭 팔비는 페이롤 축소 공식 발표 전 디에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TV 수익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합니다”라고 밝혔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고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다른 수입원들이 한 부분을 차지하듯이, 명확성이 없다는 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다이아몬드 스포츠에 빠르게 재구조가 마무리되기를 요청했다. 실제로 이 싸움은 법정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측은 “2023시즌이 끝난 현재, 사무국과 구단은 2024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독점성을 연장하면 이는 구단과 사무국에 불필요한 추가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 스포츠 측은 몇몇 팀들에게 있어서 2024시즌의 중계는 계획되어 있으니, 사안의 시급성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협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추가로 중계를 포기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와 NBC 간의 파트너쉽은 2023시즌 종료로 기존 계약은 끝났다. 이 부분도 교통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로서는 중계권이 이번 오프시즌 다각도로 복잡한 문제다. 밸리 스포츠가 점점 시간을 끌수록 이로 인하여 메이저리그가 직접 중계를 맡는 팀들이 당분간 증가하는 추세다. 만약 이렇게 되면 블랙아웃이 없는 MLB.TV의 가능성도 커진다. 메이저리그도 실제로 디즈니가 RSN을 팔 때 사려했으나 싱클레어에게 밀렸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돌아서 원하는 바를 이룰 기회가 조금씩 오고 있다.

 

마치며

어떻게 보면 이 변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중계를 챙겨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RSN으로 인한 블랙아웃이었다. 하지만 밸리 스포츠를 시작으로 RSN들, 그리고 그와 연관된 구단들의 수익의 재구조는 수면위로 올라왔다. 하나의 플랫폼을 얘기하기 전 이 수익구조의 재편이 우선되어 구단들이 운영할 시 계산이 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미네소타, 밀워키의 예시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불확실성은 결국 구단 운영에 차질을 빚게 만든다. 아마 메이저리그도 밸리 스포츠건이 빨리 정리되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만약 추가적으로 메이저리그가 원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구성하게 되면 RSN-구단이 아닌 해당 서비스-구단의 구조가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가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수익 배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객들의 팀 선호도 비율로 할지, 아니면 팀별 조회수 혹은 시청 시간을 기반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의논도 충분히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엔 비즈니스니까.

 

참고 = mlb.com, Fangraphs, Forbes, nScreenMedia, The Athletic, Sportico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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