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이름: 에릭 페디 (Erick Fedde), NC 다이노스

1993년 2월 25일생 (만 30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93cm 92kg

드래프트: 2014년 1라운드 (워싱턴 내셔널스, 전체 18번)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 21승 33패 454.1이닝 ERA 5.41 fWAR 1.5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 (2021년) 성적 : 7승 9패 133.1이닝 ERA 5.47 FIP 4.66 fWAR 1.2

 

2022시즌 가을 야구 진출 실패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NC 다이노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오랜 기간 팀 내 굳건한 1선발을 맡아왔던 드류 루친스키가 미국 무대로 돌아갔고 양의지와 노진혁은 팀을 떠났다. 

루친스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NC는 직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에릭 페디를 영입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를 비롯해 여러 팀에서 오랜 기간 선발 투수를 맡아왔던 에릭 페디는 KBO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배경

네바다주 출신인 페디는 야구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라고 평가받던 브라이스 하퍼 (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와 같은 라스베이거스 고등학교서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 92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진 페디는 졸업 후 참여한 2011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2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페디는 많은 유망주가 그렇듯 더 높은 순위에 지명받기 위해 계약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네바다 라스베가스 대학에 진학한 페디는 꾸준히 성장해 3학년 시즌 선발 등판 11경기 ERA 1.76을 기록, 팀 내 에이스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모의 드래프트에서 높게는 5순위, 평균적으로 10순위에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많은 스카우트가 페디의 부상 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20-80 스케일 기준으로 60점~70점으로 평가했다. 구위가 뛰어난 강속구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던 페디는 불행하게도 드래프트 직전 팔꿈치 통증을 느껴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이 여파에도 불구하고 페디는 드래프트에서 전체 18번째로 지명이 되었다. 본인에게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내셔널스로서는 리스크 많은 이 유망주를 얻게 된 과정이 행운이었다.

< 통산 메이저리그 성적 >

2015년 로우 A에서 마이너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페디는 매년 한 단계씩 차근차근 상위 리그를 향해 나아갔다. 2017년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강력한 선발진을 자랑하던 내셔널스도 페디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2019년까지 팀 내 애매한 위치에 있던 페디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부터 드디어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할 기회를 받았다. 2021년에는 133.1이닝을 던지며 fWAR 1.2를 기록,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페디의 고질적 문제였던 부족한 탈삼진 능력은 여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에 여전히 물음표가 따랐다. 결국 워싱턴은 페디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미 지난 시즌에 여러 불안 요소가 보였는데, 구속 저하 문제가 두드러졌다. 2021년까지 평균 94.0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페디는 지난해 평균 구속이 92.6마일로 많이 감소했다. 단조로운 구종의 페디가 구속까지 떨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후 페디는 NC 다이노스와 계약을 맺으며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특징

< 땅볼, 뜬공, 라인드라이브 비율 변화 >

페디는 데뷔 초 싱킹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많은 땅볼 타구를 만드는 유형의 투수였다. 하지만 싱킹 패스트볼 구사율의 감소와 같은 레퍼토리의 변화로 가장 최근 시즌인 2022년에는 리그 평균인 44.9%보다 낮은 42.8%의 GB%을 기록했다. NC에 합류하고 난 후 이전처럼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될 것인지 탈삼진 능력을 갖춘 파워 피처가 될 것인지 또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삼진을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페디의 마이너리그 커리어 삼진율은 수준급이다. 유망주 시절에 비하면 크게 오른 구속은 아니나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5마일(148.8km/h)로 KBO리그에서는 강속구로 분류할 수 있다. 거기에 평균 구속 89.0마일의 커터도 즐겨 던지는데, 패스트볼과는 반대의 로케이션으로 즐겨 사용한다.

< 2022시즌 피칭존 차트 >

페디의 주 무기는 싱킹 패스트볼이지만 세컨드 피치인 커브도 충분히 매력적인 구종이다.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는 페디가 타자들의 헛스윙을 가장 많이 이끌어내는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지난해 커브의 회전수가 증가했음에도 구속 저하, 투심 패스트볼 위력 감소로 인해 커브의 위력 또한 덩달아 감소했다 (스윙 대비 헛스윙률: Whiff% 41.8% -> 30.4%).

<좌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변화>

< 우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변화 >

페디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투심과 커브를 거의 80% 가까이 던지는데 좌타자를 상대로는 커터, 투심, 커브 세 구종을 섞어서 사용한다. 좌타자 상대를 위해 장착한 체인지업은 완성도가 떨어져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통하기 힘든 투심이 페디의 커리어에 발목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페디는 메이저리그 커리어 내내 피홈런 억제에 애를 먹었다. 특히 2021~22시즌 피홈런이 총합 44개다. 연간 130이닝 정도를 던졌음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치이다. 종종 보였던 ‘긁히는 날’에도 좋은 피칭을 이어가다가 피홈런으로 크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KBO리그에서 피홈런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다행인 점은 NC의 홈구장인 창원 NC 파크는 타자와 투수 모두에게 중립적인 구장이라는 것과 최근 KBO리그가 홈런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커리어 통산 9이닝당 3.78개의 볼넷을 허용한 페디는 커맨드가 아주 뛰어난 유형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조금 더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커맨드 문제를 개선해낼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한다.

추가로 2023 KBO리그 시범경기 첫 두 등판에서 모두 호투를 펼쳤다는 것.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잘 통하지 않던 체인지업을 좌타자들 상대로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이를 통해 많은 헛스윙과 삼진을 끌어낸 모습들이 인상 깊었고 다른 구종들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망

페디의 NC행이 발표되었을 때 ‘어쨌든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이라는 수식어를 굉장히 많이 접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귀중한 경험이고, KBO리그에서 뛰는 첫 시즌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NC의 외국인 선수 중 ‘에릭’이라는 이름은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페디보다 앞서 한국에서 활약한 에릭 해커, 에릭 테임즈는 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페디 또한 NC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참고 = M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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