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KBO리그 오프시즌 평가 – 2

2부 – 나름대로 치열했던 그들의 겨울

 

[야구공작소 송동욱] 2016년 KBO리그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최형우,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등 대어가 쏟아져 나온 FA 시장은 예상대로 활활 타올랐다. 최형우는 역대 최고 계약을 이끌어내며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차우찬도 4년 95억원에 계약하며 투수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로 떠나긴 했지만 이대호가 150억원에 롯데로 복귀하며 FA 시장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두산의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2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따냈다. 10개 구단 외국인 30명 중 연봉이 100만 달러를 넘는 선수만 해도 14명으로 역대 최고다. 이제 KBO리그에서 100만달러의 외국인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FA 계약 총액 703억원, 외국인 선수 연봉 총액 3,108만달러로 총합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간 이번 겨울, 과연 이 돈 잔치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야구공작소는 세 편에 걸쳐 각 팀의 오프시즌을 평가해 보았다.

 

4위 – 롯데 자이언츠

IN 이대호
OUT
황재균
FA잔류
외국인 
번즈, 마켈(이상 신규계약), 레일리(재계약)

2015시즌 후 고질적인 약점인 불펜 보강을 위해 데려온 윤길현과 손승락은 성적 부진과 함께 경기 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환상의 조합이라 불렸던 2015시즌의 린드블럼-레일리-아두치의 외국인 트리오도 레일리를 제외하면 모두 결별했다. 나머지 두 자리는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우완 피터 마켈과 내야 멀티 자원인 앤디 번즈로 채웠다.

하지만 새로운 두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2015년의 린드블럼과 아두치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켈은 구위는 강력하지만 제구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고 번즈도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라기 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수’ 라는 평가다. 이 두 선수가 자리 잡아 주지 못한다면 롯데의 올 시즌 계획은 상당히 꼬이게 된다.

게다가 논란이 된 저렴한 몸값은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부터 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평가에 느낌표보다는 물음표를 더 많이 붙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반드시 잡았어야 할 황재균까지 놓치며 롯데 팬들의 겨울은 따뜻한 부산 날씨와는 다르게 암울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15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금액으로 부산과 자이언츠의 상징인 이대호를 복귀시키며 모든 평가는 한순간에 뒤집혔다. 의문의 외국인 영입과 황재균 잔류 실패까지, 실점뿐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대호 재영입’이라는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지난 시즌 롯데의 1루수들이 기록한 WAR은 0.06으로 10팀 중 8위에 그쳤다. 이 자리를 리그 최정상급 1루수인 이대호가 대체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도 꿈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공동 5위 – NC 다이노스

IN 
OUT 용덕한
FA잔류 조영훈
외국인 스크럭스, 맨쉽(이상 신규계약), 해커(재계약)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NC의 겨울은 비교적 조용했다. 부상에 시달린 에이스 해커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첫해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스튜어트와는 결별을 선택했다. 하지만 2016시즌 클리블랜드의 WS 로스터에도 포함된 제프 맨쉽이라는 거물급 투수를 데려오며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성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떠나간 테임즈의 공백은 한없이 커 보인다. 2015시즌에는 KBO 리그 최초로 40-40을 기록했으며 NC에서 활약한 3년 동안 매해 리그 10위 안에 드는 WAR을 기록했다. 새로 영입한 재비어 스크럭스의 분발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그러나 테임즈를 잡지 못한 것을 NC 프런트의 실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테임즈의 계약 조건(마이너 거부권, 팀 사정, 총액, 연수, 옵션 등등)이 매우 좋았고 그 정도 계약이라면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어떤 선수라도 이적을 택할 확률이 높다.

차라리 조금 불안했던 선발진의 확실한 한 축이 되어 줄 수 있는 맨쉽의 영입을 칭찬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건강한 해커와 적응을 마친 맨쉽이 앞에서 끌어주고 군에서 제대하는 윤호솔과 함께 장현식, 구창모, 배재환, 이재학과 같은 젊은 선수들이 뒤를 받쳐준다면 NC의 선발진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뛰는 야구를 하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선언과 동시에 1루 코치로서는 국내 일인자인 김평호 코치를 1루 코치로 영입한 것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 김평호 코치 삼성 재임 시절 도루 RAA(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 수치>

공동 5위 – 두산 베어스

IN 이흥련
OUT 이원석
FA잔류 이현승, 김재호
외국인 니퍼트, 보우덴, 에반스(이상 재계약)

2016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6할 승률(0.650)을 기록했고 2위 NC와 8.5게임 차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의 겨울도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NC와의 느낌은 다소 다른 것이 큰 공백이 한 군데 생긴 NC와는 달리 두산은 현상 유지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처음부터 현상 유지가 목표였기 때문에 똑같은 현상 유지라고 해도 NC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군 입대에 따라 LG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던 주장 김재호는 4년 50억에 팀에 잔류했고 25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를 맡아 준 이현승도 3년 27억에 두산에 남았다. 내부 FA인 이현승과 김재호를 모두 잔류시키며 두산은 현상 유지라는 쉽고도 어려운 과제를 잘 마무리했다.

22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더스틴 니퍼트와는 7번째 시즌을 함께한다. 그 뒤를 받치는 보우덴과 리그 7위(400타석 이상)의 wRC+를 기록한 에반스 또한 올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건재한 원투펀치와 초반 부진을 겪지 않을 에반스까지. 이 3명의 조합은 큰 이변이 없다면 2017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좋은 성적 때문에 리그 최다인 7명의 선수가 WBC에 차출됐고 그 과정에서 김재호와 양의지가 경미한 부상을 입고 돌아온 점은 아쉽다. 류지혁-박세혁-이흥련 등 예비 전력까지 완벽한 두산이지만 부상은 늘 조심해야 하는 숙제다.

 

7 – 삼성 라이온즈

IN 우규민, 이원석, 강한울, 이승현
OUT 차우찬, 최형우, 최재원, 이흥련
FA잔류 
외국인 레나도, 러프, 페트릭(이상 신규계약)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은 삼성에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9위라는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투-타의 기둥인 내부 FA 차우찬과 최형우를 잔류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큰 전력 보강을 하지 않던 지난 2년과는 달리 외부 FA 우규민과 이원석을 영입하며 공백을 메우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

땅볼 유도에 능한 우규민을 라이온즈 파크로 데려온 점은 긍정적이다. 박해민-구자욱-이승엽이 버티는 좌타 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타자들이 부족한 삼성에서 내야와 타선에서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는 우타자 이원석의 영입도 반갑다. 하지만 내보낸 내부 FA에 비하면 두 선수의 무게감은 다소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보상 선수를 주고받는 과정도 아쉬웠다. 지난 시즌 105타석의 적은 타석이었지만 0.975의 OPS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만개하기 시작한 최재원은 LG로, 이지영의 백업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한 이흥련은 두산으로 보내고 말았다. 결국 다급해진 삼성은 젊고 빠른 야구를 하겠다는 김한수 감독의 포부와는 맞지 않게 38세의 노장 포수 최경철을 영입했다.

그나마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외국인 선수들이다. 2m가 넘는 큰 신장(2m 4cm)으로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140대 후반의 패스트볼로 니퍼트를 연상시키는 앤서니 레나도와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MLB, NPB를 모두 경험한 재크 페트릭은 분명 4명의 외국인 투수가 겨우 6승을 합작한 작년보다 기대되는 조합이다.

영입 전부터 의구심을 품게 한 아롬 발디리스와 달리 MLB 무대에서도 그 나름의 장타력을 과시한 1루 거포 다린 러프의 영입도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 시즌 삼성 우타자들이 적립한 WAR은 3.47로 리그 최하위였다. 러프는 이 부분에서 확실하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다.

분명 삼성의 전력보강은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이 밑바탕 된다면 작년의 참사는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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