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꿈꾸는 인천 야구장 – SSG의 청라돔 입지와 교통 여건

< 도쿄돔 전경 (제공 : 위키미디어 공용) >

우리 진짜 돔구장 생기는 거야??

2021년 1월, 신세계 그룹은 SK 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존의 문학야구장이 건설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고, 과거의 신축 구장 계획이 공염불에 그쳤던 수많은 사례들을 팬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돔구장 계획 발표 직후에는 모든 야구팬들이 실행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해 여름 정용진 구단주가 미국 출장길에 MLB 홈구장을 방문하면서 여론이 급반전했다. 이후 입지에 대한 청사진과 모그룹의 관계 법령 검토 소식이 차차 발표되면서 돔구장 건설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졌다.

SSG 랜더스는 구단주가 야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관심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도 여러 차례 보인 만큼 투자 의지는 확실하다. 또한 기존에 모기업이 개발 중인 장소(스타필드 청라)를 야구장 부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과거 신축 구장 계획 발표시 매번 불거진 입지 선정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청라 돔구장이 당장의 페이퍼 플랜에 그칠 우려를 살짝 접어봐도 되는 이유이다.

< 구장 이전 위치 (제공 : 네이버지도) >

청라 돔구장의 위치

현재 청라 돔구장은 신세계 그룹이 기존에 개발을 확정한 스타필드 청라 일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인천 청라국제도시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천광역시 전체로 봐도 북서쪽에 상당히 치우친 곳이다. 때문에 단순히 백지도만 보았을 때에는 청라돔의 입지가 많이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존의 문학야구장은 인천광역시 중심부 근처에 위치해있고, 지하철역과 종합버스터미널을 지척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교통 여건과 미래 계획을 보자면 신세계의 계획을 얼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를 좀 더 넓게 펼쳐서 수도권 전체를 보더라도, 서울로부터의 물리적인 거리 또한 지하철과 고속도로가 인접한 기존의 문학야구장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역시 이 또한 청라돔 근처의 교통여건과 미래 계획을 두루 살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부지는 서울 팬들의 교통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최적의 장소에 해당한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 청라돔 예정 부지 (제공 : 네이버 지도) >

 

1. 더욱 편하고, 빨라지는 공항철도

청라 돔구장 예정 부지 바로 옆에는 이미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이 자리 잡고 있다. 공항철도라는 점에서 서울과의 연관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겠다. 그러나 공항철도는 서울역을 종점으로 하는 간선 노선으로, 주목적인 공항 방문 외에도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크게 돕고 있다. 특히 중간 정차역이 적어 타 전철에 비해 표정속도(노선 완주 시 평균 속도)가 상당하다. 일례로 서울과 인천을 잇는 대표적인 노선인 1호선 전철의 경우 완행의 표정속도가 35.2km/h, 급행은 47.1km/h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항철도는 완행만 해도 60.0km/h의 표정속도를 보여주면서, 서울로부터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수단이다.

환승에서도 공항철도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하철 이용자는 환승을 기피하는데, 이런 심리를 설명하는 “환승저항” 이라는 학술용어가 교통공학에서 따로 존재할 정도이다. 가령 서울 사는 SSG 팬이 문학 경기장 방문을 위해 최소 2회 이상의 환승을 감내해야 한다. 문학 경기장 역이 위치한 인천 1호선 이용을 위해 우선 1호선 경인선 구간을 경유하고, 그 1호선을 타기 위해 서울 시내에서도 추가적인 환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항철도는 1, 2, 4, 5, 6, 9호선 등 서울 내 황금 노선과의 직접 환승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이 또한 서울 팬의 청라돔 접근성을 크게 돕는 근거이다.

< 더욱 발전하는 공항철도 (제공 : 공항철도㈜) >

이미 좋은 조건을 가지는 공항철도이지만, 앞으로 4~5년 사이 공항철도의 서울 접근성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우선 공항철도와 서울 9호선의 직결 계획이 있다. 이는 기존에 김포공항역에서 환승이 필요한 두 노선을 환승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직결 운행 열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직결 운행을 위한 기반 시설은 이미 갖추어져 있고, 두 노선을 동시에 운행할 수 있는 열차만 구입한다면 바로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 열차 도입을 추진 중에 있고, 빠르면 2024년 즈음 운영이 시작된다. 해당 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서울 남부 일대 팬들은 환승 한번 없이 한 번에 청라돔을 방문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공항철도의 고속화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표정속도 60km/h로 높은 속력을 자랑하는 전철노선이지만, 노선 주변 3기 신도시 교통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기존 110km/h에 묶여 있는 운행 최고속도를 150km/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당 계획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사업이 완료된다면 공항철도의 표정속도는 기존 60km/h에서 최대 80km/h 이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 7호선 청라 연장 계획 (제공 : 인천광역시) >

 

2.“서울” 지하철로 가는 인천 야구장

다음으로는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 야구장 이야기를 하는데 서울 지하철이 언급된 것이 다소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이라는 말에 속지 마시라! 실제로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이미 서울 시계를 한참 넘어 서쪽의 부천과 인천으로 연장되고 있다. 이미 인천 서구까지 연장이 완료되었고, 현재는 청라돔 바로 옆 청라국제도시역까지의 연장공사가 막 삽을 뜬 상태이다.

물론 해당 노선은 공항철도와는 다르게 표정속도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7호선은 한강 남쪽을 거쳐 강남 일대까지 한 번에 이어주는 노선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7호선의 존재는 공항철도 서울 구간이 대부분 한강 북쪽에 위치하는 단점을 보완해준다. 공항철도가 서울 강북 일대 팬들의 접근성 향상을 돕는다면, 7호선은 서울 강남 일대 팬들의 접근성 향상을 도와줄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 지하철 역세권에 자리한 야구장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 팬들이 느끼는 청라 돔구장의 심리적인 거리감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 인천공항고속도로 (제공 : 한국도로공사) >

3.교통 정체 없이 빠르게 모십니다

이번에는 철도에서 눈을 돌려 자차 이용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가용을 이용해 야구장을 방문하는 야구팬들은 늘상 교통 혼잡과의 씨름을 각오한다. 야구장에 주차할 때, 그리고 경기 후 야구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버린다. 기존의 문학야구장의 경우 주차장이 충분하고, 요금도 타 구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자차 이용에 불편함이 적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주변의 제2경인고속도로가 상습 정체로 유명하고, 애초에 고속도로로 접속하기 위해서도 교통 체증이 빈번한 인천터미널 인근 교차로를 다수 지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청라돔 부지의 경우 고속도로 2개에 동시에 인접하고 있다는 큰 장점을 안고 있다. (수도권 제2순환, 인천공항). 특히 서울을 바로 잇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서울에 진입하는 고속도로 중 교통 혼잡이 상당히 덜한 노선으로 유명하다. 또한 돔구장 예정 부지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바로 옆에 위치한다는 점도 일반 도로에서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청라돔이 청라 스타필드와 함께 자리한다는 점에서 주차장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건설된 스타필드들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서울 외곽의 값싸고 넓은 부지를 이용해 충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주차 요금도 받지 않는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타 야구장들의 어려움에서도 자유로울 이유이다.

 

서울 팬들을 기다리게 될 인천 야구장

사실 청라돔은 72경기 남짓 열리는 야구 경기만을 위해 건설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경우처럼, 돔구장은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공연 및 행사를 유치해서 수익을 남기는 거대한 실내 공간이다. 청라돔 또한 야구 경기 외의 다른 목적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인천 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야구 경기와 달리, 공연과 행사를 개최한다면 천만에 육박하는 서울 인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기존의 고척 스카이돔은 건설 과정에서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취약한 관람 환경과 입지상의 단점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비록 입지는 서울이 아니지만 서울로부터의 접근성이 뛰어난 청라돔이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SSG 랜더스 이전 SK 와이번스는 지역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던 팀이었다. 보통 팀 이름 앞에 ‘무적’, ‘최강’ 등을 붙이는 타 구단들의 구호와는 다르게, 유독 SK는 투혼 이외에도 지역명인 ‘인천’을 붙이면서 연고지 마케팅에 주력했다. 이제 팀 간판이 바뀌고, 모그룹도 소비재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신세계로 바뀌었다. 청라돔의 예정 부지를 보아, 새 간판을 단 랜더스가 더이상 인천 팬덤에 안주할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인천을 넘어 서울 팬 공략을 꿈꾸는 SSG 랜더스의 성공적인 서울 상륙을 기대해본다.

 

야구공작소 민경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이희원,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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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스타필드 청라 인근 고속도로 3개입니다. 남측 경인고속도로가 청라까지 지하+지상 양쪽으로 연장됩니다 (그 도로는 영종도를 잇는 청라대교와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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