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시즌 리뷰] AL 동부 –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팬그래프 시즌 예상 (승-패): 1위 뉴욕 양키스 (37-23) 2위 탬파베이 레이스 (35-25) 3위 보스턴 레드삭스 (30-30) 4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27-33) 5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20-40)

AL 동부 최종 순위(승-패): 1위 탬파베이 레이스 (40-20) 2위 뉴욕  양키스 (33-27)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32-28) 4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25-35) 5위 보스턴 레드삭스 (24-36)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경쟁이 치열하다. 탬파베이는 이변을 일으키며 10년 만에 동부지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 양키스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또다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볼티모어와 토론토의 리빌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토론토는 한층 리빌딩의 속도를 끌어 올리며 4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반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보스턴은 생각보다 극심한 추락을 맛봐야 했다.

분주한 오프시즌

이미 막강한 전력을 갖춘 양키스는 오프시즌에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았다. 그 주인공은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릿 콜이었다. FA 최대어 콜은 투수 최초로 9년 계약을 따냈다.

한 선수에게 3억 달러 이상을 몰아서 쓴 양키스와 달리 토론토는 많은 퍼즐 조각을 모아 마운드 뎁스를 강화했다. 선발진을 이끌어 줄 류현진과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태너 로아크를 FA로 영입했고 밀워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체이스 앤더슨, 포스팅으로 요미우리 소속의 야마구치 슌을 데려왔다.

반면 재정이 넉넉지 않은 탬파베이는 핵심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새로운 피를 수혈받았다. 주축 선수인 토미 팸과 유망주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샌디에이고로 보내고 헌터 렌프로 등을 받아왔고, 지난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에밀리오 파간을 주고 외야수 마누엘 마고를 데려왔다. 비옥한 팜을 자랑하는 탬파베이는 주전 선수뿐만 아니라 유망주도 활용해 로스터를 꾸려나갔다. 유망주와 바꾼 랜디 아로자레나는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이끌었다. 외야를 보강하기 위해 트레이드뿐만 아니라 포스팅을 통해 파워히터 쓰쓰고 요시모토도 영입했다.

현재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볼티모어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봉 조정 자격을 갖는 조나단 비야(작년 팀 승리기여도 1위)를 웨이버 공시하고 그 자리를 호세 이글레시아스로 대체했다. 또한, 에이스 딜런 번디를 에인절스로 트레이드해 유망주 4명을 데려왔다.

보스턴은 연장 계약을 거절한 팀의 간판스타 무키 베츠 트레이드를 시도했고 미네소타, 다저스가 연관된 대형 삼각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보스턴이 브루스더 그라테롤의 내구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삼각 트레이드는 무산됐지만, 다저스에서 알렉스 버두고와 유망주 두 명을 데려오고 베츠와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보냈다. 보스턴은 이 트레이드로 주축 선수를 잃었지만 팀 페이롤을 줄이고 텅 빈 팜에 좋은 유망주들을 추가했다.

선수단뿐만 아니라 코치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부상자가 나왔던 양키스는 스트렝스/컨디셔닝 담당자와 트레이너를 교체하고 메이저리그 투수코치 경험이 없던 젊은 맷 블레이크를 투수코치로 영입했다. 보스턴은 사인 훔치기 주범인 알렉스 코라 감독을 해고했고 벤치 코치 론 로니키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데자뷰- 부상 악몽

첫 9경기에서 8승 1패로 순항하던 양키스는 8월 들어 부상자가 속출했다. 타선에서는 글레이버 토레스,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애런 저지가 차례로 부상을 입었고 며칠 후에는 타율 1위를 달리던 DJ 르메이휴마저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간 계투 토미 케인리는 개막하자마자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 했으며, 2선발 제임스 팩스턴도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20과 1/3이닝을 투구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으로 팀을 이탈한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의 공백을 잘 메워주던 잭 브리튼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양키스는 작년에도 많은 부상자가 있었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벤치 자원들이 주전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결국 8월 중하순 7연패 하며 탬파베이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탬파베이 역시 같은 기간 많은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특히 탬파베이의 강점인 투수쪽 이탈이 심각했다. 요니 치리노스, 콜린 포셰, 제일런 빅스, 채즈 로가 시즌 아웃됐고 찰리 모튼, 라이언 야브로, 호세 알바라도, 앤드류 키트리지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탬파베이 마운드의 샘은 마르지 않았다. 존 커티스, 애런 루프, 피트 페어뱅크스 등이 활약해준 덕분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 탬파베이는 양키스가 흔들린 틈을 타 지구 선두를 차지했다.

 

선발 문제 있어?

보스턴과 볼티모어의 타선은 제 몫을 해냈다. 보스턴의 새로운 리드오프 알렉스 버두고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며 잰더 보가츠는 올해도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볼티모어에서는 앤서니 산탄테르와 베테랑 이글레시아스가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신인 라이언 마운트캐슬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격이 나름 선전해 주었기에 선발진의 부진은 더욱더 아쉬웠다. 보스턴 선발진은 완전히 붕괴됐다. 시즌 전부터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이탈했다. 세일을 대신해 선발진을 이끌어 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마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심근염 합병증 우려로 시즌을 포기했다. 기존 자원인 릭 포셀로, 요울리스 샤신, 앤드류 캐쉬너가 FA로 팀을 떠나며 보스턴은 로테이션 구색을 갖추기도 어려웠다. 마틴 페레즈와 잭 고들리 등 여러 선수를 기용했지만, 기회를 살린 선수는 없었다.

볼티모어는 작년 브레이크 아웃 시즌을 만들어 낸 존 민스가 선발진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데드암 문제와 코로나 확진으로 팀에 뒤늦게 합류한 민스는 8월까지 8.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었다. 뒤늦게 페이스를 회복했지만, 성적을 만회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알렉스 콥은 지난 2년보다는 좋은 성적을 냈으나 이것 역시 계약 당시 기대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두 팀의 메마른 선발 마운드에 유망주들의 활약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보스턴의 태너 하우크는 올 시즌 3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양키스전 호투로 팀의 양키스 상대 12연패를 끊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볼티모어의 키건 에이킨과 딘 크레머는 각각 8경기(6선발), 4경기(4선발)에 등판해 4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제구는 불안하지만 이닝 당 삼진을 하나 이상 잡아내며 좋은 구위를 보여줬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지구 선두 탬파베이와 양키스는 조용한 미드시즌을 보냈다. 두 팀 모두 부상 선수가 많았으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였고 부상 선수들이 가을야구 전까지 복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반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토론토는 가장 바쁜 행보를 보였다.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은 팔꿈치 부상, 맷 슈메이커는 어깨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으며 로아크는 부진했기에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선발 보강이 필요했다. 토론토는 복수의 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후완 워커, 로비 레이, 로스 스트리플링을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고 무릎 부상으로 빠진 보 비솃의 빈자리를 채울 비야를 데려왔다.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어려워진 볼티모어와 보스턴은 유망주 수집에 나섰다. 볼티모어는 선발과 불펜에서 각각 활약하던 토미 밀론과 마이클 기븐스, 미겔 카스트로를 트레이드해 좋은 유망주들을 받아왔다. 바닥으로 추락한 보스턴은 코어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매물로 내놨다. 케빈 필라를 콜로라도로 보내고 해외 유망주 영입을 위한 보너스 풀을 확보했고 미치 모어랜드, 브랜든 워크맨과 히스 햄브리를 유망주들과 바꿨다. 트레이드를 통해 황폐해진 팜이 향상됐지만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 JD 마르티네즈 등 트레이드 칩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선수들의 성적이 바닥을 치며 제때 팔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뒷심이 중요해

양키스는 한때 5할 승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지만 10연승을 올리며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이 기간 토레스, 스탠튼, 저지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면서 침체했던 타선이 살아났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있는 동안 고군분투하며 상승세에 가장 큰 역할은 한 선수는 르메이휴와 루크 보이트였다. 르메이휴의 타격감은 부상 이후에도 식을 줄 몰랐고 타율 0.364를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했다. 보이트는 저지와 스탠튼의 부상, 산체스의 부진으로 부족한 팀의 장타를 홀로 채웠다. 22홈런을 때려낸 보이트는 호세 아브레유(화이트삭스), 마르셀 오즈나(애틀랜타)를 제치고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토론토는 공격적인 투자를 보인 미드시즌의 큰 효과를 보지는 않았다. 스트리플링, 레이는 부진했고 비야는 연일 수비 실책을 저질렀다. 다행히 타이후완 워커가 6경기 ERA 1.37을 기록하며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줬고 타선에서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에르난데스는 16홈런 장타율 0.579를 기록했다. 여기에 ‘혈통볼’이라 일컬어지는 2세 선수들 또한 활약하며 가을야구 한자리를 차지했다. 토론토는 가을야구뿐만 아니라 지구 2위 자리까지 위협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휘청이는 양키스를 바짝 추격했다. 마지막 날까지 기회는 있었다. 양키스가 마이애미에 패하며 토론토가 이길 경우 지구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론토 역시 볼티모어에 패하며 4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만족해야 했다.

반면 볼티모어는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9월 8일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정권에 두었지만, 그 이후로 양키스전 5연패를 포함해 5승 14패로 무너졌다. 타오르던 타선이 갑자기 식어버린 것이 문제였다. 이글레시아스와 오스틴 헤이스가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치열했던 10

탬파베이와 양키스는 투수진과 타선에서 모두 우위를 가져가며 각각 토론토,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난 두 팀은 매 경기 접전이 벌어지는 명승부를 펼쳤다. 승부를 결정짓는 장면은 5차전 8회에 나왔다. 콜, 브리튼에 이어 등판한 채프먼이 좌완 킬러 마이크 브로소에게 결승 홈런을 맞으며 양키스의 가을야구는 막을 내렸다. 콜은 가을에도 에이스 역할을 해줬으나, 다른 선발투수들이 부진하며 발목이 잡혔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탬파베이와 휴스턴이 만나며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었다. 탬파베이의 시작은 좋았다. 탬파베이가 첫 세 경기를 모두 가져가며  무난한 월드시리즈 진출이 예상됐으나 휴스턴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4~6차전을 연이어 내주며 리버스 스윕을 당할 위기에 처한 탬파베이는 엘리미네이션 게임 전문가 모튼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7차전을 승리하며 창단 2번째 월드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했다. 아쉽게 다저스에 가로막혀 창단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연봉 순위 28위의 팀에게 준우승이란 엄청난 성과임은 분명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코 랜디 아로자레나였다. 오프시즌 호세 마르티네스와 함께 넘어온 아로자레나는 트레이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오스틴 메도우스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고 정규시즌에서 예열을 마친 뒤 포스트시즌에서 대폭발했다. 포스트시즌 동안 29안타 10홈런을 기록하며 신인 포스트시즌 관련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웠고 침체된 팀 타선을 홀로 이끌었다.

AL 동부지구의 미래

다음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올해만큼  치열할 것이다. 모튼의 팀 옵션을 거절한 탬파베이는 팀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도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아무리 선수 육성에 뛰어난 구단이지만 유망주로 핵심 선수를 바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양키스는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갖고 있지만 나름대로 걱정이 있다. 지난 2년간 팀의 MVP였던 르메이휴와의 재계약을 노리는 한편, 팩스턴, 마사히로 다나카, JA햅의 계약이 모두 종료되면서 생긴 선발진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젊은 주축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토론토는 다음 시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팀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면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볼티모어는 민스의 반등과 트레이 맨시니의 복귀가 중요하다. 계속해서 비옥해지는 팜과 에이킨, 크레머, 마운트캐슬외에도 애들리 러치맨 같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보스턴의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그러나 알렉스 코라를 1년 만에 복귀시키면서 추락한 이미지는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구 중의 하나인 아메리칸 동부지구. 2021시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야구공작소 박선후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홍기훈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송인호

참조=Fangraphs,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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