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시즌 리뷰] NL 서부 – 숙원을 이룬 팀, 수건을 던진 팀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송인호)

팬그래프 시즌 예상 (승-패): 1위 다저스 (38-22) 2위 샌디에이고 (32-28) 3위 애리조나 (30-30) 공동 4위 샌프란시스코 (26-34) 콜로라도 (26-34)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종 순위 (승-패): 1위 다저스 (43-17) 2위 샌디에이고 (37-23) 3위 샌프란시스코 (29-31) 4위 콜로라도 (26-34) 5위 애리조나 (25-35)

연초마다 ‘올해는 다르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가. 또 몇 번이나 가을에 좌절을 반복했던가. 2020년 메이저리그는 개막 이전부터 평년과 너무나 달랐기에 ‘올해는 다르다’를 애써 외칠 필요도 없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올해의 LA 다저스는 정말로 달랐다. 한편 다저스라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지난 몇 년간 분투를 이어갔던 방울뱀은 천적 거인을 만나 백기를 들어야 했다. 대신 젊음으로 무장한 사제 군단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역대급’ 오프시즌

2020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은 야구 내적, 외적으로 ‘역대급’이라 할 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야구 외적인 이슈들을 제쳐놓더라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연이은 빅딜로 잠잠할 날이 없었다.

있는 놈이 더한다고, 최강 다저스는 부족한 2%를 메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100마일 싱커볼러 블레이크 트레이넨과의 1년 1000만 달러 계약을 발표하고, 이어서 지미 넬슨과 알렉스 우드까지 1년 계약으로 묶으며 류현진과 리치 힐이 빠져나간 마운드를 보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은 2월에 있을 메가톤급 트레이드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불과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무키 베츠와 데이빗 프라이스, 브루스달 그라테롤을 영입하고 알렉스 버두고와 켄타 마에다를 내보내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합치면 팀을 옮긴 선수만 10명에 달하는 초대형 딜을 통해 다저스는 AJ 폴락-코디 벨린저-무키 베츠로 이어지는 지구 최강의 외야진을 완성했다. 뒤이어 작 피더슨을 이웃팀 LA 에인절스로 보내고 루이스 렌히포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한편 작년 지구 2위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리툴링을 하는 와중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저스가 트레이넨과의 계약을 발표한 직후 매디슨 범가너를 5년 8500만 달러 계약으로 잡았다. 다소 저렴한 가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으나, 소문난 승마광인 범가너는 자신의 농장이 있는 애리조나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연말에는 LA 에인절스 출신 외야수 콜 칼훈과 2년 16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약점인 외야진의 공격력을 보강했다.

지난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르며 유망주를 수집해 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20시즌을 앞두고 드디어 ‘윈나우’를 선언했다. 먼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빅딜을 통해 루이스 우리아스, 에릭 라우어를 트렌트 그리샴, 잭 데이비스로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연속된 트레이드로 토미 팸, 제이크 크로넨워스, 에밀리오 파간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트레이드로 주릭슨 프로파를 영입하는 등 컨텐딩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모으기 위해 유망주를 내주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FA 불펜 중 최대어로 꼽힌 드류 포머란츠와 한신 타이거즈의 셋업맨 출신 피어스 존슨을 영입하는 쏠쏠한 성과를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콜로라도 로키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는 FA 선발 케빈 가우스먼과 드류 스마일리를 영입한 것이 가장 큰 무브였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전력이 아니라는 평을 들은 콜로라도는 신규 영입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리빌딩을 위해 스타 3루수 놀란 아레나도를 트레이드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어진 시즌 옵트아웃 권리를 일부 선수가 행사하면서 다저스는 새로 영입한 데이빗 프라이스 없이, 샌프란시스코는 영원한 안방마님 버스터 포지 없이 시즌을 치르게 되었다.


지각 변동을 알린 개막 시리즈

오래 기다렸던 개막 시리즈 매치업은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애리조나로 짜였다(콜로라도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인터리그 시리즈를 치렀다). 다저스는 첫판부터 샌프란시스코 투수진으로부터 8점을 뽑아내며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2차전에서도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앞세워 완승을 거뒀으나 샌프란시스코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3차전과 4차전에서 작은 점수 차이를 끝까지 지켜내며 다저스와 2승씩을 나눠 가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샌디에이고-애리조나 시리즈의 결과였다. 샌디에이고는 4경기 동안 9점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앞세워 애리조나에 3승 1패를 거뒀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4경기에서 0.377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2014년~2018년 사이 매년 메이저리그 출루율 30위에 그쳤던 과거와는 다른 팀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반면 애리조나는 믿었던 원투펀치 매디슨 범가너와 로비 레이가 차례로 무너지는 등 시작부터 삐걱댔다. 지난 3년간 두 팀의 맞대결에선 애리조나가 57경기 중 35경기를 가져가며 샌디에이고를 압도했는데, 올해의 개막 시리즈에선 애리조나가 샌디에이고의 젊은 에너지를 당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두 팀의 4연전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다저스 다음으로 강한 팀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상 최초 한 지구 네 팀 PO 진출?

타선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애리조나를 제외하고 다른 네 팀은 전체적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다저스는 일찌감치 리그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고, 콜로라도 역시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다저스의 아성을 위협했다.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폭주에 힘입어 꾸준히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기분 좋은 스타트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시즌의 40%를 치른 시점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와의 인터리그 시리즈에서 압도적 우위(8월 말 기준 36승 23패)를 점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확장된 포스트시즌 제도 아래 한 지구 네 팀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바라보게 되었다. 9월 8일(한국 시각 기준), 각 팀이 41경기~43경기가량을 치른 시점에서 다저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고, 샌디에이고 또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산술적 확률이 99%에 달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콜로라도의 확률은 각각 60%, 51%로 두 팀 역시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이 팀은 진짜다!

그러나 네 팀의 공생은 오래가지 못했다. 콜로라도는 9월 8일부터 10일 사이에 치러진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한 뒤 가을야구 진출권에서 썰물처럼 밀려났다. 콜로라도의 3연패 직후에는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이고에 스윕패를 당했다. 결과적으로 한 경기만 더 이겼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샌프란시스코이기에 이 패배는 특히 뼈아팠다. 샌디에이고, 콜로라도, 샌프란시스코 세 팀 모두 개막 전의 예상보다 선전했으나 그중 ‘진짜’로 판명된 것은 샌디에이고뿐이었다.

샌디에이고는 8월 21일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4경기 연속 만루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Slam Diego(만루홈런을 뜻하는 그랜드슬램과 샌디에이고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작년까지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수 양면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시즌 OPS 0.937), 제이크 크로넨워스(0.831), 트렌트 그리샴(0.808) 등 젊은 선수들이 신바람 야구를 펼치는 가운데 매니 마차도(0.950), 윌 마이어스(0.959) 같은 베테랑들이 힘을 보탰다. 선발진에서는 디넬슨 라멧(시즌 69이닝 ERA 2.09)이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으며 잭 데이비스(69.1이닝 ERA 2.73), 개럿 리차즈(51.1이닝 ERA 4.03) 역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즌 마지막 등판 이전까지 ERA 0을 유지하며 메이저리그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던 셋업맨 드류 포머란츠(ERA 1.45 9홀드 4세이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흐름을 탄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마이크 클레빈저, 오스틴 놀라, 미치 모어랜드, 트레버 로젠탈, 제이슨 카스트로 등을 영입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신흥 강팀은 그렇게 다저스와의 정면승부를 위한 채비를 끝마쳤다.


ARI, COL, SFG의 패인은?

포스트시즌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세 팀의 탈락 원인을 복기해 보자.

애리조나가 지구 꼴찌에 그친 이유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와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것이었다. 두 팀 간 상대전적은 애리조나 기준 2승 8패였는데, 10경기에서 반타작만 했어도 애리조나는 충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다. 사실 애리조나는 올해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팀이 창단한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샌프란시스코와의 상대전적은 174승 227패로, 약 43%의 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는 천적 팀의 에이스 범가너를 영입했지만 악연의 고리를 끊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콜로라도는 스타 3루수 놀란 아레나도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 아쉬웠다. 2014년 이후 한 번도 장타율이 0.50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던 아레나도는, 올해 8개의 홈런과 함께 0.434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출루율 역시 0.303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단축시즌임에도 무려 15의 DRS(디펜시브런세이브)를 기록하며 8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수비에서는 이름값을 해냈으나, 올해 아레나도가 타석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난 5년간 연평균 40홈런을 기록하고 4번이나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포지의 부재가 뼈아팠다. 시즌을 앞두고 포지가 옵트아웃을 선언하면서 유망주 포수 조이 바트와 채드윅 트롬프로 안방 살림을 꾸렸지만 두 명 모두 아직 빅리그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두 명의 포수는 도합 175타석에서 4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61삼진을 당해, 통산 삼진/볼넷 비율이 1.31에 불과한 포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다/내일을 기약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16팀이 참가한 와일드카드전에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8위 시드 밀워키 브루어스를 2승 0패로 완파했다. 정규시즌 OPS가 리그 13위에 불과했던 밀워키 타선은 다저스의 투수력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혈전을 치렀다. 1차전에서 크리스 패댁이 2.1이닝 6실점으로 무너져 7대4 패배를 당하고, 2차전에서 잭 데이비스마저 2이닝 동안 4실점을 한 뒤 강판됐을 때 샌디에이고의 가을 이은렇게 끝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타선은 7회 이후 놀라운 응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3차전에서는 9명의 불펜 투수가 영봉승을 합작했다.

그리고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운명처럼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났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다저스 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시즌 내내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둬왔던 샌디에이고가 이변을 일으킬 것이라 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시리즈의 분위기는 1차전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가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강판됐을 때 다저스 쪽으로 넘어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다저스는 3승 0패로 샌디에이고를 손쉽게 꺾으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2020시즌 기적의 팀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권토중래를 기약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다저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호적수를 만났다. 동부의 강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4차전까지 1승 3패로 끌려가며 고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애틀랜타의 두터운 불펜을 뚫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하지만 5차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애틀랜타가 2대0으로 앞서고 있었던 3회말 마르셀 오주나의 치명적인 주루 실수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저스는 6회와 7회에 연속으로 3점씩을 얻어내며 경기를 뒤집었고, 6차전에서도 1회에 3득점 한 이후 특별한 위기 없이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운명의 7차전. 5차전의 데자뷰일까, 애틀랜타는 1회, 2회, 4회에 각각 1점씩을 뽑아내며 리드했다. 그러나 쐐기점을 올릴 수 있었던 4회초에 오스틴 라일리의 주루 실수로 인해 기회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5차전과 똑같이 다저스는 6회와 7회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을 이뤄냈다. 훌리오 유리아스는 7회부터 9회까지 애틀랜타 타선에게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다저스에서 10년째 부동의 클로저를 맡고 있는 켄리 잰슨이 등판할 기회는 없었다.

대망의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힘겹게 꺾고 올라온 탬파베이 레이스와 만났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은 선발진의 우위를 근거로 다저스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클레이튼 커쇼와 워커 뷸러, 토니 곤솔린, 훌리오 유리아스 등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은 도합 25.1이닝 동안 8점밖에 내주지 않는 짠물 투구를 펼쳤다. 반면 탬파베이는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찰리 모튼이 차례로 무너졌다. 불펜의 힘으로 버텼지만 다저스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LA 다저스는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커쇼의 가을야구 대반전, 희비 갈린 두 좌완 에이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두 터줏대감, 클레이튼 커쇼와 매디슨 범가너의 희비는 올해 극명하게 갈렸다. 오프시즌 동안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한 덕인지 구속을 소폭 끌어올린 커쇼는(2019년 포심 평균 구속 90.3mph → 2020년 91.6mph) 올 시즌 10경기에서 58.1이닝을 던지며 ERA 2.16, FIP 3.31을 기록했다. xwOBA(기대가중출루율)도 2019년 0.296에서 올해 0.263까지 낮추는 등 전성기의 위용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이벌팀 애리조나로 둥지를 옮긴 범가너는 패스트볼 구속이 작년 91.4mph에서 올해 88.4mph까지 하락하며 난타를 당했다. 커리어 내내 3점대를 넘겨본 적이 없던 ERA는 6.48까지 치솟았으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4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두 번째로 나쁜 FIP(7.18)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네 번이나 거르는 등 강점이었던 내구성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커쇼와 범가너의 정규시즌 성적은 원래부터 큰 차이가 났지만, 둘의 라이벌 관계를 흥미롭게 만들어준 것은 포스트시즌에서의 상반된 활약상이었다. 커쇼가 번번이 큰 무대에서 무너지며 다저스의 우승 가뭄에 일조하는 동안, 범가너는 가을마다 크리스티 매튜슨이 살아 돌아온 듯한 피칭을 해내며 우승 반지를 3개나 수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커쇼는 모든 징크스를 떨치며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포스트시즌 5경기 30.2이닝 ERA 2.93) 범가너와의 라이벌 관계에서도 확실하게 앞서나갔다. 한편 범가너의 애리조나는 향후 몇 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요원한 상황이기에, 그가 ‘빅게임 피처’로서의 위상을 재증명하기도 어려워졌다.


‘진짜 리그’는 바로 여기!

시즌이 끝난 뒤 MLB Network에서는 ‘2020년 메이저리그 최고의 플레이 100’을 발표했다. 그런데 1~10위 중 무려 7개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이 포함된 경기에서 나온 플레이였다. 그 정도로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는 볼거리가 풍성하고 경쟁이 치열했던 지구였다.

이는 내년 시즌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일찌감치 2021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고, 샌디에이고는 트레버 바우어 또는 블레이크 스넬 영입을 노리며 다저스에게 복수를 벼르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불펜 투수 여럿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FA 선발 앤서니 데스클라파니를 잡는 등 오프시즌 초반 어느 팀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며, 애리조나는 완전한 리빌딩보다는 리툴링(리빌딩과 윈나우의 중간에 위치하는 개념) 기조 아래 취약 포지션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콜로라도는 야수진의 두 기둥인 놀란 아레나도와 트레버 스토리를 트레이드할지, 계속 안고 갈지의 기로에 서 있는데 현재로서는 후자가 유력해 보이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2021시즌, ‘진짜 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왕좌 쟁탈전을 흥미 있게 지켜보자.

야구공작소 나상인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송인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송인호

참조=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LB.com, Wikipedia, MLB Trade Rum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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