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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순간과 시대를 전시하는 오 사다하루 박물관, 그리고 한국 야구

By 김우빈
2018년 8월 30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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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김우빈] 오 사다하루(왕정치)는 일본 내에서 ‘세계의 홈런왕’이라 불리는 일본 야구의 상징적인 존재다. 선수생활 동안 전세계 프로 리그 최다인 868개의 통산 홈런을 기록했고, 홈런왕 15회, 타점왕 13회, 트리플 크라운 2회의 혁혁한 수상 실적을 올리면서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넘어 일본프로야구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감독으로도 빼어난 업적을 남겼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전신인 다이에 호크스의 사령탑을 맡아 35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며, 제1회 WBC에서는 일본 대표팀을 지도해 초대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오 사다하루 박물관을 홈 구장인 후쿠오카 야후 돔 내부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실제로 방문해 본 오 사다하루 박물관은 그 기대와 명성에 모자람이 없는 공간이었다.

오 사다하루 박물관이 위치한 후쿠오카 야후 돔. (사진=김우빈)

 

오 사다하루 박물관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야구 박물관’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콘텐츠 외에도 오 사다하루가 활약했던 1959년부터 198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첫 번째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당시의 스포츠 뉴스만이 아닌 주요 경제, 정치 뉴스가 교차해 상영되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오 사다하루가 세계를 목표로 성장하던 당대 일본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당대 가정집을 무대로 한 라디오 콩트를 앞세워 오 사다하루의 경기를 시청하던 그 시절 일본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1990년대 후반 IMF 시절 한국인들에게 박찬호가 지녔던 의미를 설명하는 듯한 방식으로, 오 사다하루가 당대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전달해주는 셈이다.

어린 오 사다하루와 형 오 테츠조의 사진. (사진=오 사다하루 박물관 홈페이지)

오 사다하루의 선수 시절 뉴스 자료화면. (사진=김우빈)

오 사다하루의 경기를 시청하던 가정집 풍경을 재현한 모습. (사진 = 김우빈)

 

오 사다하루의 선수 시절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들도 인상적이다. 박물관은 그의 볼카운트별 성적, 홈런 방향, 홈런 허용 투수를 비롯한 다양한 활자 기록들을 제공한다. 박물관 한쪽에서는 오 사다하루의 타격 자세가 선수 생활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한 사진 자료도 감상할 수 있다.

기념비적인 순간들을 담은 영상 자료와 사진 자료도 풍부하다. 전시장 복판의 오 사다하루 동상 주위에는 프로 통산 첫 홈런을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갈아치운 통산 168호 홈런, 베이브 루스와 행크 아론의 기록을 각각 넘어선 715호와 756호 홈런, 마지막 홈런이 된 868호 홈런 등의 수립 당시 상황이 사진과 글로 묘사되어 있다.

오 사다하루의 타격폼 변화 과정. 트레이드마크인 외다리 타법의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진=김우빈)

오 사다하루의 구장별 성적, 상대 구단별 성적, 아웃카운트와 볼카운트별 성적 등이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사진=김우빈)

 

오 사다하루 박물관에서는 그가 기록한 홈런들 가운데 수십 개 이상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행크 아론을 넘어선 756호 홈런 달성 순간과 756호 홈런 축하식, 말년의 은퇴식 영상은 ‘Oh Gate’라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상영된다. 내부 공간에 비치된 태블릿 PC에서도 20개에 이르는 오 사다하루의 주요 홈런 장면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야구팬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체는 언제나 영상이다. 오 사다하루 박물관은 이러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오 사다하루의 ‘순간’들을 후대 팬들에게 소개해준다.

오 사다하루 동상 너머의 대형 스크린 ‘Oh Gate’는 756홈런 달성 순간과 당시 인터뷰, 은퇴식 장면 등을 상영하고 있다. (사진=김우빈)

715호 홈런과 168호 홈런 달성 당시의 사진. 사진 옆에는 오 사다하루의 다른 홈런 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걸려 있다. (사진=김우빈)

 

전시 구간 막바지에 배치된 현역 소프트뱅크 선수들의 옛 사진들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는 오 사다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을 소프트뱅크 팬으로 끌어들이고, 원래부터 소프트뱅크 팬인 관람객들에게는 팬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는 일거양득의 포석이다. 박물관은 현재 소프트뱅크의 주축 선수들이 고시엔 대회에서 착용한 야구용품을 필두로 이들의 어린 시절 사진과 인터뷰, 일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물품과 사진의 배치가 오 사다하루 관련 소장품들의 전시 방식과 동일해서, 마치 이 현역 선수들이 오 사다하루와 동등한 위치로 올라설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박물관 안에서도 야후 돔 외야석과 같은 시야로 경기장을 볼 수 있다. (사진=김우빈)

 

사실 오 사다하루 박물관의 전시 품목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 사용했던 유니폼, 배트, 야구공, 글러브, 신발 등의 소장품들은 일반적인 야구 박물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그럼에도 오 사다하루 박물관이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원동력은 ‘시대’와 ‘순간’을 전달하기 위한 특유의 노력에 있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사진 자료, 지인 인터뷰, 주요 홈런 영상에 담긴 생동감만으로도 전시 품목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순식간에 지워지고 만다. 옛날 야구팬들에게는 향수를, 어린 야구팬들에게는 전설에 대한 경의를 선사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한정된 전시 품목으로도 시대와 순간을 전달해주는 오 사다하루 박물관. (사진 = 김우빈)

 

소장품 확보가 박물관 조성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오 사다하루 박물관의 사례는 훨씬 많은 소장품을 구비하고도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의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과 의미심장한 대비를 이룬다. 이광환 전 감독이 입수한 기념품들로 채워진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은 오 사다하루 박물관의 수 배는 되는 방대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 배트, 유니폼, 사진 등이 유리 벽 너머로 전시되어 있을 뿐, 관람객들이 선수가 활약한 ‘순간’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전시 환경이다. 영상 자료 역시 비디오 테이프로 제공되는 수 시간짜리 한국시리즈 경기 영상 등의 오래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관람객들에게 한 이닝도 아닌 경기 하나를 통째로 감상하며 ‘순간’을 느끼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이다.

한국 야구 역시 장구한 ‘시대’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순간’을 남겼다. 전국민이 박찬호의 선발 등판 경기를 월드컵처럼 지켜보던 IMF 시절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고 최동원과 한문연 포수의 포옹이나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처럼 각 구단을 상징할 만한 순간들도 있었다. 제1회 WBC에서 등장한 마운드 위의 태극기,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에서 나온 이승엽의 역전 홈런, 프리미어 12에서 오재원이 선보인 ‘빠던’ 같은 대표팀의 명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중에는 동시대 팬들의 기억 속에만 남겨두기에는 아까운 순간들이 수두룩하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이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 시대도 있다. 이제는 그 순간과 시대를 담아 후대에게 전해 줄 공간을 마련해야 할 시점 아닐까?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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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야구공작소 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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