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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환골탈태, 프랭키 몬타스의 2021년

By 이한규
2021년 12월 23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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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공식 트위터)

한국시간으로 2021년 7월 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중요한 시리즈를 앞두고 있었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긴 했지만 예정된 3경기를 모두 잡아낸다면 다시 지구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오클랜드 입장에선 직전 5승 10패로 안 좋았던 분위기를 반드시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1차전부터 팀의 원투펀치인 크리스 배싯과 션 머나야가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홈런에 고개를 떨꿨고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 경기를 내리 내준 상황에서 당시 오클랜드 선발 가운데 가장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프랭키 몬타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몬타스는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차이가 극명한 투수였다. 더불어 평균자책점은 4.63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그렇기에 앞선 2경기에서 홈런 4개 포함 16안타를 몰아친 휴스턴의 방망이를 몬타스가 잠재울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몬타스가 10개의 탈삼진과 함께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 이 경기를 기점으로 몬타스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몬타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표 1. 2021년 7월 9일 기준 몬타스의 성적 변화

 Step 1. 더 많은 스플리터

2019년의 몬타스는 선발과 불펜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러다 오프시즌서부터 갈고닦은 스플리터를 장착하는 데 성공하면서 오클랜드 선발 로테이션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16경기 96이닝 2.63). 하지만 그다음 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몬타스는 악셀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 좌타자 공포증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스플리터의 구사율을 18.2%에서 12.9%로 낮췄다. 다시 전처럼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구사한 것이다. 그러자 성적 역시 예전의 몬타스로 회귀했다(11경기 53이닝 5.60).

2021시즌이 시작되기 앞서 몬타스는 MLB.com과 인터뷰에서 다시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꺼내 들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올해 7월 9일 전까지 몬타스는 좌타자를 상대로 보다 더 많은 스플리터를 꺼내 들었다. 좌타자 상대 스플리터 구사율은 18.9%에서 27.7%까지 올랐고 이는 2019년(23.7%)보다도 많은 비중이었다.

하지만 몬타스의 스플리터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되었다. 여전히 우타자에겐 스플리터를 꽁꽁 감췄고 몬타스의 우타자 상대 스플리터 구사율은 7.6%로 10%가 채 되지 않았다.

몬타스의 스플리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7월 9일에 있었던 휴스턴과의 경기였다. 이날 몬타스는 총 29개의 스플리터를 던졌다. 이중 절반인 13개가 우타자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타자 상대로 두 자릿수의 스플리터를 꺼내 든 건 2019년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몬타스가 좌, 우타자 가리지 않고 스플리터를 던진 데에는 당시 호흡을 맞췄던 백업 포수 아라미스 가르시아의 도움이 있었다. 휴스턴과 경기 직전 진행한 불펜 피칭에서 가르시아는 마지막에 받은 몬타스의 스플리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플리터가 이날 경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한 가르시아는 몬타스에게 “마운드 위에서도 이렇게 던질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 몬타스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가르시아는 그가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쓰도록 유도했다.

가르시아의 격려 속에서 몬타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있게 스플리터를 뿌렸다. 그리고 원바운드 공임에도 타자들이 스윙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플리터에 대한 몬타스의 자신감은 더욱더 커졌다. 그렇게 스플리터를 향한 몬타스의 찐한 애정표현이 시작되었다.

표 2. 2021년 몬타스의 월별 스플리터 구사율 변화

Step 2. 선택의 폭을 넓히자

바로 위 그래프에서 확인한 대로 몬타스는 7월을 기점으로 더 많은 스플리터를 던졌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 바로 우타자를 상대로 한 스플리터 구사율이다. 우타자에게 한 자릿수 구사율을 유지하며 최대한 스플리터를 숨겼던 몬타스는 이제 슬라이더만큼이나 스플리터를 자주 꺼내 들었다. 이는 몬타스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틀을 깨는 변화의 첫걸음이었다.

기존의 몬타스는 우타자를 상대로 좌/우 움직임에 치중한 투구 전략을 가져갔다. 종종 존 상단을 공략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몬타스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비슷한 높이로 던지면서 중간중간 투심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찔러 넣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림 1. 2021년 7월 9일 이전 몬타스의 투구 히트맵(왼쪽부터 투심, 포심,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한 시점부터는 기존 투구 전략에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추가됐다. 본격적으로 타자와 눈높이 싸움에 들어간 것이다. 7월 9일을 기점으로 우타자 무릎 밑을 공략하는 스플리터의 비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몬타스의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은 12.6%에서 19.8%로 상승했다. 특히나 이는 타자와의 승부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더 자주 엿볼 수 있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몬타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이 바로 스플리터(38.8%)와 포심 패스트볼(31.8%)이었다.

이렇게 우타자를 상대로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면서 상대 타자들의 머릿속에는 예상치 못한 선택지가 하나 더 더해졌다. 그 결과,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74에서 0.194(160타수 31안타)로 크게 줄었고 삼진 비율 역시 18.3%에서 31.8%로 불어나는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투구 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몬타스는 시즌 초반부터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꺼내 들며 좌타자를 상대했다. 반대로 슬라이더는 주머니 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매년 20% 언저리를 유지했던 슬라이더 비중이 5.7%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이 각각 0.357, 0.627이었을 정도로 몬타스의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 힘을 못썼다. 그렇기에 몬타스가 슬라이더를 감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몬타스는 다시 전처럼 슬라이더를 섞기 시작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슬라이더의 비중이 19.1%로 크게 늘었다.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도전이었지만 몬타스에겐 계획이 있었다. 우선, 몬타스는 최대한 슬라이더를 초구에 배치하면서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후반기부터 몬타스는 전보다 많은 슬라이더를 초구로 활용했다(32.1%). 그리고 같은 기간 몬타스에게 가장 많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선물한 구종이 바로 슬라이더였다. 좌타자에게서 얻은 58개의 초구 스트라이크 중 22개가 슬라이더에서 비롯되었다.

슬라이더의 로케이션 역시 달라졌다. 물론 큰 틀은 유지했다. 전처럼 몬타스는 좌타자의 바깥쪽 코스에 형성되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즐겨 던졌다. 하지만 8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뉴욕 양키스전부터는 이전에 잘 활용하지 않았던 좌타자의 몸쪽 높은 코스로 조준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림 2. 몬타스의 슬라이더 투구 변화(좌-18~21년 8월 27일 이전, 우-21년 8월 27일 이후)

이러한 슬라이더의 로케이션 변화는 스플리터, 투심 패스트볼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거의 동일한 지점에서 뿌려졌던 몬타스의 세 구종은 홈 플레이트에 다다를 때쯤 좌타자의 바깥쪽(스플리터, 투심 패스트볼)과 몸쪽(슬라이더)으로 움직임의 방향이 갈라졌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몬타스의 슬라이더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투구되면서 반대되는 무브먼트의 체감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에 몸쪽 높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구사한 건 정반대의 무브먼트를 가진 구종들의 로케이션 분리를 좀 더 확실하게 함으로써 타자들에게 더 많은 혼란을 주려는 작업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적은 양의 데이터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몬타스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93(88타수 17안타), 피장타율 0.352를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사진 출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공식 트위터)

여러 변화와 함께 시작된 몬타스의 후반기 질주는 실로 눈부셨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87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그가 남긴 2.17의 평균자책점과 102개의 탈삼진은 모두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몬타스의 활약 덕분에 오클랜드는 에이스, 크리스 배싯의 부상 이탈에도 끝까지 가을야구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2005년 배리 지토 이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 200탈삼진에 성공한 선발 투수였기에 몬타스의 2021년은 팀과 팬들에게 더욱이 특별했다.

표 3. 역대 오클랜드 단일 시즌 200탈삼진 달성자

현재 새판 짜기를 준비하고 있는 오클랜드는 몬타스를 포함한 많은 주전급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비록 몬타스가 반쪽짜리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전성기를 커버하는 2년의 컨트롤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입찰 경쟁이 꽤나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이번 오프시즌에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도 오클랜드 입장에선 긍정적인 부분이다.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와는 별개로 몬타스가 내년에도 후반기의 피칭을 재현할 수 있다면 ‘에이스(ACE)’라는 칭호를 얻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참고: The Athletics, Fangraphs, Baseball-Reference, Baseball Savant, MLB.com

야구공작소 이한규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신하나, 유은호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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