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
3부: 야구의 사회공헌, ‘왜’에서 ‘어떻게’로
1·2부(1부: 1~5편, 2부: 6~23편)에서는 한국 야구의 사회공헌을 돌아보며, NPB와 MLB는 이를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운영하는지 살펴봤다. 국내 야구 생태계 전반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왜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제기된다.
관중 증가나 팬 확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공헌이 비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시즌마다 이벤트는 늘어나지만 리그 운영과 야구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흐름도 있다.
3부에서는 한국 야구 사회공헌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을 성과로 보느냐에 있다. 연맹과 구단, 선수, 야구 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사회공헌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접근으로 개선해 갈지 짚어본다.
사회공헌은 왜 구단의 ‘별도 활동’으로 인식되는가
야구의 사회공헌을 떠올리면 구단의 CSR 활동이 먼저 떠오른다. 경기 전 시구와 기부 금액이 적힌 보드 사진, 어린이 대상 야구 교실, 연탄 나눔 봉사 같은 활동이 대표적이다. 눈에 보이고 기록으로 남는 행사들이다. 이러한 활동은 구단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활용되지만 관중 수, 매출, 순위와 같은 핵심 경영 지표와 함께 논의되지는 않는다.

< 대표적인 한국 야구의 사회공헌활동인 연탄 나눔 봉사 >
경기력 강화와 선수 영입, 마케팅 전략은 관중 증가와 매출 확대를 목표로 한다. 예산을 투입하고 성과를 수치로 확인하며, 그 결과는 다음 시즌의 계획과 예산에 반영된다.
사회공헌활동은 다른 방식으로 관리된다. 보고 항목은 행사 회수, 참여 인원, 집행 예산이 중심이다. 활동 이후 참여자가 실제로 경기장을 찾았는지, 첫 방문이 재방문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자료들은 시즌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주요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다. 즉 한국 야구 사회 공헌의 근본적 문제는 활동 규모가 아니라 부적절한 평가 기준에 있다.
이러한 평가 방식 때문에 사회공헌은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활동으로 인식된다. 관중 수나 지역 팬 확대와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으면 활동의 필요성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효과가 보이지 않는데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 3년간 이어진 경남 순회 야구교실 ‘손민한과 놀자’ >
예를 들어 유소년 프로그램 참가자가 몇 년 뒤 실제 관중이 되었는지, 지역 협력 활동이 해당 지역의 관람 비율을 높였는지는 거의 추적되지 않는다. 유소년의 야구 경험이 특정 팀이나 선수를 지지하는 계기로 이어졌는지,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했는지도 중요한 변화지만 현재의 지표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체육 활동 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체험의 장이 제공되었는지, 그 경험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졌는지도 장기적인 가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는 종목의 기반을 넓히는 과정이 되나 즉각적인 매출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회공헌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그러나 평가는 단기 수치로 이루어진다. 변화를 기록하고 축적하는 체계가 없다면 사회공헌은 장기 전략이 아니라 일회성 행사로 남게 된다.
경기력은 분석하는데, 존재 기반은 왜 분석하지 않을까
프로구단과 리그는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세밀한 지표를 설계한다. 공격과 수비를 구분하고, 득점 과정과 실점 원인을 수치로 확인한다. 승패뿐 아니라 그 과정을 분석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수치로 확인해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하지 않는 영역은 관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관중 기반과 지역 관계를 다루는 영역은 그만큼 세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경기력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결과가 드러난다.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고 다음 계획에 반영된다. 반면 기반을 넓히는 활동은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특정 활동의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단기간에 성과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후자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프로구단의 지속 가능성은 경기력과 관중 기반이 함께 움직일 때 확보된다. 경기력이 상승해도 관중 구조가 넓어지지 않으면 수익 구조는 불안정하다. 반대로 기반이 두터워지면 성적 변동에도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생긴다.
관중과의 접점이 확장되지 않는다면 프로구단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조직이라기보다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팀에 가까워진다. 프로라는 이름은 시장과 팬의 지지 위에서 성립한다.
SROI 관점과 ‘생태계 지표’의 필요성
해외 스포츠에서는 활동의 가치를 단기 노출이 아니라 장기 변화의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축구 클럽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분석한 연구는 재무 성과뿐 아니라 지역 경제 효과와 참여 확대까지 함께 측정했다. J리그 사례도 CSR 활동이 팬 충성도와 지역 유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치로 제시했다. 팬 및 지역과의 관계 변화를 성과로 본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해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구조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은 달리 설정할 수 있다. 장기 기반 형성을 평가에 포함하는 접근은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
한국 야구 역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유소년 시스템, 학교 야구, 지방자치단체 협력, 지역 팬층 형성은 종목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요소다. 그런데 이 영역은 행사 실적으로만 정리된다. 무엇을 성과로 정의할지, 어떤 지표로 변화를 확인할지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 연고 지역 아마추어 야구팀에 용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화 이글스 >
여기에서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SROI는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기반의 변화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프로 스포츠 구단은 기본적으로 ROI(Return on Investment)의 틀 안에서 운영된다. 투자 대비 매출과 관중 증가가 주요 기준이다. 광고, 선수 영입, 마케팅은 이 논리에 따라 평가된다. 기반을 다지는 활동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면 효과가 낮게 보일 수밖에 없다.

< 표 = ROI와 SROI 비교 >
유소년 프로그램이나 지역 협력은 당장의 매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영역을 설명하려면 ROI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기 변화를 함께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를 야구 생태계 전반에 적용하면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관련 활동을 개별 구단의 행사로 두지 말아야 한다. 야구 생태계 차원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 유소년 등록 인원, 학교 야구 지속률, 지역 관중 구성, 참여 이후 종목 잔존율은 협회와 현장이 공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최 회수가 아니라 변화의 추이다.
둘째, 단기 노출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참여율, 팬 전환율, 지역 참여 확대처럼 관계의 유지와 확장을 확인하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야 관련 활동이 홍보에 머물지 않고 성장 전략과 연결된다.
셋째, 이러한 기준을 다른 영역과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교육, 복지, 도시 정책, 건강 산업과 협력할 때 참여 증가와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야구는 지원에 의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역할을 나누는 위치에 있다.
구단 단위의 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프로와 아마추어, 학교와 지역 클럽을 포함한 야구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해야 한다. 경기력뿐 아니라 기반의 변화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영향력이 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종목인 만큼 야구가 먼저 기준을 제시하면 그 기준은 다른 종목에도 참고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활동의 확대가 아니다. 성과의 기준을 정하고 변화를 축적하는 일이다. 변화하려는 노력이 곧 한국 야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참고 =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Deloitte.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강상민,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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