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응원가, 불러도 될까요? (2) 야구 응원가 분쟁,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익숙했던 응원가들이 사라진 야구장(사진=한민희)

 

[야구공작소 한민희] 전 칼럼에서 이번 소송의 쟁점인 ‘저작인격권’을 포함한 저작권 전반에 대해 살펴봤다. 이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해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 살펴보기

원고, ‘동일성  유지권’ 침해를 주장

원고는 삼성라이온즈가 원고의 저작물(가사, 곡)을 무단으로 변경•사용했다며,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를 주장한다. 앞서 살펴본 내용과 같이, 동일성 유지권은 저작권법 제13조에 따르면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제목)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경우 응원가 원곡은 원고의 저작물이기 때문에 동일성 유지권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의 동일성 유지권은 정말 침해된 걸까?

 

KBO가 지급해온 저작료는 ‘저작재산권’ 사용료

KBO 관계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에 저작료를 지급했다고 반박한다. 원고들의 주장은 억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KBO가 낸 저작료는 원곡의 온전한 사용을 전제로 한 ‘저작재산권’ 사용료다. 실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신탁받은 음악을 선거로고송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작할 경우 저작자가 서명한 개작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선거로고송 사용승인 절차(출처=한국음악저작권협회)

 

즉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신탁받은 저작물을 온전히 사용하는 경우를 전제로 저작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KBO가 지급해온 저작료는 응원가 원곡을 변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 사용료뿐이다. 또한, 동일성 유지권이 ‘저작인격권’의 한 종류인 만큼 ‘저작재산권’의 이용에 대한 주장은 적절한 항변이 아니다.

 

피고가 사용한 야구 응원가,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나?

야구 응원가는 일반적으로 원곡 일부만 발췌해 선수나 팀의 호칭을 넣어 개사하는데, 응원가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원고는 이러한 야구 응원가가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만약 피고가 배상하지 않으려면 ① 원곡의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형한 것이라고 주장•증명하거나, ② 원곡을 기초로 하여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창작성이 부가된 전혀 별개의 저작물2차적저작물이라고 주장•증명해야 한다.

침해 여부의 쟁점엔 2차적저작물이 있다. 저작권법은 동일성 유지권의 범위 내에 있거나 이를 침해한 것에 대해 독립된 저작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것에 대해선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한다. 이것이 2차적저작물이다.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에 기초해 실질적 유사성을 갖고 있으나, 원저작물의 동일성유지권과 무관한 별개의 저작물이다. 따라서 2차적저작물에는 저작권, 즉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존재한다. 결국, 응원가가 2차적자작물로 인정될 경우,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원저작물 저작자의 저작재산권 중 ‘2차적저작권작성권’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작권법은 2차적저작물에 대해 저작물로 인정하고 보호한다.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제한 없이 인정할 경우 제삼자의 창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삼자의 창작 의지가 꺾이거나, 창작성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차적저작물이 원저작물에 기초하고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 만큼, 저작권법은 2차적 저작권 작성권을 침해한 것에 관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원저작자는 2차적저작물의 작성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살펴보면, ①번 주장과 관련해「대중가요의 일부를 발췌하여 일부분의 선율을 변경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물의 부분적 이용이 전체 저작물의 이용임을 알 수 있고, 저작물에 표현된 저작자의 사상•감정이 왜곡되거나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이 오인될 우려가 없는 경우, 동일성 유지권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노래반주기용 반주곡으로 제작하면서 일부분의 선율을 변경하고, 원곡과 다른 코러스, 랩, 의성어 등을 삽입하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변경만으로는 음악저작물을 노래반주기에 이용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변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문제가 된 응원가의 변형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일 경우, 원곡의 동일성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②번 주장과 관련해,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가사를 허락 없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변경한 사건」이 있다. 이때 1심 법원은 「어떤 저작물이 원저작물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상, 주제 또는 소재가 같거나 비슷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원저작물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성을 가하여 사회 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지고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두 노래를 비교하며, (i)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가사는 ‘돌아와요 충무항에’가사에 의거해 만들어졌고, (ii) 가사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iii)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단순히 ‘돌아와요 충무항에’ 가사를 ‘충무항’에서 ‘부산항’으로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 대신 떠나간 형제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또한, 곡의 리듬과 화성에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일부 표현이 수정됐으며, 특히 2절 가사는 항구의 풍경을 표현하는 것에서 재일동포의 귀환과 관련된 내용으로 대부분 바뀌는 등 새로운 창작성이 더해진 2차적 저작물이라고 판시했다.

위의 사례와 같이 응원가가 원곡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과 창작성이 인정받는다면, 응원가 자체를 2차적저작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피고가 항변할 수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왜 원고가 피고에게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만 주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가 사용하는 야구 응원가를 2차적저작물, 즉 독립된 저작물로 보지 않기에 동일성 유지권을 지적하고 있다. 원고가 피고의 응원가를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할 필요가 없는 점, 응원가가 2차적저작물로 인정될 경우 피고는 원고 외 제삼자에게 2차적저작물에 대한 온전한 저작권을 갖는 점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청구로 보인다.

또한 모든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한다. 이는 2차적저작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선수 이름, 팀명, 응원구호만을 넣어 개사한 응원가를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인정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많다.

혹자는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부당한 판단이다. 저작권법이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 요건을 저작자의 명예 훼손 여부로 규정하지 않은 이상 저작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형해서 해석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즉, 저작자의 명예훼손이 발생할 경우 형사제재까지 가하도록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저작인격권이 침해되면 명예훼손의 유무나 정도와 무관하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야구 응원가 분쟁,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야구 응원가의 동일성 유지권 침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구단은 적극적으로 저작자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동일성 유지권이 저작자의 정신적 측면과 관련돼 비용을 책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저작자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구단은 자체적으로 응원가를 만들어 스스로 저작자가 되려고 시도했다. 저작자가 변형 및 사용을 허락한 공유저작물이나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나 저작인격권 문제가 없는 곡을 사용한 응원가를 만들었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창작하거나 공모전을 열어 저작재산권을 양도받기도 한다. 이외에도 구단의 팬인 저작자가 구단에 응원가를 기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응원가 공모 이벤트(출처=LG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가수 김준선은 ‘아라비안나이트’ 개사해 응원가로 기증했다.(출처=LG트윈스)

 

[맺음말]

저작권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도 깊게 연관돼있다. 어젯밤 재밌게 본 드라마의 장면을 캡처해서 SNS에 무단으로 게시하는 것,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서 개인 블로그에 게시하는 것도 때에 따라 저작권침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로 인해 블로그에서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통보를 받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저작권은 저작자의 창작에 대한 인정이자 저작물 창작의 원동력이다. 그동안 익숙하게 불러온 응원가를 부르지 못해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프로야구가 모범적인 준법 스포츠로 나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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