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박동원 사건, 핵심 쟁점은?

23일 오전, 야구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조상우와 포수 박동원이 전날 밤 인천의 모 호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범행 장소로 알려진 곳이 넥센 히어로즈의 원정 숙소로 알려져 더욱 충격이 컸다.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 등에서 충분히 답하지 못한 질문을 짚어본다.

 

Q1. 조상우와 박동원에게 적용될 혐의는 무엇일까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면 준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나 적용 법조는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넥센 구단 관계자는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어제 경기를 마친 후 외부에서 술자리를 갖고 해당 여성과 함께 숙소로 들어왔다고 한다. 숙소에서 좀 더 마시다가 한 선수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한 선수와 여성이 따로 남았다.”면서 “관계를 한 선수는 강압에 의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경찰 조사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관계자의 설명과 같이, 두 선수는 ‘준강간’ 혐의를 받는다. 법률에 따르면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심신상실의 상태’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다. 심신장애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초에 국한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거나 만취한 경우도 포함한다. ‘항거불능의 상태’란 앞서 거론한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할 수 없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를 뜻한다.

준강간을 일반 강간과 같이 처벌하는 이유는 정신적,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강간죄처럼 폭행 또는 협박을 간음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된다.

여성이 만취하여 성관계에 대해 정상적인 동의를 할 수 없다는 점, 즉 심신상실 상태라는 점을 두 선수가 인식한 후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상황에서는 준강간 혐의가 인정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신고내용에 의하면 준강간 행위자가 2명이라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 성폭력처벌법)」은 2명 이상이 같이 준강간을 범한 사람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만약 두 선수가 여성을 함께 준강간하기로 공모한 후 범행에 이른 것이라면, 일반 형법이 아닌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특수준강간’이 된다. 형법은 준강간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상 특수준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더욱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

 

Q2. 제3자인 친구의 신고, 적법한 신고인가?

이번 사건은 여성의 친구가 112 신고전화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3년 6월 성범죄를 친고죄로 보는 규정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피해자가 아니라도 성범죄 사실에 대해 신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여성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적법하다.

 

Q3. 두 선수를 임의동행하지 않은 것, 위법한가?

경찰은 112 신고가 접수된 후 숙소에서 두 선수를 조사했고, 당일 경기가 있어서 임의동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두 선수가 임의동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사기관이 선수들에게 편의를 봐주었다거나 두 선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 논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사의 임의성 원칙, 그리고 임의동행의 의미에 관해 확인해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임의성’을 원칙으로 한다. 수사의 ‘임의성’은 ‘강제성’과 반대개념이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하고, 강제처분은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연결된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영장이 없는 한 체포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긴급체포나 현행범인체포의 경우에도 체포 이후 바로 영장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그 타당성을 판단하여 발부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피의자와 수사기관까지 동행할 수 있는데, 이를 임의동행이라고 한다. 임의동행은 피의자, 즉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판례는 두 가지 사례에서만 적법한 임의동행으로 인정한다.

①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준 경우

②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동행과정에서 이탈하거나 동행 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으로의 동행이 이루어진 것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

결국 임의동행에 응할지는 조상우와 박동원의 자율에 맡겨진 것이고, 실제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해 임의동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앞으로의 수사진행에 따라 수사기관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Q4. 두 선수에 대해 KBO가 활동정지를 내린 근거는?

KBO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선수에 대해 참가활동정지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고, 실제로 당일 오후 참가활동정지를 결정했다. KBO 규약 제151조는 리그관계자의 품위손상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성폭력 등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규약 제152조는 품위손상행위의 사실을 인지한 경우 또는 그에 관한 신고·확인과정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면 KBO의 제재가 정해질 때까지 참가활동을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KBO 규약 제151조 (출처 : KBO 홈페이지)

KBO 규약 제152조 제5항 (출처 : KBO 홈페이지)

 

KBO가 두 선수의 참가활동을 정지한 것이 두 선수의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는 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리그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 규약 자체가 타당한지는 논외로 하고, KBO의 조치 자체는 규약에 근거한 것이다.

 

마치며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두 선수를 응원했던 팬들은 물론 프로야구에 애정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한 선수의 경우는 이미 가정을 꾸린 상황이라 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현재 세간에서는 두 선수와 여성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의 확산으로 인해 한쪽의 입장만이 받아들여져 2차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두 선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성실히 조사를 받고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두 선수의 참가활동은 정지되었지만, 팬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선수로서의 책임은 남아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야구공작소 한민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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