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탬파베이 레이스 – 여전한 스몰마켓의 설움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경령)

시즌 전 팬그래프 예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 (81승 81패)
실제 성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 (80승 82패)

[야구공작소 최윤석] 2014시즌부터 3시즌 연속으로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한 템파베이 레이스는 어느새 과거의 ‘데블레이스’ 시절로 회귀하고 있었다. 팀명 변경 후 처음으로 지구 최하위를 차지했던 2016시즌은 그 하락세에 방점을 찍은 시즌이었다.

그렇게 맞이한 지난 겨울. 탬파베이는 윌슨 라모스와 네이선 이발디처럼 부상을 안고 있던 선수들과 계약을 맺었고, 데릭 노리스와 콜비 라스무스처럼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대단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 시즌을 향한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었다.

전반기의 탬파베이 타선을 이끈 3인방 수자, 디커슨, 모리슨 (사진=Wikimedia Commons)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12승 14패에 그쳤던 4월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상은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5월 이후 예상을 뒤집고 가을야구 진출을 경쟁하는 팀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그 원동력은 강력한 타선에 있었다. ‘각성’한 코리 디커슨과 로건 모리슨, 스티븐 수자 주니어가 이끈 탬파베이의 타선은 전반기 내내 불을 뿜었다. 선발 로테이션도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공백이 생긴 자리에는 화수분 같은 마이너리그 팜에서 등장한 제이크 파리아가 들어서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타자와 투수, 베테랑과 신인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탬파베이는 전반기 동안 0.522의 승률을 기록하며 4년 만의 가을야구를 ‘정조준’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탬파베이는 자본이 한정되어 있는 팀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7월 동안 서지오 로모, 스티브 시셱, 댄 제닝스 등을 영입하며 불펜을 강화했지만 대량의 자본과 유망주를 투자해 특급 선수들을 수급해오는 경쟁자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을 이끌던 3인방과 트레이드로 데려온 루카스 두다의 방망이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 탬파베이의 후반기 팀 득점은 리그 최하위였고, 승률 역시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후반기의 타선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탬파베이는 결국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있는 지구 3위, 80승 82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구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했지만, 5할 승률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케이시 길라스피 같은 유망주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해버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는 2017시즌이었다.

 

발전한 선수 – 스티븐 수자 주니어
617타석 0.239/0.351/0.459 30홈런 78타점 fWAR 3.7

스티븐 수자 주니어(사진=Wikimedia Commons)

스티븐 수자 주니어가 지난해까지 선보였던 타격은 준수한 공격력이 요구되는 주전 우익수 자리를 보장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거나 0.2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은 한 시즌도 없었고, 지난 두 시즌 동안의 wRC+(조정득점생산력)도 9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 수자는 선구안에서 큰 발전을 이뤄내면서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2015시즌에는 28.2%를, 2016시즌에는 무려 33.0%를 기록했던 수자의 O-Swing%(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공에 스윙을 가져간 비율)은 올 시즌 26.2%까지 줄어들었다. 덕분에 볼넷 비율은 지난 시즌의 곱절 이상인 13.6%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러한 선구안의 발전은 양질의 타구를 더 많이 생산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타격 성적의 현격한 향상을 이끌어냈다.

수자의 2017년 전ㆍ후반기 타격 성적

시즌 전체로 보면 아쉬운 면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구안이 무너져 내렸고, 타구의 질도 나빠지면서 전체적인 성적이 하락세를 탔다. 홈런 페이스는 후반기에도 그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2할에도 미치지 못했던 타율로 인해 전반기만한 위력을 발휘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까지 한 시즌에 125경기 이상 출전해본 적이 없었던 수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가장 큰 원인은 체력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년간 탬파베이의 타선을 이끌어줘야 하는 선수인 만큼, 2018년에는 이를 반드시 극복해내야 할 것이다.

최고의 선수 – 로건 모리슨
601타석 0.246/0.353/0.516 38홈런 85타점 fWAR 3.3

로건 모리슨(사진=Wikimedia Commons)

모리슨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107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시즌을 마친 뒤 1년 250만 달러의 저렴한 금액으로 탬파베이에 잔류했다. 계약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2017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리슨을 향하는 사람들의 기대치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팬그래프에서 예상한 모리슨의 2017시즌 성적은 25홈런 74타점, fWAR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플라이볼 열풍’에 합류한 올 시즌의 모리슨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타자가 되어 있었다. 12.1도에서 17.6도로 높아진 타구 발사각에 힘입어 커리어 하이인 66.7%의 ‘뜬공+라인드라이브’ 비율을 기록했고, 자신이 지닌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4번 타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모리슨의 커리어에서 한 시즌에 140경기 이상을 소화했던 시즌은 2015시즌과 올 시즌뿐이다. 여기에 2012시즌부터 기나긴 부진에 시달리면서 5시즌 동안 평균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전력도 있다. 그러던 그가 29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으니, 앞으로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해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8년은 그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다.

 

아쉬웠던 선수 – 에반 롱고리아
677타석 0.261/0.313/0.424 20홈런 86타점 fWAR 2.5

에반 롱고리아 (사진=Wikimedia Commons)

롱고리아의 2016시즌은 희망적이었다. 지난 2시즌 동안의 부진을 딛고 커리어 하이인 36홈런을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팀의 중심타자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구단과 팬들에게 심어줬다. 그러나 야심 차게 맞이한 올 시즌, 롱고리아는 또 한 번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부상 없는 건강한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롱고리아는 지난 시즌의 절반 남짓인 20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부상으로 74경기에밖에 나서지 못했던 2012년 이후로 가장 적은 홈런이었다. 96에 그친 wRC+ 역시 롱고리아답지 않았다. 데뷔 이래로 롱고리아의 wRC+가 100보다 낮았던 시즌은 이번 시즌뿐이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타구의 질 하락에 있었다. 타구 발사각이 1년 사이에 18.3도에서 12.7도로 낮아지면서 커리어 로우인 56.6%의 ‘뜬공+라인드라이브’ 비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타구 속도마저 86.7마일(약 139.5km/h)로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앞으로도 탬파베이는 롱고리아와 최소 5년 8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행해야만 한다. 시즌 종료 후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는 하지만, 타격에서 내리막을 걷는 선수에게 연평균 1700만 달러를 지출한다는 것은 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제 정말로 롱고리아와의 이별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중요했던 순간 – 양키스와의 4연전 (7/27~7/30)

7월 26일(이하 현지시간)까지만 해도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보스턴 레드삭스와 2위 뉴욕 양키스를 3경기 이내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와일드카드 순위 역시 2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1경기 차로 뒤진 3위. 하지만 같은 달 27일부터 30일까지 벌어진 양키스와의 4연전에서 탬파베이의 기세는 결정적으로 꺾여버리고 말았다.

탬파베이가 이 4연전에서 거둔 성적은 1승 3패. 크리스 아처 – 오스틴 프루이트 – 블레이크 스넬 – 제이크 파리아를 내세우면서 2승 이상을 노렸지만 불펜 투수들의 난조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기세가 현격하게 꺾여버린 탬파베이는 남은 시즌 동안 18승 24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결국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한 채로 시즌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마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1년이 막을 내렸다. 지난 겨울부터 단장직을 넘겨받은 에릭 니엔더 단장은 탬파베이답지 않은 유망주 트레이드까지 감행하면서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지만, 결국 자본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탬파베이의 부족한 자본력은 이번 오프시즌에도 어김없이 화두로 떠올랐다. 얼마 전, 스튜어트 스턴버그 구단주는 연봉조정이 끝나면 8000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의 연봉 총액을 감축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는 곧 코리 디커슨, 알렉스 콜로메 등의 주축 선수들과 프랜차이즈 스타 롱고리아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탬파베이가 내년 시즌을 포기할 계획이라는 뜻은 아니다.

올겨울에도 탬파베이는 어김없이 리툴링에 힘쓸 것이다. 니앤더 단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오프시즌 동안 트레이드를 시도하되, 리빌딩에 돌입하지 않고 당장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래에는 포스팅을 통한 미국 진출을 선언한 오타니 쇼헤이에게 진지한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홈 구장 신설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탬파베이로서는 성적을 완전히 포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그들만의 ‘비교우위’다. 10년 전에는 탬파베이를 비롯한 몇몇 구단들의 전유물이었던 세이버메트릭스가 이제 대부분의 구단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이는 탬파베이가 그간 구사해왔던 저비용 고효율의 영입 전략을 재현해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탬파베이가 올겨울에도 특유의 전략적인 영입으로 선수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야기다.

기록 출처: MLB.com, Fangraphs.com, Baseball Savant,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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