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홍기훈] 10월 3일(현지 시간), 뉴욕 양키스는 철벽 불펜진의 위용을 과시하며 와일드카드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양키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이하게 된 팀은 시즌 막바지에 22연승을 기록하며 한껏 기세를 올린 아메리칸리그 1번 시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여러 매체들이 다채로운 예측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글에서는 두 팀의 선발 로테이션, 그 중에서도 조금은 의외였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택과 배경을 집중적으로 다뤄볼까 한다.
바우어가 1차전을?
사이영상이 유력한 코리 클루버(18승 4패, 평균자책점 2.25)와 그에 버금가는 2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18승 6패, 평균자책점 3.29)를 보유한 인디언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차전 선발로 트레버 바우어(17승 9패, 평균자책점 4.19)를 예고했다. 인디언스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인디언스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클루버를 두 경기에 내보내면서도 정상적인 4일 휴식을 지켜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1차전과 4차전에 출장하는 선발투수는 3일간의 휴식밖에 갖지 못하지만, 2차전과 5차전에 나서는 투수는 그보다 하루 많은 4일을 휴식할 수 있다. 4차전과 5차전 사이의 이동일 덕분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디비전 시리즈 1차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 4차전 그리고 월드 시리즈 1, 4, 7차전에 등판했던 클루버는 3일 휴식을 취했던 세 경기에서 15이닝동안 7실점(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하며 1승 1패에 그쳤지만, 보다 오랜 휴식을 취했던 세 경기에서는 19.1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3승 무패를 질주했다.
인디언스의 포스트시즌을 좌우할 특급 에이스 코리 클루버(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그렇다면 왜 카라스코가 아닌 바우어가 먼저였을까? 2, 5차전에 클루버가, 4차전에 조시 톰린이 예정대로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바우어와 카라스코는 각각 1차전과 3차전 중 한 경기에만 등판할 수 있다. 이 두 경기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경기가 열리는 장소에 있다. 1차전은 클리블랜드의 홈에서 열리고, 3차전은 양키스의 홈에서 치러진다. 그리고 바우어는 올시즌 홈경기에서, 카라스코는 원정경기에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불펜투수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도 바우어가 1차전에 던지는 쪽이 유리하다. 클루버와 카라스코가 올시즌 선발등판마다 각각 7.02이닝, 6.25이닝을 평균적으로 소화한 반면, 바우어와 톰린은 6이닝을 밑도는 5.67이닝, 5.42이닝을 투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바우어와 톰린이 3차전과 4차전에 연달아 나선다면 불펜에도 무리가 가기 쉽다.
혹자는 1차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인디언스의 선택을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디비전 시리즈가 생긴 1995년 이래 5전 3선승제 디비전 시리즈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간 확률은 무려 71.6%에 달한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1차전만이 아닌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안 2차전을 승리한 팀의 73.8%가, 3차전을 승리한 팀의 72.7%가 챔피언십 시리즈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첫 두 경기를 1승 1패로 나눠 가졌던 36번의 경우에도 1차전을 이긴 팀이 17번을, 2차전을 이긴 팀이 19번을 진출했다. 이쯤 되면 1차전이 2차전보다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카라스코를 클루버 바로 다음 경기에 놓는 선택에는 이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자연스럽게 클루버 – 카라스코의 원투펀치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디비전 시리즈를 통과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1번 시드 팀답게 더 높은 곳을 바라본 선택이었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양키스는?
양키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에 오클랜드에서 데려온 소니 그레이(양키스 성적 4승 7패, 평균자책점 3.72)를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와일드카드전에서의 난조로 투구수가 많지 않았던 에이스 루이스 세베리노의 2차전 투입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조 지라디 감독은 베테랑 CC 사바씨아(14승 5패, 평균자책점 3.69)를 선택했다. 3차전은 다나카 마사히로(13승 12패, 평균자책점 4.74)가, 4차전은 세베리노가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 변수, 날씨
바우어는 1차전 등판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다섯 경기에 모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클루버 또한 1차전 선발의 향방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상 스케쥴대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점을 반겼다. 하지만 이 계획에도 변수가 있다. 바로 2차전이 열리는 금요일의 날씨다. 이날 클리블랜드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만일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다면 이동일인 토요일에 2차전이 치러지게 된다. 클루버의 휴식일은 다시 3일로 줄어들고 마는 것이다.
과연 인디언스는 4차전 이내로 시리즈를 확보하면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 클루버를 내세울 수 있을까? 4일을 쉰 클루버는 5차전에서 기대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인디언스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이 선택의 향방이야말로 디비전 시리즈의 또다른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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