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소토에게서 알버트 푸홀스가 보인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
필자는 후안 소토를 보고 종종 알버트 푸홀스를 떠올렸다.
둘은 좌우 타석이 다르고 스윙의 성격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타석에서 두 선수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에는 분명 닮은 구석이 있다. 두 발을 넓게 벌리고 무릎을 굽힌 채 중심을 낮춘다. 흔히 ‘기마자세’라고 부르는 형태다.
특히 소토는 2스트라이크 이후 이 특징이 더 뚜렷해진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소토의 양발 간격은 2스트라이크 이전 약 40인치에서 이후 45인치까지 넓어졌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넓은 2스트라이크 스탠스였다. 평소에는 앞발을 안쪽으로 틀고 일반적인 스트라이드를 사용하지만, 2스트라이크에서는 앞발을 지면에 평평하게 두고 스텝을 크게 줄인다. 소토는 이를 두고 움직임을 줄이고 배트를 공까지 더 짧게 가져가기 위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소토는 2026년 한 시즌에 두 차례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4월에는 주루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1루에서 3루로 뛰던 중 불편함을 느꼈고 MRI 검사에서 염좌가 확인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7월에는 반대쪽이었다. 7월 중순부터 왼쪽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끼던 소토는 이후 경기에서 1루를 밟는 과정에서 통증이 악화됐고, 검사 결과 Grade 2 염좌가 확인됐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두 부상 모두 타격 동작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넓고 낮은 스탠스가 종아리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고 입증한 연구도 현재까지 찾기 어렵다. 따라서 소토가 종아리를 다친 이유를 그의 타격폼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이 글에서 묻고 싶은 것은 오히려 반대다.
낮고 넓은 스탠스가 부상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하체 부상 이후에도 타자가 이 스탠스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타격 메커니즘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비슷한 자세를 오랫동안 사용했고, 커리어 후반 하체 기능 저하와 함께 실제 타격 자세를 수정했던 푸홀스의 사례는 이 질문을 살펴보기에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같은 넓은 베이스, 다른 사용법
전성기 푸홀스는 넓은 베이스 안에서 큰 움직임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뒤쪽 고관절에 하중을 실은 뒤 앞발을 짧게 움직였고, 착지 이후 앞다리로 전진하는 몸을 빠르게 받아냈다. 이어 골반이 강하게 회전하고 몸통과 배트가 뒤따랐다.
즉 푸홀스에게 넓은 스탠스는 하체의 움직임을 짧게 만들면서도, 지면에서 만들어낸 힘을 빠르게 회전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반에 가까웠다.
소토 역시 넓은 베이스를 사용한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탠스를 더 넓히고 앞발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중심을 뒤에 조금 더 오래 남겨두면서 공이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이후 손과 배럴을 조절한다. Baseball America는 데뷔 초기 소토를 평가하면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한 채 공을 깊숙이 끌어들이는 능력과, 배럴을 타격 구간에 오래 남겨두는 능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 푸홀스와 소토의 타격폼 >
두 스윙을 떠받치는 기반은 결국 하체다.
타격에서 하체가 하는 일
타격에서 힘은 손과 팔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로 타자의 스윙을 3차원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타자가 처음 뒷발 쪽으로 체중을 이동한 뒤 스트라이드하고, 앞발이 지면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체중의 약 123%에 해당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골반 회전, 어깨 회전, 배트 가속이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최근 대학 야구선수 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앞발의 최대 수직 지면반력은 평균 체중의 159%, 합성 지면반력은 170% 수준이었다. 두 값 모두 배트 스피드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 역시 앞다리가 지면반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키네틱 체인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이 배트 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타격을 단순히 허리나 상체의 회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스윙 초반에는 뒷다리 쪽에 하중이 실리고, 스트라이드 이후에는 앞다리가 전진하는 몸을 받아내면서 지면과 상호작용한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힘은 골반과 몸통을 거쳐 배트의 가속으로 이어진다.
고관절 역시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엘리트 고교·대학 야구선수 2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스윙 초반 앞쪽 고관절의 외회전이 선수의 수동 가동범위 끝에 가까워졌고, 팔로스루에서는 뒤쪽 고관절의 신전 역시 최대 수동 가동범위에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다리와 뒷다리는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스윙에 관여한다.
< 타격 키네틱 체인 >
하체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의 타격 동작을 그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푸홀스에게는 실제로 그런 변화가 나타났다.
푸홀스에게 일어난 변화
푸홀스의 전 동료 데이비드 프리즈는 그의 자세를 오랜 기간 유지하기 매우 힘든 자세로 기억했다.
프리즈는 푸홀스가 타석에서 워낙 깊게 내려앉았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20년 가까이 유지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오랫동안 다리와 허리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푸홀스는 커리어 후반 여러 하체 문제를 겪었다. 2013년에는 왼발 족저근막이 부분 파열되면서 시즌을 일찍 마쳤고 이후에도 오른발과 발가락, 무릎 등의 문제와 수술이 반복됐다.
성적 역시 크게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던 2001~2011년 푸홀스는 167 wRC+와 81.3 fWAR을 기록했지만, 에인절스 이적 후 2012~2016년에는 119 wRC+, 이후 2017~2021년에는 84 wRC+까지 하락했다.
물론 이 하락을 하체 부상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푸홀스는 이미 30대에 접어들어 있었고 나이에 따른 반응 속도와 배트 스피드의 감소, 리그 환경의 변화 등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존재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타격폼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푸홀스는 2018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타석에서 항상 다리를 깊게 굽혀 낮은 자세를 만들었지만, 여러 부상을 겪은 뒤에는 조금 더 높게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뒤쪽 무릎 수술 이후 예전처럼 깊게 내려앉으면 무릎 상태가 다시 악화돼 이전만큼 자세를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 2006년과 2019년 타격폼 비교 >
타격 과정에서도 하체 기능 저하의 흔적이 관찰됐다.
당시 에인절스도 푸홀스의 하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2014년 “지난 몇 년간 푸홀스는 하체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타격했다”고 말했다. 스윙 도중 무릎이 순간적으로 잠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자세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성기에는 바깥쪽 공까지 강하게 받아쳤던 푸홀스가 점차 해당 코스를 커버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고, 바깥쪽 공을 상대로 헛스윙이 늘고 장타력도 감소했다. ESPN은 이를 푸홀스의 하체 상태가 타격에 미친 변화 중 하나로 짚었다.
낮고 넓은 타격폼 때문에 다쳤다기보다, 하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낮고 넓은 자세를 기반으로 만들어온 기존의 타격 메커니즘을 그대로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그렇다면 소토에게도 같은 문제가 생길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우선 소토의 두 종아리 부상은 모두 타격 동작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넓은 스탠스와 종아리 부상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도 없다.
두 번째 부상 이전까지 타격 생산성이 무너지는 징후도 없었다. 소토는 84경기에서 .283/.408/.539, 21홈런을 기록했고 wRC+는 159에 달했다. 적어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까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타자였다.
소토는 아직 27세다. 이번이 커리어의 지속적인 하체 기능 저하를 의미하는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정규시즌 648경기 가운데 632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이전까지는 상당히 건강한 선수였다.
그럼에도 그의 복귀 이후 타격폼은 흥미롭게 지켜볼 대상이다.
특히 주의할 점은 결과보다 움직임 자체다.
일반 카운트와 2스트라이크에서 양발 간격이 이전과 같은지, 셋업에서 골반 높이가 달라지지는 않는지, 앞발의 스트라이드와 착지 방식에는 변화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상 부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보다 조금 더 높게 서거나 앞발 혹은 뒷발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 다음에는 스윙 지표를 볼 수 있다. Bat Speed와 Swing Length가 부상 이전과 같은 수준인지, 빠른 스윙의 비율이나 배럴 컨트롤에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 뒤 평균 타구속도와 Hard-hit%, Barrel%, 타구 방향 같은 결과 지표까지 함께 보면 변화가 실제 생산성에 연결됐는지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푸홀스는 하체 부상이 반복된 뒤 실제로 자신의 자세를 수정했고 그 이유가 하체 상태에 있었다고 직접 설명했다.
소토에게도 같은 과정이 반복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소토가 회복한 뒤 이전과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방식으로 공을 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부상을 계기로 지켜볼 점은 분명하다.
두 번의 종아리 부상을 겪은 그의 하체가, 지금까지 그를 특별한 타자로 만들어온 낮고 넓은 자세를 이전과 똑같이 지탱할 수 있냐는 것이다.
참고 = fangraphs.com, Mlb.com, Baseball America, espn.com
야구공작소 채하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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