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83승 57패 4무(최종 2위)
프롤로그
2024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2025시즌 스토브리그부터 분주했다. 우선 센터라인 보강에 힘썼다. 이도윤(784이닝)과 황영묵(265이닝)이 유격수 자리를 맡았지만 수비 안정감은 떨어졌다. 한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FA 개장 이틀 만에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했다.
시즌 내내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고민을 안긴 중견수 자리는 뉴욕 양키스 1위 유망주 출신 에스테반 플로리얼로 대체했다.(2024시즌 중견수 sWAR 0.06)
선발진에도 변화를 줬다. 시즌 중반 합류해 6승 ERA 5.15를 기록한 하이메 바리아 대신 NPB 경험이 있는 코디 폰세를 영입했다. 그리고 13승을 기록했던 엄상백을 4년 최대 78억에 영입하며 선발진 뎁스를 높였다. 부상 리스크가 있던 폰세, 한계가 보이는 심우준과 엄상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화는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한화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지난해에 이은 윈나우다.
시즌 출발은 불안했지만 한화는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4월 3일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4월 중순부터 8연승을 질주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그리고 5월 7일 시즌 첫 단독 1위에 등극했다. 이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3위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해 초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화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한 달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고, 7월 19일에는 2위 LG와 5.5게임 차까지 벌렸다. 일각에선 가을야구뿐 아니라 우승 가능성도 점쳤다. 하지만 8월 7일 1위를 뺏긴 이후 다시 오르지 못했고 2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쉽게 1위는 놓쳤지만 7년 만에 가을무대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가을에는 와일드카드부터 올라온 삼성과 고전하며 5차전까지 갔지만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무려 류현진이 신인이던 2006년 이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였다. 비록 LG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2025시즌은 한화에 의미 있는 시즌이다.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팀이 되었음을 확인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1. MVP 폰세 & 와이스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
한화 돌풍의 1등 공신은 단연 두 외국인 투수다. 특히 폰세는 KBO 리그를 압도했다.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정규 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선발 최다 연승은 폰세가 이번 시즌 달성한 기록이다.
폰세 호투의 배경에는 체인지업이 있었다. 폰세는 KBO 리그에 오면서 체인지업 그립을 변경했다. 기존 체인지업 그립에서 중지를 세워 잡는 일명 킥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킥 체인지업은 특히 좌타자에게 효과가 컸다. 변화구 중 가장 많이 투구(구사율 24.8%)하며 헛스윙률 48.3%를 기록했다. NPB 시절 주무기였던 슬라이더의 헛스윙률(18.8%)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150km/h를 웃도는 패스트볼과 킥 체인지업 조합은 타자에게 혼란을 줬다. 그리고 이는 폰세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이어졌다.

< 좌/우 타자별 체인지업 성적 >
라이언 와이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대체 외국인으로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정식 계약까지 이뤄냈다. 시즌 전 한화가 와이스에게 기대한 것은 선발진에서 확실한 상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폰세에게 킥 체인지업이 있다면 와이스에겐 스위퍼가 있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크게 휘는 스위퍼는 와이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우타자 상대 헛스윙률 42.9%는 스위퍼 위력을 보여준다.
와이스는 좌타자를 상대로 커브와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높이며 다양한 볼 배합으로 상대했다. 그 결과, 좌타자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 와이스 좌/우 타석별 구종 구사율(%) >

< 와이스 좌/우 타석별 상대 성적 >
폰세와 와이스는 모두 150km/h 이상의 패스트볼과 확실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200개가 넘는 탈삼진을 기록했다. 한 팀에서 2명의 투수가 200K를 기록한 것은 역대 최초다.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 폰세, 와이스 시즌 주요 성적 >
2. 2003년생 ‘문’동주 & 2004년생 ‘문’현빈
문동주는 한화에서 애지중지 키운 팀의 미래 자원이다. 지난 3년간 시즌 최다 이닝은 118.2 이닝에 불과했다. 올해 역시 12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쳐 규정이닝에는 미달했다. 하지만 첫 10승 달성과 세부 지표에서 도약한 모습을 보이며 이번 시즌 선발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 문동주 연도별 주요 성적 >
특히 예년 대비 탈삼진 수치가 큰 폭 상승했다. 이유는 포크볼에 있었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구사한 포크볼은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평균 구속 137.6km/h의 포크볼은 15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좋은 조합을 이뤘다.

< 문동주 포크볼 성적 >
또한 문동주는 이번 시즌에만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두 번 갱신하며 리그 내 최상급 실링을 증명했다.(9월 20일 161.4km/h, 10월 18일 161.6km/h) 올해 문동주의 퍼포먼스는 구단과 팬 기대를 다시 높이기에 충분했다.
문현빈은 2023시즌 137경기 출전해 sWAR 1.42로 활약했다. 2024시즌 기대를 모았지만 103경기 sWAR 0.51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아쉬운 성적에는 불안정한 수비 포지션 영향이 있었다. 타격 능력은 일찍이 인정받았지만 신인 시절부터 2루수, 중견수, 3루수를 오가며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수비 부담이 적은 좌익수로 자리 잡으며 타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시즌 141경기 출전해 12홈런 OPS 0.823 wRC+ 124.2를 기록하며 아쉬운 팀 타선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 문현빈 연도별 주요 성적 >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부침을 겪었던 두 선수였기에 이번 시즌 보여준 성장은 더욱 달콤했다.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인 두 선수의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3. FA 영입생의 부진
서론에 언급했듯이 FA 영입은 윈나우를 향한 한화의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정규시즌 2위를 달성했지만 FA 영입생들 활약은 미비했다.
심우준에게 기대한 점은 유격수로 많은 경기 출전하며 팀 수비 안정감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심우준은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94경기 출전하며 685이닝을 소화했다. 주전 유격수로 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비 이닝이다.
약점이던 타격 능력도 여전히 부족했다. OPS 0.587 wRC+ 58은 유격수임을 고려해도 심각한 성적이다. 내년 시즌에는 왜 자신이 50억을 받은 선수인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엄상백은 3년간 낮은 BB/9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BB/9가 4.24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피OPS는 0.921로 처참했다. 작년에 보여준 이닝 소화력은 온데간데없었다.
9월부터 불펜으로 이동했지만 피OPS 0.954로 선발 때보다 더 부진했다. 구단이 투자한 78억은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내년에는 팀 투수진에 보탬이 돼야 한다.
4. 찝찝함을 남긴 믿음의 야구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은 박수받아 마땅할 성적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컸다. 주된 이유는 마무리 김서현 기용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활약한 김서현은 올해 전반기까지 기세를 이어갔다. 전반기에 42경기 등판해 22세이브 ERA 1.55 피OPS 0.586으로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지며 ERA 5.68 피OPS 0.768로 올랐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그를 계속 믿고 기용했다.
그 믿음의 대가는 혹독했다. 정규 시즌 최종전, 한화는 SSG에 3점 앞선 상황에 마무리 김서현을 내보냈고 결말은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 패배로 LG와 타이 브레이커를 할 기회를 놓쳤다.
김서현의 부진과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포스트 시즌에도 이어졌다. 삼성과의 PO 4차전 6회 리드 상황에 등판한 김서현은 피홈런 1개와 볼넷 2개를 주며 강판당했다. 이날 팀은 역전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서현은 여전히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 한화가 3점 차로 앞선 시점 8회에 이어 9회에도 등판한 김서현은 투런포를 허용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팀이 패배하며 시리즈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의 이른바 ‘믿음 야구’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그 믿음은 큰 대가로 돌아왔다. 팀 전체 운명이 걸린 한국 시리즈에서 그 판단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경문 감독도 대권에 도전하려면 때로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2026시즌 전망
2025시즌 한화는 새로운 구장에서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MLB로 이적한 폰세와 와이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한 자리는 만 25세의 젊은 우완 윌켈 에르난데스로 채웠다. 평균 150km/h 이상의 패스트볼과 커리어 내내 주로 선발로 활약한 점은 긍정적이다. 한 자리는 2018년 2라운드 드래프티 오웬 화이트와 계약했다.
아시아 쿼터로 데려온 왕옌청의 활약도 기대된다. 대만 국가대표 출신의 좌완 파이어볼러로 올해 NPB 2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ERA 3.26으로 이스턴 리그 3위를 기록한 만큼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불펜에선 강백호 보상으로 이적한 한승혁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한승혁은 올해 71경기 3세이브 16홀드 ERA 2.25로 불펜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sWAR은 2.54로 팀 내 1위였다. 아직 FA 김범수의 거취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김서현, 조동욱, 정우주 등 기존 불펜 자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이번 시즌 탄탄한 투수진에 비해 타격은 sWAR 20.01(6위)로 활약이 아쉬웠다. 따라서 스토브리그 동안 타격 보강에 힘썼다. 우선 프런트의 빠른 일 처리로 미국행이 점쳐진 FA 최대어 강백호를 4년 100억에 영입했다. 최근 성적 부진이란 우려 점이 있지만 팀에 부족한 좌타 거포 자원이라는 점에서 플러스 영입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2024시즌 전반기 센세이션한 타격을 보여준 요나단 페라자도 리턴했다. 수비에서 약점을 보인 페라자를 재영입한 것은 한화가 타격 보강에 무게를 둔 것이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수비 위치에 대한 정리는 필요하지만 한화는 문현빈 – 노시환 – 강백호 – 페라자 – 채은성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중견수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재원을 영입했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자원이다. 외부 영입이 어려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트레이드를 추진할지 아니면 이진영과 같은 내부 자원에 기회를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5시즌에 한화는 꾸준한 투자와 육성의 결실을 보았다. 이젠 이 결실이 순간의 달콤함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져야 한다. MVP 이탈이라는 폭풍을 만난 독수리가 이를 극복하고 계속 비상할 수 있을까?
참조 = KBO, 스탯티즈
야구공작소 박경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익명,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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