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NC 다이노스 – 다시 가을 단골을 꿈꾸는 ‘원팀’ 공룡 구단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1승 67패 6무 (최종 5위)

 

돌아온 ‘호부지’ 이호준 감독

신생팀 NC가 빠르게 강팀으로 도약하던 시절, 그 중심에 있던 ‘호부지’ 이호준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구단 최초의 NC 선수 출신 감독이기도 한 이호준 감독은 선수 시절 함께한 박민우와 10년 전 가을야구 단골 시절 다이노스의 ‘원팀 문화’ 부활을 선언했다.

타자 육성에 일가견이 있던 이호준 감독의 부임은 타선을 이루는 김주원, 김휘집, 김형준 등 젊은 야수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기존 타선도 탄탄했다. 베테랑 라인 박민우와 박건우는 여전히 건재했다. 지난해 46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왕을 차지한 맷 데이비슨과도 1+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 이호준 감독의 첫 승을 축하해 주는 박민우 >

 

여전히 불안함 속에 시작한 시즌

타선의 전망은 좋았음에도 전문가들은 2025시즌 NC를 하위권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역시 투수였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KBO 경험이 없는 새 얼굴 라일리 톰슨, 로건 앨런으로 채워졌다. 4, 5선발 역시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시즌을 시작했다.

불펜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이어진 마무리 투수 공백도 해결하지 못했다. 개막전 투수 로스터 12명은 김재열, 류진욱, 한재승 제외 1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지난 시즌 9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NC는 2025시즌도 불안감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원팀’이 된 다이노스

우려했던 토종 선발진의 부재는 계속됐다. 시즌 초반에는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후반기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적생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치열한 순위 싸움 중 찾아온 주축 선수들 부상 역시 위기였다. 악재가 계속된 2025시즌, NC는 가을야구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전사민, 신민혁 등 기존 자원들의 활약과 돌아온 에이스 구창모의 호투를 발판 삼아 파죽의 정규 시즌 9연승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 시즌 막판을 포스트시즌처럼 치열하게 보낸 NC는 이호준 감독과 박민우가 강조했던 ‘원팀’이 되어 있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좋은 분위기를 자랑하며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자 했다.

하지만 계속된 치열한 싸움의 대가는 혹독했다. 선수들의 부상 악재를 넘지 못한 채, 찬란했던 2025 NC의 가을은 와일드카드에서 끝을 맞이했다.

 

무너진 선발의 무게를 견딘 불펜진

시즌 전 예상처럼 2025년 NC의 가장 큰 약점은 단연 마운드였다. 라일리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로건은 후반기 ERA 7.04의 기대 이하 기록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토종 선발진의 상황 역시 심각했다.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한 국내 투수 신민혁 역시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평균 소화 이닝도 5이닝을 넘지 못했다. 다른 선발 자원 이재학은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송명기와 이용준마저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우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확실한 4, 5선발이 없었던 NC는 ‘7선발’이라는 이름으로 1군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회를 받은 선수 중 누구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가 없었다. 구창모가 복귀하고, 김녹원이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 후반까지 실험은 계속됐다. 한 시즌 동안 신민혁을 제외하고 평균 4이닝을 넘긴 국내 선수는 없었다.

< 2025시즌 국내 선발진 평균 소화 이닝 >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문제는 불펜에도 큰 부담을 줬다. 그러나 전반기, 6회 손주환 – 7회 김진호 – 8회 배재환 – 9회 류진욱 공식으로 리드 상황을 최대한 지켜냈다.

< 전반기 NC 다이노스 필승조 4인방 성적 >

시즌이 흐를수록 많은 이닝이 누적되고 부담이 심해지는 불펜진은 모두가 1년 내내 활약하긴 힘들다. 선발 이닝이 가장 적었던 NC는 자연스럽게 불펜이 소화하는 이닝이 어느 팀보다 많았다. 특히 지난해 던지던 투구 수에 비해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 배재환, 손주환은 기량 저하를 막을 수 없었다.

< 지난해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부진을 겪은 두 투수 >

하지만 난세의 영웅들이 등장했다. 시즌이 지날수록 성적이 좋아지는 전사민(후반기 ERA 3.32)과 부상에서 돌아온 김영규(시즌 ERA 2.86)가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며 새로운 승리 공식을 만들었다. 시즌 막판에는 신영우(9월 ERA 2.25), 임지민(6경기 무실점) 등 영건들까지 가세해 기존 투수들의 부담을 줄였다. 덕분에 전반기 4.60이었던 팀 구원 ERA는 후반기 4.51로 무너지지 않았다.

 

미래를 현재로 바꾸는 젊은 선수들

2025시즌 NC가 보여준 드라마틱한 반전은 젊은 선수들이 중심으로 활약하며 더 의미가 있었다. 일명 ‘3김’으로 불리는 김주원, 김휘집, 김형준이 팀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프로 5년 차를 맞이한 김주원은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로 전 경기 출장하면서 타율 .280 OPS .830 15홈런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그라운드에서도 44도루를 기록하며 ‘발야구’ 부활을 이끌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내야 수비에 안정감을 더하기도 했다.

2024시즌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은 김휘집도 시즌 중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순위 싸움에 큰 도움이 됐다. 김휘집은 시즌 초반 리그 최하위 OPS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5월 말 이호준 감독의 집중적인 지도 아래 타격 폼을 수정한 후 홈런, 출루율, 장타율 등 여러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 프로 데뷔 이후 김휘집 정규 시즌 성적 >

무엇보다 돋보인 점은 김휘집이 기록한 팀 내 결승타 1위(11개)다. 하위 타순 출전 빈도가 높았음에도 승부처 상황에서 좋은 집중력으로 상대 투수에게 쉬어갈 구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강한 하위 타선에는 김휘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27경기에 출장한 포수 김형준 역시 꾸준히 장타력을 자랑했다. 6~9번 타순에서 16홈런을 기록했다.

팀의 안방마님 김형준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강한 어깨를 이용해 도루 저지율 35.6%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KBO 수비상을 수상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 이 젊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에, 공룡 군단의 내일은 어제보다 더 밝다.

 

다시 가을 단골을 꿈꾸는 공룡 구단

다가오는 2026시즌, KBO리그에 도입되는 아시아 쿼터 제도는 NC에게 새로운 기회다. 이호준 감독과 임선남 단장은 일찌감치 아시아 쿼터제로 팀 최대 약점인 선발진 보강을 예고했다. 3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 활용은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 에이스 구창모 역시 개막전부터 로테이션을 지킬 전망이다. 5선발 자리 역시 신민혁과 후반기 가능성을 보여준 김녹원 등이 경쟁한다.

타선 역시 베테랑 박민우와 박건우는 여전히 훌륭한 생산력을 기대하게 한다. 매년 성장하는 ‘3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호준 감독이 칭찬한 오장한, 신재인 등 젊은 선수단이 1군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이호준 감독이 꿈꾸는 타격 중심 야구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여전히 구창모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라일리를 제외한 외국인 선발 투수 모두 새로운 얼굴이기에 검증이 필요하다. 2025시즌 불펜이 겪은 후유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 해 동안 팀 구원 투수들이 소화한 610.2이닝은 KBO 역대 한 시즌 불펜 소화 이닝 3위에 해당한다.

그중 류진욱, 김진호, 배재환, 손주환이 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미 그 여파로 승부처였던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 류진욱, 김진호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배재환과 손주환 등도 후반기 구위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즌 역시 시작은 물음표다. 여전히 우승보다는 팀 재건이 목표다. 하지만 예년보다 느낌표에 한 발 가까운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한층 더 성장한 NC가 다시 한번 가을 야구 단골손님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참조 = NC Dinos, STATIZ, KBO

야구공작소 이동건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마루,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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