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
상무는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 체육 부대가 운영하는 체육단이다. 25개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국군 체육 특기병으로 입대해 병역을 수행함과 동시에 운동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중 상무 피닉스는 국군체육부대의 산하 야구단으로 1953년 창단해 올해 72주년을 맞이했다. 병역을 해결하며 기량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 야구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상무 전역자 중엔 대표적으로 LG 송승기가 있다. 2021년 하위 라운드에 지명됐지만 상무에 입대한 뒤 2024년 퓨처스리그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다승, ERA, 탈삼진)을 달성하며 성장했다. 그리고 올 시즌 1군에서 데뷔 첫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부족한 인원수에 따른 부상 증가
상무는 현재 투수 22명과 타자 21명 총 43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43명 중 26명이 2군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다. 2025년 기준 상무를 제외한 10개 구단 각각에 등록된 선수는 최소 57명 ~ 최대 62명이다. 이 인원 중 28명이 1군 엔트리에 가고, 30명 이상 2군으로 간다. 선수 운영 폭이 상무보다 훨씬 넓다.
상무의 인원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만약, 여기서 장기 부상자가 발생하면 선수를 수급할 길도 없어 줄어든 인원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 2025 시즌 퓨처스리그 경기당 평균 투수 기용 횟수 >
실제로 올해 상무는 운영하기 매우 힘들었다. 2025시즌 퓨처스리그 팀별 경기당 평균 투수 기용 횟수를 살펴본 결과, 상무는 경기당 5.28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11팀 중 5위로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시즌 간 등판한 투수는 단 27명이었다. KBO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21명이지만, 2025년 6월 전역자 6명을 포함한 인원이다. 시즌을 풀로 소화한 선수는 21명밖에 없었다.
기존 선수뿐만 아니라 당해 신인 선수들과 새로운 육성 선수까지 있는 다른 2군 구단은 32명에서 44명의 선수가 등판했다. 상무는 구조적으로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가용 인원수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상무의 고질적인 부상자 이슈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부상이 있거나 재활 중인 선수가 입대하는 일이 빈번했다. 얇은 데다 허울뿐인 로스터는 더 얇아졌고, 시즌 중 영입도 불가능하다. 남은 투수들의 부담은 자연히 커졌다. 등판 횟수와 이닝에 부담을 느껴 전력투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수술 후 입대한 상무 야구단 39~43기 투수 명단 >
상무 투수진 운영의 어려움은 수술받고 입대한 선수들로부터 시작된다. NC 구창모는 9개월의 장기간 재활을 거쳤다. 키움 장재영과 롯데 전미르는 토미존 수술로 투구를 하지 못하고 타자로 대신 나서고 있다. 수술 이후 상무 입대에 대한 이슈가 커지자, 12월 15일 상무 입대 예정이었던 키움 윤석원은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입대를 철회하였다.

< 입대 후 장기 부상 당한 상무 야구단 39~43기 투수 명단 >
입대 중 부상 명단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상무 39~43기 투수 43명 중에서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선수를 살펴봤다. 몇 안 되는 인원 중에 장기 부상자는 총 7명이 발생했다.
상무를 전역하고 부상자가 나오는 것도 이 영향이다. NC 김태경, 삼성 이재희, 키움 이강준, SSG 조요한처럼 전역 후 수술대에 오른 선수도 있었다. 특히 복무 중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받은 삼성 김무신은 전역 후 이듬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무조건 상무 입대가 이유는 아니겠지만 여파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상무는 유명 선수의 쉼터가 아니다.” 이는 지난 10월 1일 상무와 KT의 퓨처스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상무 박치왕 감독이 내뱉은 작심 발언이다. NC 구창모, LG 이정용, KT 배제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부상과 수술에 따른 재활로 군복무 기간 제대로 투구하지 못한 상황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야수와 달리 상무에서 몸을 아끼려는 태도와 특정 팀이 투수의 구체적인 관리를 요구한 사실까지 토로했다. 그의 불만은 일리가 있었다. 상무는 야구하러 온 곳이지 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1군 자원이라는 사실과 감독이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 맞물려 이례적으로 주목받았을 뿐이다. 일반 병사들이 군복무 도중 부상을 당하는 것처럼 상무에서도 부상자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박치왕 감독이 지적한 것은 선수들의 태도였지만, 사실 이런 이슈는 미비한 제도가 문제를 더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해결 방안: 상시 모집과 예비 명단
국군 체육 부대는 모집 일정이 매년 다르지만 1년에 3회에 걸쳐 선발한다. 이 중 야구는 2026년 기준 1차 (25년 9월 공고, 26년 1~4월 중 입대)와 3차 (26년 4~5월 공고, 26년 9~12월 중 입대) 총 2회 선발한다. 1회당 14~15명 정도 선발하며 연초에 발탁된 선수들은 이듬해 중순에 전역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모집을 진행한다.
종합하면 매년 약 30명을 선발하지만, 전역자 수만큼 인원을 채우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 인원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가용 인원수는 변함이 없으며 지금까지 지속됐던 투수 운영의 문제는 지금까지 해 온 모집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 모집을 제안한다. 이미 병무청에서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기술행정병이나 어학 통역과 같이 일부 전문 특기병은 상시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국군 체육 특기병도 전문 특기병이지만 상시 모집을 진행하지 않는다. 부상으로 장기 이탈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선수 포지션의 빠진 인원수만큼 바로 채울 수 있는 상시 모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팀도 시즌 중 선수가 갑자기 입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상무 테스트에서 탈락한 선수들을 입대 예비 명단으로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일종의 대기 인원과 같은 역할이다. 구단으로서는 전력 유출 대비를 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상무도 장기 부상자 발생 시 빠르게 선수를 충원할 수 있다.
기존의 정기 모집과 예비 명단을 활용한 상시 모집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상무의 고질적인 부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충원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방법 역시 고려해야 한다.
퓨처스 부상자 명단 운영
어떤 선수가 간단한 부상임에도 상시 모집을 통해 인원을 보충하면 선수단 전체 인원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퓨처스리그에도 부상자 명단 등록 제도를 도입하면 충원의 타당성을 늘릴 수 있다. 30일 이상 부상자 발생 시 상시 모집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KBO리그 부상자 명단에 퓨처스 리그 선수는 등재되지 않는다. 치료와 재활 명단에는 퓨처스 리그 선수가 간혹 등재되지만, 상무 소속 선수는 아예 등재되지 않는다.
KBO리그 1군, 메이저리그, 그리고 마이너리그에는 부상자 명단이 존재한다. 이는 FA 서비스 타임과 연봉 등을 고려해 설립한 제도다.
퓨처스리그에는 부상자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2022~2023년에 있었던 퓨처스 FA 제도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었다면 퓨처스 부상자 명단이 거론될 수도 있었겠지만, 다시 2차 드래프트로 바뀐 현재에는 쓰임새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부상자 명단 등록 제도는 상시 모집을 시행하는 객관적인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 상무에서 30일 이상 장기 부상자가 발생하면 부상자 명단에 올려 바로 상시 모집을 진행할 수 있다. 기존의 쓰임새가 사라졌어도 새로운 제도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팬들의 알권리 역시 보장할 수 있다. 가끔 2군 선수들은 부상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거나, 팬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부상자 명단이 생긴다면 소식을 빠르게 전달해 줄 수 있다.
결국 퓨처스 부상자 명단 등록 제도는 상시 모집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수 있고, 이에 더해 팬들의 알권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부수적인 장점으로 고려해 볼만한 대안이다.
좁은 문만큼 절실한 제도 개선
2019년 8월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되면서 이제는 상무 야구단이 유일한 군경 야구팀이 됐다. 모집 인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1차 서류 심사에서는 여러 성적을 종합해 평가하고, 체력 테스트로 2차 평가를 진행해 선발한다.
이렇게 한정된 인원 선발과 다른 팀 대비 적은 인원으로 운영된 만큼 부상자 발생 시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동안 상무는 부상자 대비책이 없었다.
치열한 경쟁으로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의 아쉬움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 군 문제 해결이 중요한 사안인 구단과 선수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무는 운동선수들이 병역을 수행하며 운동하는 곳이라는 근본적인 의의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참조 = 네이버 스포츠, KBO, 병무청
야구공작소 강형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장호재,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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