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의 새 감독, 토니 바이텔로 톺아보기

< 칼리지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출처: Baseball America >

2025년 81승 81패로 또 한 번의 불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난 2023년 게이브 케플러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올해 밥 멜빈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2시즌 동안 161승 163패를 기록한 멜빈 감독은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옷을 벗게 됐다.

자이언츠의 다음 감독이 누가 될 것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제40대 감독으로 취임한 사람은 토니 바이텔로였다. MLB를 보는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의외로 얼굴은 익숙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MLB 드래프트 현장에 해설가로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다.

< 2025년 MLB 드래프트 현장 라이브. 출처: Vols Wire >

바이텔로는 NCAA D1 최고의 컨퍼런스인 사우스이스턴컨퍼런스(SEC)에 속한 테네시 발런티어스의 감독이었다. 2018년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 테네시는 472전 341승 131패를 기록했다.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대학야구 포스트시즌에 매년 진출했으며 대학야구의 최정상을 가리는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는 3번 진출했다. 그리고 2024년 60승 13패란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하며 발런티어스가 그렇게 염원하던 칼리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 2024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우승한 후. 출처: Knoxnews >

 

15년의 코치 생활

토니 바이텔로는 1978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바이텔로의 아버지는 고등학교에서 야구와 축구 감독을 역임했다. 자연스레 바이텔로는 성장 과정에서 두 가지 운동을 겸했고, 미주리 대학에서 야구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그다지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미주리에서 3년 동안 고작 70타수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안타는 16개, 커리어 OPS는 0.660에 그쳤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를 코치의 길로 이끌었다. 2003년부터 모교 미주리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바이텔로는 미주리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가 코치로 재직하는 동안 미주리에는 맥스 셔저와 카일 깁슨이 있었다. 셔저는 미주리 대학의 영구결번이자 아직도 현역인 투수. 깁슨도 역시 메이저리그 100승을 넘긴 선수다.

바이텔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텍사스 크리스천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아칸소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차근차근 코치 경력을 쌓은 바이텔로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제25대 테네시의 감독으로 임명된다. 전임 데이브 세라노 감독이 6년 동안 101승 110패, 포스트시즌 진출 0회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상황. 운동에 있어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전국 최강을 노리는 테네시는 감독 경험이 전무한 40세 젊은 코치를 임명하는 도박을 감행한다.

< 2017년 6월 9일 토니 바이텔로 감독 취임식. 출처: Knoxnews >

 

최강이라는 왕관의 무거움

테네시가 속한 SEC는 자타공인 최강팀만 모인 컨퍼런스다. 당장 그가 테네시 감독으로 부임한 2017년 여름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도 SEC 소속 플로리다와 LSU가 결승전을 치렀다. 이후 2025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까지 결승전에는 최소 하나의 SEC 팀이 출전했으며 최근 10번의 결승전 중 SEC 소속 학교가 우승을 차지한 건 무려 7번이다.

그러나 바이텔로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첫 번째 시즌인 2018년, 테네시는 29승 27패를 기록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테네시 감독으로는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데뷔 시즌에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감독이 됐다.

바이텔로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2019년 테네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64개 팀이 합류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비록 64강에서 탈락했지만 테네시는 그 해 40승 21패를 거뒀다. 테네시가 시즌 40승을 넘어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2020년을 지나 2021년, 테네시는 50승 18패를 기록하면서 16년 만에 8팀만 나서는 칼리지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바이텔로는 이 해의 업적을 인정받아 전국 대학야구 기자단(NCBWA)으로부터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2022년 테네시는 27년 만에 SEC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통합 우승을 거뒀다. 쾌거에도 불구하고, 정작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는 가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 다시 칼리지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고, 2024년에는 앞서 언급했듯 한 시즌 60승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결승전에서 텍사스 A&M을 2승 1패로 꺾고 대학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테네시 대학 야구팀이 1897년 창단 이후 127년 동안 이뤄내지 못한 우승이었다. 이듬해에는 비록 16강에 그쳤지만, 2024년 주축 선수 상당수가 드래프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테네시는 46승 19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 2020년 테네시 소속으로 등판한 개럿 크로셰. 출처: UTSports >

 

최고의 장점: 디테일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은 새로운 감독이 디테일에 집착하고 모든 선수와 스태프에 관여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대학 감독으로 10년 가까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바이텔로는 최적의 인물일 수 있다.

미국 대학야구 시즌은 비록 2월부터 6월까지 넉 달이지만, 감독은 야구 외적으로도 1년 내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달리 학교 야구부에는 지원 인력이 풍부하지 않다. NCAA 규정상 코치는 최대 4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테네시는 야구에 거액을 투자하는 학교다. 때문에 야구단에 직접 소속된 스태프는 11명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다. 선수 발굴, 선발, 관리, 및 육성 외에도 재정 관리, 장학금 및 스폰서십 관리 등 자잘한 일을 관리해야 하며, 때로는 돈을 벌기 위해 지역 광고와 행사에도 나가야 한다.

물론 바이텔로의 강점 중 하나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용해 스타 선수로 키워내는 능력이다. 대표적으로 2017년 가을에 입학해 3년 동안 활약한 후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개럿 크로셰를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2022년 드류 길버트와 조던 벡, 2023년 체이스 돌랜더, 2024년 크리스천 무어와 블레이크 버크 등이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다. 2025년에는 리암 도일, 개빈 킬런, 앤드류 피셔, 그리고 마커스 필립스까지 무려 네 명의 1라운더를 배출했다. 그 아래 라운드까지 생각하면 테네시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은 MLB 드래프티를 만들어 낸 학교 중 하나이다.

그러나 바이텔로가 가진 더 뛰어난 능력은 유망주 발굴이 아니다. 그의 최고 장점은 급변하는 상황에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자세이다. 미국 대학야구 NCAA는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바뀌었다. 대학 야구에 변화를 준 가장 큰 원인은 MLB 드래프트와 마이너리그의 개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MLB 드래프트가 40라운드에서 20라운드로 줄었고, 난립했던 마이너리그 구단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프로의 문이 좁아진 탓에 고등학교에서 곧바로 프로에 진출하기보다는 대학야구를 선택하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유망주가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우승을 노리는 학교들은 시설 개선, 코치진과 보조 인력 확충에 있어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테네시 역시 1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시설 개선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고교 졸업 유망주들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경제적인 이득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 NCAA가 학생선수가 초상권(NIL: Name, Image, Likeness)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면서 대학 스포츠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NCAA 규정상 2026시즌 전까지 장학금을 줄 수 있는 학생의 수는 40명의 로스터 중 11.7인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네시는 동문의 힘을 바탕으로 기금을 마련했고, NIL 수익을 학생에게 장학금처럼 제공하면서 유망주들에게 매력적인 행선지로 거듭났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최고의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바이텔로는 자신이 테네시 감독으로 부임한 동안 마주한 대학야구의 현실을 유연하고 섬세하게 대처했다. 매년 10~20명의 선수가 다양한 이후로 교체되는 대학야구의 로스터 상황에서 테네시가 꾸준하게 훌륭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바이텔로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테네시는 대학야구 최고의 대우를 한다. 그의 2025-26시즌 연봉은 3백만 달러이다. 바이텔로 감독의 연봉은 올해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우승한 LSU 제이 존슨 감독이 재계약을 체결하기 이전까지 대학야구 최고 연봉이었다. 당장 바이텔로의 연봉을 그대로 MLB에 가져온다면 이는 13번째로 많은 연봉에 달한다.

< 2024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 우승 후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토니 바이텔로. 출처: The Sporting News >

 

밝은 오렌지에서 짙은 오렌지로

대학야구 감독이 MLB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바로 올 시즌 밀워키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무대까지 이끈 팻 머피 감독이다. 머피 감독은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노터데임과 애리조나 주립대를 이끌어 대학야구 통산 947승 2무 400패의 성적을 올린 베테랑 대학야구 감독이었다.

그러나 머피의 사례를 들어서 바이텔로의 성공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머피는 밀워키 감독이 되기 전 샌디에이고와 밀워키에서 코치 생활을 했으며, 밀워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할 때는 자신이 노터데임 감독일 때 지도한 크레이그 카운셀 현 시카고 컵스 감독이 밀워키 감독으로 있었다. 머피는 대학야구 이후 프로에서 15년 가까이 프로구단에서 경험을 쌓고 밀워키의 지휘봉을 잡았다.

바이텔로는 고심 끝에 결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의 자리를 수락했다. 선수로도, 코치로도 프로 경험이 전혀 없는 바이텔로 감독의 리더십과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선수단 관리와 선발이 전적으로 자신의 손에 달린 대학야구와 달리 단장을 비롯한 수많은 직원과의 협업 속에서 인사관리를 해야 하는 MLB 구단에서 그의 업무 수행 방식이 통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바이텔로는 샌프란시스코 감독 부임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온 뒤에도 한동안 침묵 속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기사가 나온 지난 주말, 바이텔로는 묵묵히 팀 타격 연습에 참여해 배팅볼을 던져줬으며 월요일에는 지역 자선 행사에 참석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테네시 팬들은 팀을 전국 최강으로 만든 바이텔로를 샌프란시스코에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지난 화요일, 홈구장 린지 넬슨 스타디움을 찾은 테네시 팬들은 평소처럼 훈련을 이끈 바이텔로를 향해 ‘우리는 토니를 원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바이텔로는 새로운 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바이텔로에게 샌프란시스코의 오렌지색과 검은색은 너무나 익숙한 색깔이다. 테네시 발런티어스의 색깔이 오렌지와 검정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오렌지 & 블랙(The Orange and Black)으로 갈아입은 바이텔로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테네시에서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테네시의 응원 구호 GBO(Go Big Orange)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울려 퍼지길 기원해 본다.

 

참조 = Knoxnews, The Sporting News, UTSports, Volswire, Front Office Sports,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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