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콜로라도 로키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계속 우리를 믿어주세요.”

2025년 5월 8일, 카일 프리랜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2-10으로 완패했다. 선발 등판한 프리랜드는 3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이틀 뒤인 5월 10일 토요일, 콜로라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38,423명의 관중이 경기를 보기 위해 쿠어스 필드를 방문했다. 20도의 좋은 날씨, 오후 2시 35분 낮 경기, 야구를 관람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관중들이 목격한 경기는 참혹했다. 21-0, 콜로라도는 현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점수 차 완봉패를 당했다. 6승 33패. 같은 시점 이보다 나쁜 성적을 기록한 팀은 역사상 단 한 팀도 없었다.

경기 후 2017년부터 팀을 이끌던 버드 블랙 감독은 경질되었다. 그리고 콜로라도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10승보다 50패를 먼저 기록한 팀이 됐다. 

 

그렇게 아무도 없었다

2021년 1월 29일, 놀란 아레나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떠났다. 트레버 스토리, 헤르만 마르케스, 존 그레이 등 과거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자원은 남아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콜로라도는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먼 팀처럼 보였다.

2021년 전반기, 콜로라도의 성적은 40승 51패에 그쳤다. 이번에도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다. 그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리빌딩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콜로라도의 선택은 달랐다.

 

시즌 후 FA가 되는 스토리와 그레이는 팀에 유망주를 남겨줄 적합한 매물이었다. 하지만 모두 트레이드가 아닌 FA로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다. 둘이 남긴 것은 스토리의 퀄리파잉 오퍼 거절로 얻은 보상 지명권 한 장이 전부였다.

당시 트레이드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다니엘 바드였다.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1점대 마무리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트레이드가 아닌 2년 재계약을 선택했다. 그 누구도 바드의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만 37세 마무리는 콜로라도에 필요 없는 사치품이었다.

그리고 2022년 3월, 콜로라도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7년 1억 7,2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바드와의 재계약과 브라이언트 영입이 의미한 것은 하나였다. 콜로라도는 여전히 그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상황은 그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브라이언트는 부상으로 2022년 단 4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바드는 입스로 인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59승 103패, 2023년 콜로라도의 최종 성적이다. 5할 승률을 외친 그들에게 남겨진 건 팀 역사상 최초의 100패 시즌이었다.

2024년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 찰리 블랙몬이 은퇴했다. 2018년 포스트시즌을 함께한 주역은 대다수 사라다. 팀에 남은 건 그들이 선택한 브라이언트와 바드뿐이었다.

 

쿠어스 필드에서 살아남기

2018년, 카일 프리랜드는 202.1이닝 17승 7패 ERA 2.82를 기록하며 콜로라도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콜로라도는 프리랜드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2018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라이언 롤리슨를 지명했다.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오스틴 곰버를, 2025년 트레이드를 통해 그리핀 해닝, 벤 쉴즈를 영입했다. 모두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느리지만, 좋은 디셉션과 확실한 변화구를 가진 좌완 투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메이저리그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콜로라도가 투수 육성에 있어 딱 한 가지 방법만을 시도한 건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싱커볼러 위주로 투수진을 구성한 것은 실패에 가까웠다. 이후 파이어볼러 육성에 공을 들였으나 이 역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생존법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오랜만에 콜로라도에 주목할 만한 유망주가 등장했다. 2023년 전체 9순위로 지명한 체이스 돌랜더가 지난 시즌 상위 싱글 A와 더블 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 내 최고 유망주로 부상한 돌랜더는 올해 단 한 번의 트리플A 등판 이후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지난 시즌 돌랜더가 속한 마이너리그 홈구장은 트리플A,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콜로라도는 그전까지 고산 지대에서 제대로 공을 던져보지 못한 돌랜더를 쿠어스 필드로 내몰았다. 돌랜더의 홈/원정 성적 편차를 생각하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원정 ERA 3.64 vs 홈 ERA 9.98)

물론 콜로라도의 몰락이 투수진에서만 비롯됐다고 보긴 어렵다. 콜로라도에 팀 ERA 5점대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타선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무너져버린 타격

2025시즌 콜로라도의 파멸적인 성적은 최악의 타격에서 비롯됐다. 9월 7일 기준 야수진 fWAR -1.5는 지난 시즌 화이트삭스를 제외하면 2000년대 가장 낮은 수치다.

그들의 저조한 타격 생산력은 최악의 컨택과 선구안에서 비롯되었다. 모든 타자가 무분별하게 방망이 휘두르면서 존에 들어오는 공은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

< 2025년 콜로라도 팀 타격 지표 (9월 7일 기준) >

쿠어스 필드는 타자에게 한없이 유리한 구장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공을 맞히지 못한다면 쿠어스 필드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

콜로라도의 선구안 문제는 이번 시즌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표면적인 성적이 좀 더 좋았던 2023년에도 선구안 관련 지표는 좋지 않았다. 이 문제는 육성과 스카우팅 전반에 놓인 문제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콜로라도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7명의 야수를 뽑았다. 콜로라도는 이 중 마이클 토글리아, 잭 빈, 조던 벡, 드류 로모 4명을 메이저리그에 콜업했다. 이 선수들은 모두 컨택에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삼진을 당하며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 마이클 톨리아 (2019년 1라운드 23번)

‘스카우터들은 그의 헛스윙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소는 그의 평균 이하 컨택 능력으로 이어졌다.’

  • 잭 빈 (2020년 1라운드 9번)

‘빈은 살짝 헛스윙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스카우터는 나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후 스윙 각도가 올라가면서, 헛스윙률이 올라갔다.’

  • 드류 로모(2020년 1라운드 35번)

‘로모의 가장 큰 의문점은 얼마나 자주 컨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계속 지속해 온 그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접근법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한계에 부딪혔다.’

  • 조던 벡 (2022년 1라운드 38번)

‘시즌이 진행될수록, 헛스윙 문제가 점점 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드래프트 당시에도 여러 스카우터가 위 4명의 선수의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우려했다. 그 우려는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틀리지 않았다.

간혹 유망주들이 더 높은 수준의 투수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삼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콜로라도 타자들은 이미 유망주 시절부터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구단은 육성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석기시대 야구팀

2025년 4월, 전 MLB 임원 짐 보든은 콜로라도 프런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콜로라도가 조직 전반에 걸쳐 낙후되어 있고, 데이터 분석과 기술 활용에서 리그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레이드와 FA 시장에는 소극적이며, 내부 유망주만 과대평가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내가 구단주라면 사장, 단장, 감독까지 모두 교체하고 조직 전체를 재구성하겠다.”라고 단언했다.

또한, 버드 블랙 감독이 경질된 직후 워싱턴 포스트는 빌 슈미트 단장이 전통적인 ‘눈으로 판단하는 스카우팅’을 중시하며, 그가 이끄는 분석팀 규모가 다른 구단들이 의아할 정도로 매우 작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제프 호프만과 옌시 알몬테는 콜로라도에서 다른 팀과 같은 분석을 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슈미트 단장은 부임 직후, 낙후된 구단의 분석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워싱턴 내셔널스 출신 스콧 반 렌튼을 R&D 디렉터로 영입했다. 그러나 내부 의견 충돌로 인해 렌튼은 불과 6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질 당시 콜로라도의 분석팀 인원이 고작 5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렌튼이 직접 영입한 인물들이었다.

전 단장 제프 브리디치는 2004년부터, 현 단장 빌 슈미트는 1999년부터 콜로라도에서 근무해 왔다. 부단장 잭 로젠탈은 2006년, 사장 그렉 피셀은 1996년부터 구단과 함께하고 있다. 구단주의 두 아들 스털링과 워커 몽포트는 각각 프로 스카우팅 디렉터와 부사장을 맡고 있다. 다른 구단들이 발전하는 사이에, 콜로라도는 여전히 과거에 갇힌 채로 퇴보하고 있었다.

구시대적인 프런트는 다른 팀과의 거래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팀들은 콜로라도와 거래가 가장 힘든 일이라 말한다. 콜로라도와의 협상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접촉 단계부터 혼선을 빚고, 콜로라도만의 이해하기 힘든 선수 평가 기준 때문에 의견 차이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익명의 선수는 콜로라도를 “(내가 듣기로는)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몽포트 형제

콜로라도의 구단주, 찰리 몽포트와 딕 몽포트. 2005년 구단 지배권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 딕 몽포트는 구단 운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지칭할 몽포트는 구단 운영에 전면으로 나서는 형 딕 몽포트이다.)

2006년, 구단 내 기독교 기반의 행동 규범이 폭로되며 논란이 일었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독단적인 행동규범은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기행으로 여겨졌으나 몽포트가 독선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것이라는 복선이었다.

몽포트의 독단적인 구단 운영은 아레나도 트레이드 사가에서 잘 드러났다. 아레나도는 구단의 투자 약속을 믿고 연장 계약을 맺었다. 그 뒤 콜로라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구단은 “연장 계약과 선수 보강은 별개”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레나도는 결국 분노했다. 그렇게 팀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구단과의 불화만을 남긴 채 허무하게 콜로라도를 떠다.

아레나도가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기 전, 콜로라도는 시카고 컵스와 아레나도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당시 대가로 거론되던 선수가 바로 크리스 브라이언트였다. 그 뒤에 맺은 장기계약은 몽포트가 그저 브라이언트를 원했던 것을 의미한다. 정확히는 브라이언트가 가져다줄 성적이 아닌, 브라이언트가 팔아줄 티켓을 말이다.

몽포트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몽포트가 2023년 개막 전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만 봐도, 그는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파드리스가 하는 일은 이해되지 않는다. 돈은 많이 썼지만, 선발투수 3명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여튼 투자를 많이 했기에 우리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경쟁력 있고 5할 승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2022년 샌디에이고와 콜로라도의 게임 차는 19경기였다.

 

콜로라도는 어디에

8월 25일 콜로라도는 오스틴 곰버를 방출했다. 아레나도 트레이드로 받아온 선수들은 fWAR 2.4를 기록한 채 모두 팀을 떠났다. (오스틴 곰버 4.0, 엘레우리스 몬테로 -1.6). 아레나도가 세인트루이스에서 5년간 기록한 fWAR 18.1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선 홀리데이, 찰리 콘돈과 같은 좋은 유망주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콜로라도의 팜은 파이프라인 기준 24위로 좋지 못하다. 로터리픽 규정상 올해 성적과 관계없이 다음 시즌 10순위보다 높은 순위의 지명권은 받지 못하는 것도 암울한 현실의 일부분이다.

워커 몽포트 부사장은 내년 사임할 그렉 피셀을 대신해 사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동생 스털링 몽포트가 2022년 프로 스카우팅 디렉터 자리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로 몽포트 가문이 콜로라도를 떠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이번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에는 라이언 맥맨, 제이크 버드를 트레이드하며 4명의 유망주를 받아왔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던 과거에 비해 발전했다고 칭찬한다. 이게 콜로라도의 현주소다.

덴버 스포츠의 기사에서 한 기자가 한 말이 콜로라도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슈미트 단장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역시 그저 언젠가 대체될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끝없이 떨어지고 그저 운에 기대는 수수께끼 같은 팀이 가진 거대한 문제의 단면일 뿐이다.’

‘이기는 야구팀보다 추상화에 가까운 비틀거리는 팀, 이것이 콜로라도 로키스의 야구다. 그들이 팬들에게 줄 거라고는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야구장과 맥주 한잔이다.’

몽포트는 시시포스1와 같을지도 모른다. 콜로라도라는 돌을 어떻게든 정상으로 굴려 올린다 한들, 결국 그 돌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시시포스가 사라지지 않는 한 돌은 영원히 굴러떨어질 것이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MLB.com, Baseball Reference, Denver Sports, The Athletic, Washington Post

야구공작소 탁원준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한규, 도상현,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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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시포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 교활하고 못된 지혜가 많기로 유명했다. 저승의 신 하데스를 속이고 장수를 누린 죄로 저승에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영원한 형벌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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