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우드는 후안 소토만큼 좋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안혜원 >

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가 후안 소토의 트레이드로 받은 대가는 최근 MLB에서 이루어진 그 어떤 트레이드보다도 더 막대했다. 제임스 우드는 그 유망주 패키지의 일원이었다. 트레이드 당시 우드의 지명도는 같은 패키지에 포함된 CJ 에이브람스나 맥켄지 고어보다 낮았다. 하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그중 으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으로 이적한 후에도 우드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년 후 2024년, 우드는 겨우 21세의 나이로 트리플 A에서 wRC+ 177을 기록하며 MLB 전체 1위 유망주로 등극했다. 같은 해 7월에는 MLB에 데뷔해 336타석 동안 wRC+ 120으로 준수한 루키 시즌을 보냈다.

2025년 우드는 작년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적은 자신과 트레이드된 후 지난 오프시즌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계약을 맺은 후안 소토와 같은 위치에서 비교될 만하다.

< 2025년 우드와 소토의 성적 >

 

압도적인 파워

파워툴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항상 우드를 대표하는 장점이다. 팬그래프의 에릭 롱겐하겐은 20-80 스케일에서 만점인 Raw Power 80점을 부여하며 극찬했다. 우드의 압도적인 파워는 숫자로도 매우 잘 드러난다.

< 2025년 90th Percentile Exit Velocity* 순위, 단위: mph >

* 90th Percentile Exit Velocity: 타자의 인플레이 타구 중 타구 속도 상위 10%에 해당하는 타구. 타자의 Raw Power를 표현하는 데 가장 유용한 지표 중 하나다.

그러나 우드는 발사 각도가 매우 낮은 타자다.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땅볼을 너무 자주 친다면 많은 홈런을 생산하기 어렵다. 우드만큼 힘이 센 타자 중에서도 공을 잘 띄우지 못해 그 힘을 실제 장타력으로 온전히 전환하지 못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타자들은 대개 공을 띄웠을 때 자신의 온전한 힘을 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에서 우드는 그들과 차별화된다. 우드의 강한 타구는 발사 각도 20도 이상의 라인드라이브와 플라이볼에 집중돼 있다. 순수한 힘이 최대한의 효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분포된 것이다. 

< 우드와 타구 프로필이 유사한 타자들과의 비교 >

우드는 7명의 타자 중 두 번째로 자주 땅볼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높은 xISO(기대 순장타율)를 가진다. 7명 중 땅볼 하드힛 비율은 두 번째로 낮지만 공을 띄웠을 때의 하드힛 비율은 큰 차이로 가장 높은 덕분이다. 강한 플라이볼과 약한 플라이볼의 차이는 강한 땅볼과 약한 땅볼의 그것보다 크다.

< 발사 각도 20도 이상 라인드라이브와 플라이볼의 타구질 >

공을 띄웠을 때 우드의 장타력은 애런 저지, 쇼헤이 오타니와 동등한 수준이다.

 

보이는 것보다 좋은 컨택

우드의 프로필에서 가장 뒤처지는 부분은 바로 컨택 능력이다. 하위 12%의 헛스윙률과 하위 8%의 삼진율은 명백한 결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컨택률은 일정 기준만 통과한다면 그 이상에서는 한계 효용이 크게 감소하는 지표다. 해당 기사에서는 ‘존 내 컨택률에서 71%와 79%의 차이는 메이저리거의 생존 가능성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의미할 수 있지만, 같은 8% 차이라도 80%와 88% 사이에서는 그 중요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드의 존 내 컨택률은 81.2%(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기준)로 그 기준을 통과한다.

또한 우드는 6피트 7인치의 키로 현재 MLB에서 가장 키가 큰 타자다. 일반적으로 키가 큰 타자들은 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대신 컨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드의 컨택률은 비슷한 키의 타자들 중에서는 준수하다.

< 키가 매우 큰 타자들의 헛스윙률 >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드의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이다. 유망주 시절 팬그래프 리포트에도 거대한 체격과 긴 팔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몸쪽 투구를 잘 쳐낸다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운 법, 우드의 간결한 스윙은 로우존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약점을 노출했다. 유망주 시절부터 칭찬받던 스윙 조정 능력 덕분에 파멸적으로 많은 헛스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갖다 맞히는 데에 급급해 제대로 된 피해를 전혀 주지 못했다. 이를 인지한 투수들도 적극적으로 그 약점을 공략했다.

< 우드의 로우존*에 투구된 변화구 상대 스탯 >

* 로우존에 해당하는 구역

 

그저 그런 선구안, 그러나 최적화된 접근 방식

이에 대한 우드의 대답은 간단하다. 스윙을 안 하는 것이다. 해당 투구들에 대한 우드의 스윙률은 40.7%로 리그 평균 48.7%에 비해 크게 낮다. 존 밖으로 나간 모든 투구에 대한 Chase%도 리그 상위 31%로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드를 선구안이 좋은 타자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우드는 참을성이 좋은 타자보다는 수동적인 타자에 더 가깝다. Swing/Take 존 별로 나누어 보면 그림은 더욱 명확해진다.

< 우드의 Swing/Take 존 별 스윙률 (스윙을 자주 할수록 백분위가 높음) >

우드는 존 안이나 그 근처로 들어오는 공에는 가장 스윙을 하지 않는 축에 속했지만 존에서 많이 벗어나는 공에는 평균 혹은 그보다 높은 스윙 빈도를 보였다. 자신의 최대 약점인 로우존의 변화구에 대한 스윙률이 유의미하게 낮은 점을 감안해도 절대적인 선구안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같은 선구 능력으로도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하는지에 따라 다른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우드의 소극적인 접근 방식은 그의 강력한 파워와 궁합이 좋다.

< 낮은 컨택과 좋은 파워를 갖춘 타자들을 스윙 빈도에 따라 나눈 성적 >

일반적으로 우드 같이 파워가 좋고 컨택률이 낮은 타자들은 배트를 덜 휘두르는 것이 유리한 경향이 있다.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자주 내지 않더라도 강력한 파워를 두려워하는 투수들은 존 안에 공을 집어넣는 것을 꺼린다. 이는 더 많은 볼넷으로 직결된다. 또한 꼭 볼넷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타자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는 장타를 치기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우드는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리그 하위 20%의 Heart 존 투구 비율을 기록했다. 그의 극도로 낮은 스윙률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더 높은 성장 가능성

우드는 이미 MLB 전체에서도 수위권에 드는 타자다. 하지만 여기서 더 성장할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사실 우드는 처음부터 땅볼을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었다. 더블 A 이하 레벨에서는 공을 띄우는 데 특별히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21세의 나이로 트리플 A에 데뷔한 후부터는 더 노련한 피칭을 상대로 땅볼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트리플 A 개막 당시 우드의 나이는 잭슨 홀리데이에 이어 타자 중 두 번째로 어렸다. 50%를 돌파한 땅볼 비율은 MLB 데뷔 이후까지 유지됐다.

< 우드의 레벨 별 땅볼 비율과 리그 평균 대비 나이 >

그리고 MLB에서 수백 타석을 소화한 지금, 우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투수들의 노련한 피칭에 점차 적응을 마쳐가는 듯하다. 땅볼 비율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MLB 데뷔 초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 우드의 땅볼 비율 30경기 롤링 그래프 >

위에서 살펴봤듯이 우드는 공을 띄우기만 하면 MLB 전체에서도 최고의 장타력을 뽐낼 수 있다. 땅볼 비율이 평균보다 10%P 가량 높은 지금도 약 40홈런 페이스다. 추세를 유지해 리그 평균 근처 정도만 공을 띄울 수 있다면 50홈런도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또한 유망주 시절 우드를 다룬 대부분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공통된 표현이 등장한다. 거대한 골격에 비해 체구가 약간 마른 편이라 성장하면서 골격에 맞게 체중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우드는 같은 키(6피트 7인치)의 코너 외야수인 애런 저지보다 몸무게가 21kg 더 작다. 적당한 체중 증량은 안 그래도 강력한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물론 체중 증량은 수비와 주루의 하락세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우드는 두 가지 모두에서 MLB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중이다. 따라서 약간의 수비와 주루 정도는 더 높은 타격 생산력을 위한 대가로 지불할 여유가 있다. 또한 우드가 내셔널스에서 뛸 동안 중견수는 수비 능력이 더 뛰어난 딜런 크루스가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포지션에 대한 부담도 적다.

 

마치며

잭슨 메릴, 잭슨 츄리오, 와이엇 랭포드 등 2024년에 준수한 루키 시즌을 보냈던 타자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드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후안 소토는 내셔널스에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었지만 MVP 수상의 영예까지 안지는 못했다. 과연 우드는 잠재력을 완전히 만개해 브라이스 하퍼에 이어 워싱턴 소속 두 번째 MVP 수상자가 될 수 있을까.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Prospectus, Baseball America, @JonPgh

야구공작소 정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안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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