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58승 86패 (최종 10위)
시작부터 힘들었다
2018시즌부터 5시즌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키움 히어로즈는 2023시즌 무너지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정후(MLB 이적), 안우진(군입대), 이지영(FA 이적) 등 키스톤 콤비를 제외한 센터라인 에이스들과 불펜 투수 임창민, 내야수 전병우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이 때문에 키움의 2024시즌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이는 현실이 됐다. 키움은 2024시즌도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너진 불펜과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두 가지였다.
< 2024시즌 불펜 기록(리그 내 순위) >
얇은 뎁스를 가진 불펜은 한 시즌을 버티기 힘들었다. 김재웅과 조상우를 제외하곤 믿을 만한 선수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이들마저 안정적인 자원이 아니었다. 김재웅은 6월 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조상우는 소집해제 이후 첫 복귀 시즌이라는 리스크가 있었다. 이들과 함께 김동욱, 주승우, 김성민 등을 위주로 불펜을 운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WHIP와 피안타율을 제외하고 주요 기록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상 역시 발목을 잡았다. 시즌 극초반부터 주전 포수 김동헌이 팔꿈치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김동헌의 경우 FA로 떠난 이지영의 대체자로 주목받았기에 키움에게는 큰 악재로 다가왔다.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은 7월까지 타율 0.330 OPS 0.907을 기록하는 활약을 하던 도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시즌아웃 됐다. 다른 핵심 멤버인 이주형과 김혜성 역시 잔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출전을 하지 못했다.
결국 얇은 뎁스와 부상이 맞물리면서 5월부터 하위권으로 쳐졌고 6월부터는 최하위에 머물며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대단했던 타선과 선발진
시즌 성적과 다르게 리그 상위권을 기록하는 부분도 있었다. 중심타선과 선발진만큼은 KBO 내 다른 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 2024시즌 주요 타자 성적 >
이주형-도슨-김혜성-송성문으로 이어진 1~4번 타선은 강력했다. 테이블세터를 맡은 이주형과 도슨은 둘 다 부상이 시즌에 영향을 미쳤지만,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주형의 경우 2023시즌보다는 쳐졌지만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점과 두 자릿수 홈런이 기대감을 갖게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김혜성은 2루수 WAR 1위(스탯티즈 기준)에 오르며 올해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비시즌 벌크업을 하고 체지방을 감량한 송성문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비록 홈런 1개가 모자라 20홈런-20도루에는 실패했지만, 타자 전체 WAR 3위에 올랐고 3루수 wRC+와 OPS 2위에 올랐다.
< 2024시즌 1~3선발 성적 >
선발 역시 놀라웠다. 후라도는 굳건한 1선발로서 2023시즌과 거의 비슷한 활약을 이어갔다. 평균자책점이 2.65에서 3.36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WAR은 6.61로 같았고 이닝은 6.1이닝 증가했다. 이닝의 경우 롯데 윌커슨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다. 헤이수스는 2023시즌 외국인 선발이었던 요키시-맥키니의 아쉬웠던 점을 완벽히 메웠다. 후라도 만큼 많은 이닝을 담당하며 이닝 5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과 WAR 모두 규정이닝 내 7위에 오르는 활약을 했다.
여기에 국내파 에이스로 떠오른 하영민이 만개하며 3선발을 담당했다. 하영민은 첫 풀타임 선발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첫 규정이닝과 첫 100탈삼진을 기록했고 국내파 투수 중 평균자책점 6위(규정이닝 내), WAR 11위로 리그에서 손꼽는 선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부터 체인지업을 버리고 포크볼을 장착했는데 포크볼의 경우 리그 전체 구종 가치 1위로 한국에서 가장 날카로운 공이었다. 안우진이 빠진 상황에서 하영민의 성장은 키움에 한 줄기 빛 같았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
리빌딩을 기조로 시작한 시즌이기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크게 성장한 젊은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많았다.
< 2024시즌 주요 유망주 투수 성적 >
마무리로 올라선 주승우가 가장 눈에 띈다. 시즌 초중반까진 셋업과 마무리를 오가다 막판에 붙박이 마무리로 자리 잡은 주승우는 지난 시즌 143.4km/h였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을 이번 시즌 147.4km/h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부터 성균관대 시절 투구폼을 다시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이것이 먹혔다고 밝혔다. 구속이 상승한 덕분에 대학 시절 모습과 자신감을 되찾았고 마무리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리그 10위에 해당하는 14세이브를 올렸다.
상무에서 복귀한 김인범은 전반기 10경기 선발로 나서서 47.2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 기간에 데뷔전 이후 KBO 역대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21이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비록 전반기 막판부터 무너지며 후반기에 기여한 부분은 적지만 전반기 보여준 모습은 기대를 갖게 했다.
신인 김윤하는 국내 선발진을 키워야 하는 키움의 큰 수확 중 하나다. 6월 말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김윤하는 자신의 이닝 소화 능력을 잘 보여줬다. 7월 25일 두산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 QS+(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을 올렸고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후반기는 전 경기 선발로 나서서 10경기 56.1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6.07로 낮출 필요가 있지만 데뷔 첫 해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으로 남았다.
영웅질주는 아직 오지 않았다
키움의 리빌딩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반등을 노렸지만, 부상과 얇은 선수진들로 인해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이 신인 선수들의 기회로 이어졌고 투타에서 유망성을 띄거나 확연한 성장을 보인 선수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갈 길은 멀다. 여전히 국내파 선발 자원은 더 필요하다. 김윤하를 발견했지만 완성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귀하다. 다음 시즌 키움은 후라도와 헤이수스가 떠난다. 더욱이 외국인 투수를 1명만 운영하기로 했다. 빈자리를 채울 믿을만한 국내파 선발을 발굴해야 한다.
선발만큼 보강이 절실한 곳은 키스톤 콤비다. 유격수는 원래도 무한 경쟁 체제였다. 김휘집이 트레이드로 떠난 이후 타격과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었다. 신인 이재상이 잠시 번뜩임을 보여줬지만, 공·수에서 더 갈고 닦아야 한다. 또한, 김혜성이 미국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고 새 외국인 타자 두 명은 외야수이기 때문에 주전 2루수 역시 찾아야 한다.
희망적인 건 기대감이 큰 선수들이 합류한다는 점이다.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해 158km/h를 던지며 팬들을 놀라게 한 이강준이 전역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 덕수고 정현우도 합류해 투수진 뎁스를 두껍게 할 수 있다. 여기에 포수 김동헌 역시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이다. 떠난 선수들만큼 기대되는 선수들이 합류한다.
키움은 올해 슬로건이었던 ‘영웅질주 키움승리’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육성이다. 다시 가을을 가기 위해선 지금 투자하고 있는 선수들이 최대한 많이 만개해야 한다. 영웅질주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싹이 보인다. 내년 키움은 질주할 수 있을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조 = KBO, 스탯티즈
야구공작소 문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윤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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