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단신, 작은 거인으로 거듭난 김성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

0.173. 1군 데뷔 연도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김성윤의 통산 타율이다. 작은 체격에 빠른 발과 높은 작전 수행 능력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2022년 시즌 초반 9경기 중 8경기에 나서 처음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후 대부분 교체로만 기용되며 시즌을 마쳤다.

2023년 시범 경기에서 좋았던 이성규의 부진과 구자욱의 부상으로 김성윤은 다시 선발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7월 타율 0.409, 8월 타율 0.397.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삼성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이정후를 대신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차출돼 금메달의 영광도 얻었다. 김성윤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며 또 그간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끊임없는 웨이트, 그리고 풀스윙

김성윤은 입단 당시 수비와 주루에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 163㎝의 작은 체격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꼬리표였다. 하지만 갓 입단한 신인답지 않은 멘탈로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를 시작했다.

“내 단점은 파워다.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를 많이 하고 있다.” (링크)

김성윤은 꾸준한 웨이트로 약점을 보완했다. 체중도 입단 시엔 62kg에 불과했으나 군 전역 후 74kg까지 불렸다. 이후 163㎝의 작은 체격으로 스쿼트 415파운드(약 188㎏)나 들 정도로 근력을 키웠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링크1) (링크2)

웨이트는 프로 선수에게 필수 요소다. 부상 방지와 근력, 순발력, 유연성 향상을 위함이다. 웨이트가 이 선수만의 특별한 노력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김성윤은 그 이상을 바라봤다. 늘 아침부터 가장 먼저 출근해 웨이트를 시작했다. 웨이트로 단점을 보완하는 걸 넘어서 파워를 장점으로 만들 정도로 노력했다. (링크)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늘어난 근육량은 스윙 속도 및 타구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 변수 간의 결정계수가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링크1) (링크2) 즉 웨이트로 엄청난 근육량을 가진 김성윤은 작은 체격에도 빠른 스윙 속도와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 근육량과 배트 스윙 속도 간의 관계 (세로축 – 스윙 속도, 가로축 – 근육량) >

< 배트 스피드와 타구 속도 간의 상관관계 >

이를 바탕으로 김성윤은 KBO 내 다른 작은 체격의 선수들과 달리 풀스윙을 보여줬다. 한 방 노리는 타격을 한 것이다. (링크) 파워와 풀스윙이 합쳐져 그는 2022, 2023년 모두 리그 평균보다 빠른 평균 타구 속도를 기록했다. 작은 체격으로 풀스윙과 함께 강한 타구를 날리는 유형은 KBO에 드물다. 이 점이 바로 김성윤의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야구계 통념에서 체격이 작은 선수는 컨택 위주의 작은 스윙을 해야 한다. 김지찬, 김태진, 황성빈 등을 떠올려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김성윤은 이 통념에서 벗어난 선수다.

MLB를 보면 체격과 상관없이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내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선수로 김성윤과 키가 똑같은 호세 알투베가 있다. 163㎝로 MLB 최단신 선수임에도 통산 209홈런과 장타율 0.471을 기록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시절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호세 라미레즈도 마찬가지다. 입단 초기 교타자였던 둘은 팀의 육성 정책을 통해 거포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링크)

한 연구에 따르면 인종에 상관없이 체지방률이 15%라고 가정했을 때 체중이 약 75㎏이기만 하면 배럴 타구 생산의 최소조건이 성립된다. 배럴 타구의 최소조건에 해당하는 타구 속도는 158㎞/h다.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스윙 속도와 근육량을 계산했을 때 약 75㎏의 체중이면 가능하다는 게 연구 결과다. (링크)

이미 일본에도 배럴 타구를 만드는 데에 체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선수가 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야마다 테츠토는 76㎏의 체중으로도 2022년 30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물론 타격이 근육량이나 체중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쯤 되면 누구나 장타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수많은 국내 선수가 단지 체격이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진 능력을 제한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윤은 매력적인 선수다. 그동안 KBO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기 때문이다. 김성윤은 다른 무엇보다 타구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겐 타구 속도가 더 중요한 타격 지표다. 좋은 타구 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웨이트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링크)

입단 초기 빠른 발과 높은 작전 수행 능력의 장점을 가지고 있던 김성윤은 이제 강한 타구도 만들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작은 체격의 단점을 극복하고 호타준족형 선수로 탈바꿈했다. 희소성 있는 선수가 됐다. 김성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기회, 그리고 심리적 안정

김성윤은 웨이트뿐만 아니라 2022년 사비로 SSTC 야구 아카데미에 방문하여 타격 메커니즘을 분석할 정도로 노력파였다. 그럼에도 작년까지 김성윤은 빛을 보지 못했다. 5년 동안 81타석의 기회만 부여됐다. 한정적인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예전에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지 못하면 2군에 내려갔었다. 1, 2군을 오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며 부담을 느꼈었다. (링크)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고 한다. 실패의 반복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여 자신만의 루틴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KBO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박용택 위원도 “아무리 신체조건이 좋아도 멘탈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프로 입단 후 수많은 선수를 보고 있는데 결국에는 멘탈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더라”고 말했다. (링크)

멘탈 게임의 개척자인 켄 라비자 박사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경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때도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가 좀처럼 안 풀릴 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내며 그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멘탈 게임의 또 하나의 측면은 자기 통제입니다. 플레이를 컨트롤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컨트롤해야 합니다. 스포츠 심리학 분야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선수는 배터 박스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링크)

김성윤은 예전엔 좋은 타구가 잡히면 그 한 번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잦았다. ‘다음’ 타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의욕이 앞서서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했다. 적은 기회에 대한 부담과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때의 자책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링크1)(링크2)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본인의 장점을 살려 꾸준히 안타를 쳐냈다. 자연스레 기회도 많이 받았다. 그 기회를 살려 안타를 더 쳐냈다. 선순환 구조를 띄었다. 이제 기회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자기 통제’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

“경기 출장 기회가 많아지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 놓을 수 있게 됐다.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경기를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나만의 루틴도 생겼고, 마인드 컨트롤도 할 수 있게 됐다. 주변에서도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안 좋았던 것들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앞으로도 이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링크)

김성윤은 올해 후반기 삼성 타선의 핵심이었다. 작은 체격에도 시원한 타구를 날려주는 선수였다. 풀타임을 뛰진 못했지만, 팬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심어주었다. 과연 삼성의 주축 외야수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을까. 기대를 안고 지켜보자.

 

참조 = STATIZ, SPORTS2I, MLB.com

야구공작소 장호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정세윤,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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