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년 8월 24일
참석자: 육선엽, 황준서(장충고), 이주민, 이승주, 이은서, 이재성, 최준혁(야구공작소)
앞선 두 3학년 선수(이진하, 정준영)와의 인터뷰에 이어 2학년에 재학 중인 황준서와 육선엽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이진하와 정준영 못지않게 2학년 두 선수도 각각 프로야구 신인왕과 최동원상 수상이라는 본인만의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프로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3학년 선배들의 모습을 본보기 삼아 자신들의 꿈을 향해 전진 중이었다. 각자의 꿈을 좇는 과정에서도 두 선수는 모두 “2학년이 되며 신중함을 갖추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인터뷰 내용처럼 야구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은 프로 선수 및 3학년 선배들보다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황준서는 작년 장충고에 입학하여 4경기에 나서 18.2 이닝 동안 3자책점만 기록했다. 또한, 3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12경기에 나서 44이닝 동안 44탈삼진을 기록,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팀이 결승에 올랐던 올해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4경기 중 3경기에 출전하며 11.2이닝 동안 단 2자책점만을 내주는 준수한 피칭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대회에서 감투상을 받았다.
육선엽은 두둑한 배짱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투수다. 올 시즌은 단 4경기만 등판했다. 비록 경기 수는 적지만, 자신감을 겸비한 날카로운 각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두 선수에 대한 인터뷰는 서로의 첫인상과 관련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황준서: (육)선엽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어두워서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착한 친구였습니다.
육선엽: (황)준서의 첫인상은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며 말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황준서는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이틀 전(8월 22일) 생일을 맞았다. 그는 1년에 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황준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육) 선엽이가 생일 케이크 선물해줬습니다.
육선엽: (황)준서하고 친구들과 놀았었는데, 제가 선약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인터뷰 대상인 황준서와 육선엽 모두 투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서로 선발 맞대결을 하게 되는 가정의 상황을 두고 질문을 던져봤다. 덕분에 두 선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또한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둘 다 자신감에 넘치는 답변을 내놨다.
황준서, 육선엽: (함께 웃으며) 제가 이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수비수 중 투수는 가장 먼저 자신의 공을 던지며 타자와 승부를 겨루게 된다. 그들이 느끼는 투수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황준서: 저는 1학년 때까지는 타자였는데, 타자보다는 던지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투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육선엽: 삼진을 잡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투수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정교한 제구일 수도 있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투수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떤 것이었을까?
황준서: 투수에게는 무조건 구속보다는 제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선엽: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충고 이야기
이마트배 대회에서 팀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던 올해 대회와 관련한 소감에 대해 들었다.
황준서: 제가 많이 던졌는데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이에 따라 팀 동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육선엽: 결승전 때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제가 ‘컨디션이 좋아서 결승전에 등판했다면 우승까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마트배 대회와 관련한 아쉬움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만큼, 두 선수 모두 내년 장충고에서의 목표 또한 공유하고 있었다.
황준서: 아프지 않고 내년을 잘 준비해서 우승을 2번 하고 싶습니다.
육선엽: 아프지 않고 시즌을 잘 치러서 내년에 우승을 2번 하고 싶습니다.
여러 경기 등을 거치며 선수들에게는 마음속 한 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들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두 선수는 공통으로 이마트배 대회에서의 경기를 꼽았다.
황준서: 이마트배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큰 구장에서 처음 뛰어본 경기였습니다. 야간 경기여서 날씨에 적응하기가 힘들고 눈도 흐려졌지만, 그마저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육선엽: 이마트배 4강 안산공고 전이 잊히지 않습니다. 제가 8강전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면서 패배할 뻔했는데, 4강전에서 어떻게든 이를 만회하고자 노력하며 집중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다 보면, 본보기로 삼고 싶은 인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에게는 누가 그런 존재였을까?
황준서: (정)준영이 형이요. 지금껏 봐왔던 형 중 가장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육선엽: 저는 KT 위즈에 입단한 (최)동희 형을 꼽았습니다. 운동할 때는 진지하고 놀 때는 재밌게 놀아요. 공사를 구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황준서는 이번 달 9일부터 플로리다에서 개최되는 18세 이하 제30회 세계 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에 관한 본인의 각오를 들어볼 수 있었다.
황준서: 막내로서 출전하는 만큼 형들을 잘 돕고, 제가 출전하게 된다면 나라를 대표해서 모두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황준서는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만큼 시기가 겹치는 이번 봉황대기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학교를 대표하여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황준서: 나 없어도 친구들과 형들 있으니까 잘할 거라고 믿고, 우승 한 번 해보자.
#프로 지명과 목표
투수로서 본인이 가진 강점에 대해서는 두 선수 모두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설명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황준서: 저는 경기 운영 능력 그리고 좌완 투수라는 점, 위에서 꽂는 각이 타자들을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육선엽: 위기 상황에서 떨지 않는 자신감과 각이 좋은 슬라이더가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로부터, 본인들이 느끼는 투수로서 상대방의 매력에 관해 물었다.
황준서: 자신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어느 상황에서 올라와도 자신 있게 해결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육선엽: 주자 만루 상황에 올라와도 긴장하지 않고 경기 운영을 잘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육선엽은 자신이 중간 투수로 등판하는 데 있어 마운드에서 긴장되는 순간에 직면할 때 가지는 자신만의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포수 미트만 바라보면서 타자에게 ‘칠 테면 한 번 쳐봐라’라는 각오로 가운데로 던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양한 구종은 투수에게 중요한 자질이다. 그들 또한 변화구와 관련하여 거듭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황준서: 고등학교 진학 이후 변화구 구사가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 스플리터와 커브를 던지고 있는데 슬라이더도 연습 중입니다. 힘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투심을 던지고 있습니다.
육선엽: 투수코치님으로부터 스플리터 그립을 배웠는데, 며칠 연습을 거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준서: 제 공은 왼쪽으로 많이 휘어서 치기 힘든 투심입니다. 그래서 타자들이 정확히 맞추기 힘든 구종이죠. 포심은 가장 기본적인 구종으로서 어디든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투심은 많이 던지는 구종이 아니기에 한 번 감을 놓치면 감을 되찾는 부분이 어렵습니다.
2학년 되면서 드는 생각 그리고 개선하고 싶은 점으로는 두 선수 모두 ‘생각이 많아졌다’는 공통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황준서: 저는 생각이 많고 부담이 커졌는데 1학년 때처럼 편하게 잘 던지고 싶습니다.
육선엽: 저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야구에 대한 불필요한 생각들을 버리고, 공을 편하게 던지고 싶습니다.
학생 선수들은 진급하게 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많은 변화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도 역시 2학년이 되면서 공통으로 마음가짐의 측면에서 달라진 부분이 존재했다.
황준서: 1학년 때는 비교적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2학년이 되니 부담이 됩니다. 특히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행동을 조심하고 있어요.
육선엽: 1학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공만 잘 던지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2학년이 되면서 생각해야 할 부분도 많아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행동을 신중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두 선수는 상대방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본인이 생각하는 상대방의 롤모델 선수를 꼽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황준서: 오타니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공과 마운드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선엽이를 닮았습니다.
육선엽: 류현진 선수처럼 자신 있게 제구 위주로 잘 던지는 모습이 좋은 것 같습니다.
두 선수는 모두 상대방이 선정해준 롤모델에 대해 영광스럽다며 미소를 띠었다.
상대방의 롤모델을 꼽아준 이후 본인이 삼고 있는 롤모델에 대해 각자 들어볼 수 있었다.
황준서: 김광현 선수입니다. 투구폼도 역동적이고 같은 좌완 투수로서 김광현 선수가 국내 탑 좌완 투수로서 닮고 싶습니다.
육선엽: 안우진 선수입니다. 16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팀의 에이스로서 따라가고 싶은 바람이 존재합니다.
지금껏 많은 경기를 치르며 많은 선수와 상대해왔지만 그런데도 선수들 마음속에 한 번쯤 붙어보고 싶은 상대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러한 대상은 누가 있을지 물어봤다.
황준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는 없습니다.
육선엽: 경기고 이상준과 붙어보고 싶습니다. 홈런도 많이 치는 거포로서,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은 거포입니다.
다른 팀에 없다면 동료 중에 있었을까. 황준서에게는 장충고 선수 중에서 맞대결하고 싶은 싶었던 선수에 관한 질문을 던져봤다. 황준서는 권현을 선정했다.
황준서: 권현은 자기 스윙을 바탕으로 컨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입니다. 공수주 여러 방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만나보고 싶습니다. 청백전 때 한두 번 만나봤던 것 같은데 모두 패배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관련하여서는 황준서는 프로에서의 꿈, 육선엽은 청소년 대표로서의 꿈을 포함하는 각기 다른 목표를 내세웠다.
황준서: 프로에 진출한 이후 KBO 신인왕을 한번 거머쥐고 싶습니다.
육선엽: 청소년 대표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최동원상을 받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로부터 앞으로의 당찬 각오를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황준서: 청소년 대표부터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결과 내서 내년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육선엽: 올해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고교야구를 평정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습니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인터뷰가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들은 다시금 글러브를 끼고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선수들은 각자 저마다 다른 포지션에서 활동하며 제각기 다른 특성과 성격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뚜렷한 목표를 가졌다는 점, 이를 이루기 위한 열망 하나만은 모든 선수에게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목표는 바로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의 활약 그리고 고교야구대회에서의 준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의 목표는 프로에 진출하여 수많은 팬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이름을 좋은 선수로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들 모두에게서 미래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매년 수많은 학생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노력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프로에 입성하더라도 프로 선배들과의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은 본인의 꿈에 대한 열망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해 나아간다. 계속되는 난관을 헤쳐 나아가고 있는 장충고 야구 선수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고교야구 선수들이 본인의 노력만큼 좋은 결실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야구공작소 이승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