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삼성 라이온즈 – ‘다시, 익숙했던 그 자리로’

(일러스트_야구공작소 이찬희)

 

시즌 성적 – 정규시즌 2위 (76승 59패 9무 승률 0.563) – 플레이오프 직행

최종성적 3위 (플레이오프 2패 vs 두산 베어스)

 

프롤로그 

지난 6년 중 5년은 삼성에게 있어 실패로 점철된 역사였다. 야심 차게 개장한 신구장은 가을만 되면 사용되지 못했다. 이따금 반짝였던 순간을 제외하면 매년 순위표의 결과는 비슷한 위치에서 마무리됐다. 

새로 유입되는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왕조 시절만 해도 영원히 모를 것만 같았던 암흑기는 서서히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내부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강산이 절반쯤 변해가고 있을 무렵 삼성은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신호탄은 외부 FA 오재일의 영입(4년 50억)이었다. 큰 금액이지만 팀에 꼭 필요했던 보강이었고 팬들이 시즌 종료 직후부터 원했던 선수라 더 가치 있었다. 팬들의 여론과 팀의 전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린 좋은 무브였다. 

올해는 다를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피렐라의 전력 질주는 팀을 상위권으로 도약시켰다. 강력한 선발투수진은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줬다. 

비록 단 하루였지만 시즌 22번째 경기를 치른 4월 28일 이후 2,031일 만에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시즌 내내 LG/KT와 최상위권 경쟁을 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1위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록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지만,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기에 매우 고무적인 시즌이었다. 

 

무엇이 달랐나

2021년의 삼성이 그 이전의 5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는 힘이었다. LG/KT와 1위 경쟁을 하던 와중,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사력을 다하는 키움과의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불씨를 살렸다. 

이후 NC와의 마지막 2연전 중 첫 경기에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지만,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난조 속에서도 정규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33년 만에 펼쳐진 KT와의 타이브레이커(이하 T.B) 경기를 확정 지었다. 

물론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팀이 한 번 탄력을 받았을 때 쭉 치고 나갔던 경험은 왕조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올해는 더 노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끔 해줄 수 있다. 

 

최고의 선수

구자욱

데뷔 시즌부터 워낙 엄청났기에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을까.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왕조 시절의 마지막 유산. 구자욱을 시즌 MVP로 선정하는데 이견을 가진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1군 진입 후 2년간 훌륭한 정확성(290안타, 0.346)을 보여줬지만 신구장 개장과 함께 장타를 노리는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문제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홈런 갯수로 인해 잘못된 방향을 잡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이 꼭 필요할 때 구자욱은 제 몫을 해줬다. 시즌 후반부 1위자리가 갈려있던 KT전 쿠에바스에게 뽑아낸 홈런이 그랬고, NC전에서의 3루타 후 포효하는 모습이 그랬다. 이제는 확실한 코어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이제는 대체불가급으로 거듭난 선수에 대한 예우를 구단도 확실히 했다. KBO 역사상 非FA 선수 최대규모(5년 120억)의 계약을 안겨주며 전성기의 끝자락까지 함께하자는 의지를 확실히 내비쳤다.구자욱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팬들을 위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 

 

원태인

이 부분에서 백정현과 원태인을 고민했다. 백정현의 평균자책점이 물론 훌륭했지만 경기내용에 더 큰 발전이 있었던 건 원태인이었다. 

올 시즌은 원태인 개인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지난 2년간 기대도 많이 받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150km/h에 가까웠던 구속은 프로 입단 후 상당히 감소했다.전반기와 후반기에 다른 사람이 되는 체력 문제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3년 차 시즌, 원태인은 정현욱 코치의 지도 아래 확실한 구속 증가를 이뤄냈다. 여기에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체인지업(구종가치 14.7, 리그 전체 3위)과 슬라이더까지 구종을 전반적으로 가다듬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원태인의 포심 평균 구속과 헛스윙률 변화 

19시즌 139.9km/h 헛스윙률 18.2% 

20시즌 142.6km/h(+2.7km/h) 헛스윙률 18.8%

21시즌 144.4km/h(+4.5km/h) 헛스윙률 23.6%

 

원태인은 리그 투수 중 다섯 번째로 높은(sWAR 4.76) 승리기여도를 기록하며 2021 시즌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한 명의 선발투수를 넘어 에이스 역할을 바라는 소속팀의 기대에 충분히 잘 부응한 시즌이 아니었을까. 

 

기대되는 미래

이승현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식상한 야구계 격언이 있다. 이승현의 데뷔전이 딱 그랬다. 1이닝 13구에 불과한 짧은 등판이었지만 7개의 포심이 모두 150km/h를 훌쩍 넘기는모습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41경기를 불펜 등판했고 시간이 거듭될수록 제구 난조, 체력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보완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1년 차 신인이 시즌 내내 불펜의 한 축으로 뛰었다는 거 자체로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에 가려졌을 뿐, 재능의 총량만큼은 앞선 둘에 뒤지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점이야말로 유망주의 특권이 아닐까

 

아쉬운 선수

이학주

중견수-유격수(2루수)-포수로 이어지는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야수들을 한데 묶어서 센터라인이라고 부른다. 삼성은 시즌 내내 이어진 주전 유격수의 부재로 인해 단 한 번도 센터라인을 완성한 채 맘 편히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의 소재는 당연히 이 선수에게 있다.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 부재’라는 문제로 인해 이성곤까지 트레이드됐고, 결국 T.B(오선진 송구 실책, 결승점)에서 사고가 나버렸다. 결과적으로 급하게 진행한 긴급수혈은 실패로 끝이 났다. 본인도 입단 후 꾸준히 안 좋은 소문들에 휘말리며 팀 내/외부적으로도 골머리를 앓게 헸다. KBO 데뷔 이전이긴 했지만 이미 음주운전이라는 중죄의 경력까지 있는 선수였다. 종종 보여주는 안일한 플레이는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서로가 불편했던 동행의 끝은 결국 롯데에서 사이드암 투수 최하늘과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로 마무리 됐다. 1990년생 우리 나이로 33세 시즌을 맞는 이학주에게 남은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구단과 팬들은 그저 1인분만 해주는 ‘주전’을 원했을 뿐이다. 같은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힌 이대은은 올 시즌 KT 우승에 크지는 않지만 기여한 바가 있다. 이학주가 KBO리그 데뷔 첫해의 모습만 보여줬어도 올 시즌 우승 굿즈의 색깔이 달라졌을 것이다. 

 

벤 라이블리 & 마이크 몽고메리 

삼성은 가을야구 2번째 경기에서 국내 선발을 내야 할 정도로 외국인 2선발의 부재가 아쉬웠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라이블리의 초반은 좋았으나 이내 몇 경기 만에 이탈하고 말았다. 몽고메리는 여기에 화룡점정이었다.

라이블리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2년 연속 장기부상으로 팀과 작별했고 몽고메리는 등판 때마다 제구 난조를 겪는 등, 더욱 실망스러웠다. 

결국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하며 유니폼을 집어 던지는 등 선을 넘어버렸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평균적인 성적만 기록했어도 더 위를 바라보는 팀이 됐을 거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결론 및 앞으로의 KEY POINT 

 

  1. 센터라인 재건 & 찾아라 야수 유망주 

팀의 리드오프를 맡아주던 박해민이 팀을 떠났다. 센터라인에 발생한 또 하나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일단 중견수는 김헌곤이 맡겠지만 장기적인 대체 자원이 필요하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이재현, 김영웅등의 자원을 지명했고 이례적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유격수의 부재로 고생은 충분히 했다. 어떤 새 얼굴이 기회를 잡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현재 스타팅 라인업에서 29세의 구자욱이 두 번째로 어린 선수임을 고려하면 삼성 야수진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하위권 성적으로 인해 꾸준히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지명했음에도, 김지찬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키워낸 야수 유망주가 없다.

최근 몇 년간 드래프트에서 계속된 투수 위주의 지명이 지난 해에는 야수 위주로 바뀌었다. 현재는 베테랑들이 분전해주고 있지만 언제 에이징 커브와 함께 성적이 급락할지 모른다. 왕조 시절 이후 대비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진 암흑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하지 않을까. 

 

  1. 불펜진의 안정화 

2021시즌 삼성 불펜은 가장 큰 약점(불펜 ERA 8위, WAR 7위, WPA 5위)이었다. 단단한 선발진이 끌고 가는 초반에 비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팬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블론세이브(12회)와 가장 높은 세이브 성공률(79.3%)을 책임져준 오승환이라는 대들보가 있기에 이 문제점이 최소한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결국 시즌 내내 우규민-오승환을 제외하면 필승조를 찾지 못했다. 

불펜진의 양적, 질적 안정화가 필요하다. 문용익, 홍정우 등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새 얼굴들이 있다. 양창섭이 복귀하고 퓨쳐스에서 가능성을 보인 황동재도 후보 중 한 명이다. 오승환(82년생)과 우규민(85년생)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마치며 

삼성의 2021시즌은 무너져갔던 구단과 팬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아주 고마운 한 해였다. 최종 결과는 아쉽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거니와, 암흑기 동안 보였던 순간순간의 반짝임을 빛으로 잘 연결한 시즌이 아니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수도권 경기가 무관중으로 펼쳐졌음을 고려하더라도, 총관중 수 1위(278,222명)를 기록한 점은 팬들이 얼마만큼 열광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팀도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연장계약을 발표하며 팬들의 환호에 응답했다. 실로 오랜만에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겨울이다. 

 

참고: Fangraphs, Statiz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차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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