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9시즌 리뷰] NL 중부 – 과정은 창대하나, 결과는 미약하리라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팬그래프 시즌 예상 (승-패): 1위 컵스 (87-75) 2위 세인트루이스 (84-78) 3위 밀워키 (81-81) 4위 신시내티 (79-83) 5위 피츠버그 (77-85)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종 순위(승-패): 1위 세인트루이스 (91-71) 2위 밀워키 (89-73) 3위 컵스 (84-78) 4위 신시내티 (75-87) 5위 피츠버그 (69-93)

[야구공작소 김동민] 2019시즌 메이저리그의 다른 지구들에 비해 예상하기가 유독 힘들었던 지구가 바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였다. 그 예상을 입증하듯 NL 중부 지구의 다섯 팀은 시즌 내내 엎치락 뒤치락하며 팬들에게 매우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어느 한 팀도 확실한 주연이라 꼽을 수 없던 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와 신시내티 레즈, 그리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공동 주연의 스릴넘치는 추격전을 볼 준비가 되었다면,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도 좋다.


예상할 수 없던 성적, 예상할 수 없던 오프시즌

2019시즌 중부지구 대전의 서막은 세인트루이스가 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폴 골드슈미트를 받고, 빅 리그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던 루크 위버와 카슨 켈리, 그리고 마이너리그 유망주 앤디 영을 넘겼다. 그리고 바로 골드슈미트와 5년 1억 3000만 달러짜리 연장 계약(골드슈미트는 계약이 1년 남아있었다). 2010년 맷 할러데이에게 준 7년 1억 2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구단 신기록이었던 만큼 세인트루이스가 골드슈미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FA 시장에서는 앤드류 밀러의 영입으로 필승조 불펜 강화를 꾀했고, 맷 위터스를 영입하면서 팀의 기둥 야디에르 몰리나의 백업 역할을 맡기는 등 뎁스를 더욱 굳건히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팀의 프랜차이즈 투수인 애덤 웨인라이트와의 단년 재계약을 진행했다.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는 어린 선발투수들로 구성된 로테이션 가운데에서 리더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고, 2006년부터 팀과 함께한 터줏대감 웨인라이트는 이 역할에 적격이었다. 규모는 1년 200만 달러로 작았지만, 이 계약은 팀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신시내티였다. 2018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중계권 계약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났고, 새로운 감독에다 팀 창단 150주년을 맞는 만큼 뜻 깊은 한 해를 위해 서서히 달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지구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대권 탈환의 적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세 건의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는데, 첫번째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불펜 유망주 태너 레이니를 주고 선발 투수 태너 로악을 데리고 왔으며, 두 번째로는 LA 다저스와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가장 큰 목적은 눈엣가시였던 호머 베일리의 숙청이었지만, 여기에 두 명의 유망주를 더해 준수한 선발투수(알렉스 우드)와 외야수(야시엘 푸이그, 맷 켐프), 그리고 포수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카일 파머)를 데리고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정확하게 한 달 뒤, 유망주 한 명과 2019 드래프트 밸런스 픽을 뉴욕 양키스로 넘겨주고 소니 그레이를 받아오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시켰다. 파머를 제외한 나머지 5명 모두 잔여 계약이 1년 남아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매년 투수, 특히 선발 로테이션이 문제였던 신시내티 입장에서는 투수를 보강해 지구 우승을 노려보고, 안 되면 셀러로 돌아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주변의 시선은 놀라우면서도 차가웠을 뿐이었다.

밀워키의 엷은 유망주 뎁스는 오프시즌 팀의 움직임에 크게 작용했다. 트레이드로 뎁스를 보강하는 것보단 단년급의 FA로 전력을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먼저 다저스에서 풀린 야스마니 그란달을 1년 계약으로 잡았다. 지난 시즌 매니 피냐와 에릭 크라츠로 리그 하위권의 공격력을 보여준 포수진에서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이었다. 여기에 밀워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마이크 무스타카스와 1+1년 10M +옵션의 규모로 재계약하면서 작년 이상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조쉬 헤이더를 받쳐줄 알렉스 클라우디오 영입, 중복외야 자원(도밍고 산타나, 키온 브록스턴)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쏠쏠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시카고 컵스는 밀워키보다 더욱 악조건이었다. 지난 오프시즌 유 다르빗슈와 타일러 챗우드, 브랜든 모로우에 과감한 투자를 한 터라 페이롤은 사치세를 내야할 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망주 뎁스 역시 리그 최악의 수준. 이로 인해 트레이드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꿈에 가까웠고, FA로는 유틸리티 자원인 대니얼 데스칼소를 영입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페이롤을 줄이기 위해 집중하며 오프시즌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피츠버그는 제한된 돈으로 최대한의 효율적인 FA 영입을 이끌어냈다. 조던 라일스와 강정호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면서도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었던 이반 노바를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넘기면서 페이롤에서도 여유를 챙겼다. 보강의 정도가 중부지구 다섯 팀 가운데 가장 뒤처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제임슨 타이욘과 스탈링 마르테, 조시 벨을 선두로 준수한 투타 라인업을 구성하는 등 지난 시즌의 82승 이상을 노려볼만한 전력이었다.

팬그래프가 예상한 지구 내 1위와 최하위의 승리 차이는 10승. 결코 많은 차이가 아니란 것을 생각하면, 오프시즌 동안 이 팀들은 그 10승을 더하기 위해 그들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보강을 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싸울 만반의 채비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오프시즌으로 열린 대단원의 서막은 정규시즌 시작과 함께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혼전 그 자체, 3~5월

가장 먼저 선두를 선점한 것은 세인트루이스였다. 공을 들인 골드슈미트가 기대만큼은 아니어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무엇보다도 폴 디용의 폭발은 세인트루이스가 패수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승수를 거두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 다음은 컵스와 밀워키가 동률을 이뤄 경쟁했다. 컵스는 하비에르 바에즈와 윌슨 콘트레라스, 그리고 드디어 제 모습을 보이나 싶던 제이슨 헤이워드를 필두로 여전한 공격력을 뽐냈다. 밀워키의 경우 지난 시즌 MVP였던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29경기 동안 14홈런 34타점을 기록하는 역대급 초반 페이스를 보여주었고, 투수 쪽에서는 잭 데이비스가 빈약하다고 평가받던 선발 로테이션의 축이 되어 맹활약했다. 다만 조쉬 헤이더가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점이 옥의 티였다.

5월에는 지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반전된다. 신인 다코타 허드슨과 마이크 미콜라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5월 내내 골드슈미트는 홈런 추가에 실패했고, 더불어 팀의 뒷문을 지키던 조던 힉스가 팔꿈치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추진력을 잃어버린 채 승률 5할에 겨우 턱걸이하는 지구 4위까지 내려앉는다.

그 틈을 컵스와 밀워키가 파고들었다. 옐리치가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가운데 데이비스와 브랜든 우드러프가 폭발한 것. 그리고 건강한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꾸준한 앤서니 리조, 경기당 7이닝 이상을 던져준 카일 헨드릭스가 버틴 컵스는 이 두 달 동안 치열하게 싸웠다. 투수들의 성장과 함께 벨의 엄청난 타격으로 피츠버그가 5할을 수성한 반면 4월에 최하위로 처졌던 신시내티는 분위기에서 약간의 반전을 이뤄냈음에도 여전히 지구 5위였다.


선두권에서 멀어지는 피츠버그, 6~7월

이 시기에 대부분의 지구에서 우승팀과 꼴찌팀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상태였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6월이 끝날 때쯤 1위와 5위의 승차는 5.5게임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 적은 차이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17.5게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치열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좀 더 덧붙이자면 6월의 중부지구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었다. 5할을 유지한 세인트루이스를 제외한 모든 팀의 승률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골드슈미트와 디용이 슬럼프에 빠졌지만 난세의 영웅 잭 플레허티가 나타나 이를 메꿨다.

반대로 밀워키와 컵스는 똑같이 떨어지며 0.536의 승률로 공동 1위를 이루고 있었다. 컵스의 경우 노장 콜 해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이 부진했고, 라인업 역시 헤이워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침체기에 들었다. 밀워키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7할 장타율이 일상이 된 옐리치와 돌아온 에릭 테임즈, 그리고 2루로 포지션을 바꿨음에도 잘 적응하면서 뒤를 받쳐준 마이크 무스타카스만이 있었을 뿐 그 외에 잘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쉬 헤이더가 본 모습을 찾았다는 것외에 긍정적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

이 흐름은 7월에도 똑같이 이어진다. 세인트루이스가 치고 나가면서 컵스와 동률을 이루고 밀워키가 살짝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이 세 팀의 승차는 단 한 경기였다. 3달 연속 1위를 유지한 컵스는 7월 들어 유 다르빗슈가 드디어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헨드릭스와 존 레스터가 감을 되찾는 등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큰 힘이 되었다.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골드슈미트가 25경기 11홈런 27타점을 기록하며 부진을 깔끔하게 씻었고, 무엇보다도 플레허티와 미콜라스가 버텨준 투수진의 호성적으로 하여금 나름 상승세의 분위기를 탔다. 밀워키는 옐리치를 뒷받쳐줄 루키 케스턴 히우라의 등장이 있었지만 두 달간 괜찮았던 헤이더가 다시 흔들리는 등 투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분위기가 쳐졌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때 옐리치가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는지 싶기도 하다.

옐리치의 7월까지 월간 성적

다만 이때부터 피츠버그의 몰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6월까지 5할 언저리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여주던 피츠버그였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벨의 부진과 함께 투수진들이 무너지는 경기를 자주 보여주면서 올라갈 수 없는 성적을 냈다.

이전까지의 양상과는 다르게 NL 중부지구 7월의 주인공은 신시내티였다. 다저스와의 트레이드가 실패로 드러나면서 시즌 초반부터 이어져온 피츠버그와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 팀은 조용히 바닥을 기었으나, 7월에 투수와 타자에서 각각 두 명의 기대주가 나오면서 후반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투수 쪽에서는 부활한 소니 그레이와 확고한 에이스 루이스 카스티요가 있었고 타자에서는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와 함께 ‘갑툭튀’한 24살의 유망주 조쉬 반미터가 있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신시내티는 피츠버그를 제치고 4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초대형 딜을 성사시키며 중부지구만의 주인공이 아닌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삼각 트레이드, 트레이드 데드라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미드 시즌은 다른 지구들보다는 활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큰 반향을 불러있으켰다. 그것도 오직 두 팀에 의해서. 사실 이마저도 한 팀에 몰린 임팩트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제드 저코를 다저스로 파는데 그쳤으며, 밀워키는 지난 시즌의 활약이 무색했던 헤수스 아귈라를 탬파베이로 보내고 헤이더 외에 빈약했던 진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레이 블랙과 드류 포머랜츠를 데려오며 보강했다. 또한 피츠버그에서 부진에 빠져있던 조던 라일스를 데려왔다. 이 트레이드가 밀워키 입장에서는 최고의 영입이었는데, 라일스는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면서 중요했던 8~9월에 밀워키가 다시 상승하는 원동력을 가지는 데 밑바탕이 된다. 시즌 포기 단계에 들어선 피츠버그는 라일스를 밀워키로 넘기고 코리 디커슨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보낸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

컵스의 경우는 나름의 움직임이 있었다. 먼저 2019 MLB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일자리가 보장된 실업자’였던 크레이그 킴브럴을 3년 4300만 달러에 붙잡아왔다. 그리고 2016 월드시리즈의 ‘우승투수’였던 마이크 몽고메리를 친정팀이었던 캔자스시티 로얄스로 다시 보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일이 되자 3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는데, 처음으로 예전에 맷 가르자 트레이드로 텍사스에서 데려와 그 동안 믿음을 주고 던지게 했던 칼 에드워즈 주니어를 드디어 포기했다.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마틴 말도나도를 보내고 토니 켐프를 받아왔으며, 마지막으로 숨겨진 보석 중 하나였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닉 카스테야노스를 트레이드해오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팀에 좌타가 많았던데다 대부분 크고 작은 부진에 빠져있을 때쯤 팀에 들어오게 된 카스테야노스는 큰 힘이 되었다.

이제 ‘주인공’ 신시내티의 차례. 7월 31일의 그 트레이드로 모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트레버 바우어를 데리고 오면서 야시엘 푸이그와 두 명의 유망주를 클리블랜드, 그리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넘겼다. 특히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던 날 피츠버그와 신시내티의 경기에서 매우 큰 규모의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고 클리블랜드의 소속으로 신시내티를 위해 매우 흥분 상태에 있던 푸이그의 모습은 매우 큰 화제가 되었다. 이와 별개로 신시내티는 바우어를 위해 두 명의 유망주 중 하나이자 최고의 유망주였던 테일러 트라멜을 포기했는데, 중견수로 정착해가던 팀 내 1위 유망주 닉 센젤에게 더 큰 믿음을 줌과 함께 부진했던 트라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샌디에이고로 넘기게 되었다. 후속 무브로 바우어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워싱턴에서 받아왔던 로악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넘기면서 유망주 제임스 한나를 데려왔다.

많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킴브럴 영입과 바우어 트레이드 모두 세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큰 반응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시즌은 마지막으로 향한다.


밀워키의 대반전, 8~9월

컵스 입장에서는 공들여 영입한 킴브럴이었다. 그러나 킴브럴은 곧 우측 팔꿈치 염증 증상을 나타내며 부상자 명단에 오른다. 에드워즈 주니어를 내보내고 받아온 로완 윅이 그나마 공백을 매꿨지만 그럼에도 세인트루이스의 재도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이 무색해진 디용과 다시 부진에 빠진 골드슈미트였지만, 콜튼 웡과 루키 토미 에드먼의 활약, 그리고 내셔널리그 월간 투수상을 수상한 플레허티의 역대급 기록은 세인트루이스가 지구 1위를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플레허티가 8월에 기록한 0.71, 그리고 후반기 들어 기록한 0.76의 평균자책점은 2015년의 제이크 아리에타나 2018년의 트레버 윌리엄스를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밀워키는 컵스보다 사정이 나빴다. 옐리치와 헤이더의 부진 속에 팀도 추락해 2위인 컵스와도 4게임 차로 벌어진 상태였다. 신시내티의 경우 작심하고 데려온 바우어가 매우 큰 부진에 빠지면서 트레이드를 후회하게 만들었지만, 반미터에 또 다른 루키 아리스티디스 아퀴노가 데뷔 후 홈런 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치우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피츠버그는 7월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추락중인 상태.

누구에게는 시즌의 마지막이었던 9월, 세인트루이스는 8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가 지구 우승을 이룩하며 시즌을 10월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차이로 멀어져 있던 밀워키가 9월에만 20승 7패를 거두면서 맹추격했기 때문. 시즌 종료 전날까지 세인트루이스와 한 경기 차이를 이뤘던 밀워키는 결국 시즌 마지막날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가 승리하면서 지구 우승을 놓쳤지만 와일드카드를 획득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9월 10일 옐리치가 슬개골 파열로 시즌 아웃되면서 시즌을 접어야하는 상황에까지 도달했지만, 오히려 그 이후로 13승 5패를 기록하면서 컵스를 앞지르는 대약진을 보여줬다.

반대로 컵스는 시즌 말미를 완전히 망치면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8월 마지막날까지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 사정권에 있었지만 그 이후로 4할도 되지 않는 승률(11승 16패)을 기록하며 8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킴브럴이 나오는 경기마다 족족 무너지면서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있던 것이 제일 컸다. 다르빗슈가 분투했지만 경기의 마지막까지 지킬 수는 없었다.

신시내티는 시즌 끝까지 그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뜨거웠던 아퀴노는 9월 들어 차갑게 식었지만 수아레즈가 그 아쉬움을 달랬다. 8월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던 수아레즈는 9월에만 10홈런을 기록하며 피트 알론소의 홈런 1위를 넘봤다. 시즌 막판 홈런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홈런 레이스는 끝이 났지만, 최종 49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오르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이끌어냈다.

피츠버그는 시즌 끝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하던 카일 크릭과 펠리페 바스케즈가 클럽하우스에서 음악을 틀었다고 주먹다짐을 하고, 9월 17일 바스케즈가 아동 성범죄에 연루되며 사실상 야구계에서 추방되는 등 클럽하우스 내의 케미스트리는 회복시킬 수 없을 만큼 추락했다. 결국 시즌 전 예상과는 무관하게 내셔널리그에서 마이애미 다음으로 나쁜 성적을 거두며 매우 안 좋은 마무리를 지었다.


너무나 허무했던 10월 포스트시즌

밀워키는 와일드카드 2위로 올라가 내셔널스 파크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와 겨루게 되었다. 8회 말까지 승기는 밀워키에 있었다. 우드러프가 솔로 홈런 하나만을 허용하면서 4이닝을 막았고 다음 3이닝을 브렌트 수터와 포머랜츠가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라인업은 옐리치의 공백이 무색하듯 슈어저로부터 3득점을 이끌어내 NLDS 진출을 눈 앞에 뒀다. 그러나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던 헤이더가 결국 일을 저질렀고 여기에 옐리치 자리에 들어갔던 루키 트렌트 그리샴이 결정적인 에러를 저지르면서 밀워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고 말았다.

지구 우승으로 NLDS에 직행한 세인트루이스는 리그 2위의 97승을 거둔 애틀랜타를 만났다. 4차전까지 모두 3점 차 이내로 결과가 나면서 치열한 시리즈가 될 줄 알았으나, 마지막 5차전에서 애틀랜타가 1회에만 10점, 3회까지 13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져 세인트루이스가 NLCS에 진출했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힘을 너무 뺐던 것과 함께 다저스를 꺾고 올라온 워싱턴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스윕을 당하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2019시즌 정리, 그리고 그들의 미래

아무도 쉽사리 우승팀을 예측하지 못했던 중부지구는 9월 막판에 가서야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이 결정되는 등 상당히 치열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 혈투 끝에 지난 3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지만 항상 사정권에 있었던 세인트루이스가 4년만에 지구 우승을 따냈다. 기대했던 주축 타자들(맷 카펜터, 폴 디용, 해리슨 베이더)이 매우 부진했고 야심차게 영입한 골드슈미트 역시 상당한 기복을 보여줬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웡, 루키 에드먼과 함께 내셔널리그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한 투수진의 활약에 힘입어 포스트시즌으로 향할 수 있었다. 마치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이 떠오르는 모습. 특히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한 잭 플레허티의 앞으로의 활약이 상당히 기대되는 바이다.

밀워키는 보완할 점이 명확히 보인 시즌이었다. 물론 시즌 막판에 대폭발을 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옐리치의 팀’이라는 꼬리표는 당분간 지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헤이더로 대표되던 불펜 또한 헤이더가 부진하자 여실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러나 우드러프나 애드리안 하우저가 등장한 선발 로테이션과 함께 케스턴 히우라가 옐리치의 뒤를 받쳐준다면 여전히 밀워키는 강력한 팀을 꾸릴 수 있다.

지난 시즌, 필자는 컵스 리뷰를 쓰면서 “왕조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적은 바 있다. 결국 올해의 컵스는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물론 지난 5년 간 컵스는 다저스 다음으로 내셔널리그에서 많은 승수를 챙긴 팀이며, 이번 시즌 역시 최다득점 5위와 최저실점 3위를 기록한 팀이다. 그러나 시즌 후반 보여준 추락은 과연 이 팀이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머지않아 리조와 브라이언트, 바에즈 등이 FA 자격을 얻게 되면 현재의 유망주 풀로 보았을 때 페이롤이 꽉 찬 컵스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다. 지난 시즌에도 말했듯 다시 한 번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시내티는 성적이 좋지 않았어도 이번 시즌 상당히 재밌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 다저스 시절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뜨거웠던 푸이그와 함께 1년차 감독으로서 최다 퇴장 신기록(8회)을 세운 데이빗 벨, 그리고 피츠버그와 시즌 내내 으르렁거렸던 것까지. 어찌보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서도 팀 역대 최초의 200삼진 선발 듀오를 구성하고 2007년 애덤 던 이후 최초의 40홈런 타자를 갖추는 등 눈에 띄는 요소들도 찾을 수 있었다. 특히나 2013년 이후 매우 어려움을 겪었던 선발로테이션의 뎁스가 드디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매우 특기할 부분이다.

피츠버그는 상황이 마땅치 않다. 정말 나쁜 분위기 속에 시즌을 끝마쳤고 사장과 단장, 감독이 모두 팀을 떠났다. 조쉬 벨을 제외하면 팀의 구심점도 없고, 특히 리더로서의 기질이 보이는 선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케빈 뉴먼과 브라이언 레이놀즈 등 이번 시즌에 갓 데뷔한 루키들이 활약하면서 볼 만한 재미가 있었고 여전히 중부지구에서 가장 어린 팀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동기 부여가 된다면 해적선의 부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혼돈 속에 시작했고 혼돈 속에 끝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2019시즌. 하지만 내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만큼 팬들에게 시즌 내내 엄청난 박진감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다저스나 양키스같이 강팀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겠지만 이렇게 서로가 일년내내 치고박는 지구 전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시즌 162경기, 6개월의 대장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액션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당신의 눈 앞에 보여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처=Baseball-Reference,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송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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