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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레스터의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 저스틴 스틸

By 홍휘주
2024년 2월 18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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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

2023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한 팀은 밀워키 브루어스 단 한 팀이었다. 9월 초까지만 해도 중부지구 두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할 것이 유력했다. 9월 6일 기준 시카고 컵스는 76승 64패를 기록하며 마이애미 말린스에 3게임 반 차로 앞서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92.6%였다. 하지만 이후 컵스는 거짓말처럼7승 15패를 기록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아쉬운 시즌을 보낸 컵스에도 소득은 있었다. 바로 저스틴 스틸이다. 그는 2014년 5라운드 139순위로 컵스에 지명됐다. 많은 관심을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7년이 지난 2021년 만 26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2023시즌 초반 스틸의 성적은 실로 놀라웠다. 첫 7번의 선발 등판에서 43.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은 1.45에 불과했다. 스틸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2022년 7월 22일 부터로 범위를 늘리면 14경기 등판에 평균자책점 1.2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50이닝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 차를 맞는 그는 처음으로 정규이닝을 소화하고 16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5위를 기록했다.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알린 한 해였다.

평균 92마일도 안 되는 패스트볼을 가진 스틸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을까?

 

시대를 역행하는 투수?

데뷔 후 2년이 지난 현재 스틸의 가장 큰 변화는 구종 구사율이다. 2021시즌 스틸은 포심, 싱커, 슬라이더, 커브 4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 2022년 7월부터 그는 싱커와 커브를 거의 구사하지 않고 포심과 슬라이더만을 던지는 투 피치 투수로 변신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직구 구사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2022시즌 직구 구사율이 48.6%를 기록하며 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고 2023시즌엔 더 하락해 47.6%를 기록했다. 직구 구사율이 줄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발사각 혁명으로 인해 장타 허용의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자연스럽게 인플레이 타구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배트에 걸리기 쉬운 패스트볼보다 더 효율적으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공, 즉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고 있다.

스틸은 데뷔 첫 해 포심을 평균 수준의 비율로 구사하며 리그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서히 포심 구사율을 높이더니 올해는 선발 투수 중에서 포심을 가장 많이 던졌다. 그의 포심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

< 스틸의 연도별 구종 구사율, 단위 : % >

비결은 바로 무브먼트와 포심의 다양화다. 평균 92마일의 스틸의 포심은 굉장히 독특하다. 낙폭이 무려 21.5인치로 리그 평균보다 5.3인치나 더 떨어진다. 여기에 횡 움직임에서 커터성 무브먼트를 많이 가진다.

스틸은 “우타자 상대 시 포심을 백도어처럼 노리기보다는 그냥 정면승부한다. 나의 직구는 측면으로 더 휘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던지는 건데 커터성 움직임이 더 많이 들어간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포심을 던지면 공이 날아가다가 스트라이크존으로 꺾여 들어간다.”(링크)라며 자신이 던지는 패스트볼을 설명했다.

우타자 상대 시 패스트볼을 많이 활용했다. 스틸을 상대하는 우타자들은 뚝 떨어지며 몸쪽으로 휘는 무브먼트에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지 못했다. 컷 무브먼트로 배트에 먹히는 타구를 많이 만들어냈다. 우타자 상대 뜬공 비율은 17.4%에 그치며 리그 평균의 거의 절반을 기록했고 배럴 타구 허용률은 13%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평균 타구속도도 86.3마일에 그치고 홈런도 단 4개만 맞았다.

그리고 그는 패스트볼을 여러 종류로 나눴다. 컵스에서 수 년간 활약을 했던 좌완투수 레스터는 2022년 여름 가족 휴가 도중 스틸의 투구를 보고 몇 가지 조언을 했다. 레스터는 스틸이 여러 종류의 포심을 던지는 것을 파악해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하나는 살짝 떨어지게 던져 상대의 시선을 상하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분산할 것을 추천했다. 우타자 상대 시 홈플레이트 몸쪽 1/3, 아래쪽을 공략할 것에 더불어 포심 활용도를 높이라고 했다. (링크)

스틸은 레스터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의도적으로 우타자 몸쪽을 계속 공략하려 노력했고그 결과 2022시즌보다 훨씬 일정한 탄착군이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제구도 안정되어 2022시즌 3.78개를 기록했던 9이닝당 볼넷이 거의 반으로 줄어 채 2개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줄었다.

< 좌 = 22시즌 탄착군, 우 = 23시즌 탄착군 >

같은 팀 동료 외야수 이안 햅은 “그의 패스트볼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절대 같은 공이 아니다”(링크)라며 패스트볼의 위력을 설명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외야수 잭 스윈스키는 “어떤 공은 컷 무브먼트가 있고, 어떤 공은 가라앉으며, 또 다른 공은 살아 들어온다”며 패스트볼 공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링크)

 

타자의 방망이가 닿지 않는 곳으로

그렇다면 좌타자는 어떻게 상대했을까. 포심보다는 슬라이더를 더 많이 활용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도 독특하다. 수평 무브먼트가 14인치를 기록하며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꺾이는 뛰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좌우로만 휘는 것이 아니다. 상하로도 많이 떨어진다. 슬러브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바깥쪽으로 많이 흘러 나가는 공은 좌타자들 배트에 굉장히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좌타자들은 스틸의 슬라이더에 수많은 헛스윙을 했다. 슬라이더의 Whiff%는 37.3%를 기록하며 우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10%P 가량 높았다. 피 xwOBA 또한 0.234에 그쳤다.

패스트볼 역시 좌타자의 바깥쪽을 주로 공략한다. 컷 무브먼트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스틸을 일관된 로케이션으로 활용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두 구종의 터널링 효과를 이용해 두 구종의 능력을 극대화했다.

< 23시즌 좌타자 상대 포심과 슬라이더 투구 분포도 >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스틸은 포심과 슬라이더의 릴리스 포인트를 일치시켜 폼 차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타자들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공이 도달할 때까지 그가 던진 공이 슬라이더인지 포심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타자가 스윙을 결심할 때까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구 궤적이 비슷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타자가 스윙을 시작할 때 이 두 구종 궤적의 차이가 생긴다.

< 좌 = 궤적이 달라지는 위치, 우 = 최종 투구 위치 >

그는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다. 포심은 컷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우타자 몸쪽을 공략해 수많은 땅볼을 만들어냈고 슬라이더는 횡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좌타자 바깥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자신의 구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좋은 디셉션과 피치 터널링의 이용을 연구하며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그를 에이스로 만들어줬다.

 

다음 단계는?

스틸은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것보다 자신의 구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컵스의 투수 코치 토미 하토비는“굉장히 새로운 젊은 투수다. 많은 이들은 ‘난 커터를 추가해야지, 다른 구종을 추가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스틸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라고 하며 신기함을 표현했다.(링크)

스틸은 순탄한 길만 걸어오진 않았다. 7년 간의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지냈다. 수술 한 번과 부침도 겪었다. 유망주 순위에도 들어본 적 없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그는 리그의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잘 파악해 끊임없이 그것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현재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

두 가지 구종만을 던지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며 자신만의 무기를 터득한 스틸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레스터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받아 다시 한번 컵스를 높은 위치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참고 = Baseball Savant, Fangraphs, ESPN, The Athletics

야구공작소 홍휘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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