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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노인을 위한 티켓은 없다

By 조훈희
2023년 11월 23일 4 Min Read
3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29년 만의 우승만큼 화제가 된 건 티켓이었다. 전량 온라인 예매가 이루어진 탓에 고령층 팬들은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 특히 LG에는 MBC 청룡 때부터 야구를 봐온 올드팬이 많았다. 소량의 티켓이라도 현장 판매해 달라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컸다.

올드팬이 느낀 ‘디지털 소외’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필자 역시 티켓 일부를 현장 판매하는 제도에 동의한다. 다만 KBO, 구단, 협력사 측은 반기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예매는 수익 확보와 운영 측면에서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계속되는 한 고령층은 야구장에서까지 디지털 소외를 경험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포용’ 아이디어 세 가지를 제시한다. 현장 판매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대한 점진적인 접근법을 담았다. 본격적인 논의 전에 ‘디지털 소외’의 원인부터 제대로 들여다보자. 

온라인 예매를 어려워하는 이유

노인들은 왜 온라인 티켓예매를 어려워할까? 신경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 아세틸콜린이라는 호르몬에서 원인을 찾는다. 아세틸콜린은 학습 능력을 담당한다. 나이가 들면 아세틸콜린 분비량이 줄어든다. 정보처리 능력과 처리 속도도 덩달아 느려진다. 25세가 초당 약 40비트의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65세는 해당 수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령층은 화면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지 않다는 점도 주된 원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며 자란 젊은 세대와 다르다. 노인들은 기기/서비스별로 다른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조사 결과도 앞선 내용을 뒷받침한다. ‘2021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은 ‘인터넷 비 이용층’ 중 고령층이 98.4%였다. 비이용 이유로는 78.9%가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를 꼽았다. 

< 출처 = 2021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노인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기차표를 끊거나 식사를 주문하는 것과 같은 일상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인터넷/키오스크 사용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야구 티켓 예매 같은 특수한 활동은 어디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자녀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눈치가 보인다. ‘디지털 소외’를 극복하는 ‘디지털 포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포용 전략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는 UX/UI 리디자인이다. 단순히 글자를 크게 키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예컨대 한 페이지에 하나의 정보만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정보 처리 속도가 느린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전체 구매 여정이 길어질 수 있으니 진행 바를 삽입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야구 예매에 적용한다면 마치 OX 퀴즈를 만드는 것처럼 페이지를 디자인할 수도 있겠다. 인원, 좌석 구분, 주차 여부를 차례로 물으면서 여러 답안을 선택지로 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 연령대에 맞는 세일즈 문구를 활용하는 일이다. 

‘2022 디지털 정보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비 이용 고령층의 97.7%는 앞으로도 인터넷을 이용할 의향이 없음을 드러냈다. 힘겹게 UX/UI를 개선해도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세일즈 문구는 마케팅을 논할 때 쉽게 놓치는 것 중 하나다.

< 출처 = 2022 디지털 정보격차 보고서 >

고령층에게 세일즈할 때는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 바로 ‘간단’과 ‘안심’이다. 노인들은 정보처리 속도가 느리다. 핵심만 간단하게 전달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적합한 창의적인 세일즈 문구에도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행동 변화가 적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그들에게 익숙한 것과 비교하는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예) “5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티켓이 자동으로 예매됩니다.”
      “매표소 직원의 질문에 답하듯이 버튼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미디어 플라자’를 도입할 수 있다. 이는 정순둘 교수와 남석인 교수가 제안한 모델이다. 시니어 디지털 플라자는 노인들의 디지털 학습 공간이다.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일대일로 마음껏 질문할 수도 있다. 

이에 착안해 ‘베이스볼 디지털 플라자’를 열 수 있다. 야구장 주변 팝업 부스 혹은 지역 내 공공 예약 공간을 이용한 행사로 작게 출발하면 된다. 만약 봉사 시간이 인정된다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중고등학생을 자원봉사자로 초빙할 수도 있겠다. 야구라는 공통된 주제로 소통하며 노인들의 외로움 역시 해소될 수 있다. 현실화된다면 단순 야구 표 예매를 넘어 단절된 1, 3세대 간 소통의 창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경제적&사회적 관점의 조화

이쯤에서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이 귀찮은 일들을 누가, 왜 해야 하는가? 야구 티켓은 충분히 잘 팔리는 중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이 글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Econ)가 아니듯, 경제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는 사회적인 관점도 필요하다. 고전 경제학 논리에 지배되던 기업도 사회공헌과 ESG 경영을 추구하는 시대다.

애플의 주주총회는 ‘관점의 공존’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누군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개발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투자자본수익률(ROI)이 형편없는 일에 왜 투자하냐는 것이었다. 최고경영자 팀 쿡은 공식 석상임을 감안하면 아주 강력한 표현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x같은(Bloody) ROI는 따지지 않습니다.”

티켓 역시 협력사, 구단, 협회, 나아가 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프로야구는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가 컸던 산업이다. 그만큼 특정 계층이 소외되는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팬들의 작은 관심이 도움이 된다. 얼마 전, 한국시리즈 티켓을 65세 이상 팬에게 정가 양도하겠다는 글이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노력이 하나둘씩 모일수록 제도적인 변화도 힘을 얻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소외’에 맞서 ‘디지털 포용’을 고려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날 야구가 사랑받을 수 있게 해주었던 이들이 점점 야구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표현을 빌리면, 어떤 것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현장 판매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층 팬들도 자유롭게 예매하고 직관하는 날을 위해 다 함께 고민해 볼 때다. 

참고 자료 = 『뇌, 욕망을 풀다』, 《2021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2022 디지털 정보 격차 보고서》

야구공작소 조훈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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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노인 티켓디지털 소외야구 예매한국시리즈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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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익명 댓글:
    2023년 11월 29일, 9:39 오후

    우와… 이런 기자는 상 줘야 해.

    가져오는 중...
    응답
  2. 익명 댓글:
    2023년 11월 29일, 9:40 오후

    훌륭하다

    가져오는 중...
    응답
  3. 익명 댓글:
    2024년 8월 1일, 5:55 오후

    지금의 야구 문화가 있게 한 어르신들인데… 나이가 들어 정작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안타까워!

    가져오는 중...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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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인포그래픽] KBO 최초 한 시즌 두 타자 200안타 2026년 10월 6일 [야구공작소 인포그래픽]
KBO 최초 한 시즌 두 타자 200안타

2026년 10월 6일, KT 위즈의 최원준과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가 나란히 200안타 고지를 밟으며 KBO 45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200안타 타자 2명이 동시 탄생했습니다.

빅터 레이예스 선수의 경우 2024년 200안타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200안타를 기록했고, 최원준 선수의 경우는 개인 통산 첫 번째이자 국내 선수 중에서는 2014년 서건창 선수 이후 12년 만의 기록입니다.

두 선수가 같은 날 동시에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며 이번 시즌 안타왕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과연 시즌이 끝나고 안타왕이라는 타이틀홀더를 거머쥘 선수는 누가 될까요?

제작: 야구공작소 김수환
#KBO #안타왕 #200안타 #최원준 #레이예스
[야구공작소 인포그래픽] 2026시즌, 곽빈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습니다. FI [야구공작소 인포그래픽] 
2026시즌, 곽빈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습니다.
FIP 2.69, 197탈삼진, 평균자책점 2.24, WHIP 1.04로 주요 투수 지표에서 리그 선두에 오르며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WAR 6.59와 11승까지 더하며 두산 마운드를 이끄는 에이스이자 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활약했습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이어졌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마운드의 중심을 맡아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인 곽빈은 이제 국내 무대를 넘어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아 더 넓은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빈, 현빈 그리고 곽빈.
2026년, 또 하나의 ‘빈’이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작: 야구공작소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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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체킅’, 역대 최고의 KT 위즈. 2026 시즌 현재 KT 위즈는 87승으로 구단 역 ‘역체킅’, 역대 최고의 KT 위즈.

2026 시즌 현재 KT 위즈는 87승으로 구단 역대 최다 승, 승률 .640으로 구단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도 새로 썼고, 2021년에 이어 구단 통산 두 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구단 역사에 새로운 기준을 세운 2026 KT 위즈.
이 기세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요?

*2026. 10. 7. 기준

제작 : 야구공작소 홍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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