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지호 >
제레미 비슬리 (Jeremy Lonnie Beasley)
1995년 11월 20일생 (만 30세)
우투우타 / 191cm, 102kg
2025시즌 한신 타이거스(NPB) 8경기(6선발) 1승 3패 29.1이닝 25K 12BB ERA 4.60
계약 총액 100만 달러
롯데 자이언츠는 2025시즌 후반기 외국인 투수들의 심각한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알렉 감보아는 후반기에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빈스 벨라스케즈는 최악의 피칭을 거듭하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좌절시켰다.
팀은 선발진의 구심점이 되어 줄 에이스를 영입해 올해 하반기에 겪었던 추락을 반복하지 않고자 했다. 기존 외국인 투수를 모두 떠나보내고 MLB와 NPB 경험이 모두 있는 엘빈 로드리게스와 함께 제레미 비슬리를 영입했다.
배경
클렘슨 대학의 야구부에서 활동했던 비슬리는 2017년 LA 에인절스(30라운드 전체 895번)에 지명됐다. 낮은 지명 순위가 말해주듯 팀은 당초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비슬리는 루키 리그에서 불펜투수로 뛰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듬해 A레벨로 승격된 그는 주어진 선발 등판 기회를 잘 살렸다. 2018년 A, A+, AA레벨을 차례대로 거치며 도합 111.2이닝 104K ERA 2.66을 기록했다. 이듬해 AAA까지 진출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슬리는 2020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트레이드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이적했다. 동년 8월 그는 마침내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데뷔한 지 5일 만에 어깨 부상을 앓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비슬리의 미래를 비관했던 애리조나는 2021년 4월에 그를 DFA했다. 그리고 현금 트레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적했다. 그러나 토론토에서도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2021~2022시즌에 걸쳐 24.1이닝 동안 7피홈런 16자책점을 허용하는 부진한 피칭 끝에 2022년 6월에 다시 DFA됐다.
이후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팀에 머물렀던 비슬리는 2022년 8월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이적했다. 그곳에서도 입지는 변함없이 불안했다. 마이너리그 1경기 등판을 끝으로 2022년 8월 팀으로부터 방출당했다.
빅리그 재승격에 대한 미련을 접은 비슬리는 동년 12월에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해 NPB에 진출했다. 한신에서 비슬리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2023시즌 41이닝 43K ERA 2.20을 기록하며 팀의 일본 시리즈 통합 우승에도 기여했다.
안타깝게도 2024년부터 재발한 어깨 통증과 2025시즌의 부진이 겹치며 비슬리는 지난해 가을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발진 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한 롯데와 계약을 체결해 한국행 도전에 나섰다.
스카우팅 리포트

[ 표1 = 2025시즌 비슬리의 구종 구사 비율 및 구종별 성적 ]
비슬리는 세 종류의 패스트볼(포심, 투심, 커터)과 두 가지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150km/h에 가까운 포심과 커터, 슬라이더를 주로 활용해 삼진을 유도한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약 149.8km/h로 이는 NPB 투수 중 상위 21%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는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높은 코스에 집중적으로 포심을 구사해 헛스윙과 뜬공을 유도한다. 포심 헛스윙률은 9.2%로 작년 NPB 마운드에 오른 투수 361명 중 62번째로 높았다. 최고 158km/h에 달하는 그의 포심은 KBO리그 기준으로도 경쟁력이 높다.
비슬리의 슬라이더는 레퍼토리의 중추다. 마지막으로 빅리그에서 뛰었던 2022년에 유사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보다 종적으로는 1.8인치, 횡적으로는 6.5인치나 더 큰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는 여전했다. 지난해는 2024시즌만큼 제구가 되지 않아 슬라이더의 SwStr%가 9.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시즌만 하더라도 이 수치는 15.4%에 달했으며 2024시즌 삼진 75개 중 1/3이 넘는 26개의 삼진을 슬라이더로 쓸어 담았다.
2020년부터 비슬리는 주로 불펜으로 출전했다. NPB에 진출한 뒤 선발투수로 뛰기 위해 구종 추가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커터였다.
커터는 리그 평균 137.5km/h보다 4km/h 가까이 빠른 141.4km/h에 달하면서도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특성을 살리기 위해 비슬리는 일반적인 쓰임새와 다르게 커터를 스트라이크존의 하단 쉐도우 존1에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지난해 커터로 기록한 SwStr% 12.1%는 NPB 최고로 평가받은 앤서니 케이의 커터가 마크한 13.8%에 버금가는 우수한 수치다.

[ 표2 = 2025시즌 좌우 타자 상대 시 구종 구사 비율 차이 ]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비슬리는 우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와 커터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또 다른 결정구인 스플리터를 10% 이상 구사했다. 바깥쪽 승부를 할 때 높은 코스에는 150km 내외의 포심을, 낮은 코스에는 140km 내외의 스플리터를 구사해 삼진을 노렸다. 전략이 잘 들어맞은 덕에 스플리터도 12.2%의 준수한 SwStr%를 기록했다.

[ 그림1 = 2025시즌 코스별 탈삼진 수 분포도 ]
개별 구종의 위력이 준수한데도 비슬리가 올해 NPB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의 제구력이 전반적으로 흔들렸던 점이었다. BB%가 2023~2024년 모두 7%대였지만 올해는 9.1%까지 상승했다.

[ 그림2 = 2025년 전체 투구 히트맵 ]
3년 동안 특정 패턴에 지나치게 의존한 투구로 타자들에게 읽힌 것도 문제였다. 우타자에게는 바깥쪽 낮은 코스, 좌타자에게는 몸쪽 낮은 코스를 향한 포심-커터-슬라이더 조합에 치중했다. 그러나 커터의 무브먼트와 투구 영역이 슬라이더와 크게 겹쳐 사실상 투피치 레퍼토리와 다름이 없었다. 비슷한 레퍼토리에 익숙해진 일본 타자들은 비슬리의 공을 시간이 갈수록 쉽게 받아쳤다.

[ 표3 = 연도별 투구 세부 성적 변화 ]
비슬리는 언제든 150km/h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그럼에도 올해 우타자에게 잡은 삼진 9개 중 몸쪽 코스에서 잡은 것은 단 1개였다. 스피드를 살릴 수 있도록 이전보다 몸쪽 하이 패스트볼 승부를 늘린다면 바깥쪽 커터와 슬라이더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 표4 = 2025시즌 좌우 타자 상대 스플릿 ]
비슬리는 2020년과 2024년 어깨 통증으로 인해 약 2개월을 재활로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구속 감소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4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148km/h였으나 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2025시즌에는 오히려 149.8km/h로 올랐다. 장기 이탈 이력이 없었고 재활 이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내구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망
비슬리는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 오프스피드 구종 모두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다. 그리고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잘 활용하는 컨트롤을 모두 갖춘 투수다. 건강이나 체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NPB에서 활약했던 시절처럼 팀의 1~2선발 수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환경이 비슬리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NPB에서 선발투수는 1번 등판을 하고 6일을 쉬기에 투수가 피로를 충분히 풀고 다음번에 등판한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4일 휴식 후 등판이 일반적이다. 비슬리는 근래 두 차례 어깨 부상 이력이 있다. 롯데는 비슬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구장의 차이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 구장은 외야 좌우와 중간이 홈플레이트에서 118m나 떨어져 있어 리그에서 홈런이 가장 적게 나오는 구장으로 꼽힌다. 반면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 구장은 좌우와 중간까지 거리가 113m에 불과하다. 뜬공형 투수인 비슬리는 피장타 위험이 큰 구장에서 실점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현재 비슬리는 포심과 커터-슬라이더 조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커터-슬라이더와 반대 방향으로 휘는 스플리터의 비중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개선책이다. 좌타자 상대 때 결정구로 몸쪽에 집중하는 제한된 투구에서 벗어나 바깥쪽 낮은 코스로도 많은 헛스윙을 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플리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고전했던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이전보다 이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2025시즌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후반기 침체로 최종 순위 7위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만들었던 선발진을 보강하기 위해 프런트는 아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한 새 식구를 영입했다. 비슬리, 그리고 그와 같은 날에 동료가 된 로드리게스가 선발진의 누수를 해결한다면 팀은 2020년대 첫 가을야구에 크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야구공작소 강상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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