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헬튼이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공작소 김동윤] 지난 달 20일(한국시간) 35명의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가 발표됐다. 그 중 새로이 입성 자격을 갖춘 선수는 총 15명으로 명예의 전당 첫 해 입성이 유력한 마리아노 리베라, 故 로이 할러데이가 주목할만한 선수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예상되는 후보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토드 헬튼도 있다. 모두가 첫 턴을 예상하는 리베라, 할러데이와 달리 헬튼은 은퇴 후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 여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헬튼은 역사가 짧은 콜로라도 로키스가 자랑할만한 첫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5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받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7년간 오직 콜로라도에서만 뛴 헬튼을 팬들은 “The Toddfather(토드아버지)” 라 부르며 사랑했다. 헬튼은 1루수로 뛰면서 통산 2247경기 2519안타 369홈런 1406타점 타율 0.316 출루율 0.414 장타율 0.539 OPS 0.953을 기록했다. 이는 콜로라도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훌륭한 성적이다.

[표 1] 토드 헬튼의 명예의 전당 입성자(1루수 기준)의 주요 수치 비교

*WAR –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AR7 – 선수의 가장 좋은 일곱 시즌 WAR의 합산, JAWS – 선수의 꾸준함과 임팩트를 고려한 명예의 전당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

명예의 전당 지표 측면에서도 헬튼이 기록한 WAR 61.2, WAR7 46.5, JAWS 53.9의 수치는 메이저리그 역대 1루수들 사이에서 17위, 10위, 14위에 해당한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1루수 평균 수치가 차례대로 WAR 66.8, WAR7 42.7, JAWS 54.7인데 헬튼의 기록은 평균에 수렴하고, 일부 명예의 전당 입성자들을 상회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헬튼의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헬튼을 향한 부정적 시선

대표적으로 명예의 전당 관련 지표인 JAWS를 개발한 제이 제프는 2016년, 헬튼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헬튼은 지지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커리어 중반부터 시작된 하락세와 쿠어스필드로 부풀려진 스탯에 대한 투표자들의 거부감은 그를 쿠퍼스타운으로 데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헬튼의 명예의 전당 가능성은 래리 워커를 보면 된다.”

제프의 발언이 모든 투표자들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헬튼의 명예의 전당 입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유는 포지션 대비 애매한 누적 기록, 쿠어스필드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헬튼이 기록한 2519안타와 369홈런은 외야와 1루가 아닌 포지션이었다면 역대를 논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러나 헬튼의 포지션은 타격천재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좀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1루였다. 흔히 명예의 전당 입성을 보장하는 대기록으로 3000안타와 500홈런을 거론하지만 헬튼의 홈런 수는 500개에 한참 모자란 369개에 불과하다. 라이브볼 시대 이후에 뛰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1루수 중 헬튼보다 적은 홈런으로 들어간 선수는 331홈런의 행크 그린버그, 359홈런의 쟈니 마이즈 두 명에 불과하다. 커리어 타격지표 또한 타율 0.316 출루율 0.414 장타율 0.539로 이상적인 타자의 비율을 보여줬지만 2500안타에 그치면서 안타에서도 애매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로서는 선수생활의 정점에서 내려 올 무렵 시작된 크론병과 고질적인 등 부상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누적 기록마저 커리어 내내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썼다는 이유로 그의 기록은 부풀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는 동안 언제나 거품 논란에 시달린다. 헬튼 또한 은퇴 이후 꾸준히 그의 기록은 과장됐으며, 쿠어스필드를 17년 동안 홈으로 썼음에도 누적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표 2] 토드 헬튼의 통산(1997~2013) & 전성기 5년(2000~2004) 홈,원정 스플릿

야구 관계자들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헬튼은 통산은 물론이고, 5년 연속 MVP 후보에 들었던 전성기에도 꾸준히 홈과 원정 성적에서 OPS 0.235의 큰 차이가 있었다. 콜로라도 타자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은 헬튼의 전성기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헬튼은 2000년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이 때의 조정OPS+는 163으로 NL 3위, WAR은 8.9로 NL 1위를 기록하며 세이버매트릭스 관점도 충족시킬 시즌이었다. 하지만 고작 1위 표 한 장을 받고 MVP 5위에 머물렀다.

[표 3] 토드 헬튼의 2000년 시즌 기록

*괄호는 규정 타석을 채운 NL 타자 중 순위, 원정은 250타석 이상

물론 MVP에는 경쟁자들의 성적과 소속팀 성적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콜로라도는 82승 80패로 5할 승률에 턱걸이했고 뛰어난 경쟁자들(제프 켄트, 배리 본즈, 마이크 피아자)이 있었다. 하지만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원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1위 표가 한 장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부진했던 팀 성적과 콜로라도 타자라는 이유로 전성기 내내 MVP는커녕 MVP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한 까닭에 임팩트가 없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그래서 래리 워커에게 눈길을 돌려봤다

헬튼이 하지 못한 MVP를 유일하게 수상한 콜로라도 선수가 있다. 49홈런 33도루 130타점 타율 0.366 출루율 0.452 장타율 0.720 OPS 1.172을 기록한 1997년의 래리 워커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콜로라도 또한 83승 79패로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은 물론 5할 승률을 겨우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경쟁자들의 성적(소속팀 성적 포함)과 30도루 홈런왕이란 호타준족 임팩트 덕분에 MVP에 오를 수 있었다. 시즌 MVP뿐만 아니라 3번의 타격왕, 7번의 골드글러브, 3번의 실버슬러거를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타자였고, 2011년 명예의 전당에 입후보했다.

[표 4] 래리 워커의 명예의 전당 입성자(우익수 기준)의 주요 수치 비교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역대 우익수들과 대동소이한 지표를 보여줌에도 워커는 매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입성 이후 매해 득표율 20%의 늪에서 헤매다가 지난해에야 34.1%를 득표하며 30% 고지를 돌파했다. 아쉬운 것은 이제 워커에게는 2번의 기회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베테랑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바라보게 됐다.

약물로부터 깨끗한 MVP 수상자임에도 워커가 고전하는 이유는 지금 헬튼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지션 대비 애매한 누적성적과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썼다는 점. 그것이 워커의 발목을 잡고 있고 비슷한 위상의 헬튼도 선배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워커와 헬튼은 함께 뛰었던 동료였지만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세 번 이상의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고, 커리어 슬래시 라인을 0.300/0.400/0.5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정교함과 장타력마저 갖춘 다재다능함이 돋보인 선수들이었다.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며 홈에서는 0.340 이상의 높은 타율, 원정에서는 0.290 이하의 비교적 평범한 타율을 기록한 점도 닮았다. 약물 문제에서도 깨끗했고, 몇 안 되는 콜로라도의 포스트진출을 팀의 중심으로서 이끌었던 리더기도 했다.

[표 5] 헬튼과 워커의 주요 기록

차이점을 보면 워커는 통산 230도루를 기록한 준족이었지만 헬튼(37도루)은 그렇지 못했다. 워커는 헬튼보다 적은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더 많은 홈런과 조정 OPS를 기록했고 MVP까지 수상하면서 한결 나은 임팩트를 보여줬다. 어떤 이는 워커와 헬튼이 모두 골드글러브 수상자지만 각각 외야수와 1루수였다는 이유까지 추가해 워커를 헬튼보다 좀더 나은 선수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헬튼은 다른 길을 간다

하지만 헬튼에게는 워커가 갖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워커와는 달리 헬튼은 꾸준했다. 워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더뎠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커리어에서 140경기 이상 뛴 시즌이 단 4시즌이었고, 0.330 이상의 높은 타율은 모두 콜로라도 시절 5시즌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헬튼은 1998년 풀타임 데뷔 후 10년 연속 3할 타율과 37개 이상의 2루타, 8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헬튼과 워커 모두 10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커리어 슬래시 라인을 0.300/0.400/0.5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21명에 속한다. 하지만 워커와 달리 헬튼은 2500안타를 기록하면서 누적과 비율 모두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록도 쿠어스필드 덕으로 몰아붙이기에는 헬튼의 원정 OPS는 0.855로 준수한 편이다. 헬튼의 원정 타율 0.287과 OPS 0.855를 앞서는 선수는 서른 명에 불과하다. 그 중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약물 논란과 현역 선수를 제외하고 5명이란 점을 상기하면 헬튼의 방향은 명예의 전당 쪽에 더 가깝다.

다른 하나는 기록 외적으로 헬튼에게는 튼튼한 지지기반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 한 팀에서만 오래 뛰었다고 해서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 요건을 갖춘 비슷한 후보들 사이에서 명예의 전당을 노린다면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은 프리미엄이 된다. 해가 지날수록 선수가 한 팀에서만 뛰기 어려워지면서 프랜차이즈 선수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 선수가 하나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꾸준히 선수에 대한 추억과 여론을 환기시키고 고정 표를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워커가 많은 팀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산사나이의 상징성은 헬튼에게 이동했고, 2015년 명예의 전당 투표인단 구성이 젊어진 후 그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헬튼은 커리어 모두를 콜로라도에서 보내면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로 성장했다. 어린 동료들을 이끌고 팀을 역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까지 진출시킨 2007년 ‘록토버’(Rocktober, Rockies(로키스) + October(10월)의 합성어)의 추억과 헬튼의 존재는 콜로라도 팬들에게 자부심이 됐다. 당시 헬튼은 9월 이후 OPS 1.000 이상을 기록하며 맷 홀리데이와 함께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다른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록토버’의 기억은 강렬히 남아있고 젊어진 투표인단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를 일이다.

1루수와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는 타자. 메이저리그 팬들이 타자에게 기대하는 허들이 가장 높을 두 조건을 헬튼은 동시에 가졌다. 그러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유리할 MVP, 3000안타, 500홈런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 1루수가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며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헬튼은 17년 동안 부상과 낮은 평가를 겪으면서도 한 팀에만 머무는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 정도의 인내와 꾸준함이어야만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지원군과 결과물도 얻었다. 최근 헬튼의 원정 성적이 결코 나쁘지 않음을 주목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헬튼의 균형 잡힌 성적이 흔하지 않음을 주목하는 여론도 늘어나고 있다. ‘록토버’의 추억과 젊어진 투표인단의 구성도 악재는 아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번 여정에 헬튼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기다린다면 10년이 지나지 않아 명예의 전당에서 그의 이름이 불릴 것이다.

토드 헬튼의 커리어

통산성적

2247경기 2519안타 369홈런 1401득점 1406타점 타율 0.316 출루율 0.414 장타율 0.539 OPS 0.953

fwar 54.8, bwar 61.2

 수상실적

올스타 5회, 골드글러브 3회, 실버슬러거 4회, 타격왕 1회(2000), 타점왕 1회(2000), 행크아론 상 1회(2000)

출처 :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com, mlb.com, denverpost.com

에디터=야구공작소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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