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거스르는 선수, 윌리안스 아스투디요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공작소 권승환] 로체스터 레드윙스의 홈구장인 프론티어 필드, 이곳에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더그아웃에선 어김없이 포효와 같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 괴음의 주인공은 키가 작고 통통해 El Tortuga(거북이)란 별명을 가진 포수 윌리안스 아스투디요다. 팀에선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동료들과 장난도 자주 친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구장을 찾는 로컬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부름을 받으면서 로체스터는 좋은 분위기 메이커를 잃었다. 하지만 그 덕에 그의 활발하고 재롱 넘치는 모습을 더 많은 팬이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이 이런 아스투디요의 이미지에 열광할 때, 세이버메트리션들은 그가 가진 독특한 기록에 더 주목했다.

 

아스투디요, 대체 누구?

17살의 아스투디요는 베네수엘라 여름 리그에서 프로선수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엔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하며 미국 땅을 밟았다. 이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거쳐 미네소타 트윈스로 팀을 옮겼다. 미완의 유망주들이 대부분 그렇듯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하지만 2018시즌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팀인 로체스터에 정착해 준수한 성적을 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7타석 0.276/0.314/0.469).

이번 시즌 그는 험난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아스투디요의 주 포지션은 포수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소화했다. 마이너리그에서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으로 뛰었다. 로체스터에서는 28경기에 3루수로 활약하며 주전 3루수 역할도 했다. 메이저리그로 콜업 되고 난 후에도 내/외야 가리지 않고 출전했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선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아스투디요는 이번 시즌 다양한 포지션으로 나섰다.(출처=베이스볼 레퍼런스)

아스투디요는 포수를 주로 보지만 다른 포지션에서도 준수한 수비 능력을 갖췄다. 감독으로선 마음 편하게 여러 포지션에 기용할 수 있는 선수다. 그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스투디요가 감독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된 주된 이유는 준수한 수비 실력과 더불어 타석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능력 때문이었다.

 

트렌드를 거부한다

팬그래프의 제프 설리반을 포함한 여러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아스투디요의 Three True Outcome(이하 TTO%)에 주목했다. TTO% 란 타석에서의 결과 중 수비수가 관련되지 않은 세 가지를 말한다. 바로 홈런, 삼진, 볼넷이다. 수비수가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석에서 타자가 어떤 대처를 하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평균 TTO%는 1910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은 더욱더 많은 홈런을 쳤으며 그만큼 삼진과 볼넷도 많이 당했다. 1910년에 고작 9.3%였던 TTO%는 100여 년이 지난 현재 33.8%로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리그 평균 TTO% 는 꾸준히 상승해왔다.(출처=팬그래프)

하지만 아스투디요는 달랐다.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 TTO% 트렌드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97타석을 나온 그는 TTO% 8.3%라는 리그 평균에 전혀 못 미치는 결과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90타석 이상 나온 타자 그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한 안드렐톤 시몬스의 TTO%는 15%였다. 아스투디요의 TTO%에 두 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그의 TTO%는 2위인 안드렐톤 시몬스의 기록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출처=팬그래프)

특히 아스투디요의 TTO%중 가장 쟁점이 됐던 기록은 삼진이다. 9월 1일에 시작된 그의 무삼진 기록은 무려 55타석이나 이어졌다.

55타석 무삼진 기록에 힘입어 그의 2018시즌 K%는 3.1%로 현저히 낮았다. 물론 97타석 밖에 나오지 않아 표본은 적다. 하지만 이런 기록양상은 아스투디요가 메이저리그에서만 보여준 기록이 아니다. 필라델피아 루키 리그 시절부터 이번 시즌 로체스터에 있을 때까지의 마이너리그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2009시즌 부터 2018시즌까지 줄곧 K% 를 2~4%대로 유지했다.

아스투디요의 K%는 눈에 띄게 낮다.(출처=팬그래프)

설리반은 그가 삼진을 당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남다른 컨택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설리반은 “아스투디요는 메이저리그 선수 95%보다 더 많이 휘둘렀고, 99%의 선수보다 배트에 공을 더 많이 맞췄으며, 99%의 선수들보다 더 많은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가 타석에서 공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높은 TTO%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배트에 공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삼진과 볼넷 비율이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컨택 능력은 그가 이번 시즌 슬래시 라인 0.355/0.371/ 0.516을 기록하며 증명됐다. 물론 97타석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 기록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이번 시즌 포수의 평균 wRC+는 85였다. 아스투디요의 주 포지션이 포수인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가 기록한 139 wRC+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활약이다.

미네소타 입장에선 그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우선 타석에서의 능력이 출루로 연결되니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미네소타의 득실차는 -37였다. 이 기록은 30개의 팀 중 19위로 중하위권이다. 내년 시즌을 위해선 출루와 득점을 해줄 선수가 꼭 필요하다.

 

야구장 안팎에서 기대받는 선수

아스투디요가 다음 시즌 주전으로 뛸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여러 포지션을 돌아가며 메꾸는 전천후 백업 역할이 최선이다. 하지만 그가 2018시즌 하반기에 보여준 성적을 내년에도 보여준다면 미네소타는 조 마우어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8시즌 미네소타는 암울한 성적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아스투디요는 팀을 대신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9월 12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주루 솜씨로 팬들을 놀라게 한 아스투디요는 인터뷰에서 “통통한 선수들도 뛸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이 재치 있는 인터뷰와 그의 주루 영상은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며 메이저리그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아스투디요는 흔히 말하는 스타 선수들과는 거리가 멀다. 마이크 트라웃이나 무키 베츠처럼 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다. 하지만 아스투디요만의 허슬 플레이와 컨택 능력은 팬들이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선수, 그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록 출처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1 Trackback / Pingback

  1. [야구공작소 18시즌 리뷰] 미네소타 트윈스 – 2위 같지 않은 2위 - 야구공작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