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5위 (65승 97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 (62승 100패)
[야구공작소 이해인] 그 어느 때보다 리빌딩 광풍이 불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2017시즌부터 전면적인 탱킹에 나선 화이트삭스는 이번 시즌에 62승 100패로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 3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화이트삭스는 2019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행사, 좋은 유망주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화이트삭스의 100패는 다른 리빌딩 팀들의 100패보다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최상급 유망주들 및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들이 포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100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어느 정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쌓인 선수들이다. 따라서 팬들의 기대치 역시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매우 걱정스러운 결과였다. 선수단이 어려 여전히 발전의 여지는 넘쳐나지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결과임에 분명하다.
주요 25세 이하 선수들 성적
2루수 요안 몬카다: 149경기 650타석 0.235/0.315/0.400, 2.0 fWAR
유격수 팀 앤더슨: 153경기 606타석 0.240/0.281/0.406 2.0 fWAR
선발투수 루카스 지올리토: 32경기 173.1이닝 6.13 ERA, -0.2 fWAR
선발투수 레이날도 로페즈: 32경기 188.2이닝 3.91 ERA, 2.0 fWAR
선발투수 카를로스 로돈: 20경기 120.2이닝 4.18 ERA, 0.7 fWAR
선발투수 카슨 풀머: 9경기(8경기 선발등판) 67.2이닝 8.07 ERA, -0.6 fWAR
로돈과 올스타 1루수 호세 어브레유의 부진도 매우 아쉬운 요소다. 화이트삭스가 모든 주전 선수들을 팔아치우던 과정에서도 동행을 선택한 두 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로돈은 2017시즌 말미에 어깨 수술을 받으며 올해 중순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즉, 선수 개인과 팀 모두 성적에 예민한 상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4.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나름 성공적인 듯했다. 하지만 세부 성적은 좋지 못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보다 구속이 1마일가량 떨어졌음은 물론 삼진 비율도 커리어 최악이었다.
표1. 로돈의 연도별 성적
시즌 말미 고환염전과 넓적다리 염증 부상으로 고생했던 어브레유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또한 부상 전에 비해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OPS가 커리어 최초로 0.8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이외의 다른 세부지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2019시즌에는 본인의 컨디션 및 인플레이타구 타율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어브레유다.
화이트삭스는 앞서 서술했듯 핵심 유망주들의 풀타임 오디션을 봤다. 이 선수들의 성적을 바탕으로 팀의 미래 계획을 본격적으로 구상하려는 의도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만개한 선수는커녕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낸 선수조차도 없었다. 어느덧 2년 차에 접어든 리빌딩이지만 화이트삭스의 밝은 미래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브레유는 2019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어브레유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1년 남은 계약기간과 잔여 연봉, 포지션, 부진했던 2018시즌 성적 등을 고려했을 때 좋은 대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선뜻 연장계약을 내밀기도 어렵다.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언제 리빌딩이 완성이 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돈과 선수의 전성기를 낭비하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퀄리파잉 오퍼만을 제시한 채로 FA 시장으로 풀어주는 것은 더더욱 아까울 수밖에 없다. 정황상 어브레유 딜레마에 처해 있는 화이트삭스다.
한편 다른 악재도 겹쳤다. 최고의 구위를 갖췄다고 평가를 받는 강속구 우완투수 마이클 코펙이 메이저리그 4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그는 2019시즌에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
거포 좌익수 유망주 일로이 히메네즈와 그의 에이전트가 팀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건도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상위레벨 마이너리그인 AA와 AAA에서 0.337/0.384/0.577의 성적과 22홈런을 기록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더 이상 타격에서 보여줄 것이 없었지만 화이트삭스는 그를 확장 로스터 기간에도 콜업하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히메네즈의 대리인이 공식적으로 팀의 이런 처사를 비판했다.
정체된 유망주 – 요안 몬카다
시즌 성적: 149경기 650타석 17홈런 12도루, 타율 0.235 출루율 0.315, 장타율 0.400
전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1위였던 몬카다는 운동 능력을 기반으로 좋은 주루와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 54경기에 출장한 가운데 1.1의 fWAR을 쌓았다. 그러나 타석에서는 평균 이하의 컨택트 성공율과 이로 인한 높은 삼진율 때문에 타격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2018시즌에 그에게 남겨진 과제는 더 발전된 타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개막 직후 몬카다의 폼은 자신의 숙제를 완벽하게 해온 느낌이었다. 3월과 4월 동안 그는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0.267/0.353/0.524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자 각종 매체에서는 그가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5월 초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다시 내리막이 시작됐다. 경미한 부상이었으나 시즌 초반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고, 복귀 후 성적은 0.228/0.304/0.373에 머물렀다.
스위치히터인 몬카다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우타석 성적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좌타석 성적은 OPS 0.764, 우타석 성적은 OPS 0.600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 특히 우타석에서 땅볼이 많아 장타 생산력이 적은 점이 문제다.
표2. 몬카다의 좌우 스플릿
* GB/FB: 뜬공타구 대비 땅볼타구표
종합적으로 그가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좋은 타격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높은 삼진율에 비해 장타력이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4월에는 6개로 비교적 많은 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시즌 전체 기간 동안에는 겨우 17홈런에 불과했다. 따라서 컨택트를 늘려 삼진율을 줄일지 혹은 스타일을 유지하며 홈런 파워의 발현으로 이어지기를 기다릴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몬카다와 화이트삭스다.
가장 발전한 유망주 – 레이날도 로페즈
시즌 성적: 32경기 7승 10패 188.2이닝 평균자책 3.91 탈삼진 151개 볼넷 허용 75개
몬카다가 제자리걸음을 한 유망주라면 로페즈는 올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빠른 패스트볼과 훌륭한 커브를 갖춘 유망주로 정평이 나 있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의 주무기라 불리던 커브의 위력이었다. 평소 95~96마일에서 주로 형성되는 패스트볼의 위력은 여전했지만 상대 타자들이 커브에 헛스윙을 하는 비율은 메이저리그 2년차부터 급격하게 떨어졌다.
로페즈 커브의 헛스윙 유도율
2016년: 16.3%
2017년: 6.9%
2018년: 3.5%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 쿠퍼 투수코치와 로페즈가 꺼낸 카드는 바로 슬라이더의 장착이었다. 그리고 이는 즉시 결과로 이어졌다.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들로부터 17.3%의 헛스윙을 유도해내고 있는데 이는 그의 어떤 공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리고 그는 다른 변화구들보다 훨씬 많은 빈도로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로페즈가 훌륭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는 9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부문에서 자신의 시즌 성적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이런 성적 변화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로페즈다.
로페즈의 9월 성적(*괄호 안은 2018시즌 성적)
9이닝당 탈삼진: 9.55개 (7.20개)
9이닝당 볼넷 허용: 2.45개 (3.58개)
9이닝당 피홈런: 0.55개 (1.19개)
평균자책점: 1.09 (3.91)
퇴보한 유망주 – 루카스 지올리토
시즌 성적: 32경기 10승 13패 173.1이닝 평균자책 6.13 탈삼진 125개 볼넷 90개 fWAR -0.2
벌써부터 퇴보했다는 딱지를 붙이기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지올리토의 이번 시즌은 그만큼 좋지 못했다. 유망주 시절에 지올리토와 비교되던 탬파베이 레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이번 시즌 중반부터 팀을 옮기면서 나름의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지올리토는 더더욱 화이트삭스의 아픈 손가락이 돼가고 있다.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던 지올리토는 8월에 자신의 구위를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호성적을 거뒀다. 팔 각도를 다시 올리고 포심 대신 투심과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리며, 체인지업의 그립을 바꾼 덕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9월에 다시 평균자책점이 9.27까지 치솟는 등, 다시 부진하면서 실낱 같던 희망도 다시 사라졌다.
여전히 지올리토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망주시절부터 지적 받던 제구 문제를 잡기는 커녕 이제는 시속 90마일 중후반을 넘나들던 강속구도 남아있지 않다. 그만큼 화이트삭스 팬들의 가슴 역시 지올리토를 보며 타 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밝은 2019시즌을 향하여
화이트삭스는 2018시즌 100패를 기록하며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19시즌에는 2018시즌에 비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팀은 여전히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어브레유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선수이고 로돈 역시 드디어 건강한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구원투수 네이트 존스 역시 2018시즌 막판에 부상에서 복귀했으며 내년 화이트삭스 구원진의 중심축이 되어줄 것이다.
2019시즌 최고의 키워드는 역시나 히메네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상위 레벨에서 22홈런 0.337/0.384/0.577을 친 선수를 내년에도 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화이트삭스는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그를 파견했다. 이는 빅리그에 버금가는 타석 수를 채워주며 데뷔를 준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한편 화이트삭스에는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팜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히메네즈를 제외하고도 훌륭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마이너리그 하위레벨들을 압도하고 AA까지 올라온 선수들이 매우 많다. 따라서 내년 성장세에 따라 메이저리그에서 얼굴을 볼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표3. 상위레벨 유망주들과 성적
그렇지만 아직 이들 역시 ‘유망주’일 뿐이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어디까지나 마이너리그 성적일 뿐, 메이저리그 성적은 뚜껑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미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선수들의 활약은 늘 중요하고 화이트삭스는 이번 시즌 실패를 겪었다. ‘리빌딩 호’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몬카다, 지올리토, 로페즈의 성공이 팬들에게 더욱 간절하다. 과연 화이트삭스발 ‘리빌딩 호’가 내년에는 더 제대로 된 해로로 들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록 출처: MLB.com,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rooks Baseball, Baseball Savant, Spotrac, Milb
에디터=야구공작소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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