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팬그래프 예상 성적: 80승 82패 (NL 중부 3위, NL 7위)
17시즌 최종 성적: 75승 87패 (NL 중부 4위, NL 8위)
[야구공작소 김태근] 작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추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2015년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98승을 거뒀다. 하필 메이저리그 전체 1위팀과 같은 지구에 소속된 바람에 지구 우승은 놓쳤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피츠버그가 최강팀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피츠버그는 1년 만에 무려 20승이 빠진 78승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피츠버그의 승수는 75승으로 더 감소했다.
작년 첫 50경기 동안 29승 21패(NL 중부 2위, NL 4위)의 출발을 했던 피츠버그의 시즌은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그러나 올해는 첫 50경기 동안 23승 27패(NL 중부 5위, NL 9위)로 처음부터 고꾸라진 채로 시즌을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눈에 띄는 반전은 없었다(52승 60패).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희미해지면서 피츠버그는 올해도 시즌 후 FA를 맞는 가치 있는 선수를 트레이드해야 했다. 그 주인공은 피츠버그에서 필승조-셋업맨-마무리를 모두 거친 토니 왓슨이었다. 최근 시장에서 불펜투수의 가치가 크게 올라 왓슨의 판매는 합리적이었다. 마침 훌륭한 대체자인 펠리페 리베로가 등장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왓슨의 기량도 2년 전과 같지는 않았다.
*토니 왓슨의 성적 변화
14-15: 155G 75홀 3세(9블론) 1.77/0.214/0.99(ERA/피안타율/WHIP) 8.43K 1.89BB
16-17: 141G 37홀 25세(13블론) 3.22/0.241/1.22(ERA/피안타율/WHIP) 7.44K 2.68BB
왓슨은 좌완 불펜 보강을 원한 다저스로 향했다. 피츠버그는 대가로 다저스 팀내 30위권의 유망주들인 98년생 내야수 오닐 크루스, 96년생 우완투수 앙헬 헤르만을 받았다. 왓슨의 기량 하락과 반시즌 렌탈임을 감안해도 성에 차는 대가는 아니었다.
LVP: 스탈링 마르테, 강정호
2017 마르테 성적: 77G 7홈런-21도루 0.275/0.333/0.379 wRC+ 91 fWAR 1.2
피츠버그가 2013-2015년 3시즌 280승을 거두는 동안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는 역시 선장 앤드류 맥커친(fWAR 20.9, 팀내 1위)이다. 하지만 맥커친이 아무리 유능한 선장이라 하더라도 부선장인 스탈링 마르테(fWAR 12.6, 팀내 2위)의 조력이 없었다면 당시 피츠버그의 순항은 어려웠을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일종의 ‘선장 수업’을 시작한 마르테의 역할은 맥커친의 옆에서 수비하고, 맥커친의 앞에서 타격하는 것이었다. 특히 첫 풀타임 시즌인 2013년부터 4년 연속으로 30도루 이상을 해내고 2016년 도루왕과 올스타까지 차지한 마르테의 빠른 발은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강견까지 갖춘 수비는 나무랄 것이 없었다.
마르테가 저공 비행으로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그를 걱정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시즌 초반의 기복은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마르테는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의 주인공으로 실린다. 그는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길고도 긴 마르테의 징계가 끝났을 때, 소속팀의 시즌도 사실상 끝난 상황이었다. 이후 본인의 잔여시즌 성적도 개운치 않았다(64경기 0.282/0.343/0.380). 2014시즌 직전 최대 8년 57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선사 받은 마르테가 처음으로 구단의 믿음을 저버린 시즌이었다.
2017 강정호 성적: 출장 기록 전무
지난 시즌 강정호는 부상 탓에 시즌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음에도 장타력을 과시하며 21홈런으로 아시아 내야수 최초 20홈런 달성자가 되었다. 0.867의 OPS와 132의 wRC+는 메이저리그 3루수 중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급이었다. 시즌을 마쳤을 때,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4번 타자 1순위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런데 강정호는 2016년이 지나가기도 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12월 2일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084% 상태에서 자동차를 몬 그는 횡단보도의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망쳤다. 게다가 동승자로 하여금 거짓진술을 하게 만들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에겐 이미 2번의 음주운전을 한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재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강정호에게 더 이상 미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강정호는 구단 스프링캠프 참가는커녕 시즌 내내 미국으로 입국하지 못했다. 피츠버그는 팀의 주전 3루수이자 중심 타자를 제한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넣고 시즌을 치러야 했다. 데이빗 프리스가 있었지만 강정호를 완벽히 대체할 순 없었다.
이번 시즌 피츠버그의 두 ‘역적’ 스탈링 마르테와 강정호는 올 겨울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시즌의 많은 결장을 보충하고 내년 시즌을 일찍 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둘은 여기에서도 나란히 부진을 겪으며 떨어진 실전 감각의 여파를 톡톡히 느끼고 있다.
MVP: 앤드류 맥커친
2017 맥커친 성적: 156경기 28홈런 88타점 0.279/0.363/0.486 wRC+122 fWAR 3.7
맥커친은 2009년 데뷔 이후 2015년까지 7년 연속으로 팀 내 fWAR 1위를 차지했다(누적 fWAR 40.1, 동 기간 ML 전체 3위). 그야말로 독보적이라는 수식어가 적합한 선수였다. 2016년에 믿기지 않는 추락을 경험하기 전까지는(153경기 0.256/0.336/0.430).
*맥커친의 fWAR 변화
2009: 3.4
2010: 3.5
2011: 5.5
2012: 6.8
2013: 8.4 *MVP시즌
2014: 6.8
2015: 5.6
2016: 0.6 *팀내 17위
나이 30줄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작은 체구로 파워배팅을 하던 그가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탔다는 의견에 점점 힘이 실렸다. 올해도 시즌 스타트는 암울했다. 하지만 선장은 악재가 겹친 ‘피츠버그 호’의 무기력한 침몰을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맥커친은 반등에 성공한 뒤 인터뷰에서 비결을 묻자 “내 준비 과정의 핵심은 타격 대기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컨디션 회복과 함께 그 자세의 ‘감’을 찾았을 때를 6월 11일 홈경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맥커친은 정확히 그 경기를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작년에 맥커친의 승리기여도가 큰 폭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비였다. 한때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했던 그의 UZR/150이 2015년 -6.1에서 2016년 -23.2로 대폭락했던 것이다(ML 수비수 전체 최하위). 처음에 구단은 그를 중견수에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맥커친은 올 시즌 전체 1303.2이닝 중 1188.1이닝을 중견수 자리에서 수비했다. 마르테의 부재 탓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복귀시킨 뒤 점차 그의 수비력 회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UZR/150 -5.4).
결과적으로 맥커친은 공수에서의 부활로 인해 fWAR(3.7)을 회복했고, 1년 만에 팀 내 fWAR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선장의 자존심을 지켰다. 당초 피츠버그는 여름 시장에서 맥커친 판매를 고려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맥커친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한’ 시즌을 보낸 덕분에 팀에 남게 되었다. 피츠버그는 시즌이 끝난 후 그에게 퀄리파잉 오퍼(1740만 달러)를 제시할 수도 있었지만 대신 145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을 실행한다. 개정된 룰로 인해 보상 드래프트 픽의 가치가 내려간 데다가 맥커친의 공백을 메울 준비 또한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옵션 실행이 더 저렴한 선택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맥커친은 본인의 31세 시즌을 피츠버그에서 계속 보내게 되었다.
가장 발전한 선수: 펠리페 리베로
2017 리베로 성적: 73경기 14홀/21세(2블론) 1.67/0.170/0.89(ERA/피안타율/WHIP) 10.51K 2.39BB
펠리페 리베로는 피츠버그가 작년 여름에 마크 멜란슨을 워싱턴으로 보내고 받아온 투수다. 피츠버그는 워싱턴에서 중용 받지 못한 리베로를 받아올 때부터 차기 마무리 후보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츠버그가 리베로를 주목한 것은 그가 좌완 파이어볼러이며 FA까지 5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리베로의 대활약으로 피츠버그는 잭팟을 터뜨렸다.
멜란슨의 이적과 왓슨의 부진으로 피츠버그의 마무리 투수직은 공석이 되었다. 그 자리를 두고 리베로 외에도 후안 니카시오와 FA로 영입된 다니엘 허드슨이 경쟁했다. 최종 승자는 시즌 내내 군계일학의 기량을 뽐낸 펠리페 리베로였다.
올해 리베로의 광속구는 평균구속이 99마일로 작년보다 2마일이 더 늘었다. 흔들렸던 제구까지 돌아오면서 그의 패스트볼은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구종가치 -1.5 → 9.4). 슬로 커브와 슬라이더도 수준급인데, 특히 패스트볼과 상당한 구속차가 있는 체인지업(피안타율 0.163, 헛스윙율 28.9%, 땅볼비율 63.0%)은 타자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Key Point: 벅스 해적단 2기, Coming Soon
올 시즌 피츠버그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야수 28.2세, 투수 27.1세로 작년보다 낮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선발진이다.
*2017 피츠버그가 기용한 선발투수
게릿 콜: 33경기 203이닝 4.26 (26세)
이반 노바: 31경기 187이닝 4.14 (30세)
채드 컬: 31경기 157.1이닝 4.35 (24세)
트레버 윌리엄스: 31경기(25선발) 150.1이닝 4.07 (25세)
제임슨 타이욘: 25경기 133.2이닝 4.44 (25세)
타일러 글래스노: 15경기(13선발) 62이닝 7.69 (23세)
스티븐 브롤트: 11경기(4선발) 34.2이닝 4.67 (25세)
올해 피츠버그가 기용한 선발투수들은 이반 노바를 제외하고 모두 20대 중반의 ‘영 건’들이자 피츠버그가 자체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이다(이반 노바: 작년 여름 트레이드로 이적, 시즌 후 3년 2600만 달러 연장계약). 또 이들은 게릿 콜을 제외하면 모두 작년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즉, 올해 피츠버그 선발진은 2년차 투수들로 가득 찼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올해 선발진의 성적은 작년보다 진일보했다. 기용한 선발투수의 숫자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13명→7명). 선발진이 구색을 갖췄다는 의미다. 만약 FA까지 2년이 남은 게릿 콜이 내년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 된다고 해도, 자리 잡기 시작한 영 건 선발진 체제는 여전히 피츠버그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팀 내 최고 유망주 미치 켈러가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야수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작년 22홈런 17도루 86타점 OPS 0.786으로 중심타자 역할이 기대됐던 그레고리 폴랑코는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만 DL에 3번이나 등재되며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11홈런 8도루 35타점 OPS 0.695). 팀 내 야수 2위였던 폴랑코의 fWAR은 2.4에서 0.5로 떨어졌다. 3년 연장 계약을 맺은 안방마님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시즌의 절반밖에 출장하지 못했다(81경기). 대신 기회를 부여받은 포수 유망주 엘리아스 디아스도 부진했다(64경기 OPS 0.579).
반가운 소식도 있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거포 유망주 조쉬 벨은 159경기에 출전, 26홈런 90타점으로 기대만큼의 장타력과 타점 생산능력으로 중심타선에 안착했다. 시즌 후 발표된 NL 신인왕 투표에서도 벨은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 카디널스의 폴 데용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팀에서 유일하게 올스타로 선정된 조쉬 해리슨은 종횡무진 활약으로 많은 기여도를 쌓았다(fWAR 2.6, 팀내 야수 2위). 애덤 프레이저는 존 제이소를 제치고 팀 내 제1 유틸리티 맨으로 거듭났다.
기대를 모았던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오스틴 미도우스는 올해 데뷔하지 못했다. 앤드류 맥커친이 잘한 탓도 있지만, 햄스트링 부상의 재발로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72경기 0.250/0.311/0.359). 고질적인 약점인 건강 문제가 우려되지만, 그는 여전히 올스타 중견수가 기대되는 재목으로 앤드류 맥커친의 장기적인 대안이다.
2015년 1라운더 출신의 팀 내 2위 타자 유망주인 케빈 뉴먼은 2년 만에 트리플 A로 진급하여 풀시즌을 보냈다(40경기 0.283/0.314/0.373). 유격수인 뉴먼의 내년 성적이 향상된다면 피츠버그는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조디 머서를 트레이드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치며
거침없이 쾌속주행하던 해적선은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2년 연속 5할 승률 미만 시즌을 보낸 피츠버그는 가을야구 진출보다 5할 승률을 회복하는 게 당장의 목표가 됐다. 피츠버그는 20년 연속 5할 미만 시즌(1993-2012)이라는 북미 4대 스포츠 사상 최악의 기록을 쓴 이력이 있다. 피츠버그의 악몽은 선대 선장이었던 배리 본즈의 이탈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 선장인 맥커친의 계약은 내년으로 종료된다.
데이터와 분석의 힘으로 돈의 굴레를 벗어나 부흥을 이뤄낸 피츠버그이지만, 이제 부자 구단들도 숫자의 힘을 신뢰하며 변화했다. 반면 피츠버그가 스몰마켓 구단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올 시즌 구단 사상 최초로 팀 페이롤이 1억 달러를 넘긴 상황을 버티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서비스 타임이 많이 남은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주는 것이 피츠버그의 타개책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맥커친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피츠버그 호는 반등 혹은 추락이라는 두 항로 앞에 멈춰 있다. 이미 추락의 조류로 빠질 뻔했지만 선장의 노력으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2018년엔 피츠버그가 반등의 항로로 순항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젊은’ 항해사의 대활약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MLB.com, Fangraphs, Roster Resource, Baseball America, Brooks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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