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
맷 사우어 (Matthew David Sauer)
1999년 1월 21일생 (만 26세)
우투우타 / 193cm, 104kg
2025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AAA) 18경기(17선발) 5승 5패 83이닝 79K 28BB ERA 5.86
계약 총액 95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계약금 20만 달러)
올해 KT 위즈는 시즌 도중 2명의 외국인을 교체했다. 먼저 난조에 시달리던 윌리엄 쿠에바스(98.1이닝 ERA 5.40)를 대신해 패트릭 머피를 데려왔다. 그리고 아쉬운 활약을 펼친 멜 로하스 주니어(331 OPS 0.759)를 대신해 앤드류 스티븐슨을 영입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두 선수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팀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맞이한 스토브리그. KT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1월 7일 맷 사우어와 총액 9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배경
사우어는 2017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의 지명(2라운드 54순위)을 받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비교적 높았던 지명 순위와 달리 마이너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2019년에는 팔꿈치 안쪽 인대가 손상돼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8.2이닝 투구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193cm/95kg의 훌륭한 신체 조건, 그리고 프로 입성 후 최고 97마일까지 늘어난 구속에 그는 계속 기회를 받았다.
기대를 입증하기 시작한 건 프로 7년 차였던 2023년이었다. 더블 A에서 14경기(13번 선발 등판)에 나와 68.1이닝을 던졌고 ERA 3.42를 기록했다. 그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2023시즌 이후 열린 룰5 드래프트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그를 지명하고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당시 로열스의 투수진은 리그 최악에 가까웠다(팀 ERA 5.17 리그 28위).
급했던 팀 사정으로 인해 사우어는 트리플 A도 거치지 않고 빅리그에 데뷔하게 된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4월까지 11.1이닝 ERA 2.38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5월에는 5이닝 11실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고, 결국 DFA되며 다시 양키스로 복귀했다. 돌아온 이후에도 반등은 없었다. 트리플 A에서도 난타당했고 결국 7월 3일 이후 다시 더블 A까지 강등된다.
시즌 이후 자유계약을 선언하며 양키스를 떠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LA 다저스였다. 로열스 때와 마찬가지로 콜업 초반에는 불펜 투수로서 나쁘지 않은 피칭을 보였지만, 결국 난타당하며 자리를 잃었다. 트리플 A에서도 18경기(선발 17경기) ERA 5.86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사우어는 미국이 아닌 아시아 리그를 선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 맷 사우어 2025년 구종 구사 비율 및 무브먼트 (메이저리그 기준) >
사우어는 세 가지의 패스트볼(포심, 커터, 싱커)과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까지 총 6가지의 구종을 구사한다. 유망주 시절부터 포심 패스트볼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 쓰인 2024년 스카우팅 리포트(베이스볼 아메리카) 또한 그의 포심이 타자들의 헛스윙을 효과적으로 끌어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트리플 A에서 포심을 300구 이상 투구한 237명 중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 49위(26.9%)로 상위권에 위치했다. 평균 구속 또한 94.6마일(트리플 A 기준)로 KBO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충분하다.
< 맷 사우어 커터 로케이션 >
올해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가장 구사율이 높았던 커터도 나쁘지 않다. 사우어는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커터를 연마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그 평균보다 높은 횡 무브먼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타자 바깥쪽에 커터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기대 타율 0.222, 기대 장타율은 0.396을 기록했다.
슬라이더 또한 위력적이다. 2024년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55점을 받으며 포심과 함께 리그 평균 이상의 구종으로 평가받았다. 요즘 트렌드인 스위퍼처럼 횡 무브먼트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거의 커브에 가까운 종 무브먼트를 가졌다. 효과는 대단했다. 트리플 A에서 우타자 상대 Hard Hit%가 8.3%에 불과했고 단 한 개의 배럴 타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스플리터도 훌륭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좌타자 상대 기대 타율은 0.157에 불과했고, Hard Hit%도 17.4%에 그쳤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컨트롤을 가졌다고 평가받았고, 실제로 이번 시즌에도 빅리그 평균 이상의 Zone%를 기록했다. 빅리그에서의 BB/9이 2.43, 트리플 A에서의 기록이 3.04임에서 알 수 있듯이 볼넷을 남발하는 유형도 아니다.
피홈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타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우어의 9이닝당 홈런 비율(1.52)은 리그 평균(1.2)보다 높았다. 특히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의 홈구장인 치카소 브릭타운 볼파크가 투고 구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좋지 못한 수치다.
전망
각 구종의 완성도가 높고 제구력까지 안정적인 사우어는 KT가 충분히 기대를 걸 수 있는 카드다. 구위만 놓고 본다면 SSG 랜더스의 미치 화이트, NC 다이노스의 라일리 톰슨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KT는 사우어를 ‘선발 경험이 풍부한 투수’라고 소개했지만,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다. 선발 등판 자체는 많았으나 평균 이닝 소화 능력은 다소 아쉬웠다. 실제로 올해 트리플 A에서 선발로 나선 17경기 중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단 3경기뿐이었고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또한 시즌 초반에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 만큼,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KBO리그 공인구 및 리그 적응 또한 사우어가 넘어서야 할 관문 중 하나다. 머피도 미국에서는 포심 평균 구속이 약 95마일에 달했지만 KBO리그에서는 구속이 하락하며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미국에서 보여준 구위를 한국에서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느냐가 사우어의 성공을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KT는 스토브리그에서 김현수와 최원준, 한승택을 영입하며 재도약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외국인 투수진도 사우어와 케일럽 부쉴리를 새롭게 데려오며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황. 국내 선발진에서는 고영표와 소형준, 오원석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선발 로테이션은 리그 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우어의 활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America, Baseball Reference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전희재,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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