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
패트릭 머피(Patrick Brian Murphy)
1995년 6월 10일생 (만 30세)
우투우타 / 196cm 95kg
2025시즌
AA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 15경기(3선발) 1승 2패 22.2이닝 16K 10BB ERA 3.04
계약 총액 277,000달러(연봉 277,000달러)
지난 11일 KT 위즈는 기존 외국인 투수인 윌리엄 쿠에바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2024시즌 173.1이닝을 던지며 sWAR 5.06으로 건재함을 알렸던 쿠에바스는 올해는 98.1이닝 동안 ERA 5.40, sWAR 0.49로 완전히 무너졌다. 6월 ERA 3.18로 반등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지만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KT는 더욱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웨이버 공시와 함께 발표됐다. 더스틴 니퍼트를 연상케 하는 196cm의 큰 신장을 가진 우완 패트릭 머피가 그 주인공이다.
배경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나고 자란 머피는 고등학생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나이였지만 좋은 신체 조건과 90마일 초반의 패스트볼, 좋은 커브를 가지고 있었다. 2012년 여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2013년을 통째로 결장했지만 재활의 일환으로 실시한 MLB 신인 드래프트 직전 불펜 피칭에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후 당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3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지명되며 대학 진학 대신 프로를 택한다.
프로 첫 시즌이었던 2014년 머피는 부상에 신음했다. 손과 팔 저림이 계속되는 바람에 4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오른손 팔꿈치 부근의 신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고 2015시즌은 통째로 결장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머피는 달랐다. 2016년 로우 싱글 A에서 13경기 69.2이닝 ERA 2.84를 기록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한 단계씩 차근차근 정복해 나갔다. 2018년에는 하이 싱글 A에서 26경기 146.2이닝 ERA 2.64를 기록하며 40인 로스터에 포함되기도 했다.
< 2016 ~ 2019년 머피 마이너리그 기록(10이닝 이하 제외) >
2019시즌 84이닝을 던지는 동안 ERA는 4.71로 높았지만 FIP는 3.35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2020년 우여곡절 끝에 머피는 빅리그 무대를 밟는 데 성공한다. 4번의 등판동안 6이닝을 던지며 삼진 5개를 잡았고 자책점은 단 1점만을 내줬다. 당시 토론토 투수진은 ERA 4.63으로 빅리그 30개 팀 중 17위였던 만큼 기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부상이 다시 한번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전인 2월 쇄골 쪽 인대가 늘어나며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상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토론토로부터 지명되어 워싱턴 내셔널스로 둥지를 옮긴다.
머피는 워싱턴에서 초반부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6번의 등판에서 ERA 6.35를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트리플 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에 성적도 좋지 않았다. 40경기(7선발 등판) 63이닝 ERA 5.00을 기록했다.
이후 머피는 여러 팀을 전전했고 그중에는 NPB의 니혼햄 파이터즈도 있었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결국 2025년에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나도현 KT 위즈 단장은 머피를 ‘빠른 공에 강점이 있으며 투심, 커터, 커브 등의 구종을 고르게 구사할 줄 아는 투수’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머피는 올해 트리플 A에서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싱커, 포심, 커브볼,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총 5개의 구종을 구사했다.
< 2025시즌 트리플 A 구종 구사율 >
패스트볼 구속에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주무기로 삼았던 싱커의 평균 구속은 94.8마일(약 152.6km/h)을 기록했다. 포심도 평균 구속 95.1마일(약 153km/h)을 기록했다. 두 구종 모두 현재 KBO 리그에서 해당 부문 선두를 구가하는 코디 폰세(싱커: 152.8km/h, 포심: 153.5km/h)와 비슷한 수준이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해당 구속을 유지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실제로 트리플 A에서 마지막으로 5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경기(2023년 9월 26일)에서 싱커의 평균 구속은 95.6마일, 포심의 평균 구속은 95.7마일에 육박했다.
< 빨간색 : 2023년 7월까지 릴리스 포인트
파란색: 2023년 8월 이후 릴리스 포인트 >
구속에 비해 포심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는 아쉬웠다. 올해 트리플 A에서 16.3%로 리그 평균(22.8%)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의 투구폼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수정했던 2023년 시즌 초중반에는 머피의 포심도 높은 28.1%의 높은 Whiff%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8월 다시 기존의 투구폼으로 돌아온 이후 해당 수치가 다시 감소했다.
< 2025년 커브 히트맵 >
유망주 시절의 빠른 구속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패스트볼과 달리 당시 함께 각광받았던 커브는 아쉽다. 수직, 수평 무브먼트 모두 리그 중위권 수준이었다. 올해는 제구에 완전히 실패하며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피안타율 0.375, Whiff% 16.7%).
슬라이더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머피의 슬라이더는 수평 무브먼트보다는 수직 무브먼트가 돋보인다. 우타자들은 바깥쪽 낮게 제구된 머피의 슬라이더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피안타율 0.188, Whiff% 34.5%). 더군다나 이번 시즌에는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도 이전과 비교해 더 증가했다.
< 슬라이더 무브먼트 변화 >
체인지업은 유망주 때부터 평균 이하라는 평을 받았고 올해 구사율도 1.2%에 그쳤던 만큼 없는 구종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좋은 오프스피드 피치를 던지지 못한 만큼 좌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올해 머피의 좌우 스플릿 성적은 꽤나 큰 차이가 난다.
< 2025시즌 좌우 스플릿 >
볼넷 관리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볼을 남발하는 선수도 아니다. ABS가 시행된 올해 트리플 A에서도 ZONE%(존 안에 투구된 공의 비율) 52.9%, BB/9 3.97로 모두 리그 평균(ZONE% 47.4%, BB/9 4.6)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몸이 열리는 투구폼으로 인해 유망주 시절부터 우타자 몸쪽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선 히트맵에서 보았듯 훌륭한 커맨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긍정적인 부분은 땅볼 유도 능력과 장타 관리 능력이다. 싱커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선수인 만큼 커리어 내내 땅볼 비율이 높았다. 올해도 GB%가 53.5%에 달했다. 커리어 내내 9이닝당 피홈런이 1개를 넘은 적이 없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특히 올해는 22.2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홈런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루키 시즌 흉곽 출구 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으로 인해 신경 제거 수술을 받는 등 어린 시절에는 몸 상태로 인해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큰 부상에 시달린 적은 없다.
NPB에서 아시아 야구를 이미 경험했고, 마이너리그 마지막 등판이 7월 3일이라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최근에 긴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지만 2019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한 만큼 선발 적응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망
머피는 KBO 기준으로 압도적인 구속을 지녔고 컨트롤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이번 시즌 KT 내야진의 타구 처리율은 85.3%(리그 3위)로 땅볼 투수인 머피를 충분히 보좌할 수 있다. 어제 있었던 첫 등판은 이러한 머피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빠른 패스트볼 구속, 공격적인 스트라이크 존 공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곁들이면서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결국 관건은 좌타자 상대 승부다. 체인지업을 지금 당장 주무기로 사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돌파구는 슬라이더라고 생각한다. 2023년 좌타자를 상대로 19.3%의 K%를 기록할 당시에는 커브(탈삼진 22개)와 포심(탈삼진 13개)으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커브는 제구가 망가졌고 포심은 투구폼을 바꾼 이후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성적이 좋았던 슬라이더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KBO에서 강속구 외국인 투수의 성공률은 꽤 높다. 폰세, 드류 앤더슨, 라이언 와이스, 라일리 톰슨과 아담 올러 모두 팀의 선발진을 이끌며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분명히 KT가 머피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같을 것이다. 2년 전 KT로 복귀한 쿠에바스는 6월부터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머피는 입단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쿠에바스의 뒤를 이은 머피가 그와 같은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후반기 KT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참조 = Fangraphs, MLB.com, Baseball Savant,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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