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위즈 앤드류 스티븐슨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앤드류 스티븐슨(Andrew Stevenson)

1994년 1월 6일생(만 31세)

좌투좌타 / 180.3cm 86.6kg

2025시즌

AAA 더럼 불스 58경기 202타석 1홈런 5타점 19득점 BB/K 0.44

계약 총액 200,000달러(연봉 200,000달러)

 

2020년 MVP를 수상한 멜 로하스 주니어는 2024시즌 전 KBO 리그에 복귀했다. 복귀 시즌 144경기에서 32홈런 OPS 0.989라는 기록으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2025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7월 3일 KBO 통산 175홈런을 기록하며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을 달성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8월 1일까지 OPS 0.759로 규정 타석을 소화한 외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5강 싸움에 한창이던 KT 위즈는 8월 2일 결국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던 로하스를 교체하는 카드를 꺼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는 후안 소토, 에릭 페디 등과 함께 2017년 워싱턴 내셔널 유망주 순위 TOP5에 오르며 큰 기대를 받았던 앤드류 스티븐슨이다.

 

배경

대학 시절 스티븐슨은 최고의 중견수 중 1명으로 평가받았다. 스티븐슨은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주로 중견수로 출전하며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로 주목받았다. 또한 SEC1에서 2년 연속 타율 1위에 오르며 좋은 타격 능력도 선보였다. 가치를 인정받은 그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에 전체 58순위로 지명됐다.

스티븐슨의 프로 시작은 순조로웠다. 루키 리그를 짧게 거친 뒤 로우 싱글A로 승격된 그는 35경기에서 0.361/0.413/0.431을 기록했다. 그는 같은 해 7월 싱글A 승격까지 이루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2016년 스티븐슨은 공격적인 주루와 경기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높이 평가 받고 하이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68경기 27도루 OPS 0.777로 준수한 활약을 하고 6월 AA로 승격됐다. AA에선 고전했지만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OPS 0.9를 넘기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스티븐슨에게 2017년은 성과와 한계를 모두 경험한 해였다. AA에서 시작한 그는 OPS 0.866을 기록하고 한 달 만에 AAA로 승격됐다. 그리고 7월 23일엔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하지만 높이 평가 받은 수비와 달리 타격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빅리그에서 66타석을 소화하며 K%는 30%를 넘겼고 OPS는 0.443에 불과했다. 상체 위주의 스윙으로 인해 빅리그 수준에선 타격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시즌 전 스윙 메커니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스티븐슨은 하체 활용법을 연습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AAA 331타석 OPS 0.656 / MLB 86타석 OPS 0.626)

변화는 2019년에 드러났다. AAA에서 처음 장타율 5할을 넘겼다. 다만 파워 향상이라기보다는 강한 타구 생산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33타석 동안 홈런은 6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17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즌 후반 빅리그에 콜업돼 대타로 활약했다.(37타석 OPS 0.953) 2020년 빅리그에서도 시즌 후반 좋은 모습 보이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021년엔 빅리그에 109경기 출전하며 팀 내 외야수 중 5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타격에서 한계는 여전했다. GB% 49.2%로 당시 빅리그 평균보다 6.3%P 높았다. 파워에 큰 강점이 없었기에 강한 타구도 많이 생산하지 못했다. 이는 wRC+ 70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팀 내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19명 중 17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듬해 AAA에서 16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뽐냈지만 빅리그 콜업은 없었다. 당시 워싱턴은 후안 소토, 레인 토마스, 빅터 로블레스로 구성된 주전 외야진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즌 종료 후 미네소타 트윈스로 FA 이적했다. 이적 후 AAA에서 16홈런 wRC+ 128을 기록하며 9월 확장 엔트리 때 빅리그에 콜업됐다. 하지만 40타석에서 OPS 0.466에 그쳤다.

만 30세가 되던 해, 스티븐슨은 NPB 니혼햄 파이터즈와 계약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1군에서 부진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24경기 63타석 10안타 24삼진) 

2025년 멕시코 리그를 거쳐 4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 AAA에서 58경기에서 5홈런 OPS 0.833을 기록한 스티븐슨은 KT 위즈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낙점되며 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스티븐슨은 홈런보다 많은 2루타와 3루타를 생산하는 갭 히터 유형의 타자다. 2018년 팬그래프 20-80 스케일 Raw Power에서 50점을 받았다. 2023년과 2025년 AAA에서 HardHit%는 47.6%, 42.5%로 높았다. MLB 통산도 38.1%로 평균보다 근소하게 높다. 여기에 20-80 스케일 Speed 70점을 받은 빠른 주력이 더해지며 많은 2, 3루타 생산에 도움이 됐다. 실제로 2022년 AAA(IL)에서 2, 3루타 합계 400타석 이상 소화한 76명 중 2위를 기록했다.

밀어치는 능력도 준수했다. 최근 3년간 AAA에서 당겨친 타구 비율과 차이는 근소했다. 2023년과 2025년 AAA에서 기록한 홈런 21개 중 9개가 좌측을 향했다. 빅리그에선 그라운드 중앙으로 보낸 타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당겨서 홈런과 장타를 생산하는 유형이 아닌 그라운드 곳곳에 타구를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 유형이다.

< AAA(최근 3년), MLB 통산 타구 방향 >

< 2023년, 2025년 AAA 타구 분포도 >

스티븐슨의 단점은 많은 땅볼로 인한 낮은 장타력이다. MLB 통산 땅볼이 뜬공보다 약 1.8배 많았다. AA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0타석 이상 소화한 5시즌 중 GB/FB가 가장 낮은 연도는 2018년 1.35다. 극심한 타고투저인 PCL에서 활약한 2019년을 제외하면 장타율 0.5를 넘긴 해는 2023년이 유일하다. 빅리그 통산 발사각도 7.1도로 MLB 평균보다 5.3도가 낮다.

이 이유로 Game Power는 20-80스케일에서 20점2밖에 받지 못했다. Raw Power는 충분하지만 많은 장타 생산을 위해선 공을 띄우는 타격이 필요하다.

< AAA, MLB 타구 종류 지표(AAA는 100타석 이상 시즌) >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아니다. MLB 통산 BB% 8.0%로 평균보다 근소하게 낮았다. 하지만 AAA에서도 7.9%에 불과했다.(2021~2025시즌 AAA 평균 BB% 11.1%) 빅리그 기준으로 미뤄봤을 때 존 밖 스윙%가 리그 평균보다 높은 것이 적은 볼넷의 원인이 됐다.

긍정적인 점은 빅리그에서 존 안 컨택율은 MLB 평균과 차이가 작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3년만 보면 오히려 평균보다 높은 존 안 컨택율을 보여줬다. 공격적인 타격 접근법이 효과가 있었다. 컨택 능력은 준수하다. KBO 리그는 ABS 존을 활용하고 있다. 빠르게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성공한다면 향상된 타격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 스티븐슨과 MLB 평균 Plate Discipline 지표 >

스티븐슨은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특히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변화구에 대한 헛스윙률은 80%가 넘는다. 이를 파악한 빅리그 투수들은 스티븐슨 상대로 변화구 구사 비율을 평균보다 2% 높였다. KBO 리그에서도 비슷한 공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AAA 수준에선 큰 차이가 없았다. KBO 리그 투수들의 변화구 위력은 빅리그보다 떨어진다. KBO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 MLB 통산 스티븐슨 변화구 존 별 Whiff%(좌), K%(우) >

< 스티븐슨의 MLB 통산과 같은 기간 MLB 평균 구종 계열별 구사율, Whiff% >

 

수비, 주루

스티븐슨의 수비는 빅리그 평균 수준이다. 유망주 시절부터 수비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약점이 많았던 타격에도 불구하고 MLB에서 많은 기회를 받은 이유도 안정적인 수비 덕분이다. 다만 어깨가 강한 편은 아니다. 20-80 스케일에서 Field가 55점으로 평균보다 높지만 Throws는 30점으로 낮다.

< MLB 통산 수비 지표 >

주루 능력도 뛰어나다. 앞서 언급했듯 Speed 부문 70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MLB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2021년 Sprint Speed 29.3ft/s는 상위 4%에 해당했다. 또한 2023년과 2024년엔 AAA에서 각각 39도루, 44도루를 성공했다.

부상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커리어 내내 허리 경련과 사타구니 염좌로 각각 22일, 18일 이탈이 전부다. 작년 NPB에서 아시아 리그를 경험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전망

스티븐슨의 준수한 컨택과 강한 타구 생산력은 중장거리형 타자로서 능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다. 빅리그에서 풀타임 활약한 2021시즌엔 HardHit% 44.8%로 강한 타구 생산력을 보여줬다. AAA에서 꾸준히 wRC+ 100 이상을 기록한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하다. 냉정하게 홈런 생산력은 부족하다. 지금까지 KBO 리그 팀들이 영입했던 외인 타자 유형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분명 보완해야 할 과제다. ABS 존 적응에 실패한다면 단점인 선구안이 부각될 수 있다.

스티븐슨은 KT 위즈의 에너지 레벨을 높일 능력이 있다. 8월 9일 기준 KT는 39도루로 압도적 10위다. 1위 NC와 89개 차이가 난다. 스티븐슨은 최근 AAA에서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팀의 낮은 주루 능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KT 외야는 안현민을 제외하고 명확한 주전이 없다. 안현민은 뛰어난 타격에 비해 수비력은 부족하다.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진 스티븐슨이 중견수로 출전한다면 팀 수비 안정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워크에식도 훌륭하다. 2022년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이든 팀에 도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히며 팀 퍼스트 정신을 중요시했다.

정규 시즌이 40경기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스티븐슨의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작년 NPB에서 아시아 리그를 경험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KT는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역대 KBO 최고 외국인 타자 로하스도 교체했다. 정규 시즌이 40경기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스티븐슨이 KT의 마지막 승부수다. 스티븐슨이 혼돈의 중위권 싸움에서 마법사 군단을 가을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박경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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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C(Southeast Conference) : 미국 중남부 및 남동부 지역에 있는 대학 체육 대회
  2. 20-80 스케일 Game Power 20점 : 20-80 스케일은 선수의 능력을 수치로 평가할 때 사용하는 척도다. 여기서 20점은 최하점에 해당하며 백분위 기준 하위 약 0.15%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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