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 조나 통(Jonah tong)이 메이저리그에서 각종 매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투구폼에서 많은 사람들이 2000년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 팀 린스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투구폼에서 린스컴의 모습을 떠올렸던 걸까? 이번 글에서는 조나 통의 투구 동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3루 쪽으로 향하는 글러브 움직임
투수가 착용하는 글러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투수가 빠른 전진을 주로 활용하여 투구하는지, 강한 회전을 통해 투구하는지 알 수 있다.
착지할 때까지 글러브를 계속 앞으로 내미는 투수는 포수 쪽으로 향하는 강한 가속도를 투구의 주된 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게릿 콜 등의 투수가 이에 해당한다).
< 게릿 콜의 글러브 움직임. 글러브를 앞으로 전진시켜서 앞으로 향하는 강한 가속도를 동력으로 삼는다. >
반면 우투수 기준으로 글러브를 3루 쪽(좌투수는 1루 쪽)으로 내밀며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하는 선수는 착지 이후의 빠른 몸통 회전으로 강한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 팀 린스컴(왼쪽)과 조나 통(오른쪽)의 투구 모습 >
조나 통과 팀 린스컴 모두 글러브를 3루 쪽으로 내밀며 몸 전체가 전진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두 투수 모두 긴 스트라이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몸통과 골반이 일찍 회전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착지 이후에 강한 몸통 회전이 일어나게 된다.
크로스 스탠스
조나 통과 린스컴 모두 착지할 때 왼발이 오른발보다 3루 쪽으로 치우쳐 있다. 두 선수 모두 크로스 스탠스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크로스 스탠스는 착지하는 발이 한 템포 빠르게 지면에 착지하게 하여 상체가 일찍 회전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로 인해 착지 이후에 하체의 움직임이 상체의 회전으로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그뿐만 아니라 크로스 스탠스의 동작이 나타나는 투수는 던지는 팔을 몸통으로 가릴 수 있다. 이는 같은 손 타자로 하여금 공이 릴리즈되는 타이밍을 관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같은 손 타자들이 크로스 스탠스를 구사하는 투수들을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조나 통의 투구폼에서는 이러한 디셉션이 크로스 스탠스를 구사하는 다른 투수들보다 더 두드러진다. 투구판의 3루 쪽을 밟으면서 투구하기 때문이다. 우타자들이 그의 공을 볼 때는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아 공이 손에서 릴리즈되는 시점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높은 팔 각도
전성기 시절 팀 린스컴은 높은 팔 각도에서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이하 포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높은 팔 각도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포심의 회전축을 지면에 나란한 방향으로 설정하기 용이하다.
이러한 투수들의 포심은 다른 투수들보다 높은 Induced vertical break(약명 IVB)1을 가진다. 높은 수치의 IVB를 갖는 포심은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투구될 때 다른 변화구와의 터널링2으로 높은 헛스윙률을 기대할 수 있다.
< 팀 린스컴(왼쪽)과 조나 통이 공을 릴리즈할 때의 모습 >
조나 통에게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올해 조나 통의 팔 각도는 약 64도로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 중 가장 높은 팔 각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패스트볼 역시 21.4인치(약 54.4cm)의 IVB를 가져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5.6인치(약 14cm) 더 큰 값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존 상단에 주로 공략된 그의 패스트볼은 마이너리그에서 2024-2025년에 걸쳐 40%가 넘는 헛스윙률을 보이며 높은 팔 각도에서 나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 조나 통이 던지는 포심의 탄착군. 주로 존 상단에 투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높은 팔 각도에서 뿌리면서 그의 몸통, 특히 허리에 큰 무리가 간다는 점이다.
팔꿈치를 양 어깨를 이은 선 상에 둔 채 팔을 휘두르면 몸통 회전이 팔 회전에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 결과 어깨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고도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다.
조나 통은 팔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팔을 억지로 들어 올리지 않는다. 팔꿈치가 양 어깨를 이은 선 상에 있도록 팔 스윙 궤도를 설정하여 팔 회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에 따라 오버핸드 투수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어깨, 승모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다른 투수들보다 상체를 더 많이 왼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는 그가 다른 투수들보다 허리에 많은 부하가 가해지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허리 근육 통증뿐 아니라 관절 질환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 조나 통이 빅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번외: 발목 유연성
필자가 조나 통이 린스컴보다도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발목의 가동 범위이다. 가동 범위란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발목이 유연하면 오랜 시간 동안 발이 지면에 접촉한다. 오른발(우투수 기준)이 계속 지면에 닿아 지면과 힘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어깨, 팔에 많은 부하가 가해지지 않고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발목의 유연성이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팔꿈치, 어깨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는 셈이다.
< 공을 릴리즈하기 직전 조나 통의 모습 >
발목이 유연해 발목 관절의 가동 범위가 넓은 투수들은 착지할 때 오른발(우투수 기준) 수직 방향으로 뜨지 않고, 더 오랫동안 지면에 접촉하다가 옆으로 뜨는 경우가 많다.
조나 통이 착지한 순간부터 그의 발목을 관찰하자. 조나 통은 발목이 유연해 착지한 순간 발끝이 지면에 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던지는 이후 팔을 휘두르는 동안에는 발목이 한껏 안쪽으로 꺾여있다. 이로 인해 축발이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지면과 접촉하고, 지면에서 떨어질 때도 비스듬한 방향으로 발목이 뜬다.
이러한 발목 유연성은 조나 통이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수임에도 어깨에 큰 부상을 입지 않고 커리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결론
최근 메이저리그는 스위퍼를 비롯한 횡 변화구를 장착한 낮은 팔 각도의 선발 투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반골 기질이 묻어나는, 소위 공을 찍어누르는 오버핸드 투구폼으로 메이저리그를 개척하는 선발 투수를 팬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제2의 팀 린스컴, 조나 통의 빅리그 개척기를 주목해보자.
참조 = Baseball Savant, MLB.com
야구공작소 조승택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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