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
다수의 준척급 매물들이 FA로 풀린 지난 오프시즌,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메츠는 예정된 큰손이었다. 자타공인 최대어 후안 소토를 제외하고도 코빈 번스 등 대형 선발 투수 매물들의 유력한 행선지로도 꼽혔다.
메츠는 15년 7억 6,500만 달러 보장이라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계약을 안기며 소토를 영입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턴스 사장이 내놓은 로테이션 보강안은 대형 선발 투수 영입이 아니었다. 대신 지난해까지 양키스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던 클레이 홈즈의 선발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렇다면 메츠는 왜 홈즈를 선발 투수로 보고 영입했을까? 그리고 왜 그에게 개막전 선발 투수 자리를 맡길 만큼 강한 신뢰를 갖고 있을까?
불펜 투수 시절의 홈즈
우선, 불펜 시절의 홈즈가 어떤 투수였는지부터 살펴보자.

< 2022~2024시즌 성적 >
홈즈의 최고 장점은 압도적인 피장타 억제 능력이다. 평균보다 낮은 수직 무브먼트를 보유한 홈즈의 싱커, 슬라이더, 스위퍼는 그의 높은 릴리즈 포인트와 합일돼 리그에서 가장 가파른 수준의 VAA(수직 입사 각도)를 생성한다. 그 때문에 타자들은 공의 윗동을 헛치기 일쑤였으며, 홈즈는 수많은 땅볼을 양산해 낼 수 있었다. 실제로 2024시즌 홈즈의 싱커, 슬라이더, 스위퍼는 비슷한 릴리즈 특성을 보유한 투수들과의 비교에서 모두 5인치 이상 더 많은 낙폭을 기록했다.

< 2024시즌 Vertical Drop vs. Comparable >
반면 홈즈의 삼진과 볼넷 비율은 엘리트 불펜 투수의 그것이라기에는 다분히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좌우 스플릿을 분리하여 보면 사뭇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 2022~2024시즌 좌우 스플릿 >
과도한 수평 무브먼트 없이 낮은 수직 무브먼트를 보유한 싱커는 반대 손 타자를 상대로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싱커를 보유한 홈즈는 좌타자를 상대로도 변함없는 피장타 억제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싱커, 슬라이더, 스위퍼 모두가 좌타자 상대로 우타자 상대 대비 헛스윙 유도 능력이 떨어졌다. 그 결과 삼진과 볼넷에 있어서 스플릿 차이가 컸다.

< 2022~2024시즌 각 구종 좌우 스플릿* >
*PutAway% –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진 공들 중 결과가 삼진으로 이어진 공의 비율
우타자 상대로 가장 위력적인 결정구였던 홈즈의 스위퍼는 좌타자를 상대로는 그 위용이 크게 퇴색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우타자 상대였다면 진작에 삼진으로 끝났을 타석이 좌타자 상대로는 길게 끌렸다. 결국 풀카운트 상황까지 이어진 승부는 볼넷으로 끝난 경우가 다반사였다. 홈즈는 좌타자 상대로 우타자 상대 대비 특출난 제구 불안을 겪지 않았음에도 50% 이상 더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홈즈가 뛰어난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좌타자 상대 결정구가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홈즈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엘리 벤 포랫은 해당 기사에서 “홈즈는 지금 당장도 선발 투수로 활약할 수 있지만, 좋은 체인지업을 추가한다면 2025년의 개럿 크로셰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환상적인 후보로 등극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 홈즈는 새로운 구종들과 함께 돌아왔다.
새로운 보직, 새로운 아스널
< 좌 = 2024시즌 무브먼트 프로필, 우 = 스프링 트레이닝 무브먼트 프로필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과 커터다. 지난해 정규 시즌 단 세 번 던진 포심의 구사율을 끌어올린 점도 짚고 넘어가 볼만하다.

< 2024시즌 → 스프링 트레이닝 구속 변화 >
싱커 구속 1.8마일 감소는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의 보직 전환을 감안했을 때 합리적이다. 긍정적인 것은 브레이킹 볼 게열 구종들의 구속 감소폭이 1마일 정도에서 그쳤다는 것이다. 홈즈의 슬라이더는 지난해 대비 0.9마일 느려진 86.2마일의 구속으로 자이로 슬라이더가 최적의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속대인 85-86마일을 넘겼다.
킥 체인지는 홈즈의 킥이 될 수 있을까
킥 체인지는 트레드 애슬레틱스에서 처음으로 구체화한 체인지업의 하위분류다. 기존의 정통 체인지업을 던지기 까다로워하는 투수들을 위한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 좌 = 헤이든 버드송의 킥 체인지 그립, 우 =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투심 체인지업 그립 >
킥 체인지의 그립은 일반적인 투심 체인지업 그립에서 중지를 스파이크 형식으로 잡는 것이다. 이로써 투수는 공의 총 회전수를 줄이고 릴리즈 시 회전 방향에 대한 중지의 기여를 최소화한다. 중지의 방해가 없어진 약지는 적절한 회전 방향(사이드스핀)을 더 수월하게 설정할 수 있고, 이는 체인지업에 더 많은 낙폭을 생성한다.
전형적인 Supination(회외) 유형의 투수인 홈즈는 정통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킥 체인지 그립과 함께 드디어 체인지업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홈즈는 SNY와의 인터뷰에서 “Supinator인 나에게 킥 체인지는 무리한 회내전 없이 편안한 릴리즈 동작으로도 큰 낙폭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준다.”며 킥 체인지의 장착이 자신에게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음을 언급했다.
어쩌면 홈즈의 새로운 체인지업은 리그 전체에서 최고의 체인지업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홈즈의 체인지업은 평균 6.43피트의 수직 릴리즈 포인트에서 -0.1의 IVB1를 기록했다. 이는 높은 릴리즈 포인트와 낮은 수직 무브먼트의 매우 희귀한 조합이다. 작년 MLB에서 6.4피트 이상의 수직 릴리즈 포인트에서 던져진 체인지업 5,470구 중 1 이하의 IVB를 기록한 체인지업은 단 5.4%에 불과했다.

< 2024시즌 리그 평균 체인지업과 2025 스프링 트레이닝 홈즈의 체인지업 비교 >
홈즈의 체인지업은 평균적인 체인지업보다 더 높은 릴리즈 포인트에서, 더 빠른 구속으로, 더 큰 낙폭을 보인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그의 체인지업은 싱커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이 투구 될 정도로 벌써 그의 주무기로 등극했다. 작은 샘플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29.2 Swstr%와 41.7 PutAway%를 기록하며 그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초기, 홈즈의 체인지업은 티핑에 대한 약간의 우려2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폼을 수정한 현재는 해소된 상태다.
포심과 커터, 로케이션의 다변화
9월의 부진, 그리고 클로저 보직 박탈 후 맞이한 2024 포스트시즌, 홈즈는 2020년 이후로 거의 던지지 않았던 포심을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증가한 구사율은 2025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유지되었다.
냉정히 홈즈의 포심을 좋은 구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15인치를 겨우 넘기는 IVB는 같은 수직 릴리즈 포인트의 리그 평균 IVB보다 2인치 가까이 낮다. 선발 전환으로 인해 95마일로 감소한 구속에서는 더 이상 특별한 메리트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홈즈의 포심은 가라앉는 움직임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나머지 구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수직 무브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홈즈의 포심은 그의 싱커와 거의 동일한 회전축으로 릴리즈되지만, 10인치 이상의 매우 큰 IVB 차이를 기록했다.
이러한 특징으로 홈즈의 포심은 유사한 땅볼 유도형 아스널을 보유한 로건 웹의 포심과 같이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을 놀래키는 ‘깜짝’ 투구로 기능할 수는 있다. 실제로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홈즈가 던진 11개의 포심 중 8개의 포심이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구됐다. 로케이션도 상단에 집중됐다.

< 좌 = 2024시즌 로건 웹 포심 로케이션, 우 = 스프링 트레이닝 홈즈 포심 로케이션 >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는 구종은 커터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홈즈의 싱커는 일반적인 싱커보다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하기에 더 유리한 형태의 싱커다. 다만 선발 전환으로 구속이 떨어지면 전반적인 위력이 감퇴할 수 있다. 커터 장착은 그의 좌타자 상대 레퍼토리를 더욱 보강할 수 있는 적절한 선택지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홈즈의 커터는 좌타자 상대로 싱커, 체인지업에 이어 세 번째로 자주 구사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핵심은 로케이션이다. 홈즈의 커터는 좌타자 몸쪽 상단에 집중된 로케이션을 형성했다. 이는 작년 그가 좌타자 상대로 거의 던지지 않았던 코스에 해당한다.

< 좌 = 2024시즌 좌타자 상대 로케이션, 우 = 스프링 트레이닝 좌타자 상대 커터 로케이션 >
홈즈의 포심과 커터는 각 구종 자체만 떼어놓고 봤을 때는 특출난 구종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하단에만 집중되어 있던 홈즈의 로케이션을 위와 같이 다변화시킴으로써 그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양 타석의 타자에게 던질 수 있는 여러 개의 패스트볼과 위력적인 결정구로 이루어진 홈즈의 새로운 아스널은 선발 투수로서 완벽하게 적합하다. 홈즈의 피장타 억제 능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체인지업, 커터와 함께 재편된 좌타자 상대 접근 방식은 평균 이상의 삼진율이 선발 자리에서도 유지, 혹은 더 개선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관건은 7년 만에 로테이션에 복귀하는 그의 스태미너가 얼마나 탄탄할지, 그리고 불펜 시절에도 가끔 엿보였던 불안정한 제구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지다. 홈즈는 첫 두 번의 정규 시즌 등판에서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이닝 소화와 헛스윙 유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션 마네아와 프랭키 몬타스, 두 명의 주축 로테이션 자원이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 메츠에게는 홈즈의 성공적인 선발 전환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TJstats, @enosarris
야구공작소 정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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