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KBO 투수들의 VAA는?
지난 글에서 필자는 VAA에 따른 패스트볼 최적 로케이션이 존재할지 존의 높이와 포심/투심을 구분해 다뤘다.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심만큼은 VAA를 기준으로 보아도 하이 존에 투구했을 때의 헛스윙 유도 이점이 존재했다. 또한 flat한 VAA의 포심일수록 헛스윙 유도에 분명한 이점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KBO 투수들의 VAA 순위는 어땠을까? 다음 표는 2024시즌 포심 200구 이상을 구사한 투수들의 VAA 평균을 계산한 결과이다.
<좌: VAA 평균 상위 20명, 우: VAA 평균 하위 20명, vaa_m: VAA 평균, 2024시즌 포심 200구 이상>
상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투수들은 릴리스가 낮은 언더핸드~로우 쓰리쿼터 유형의 투수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하이 존에 포심을 주로 구사하는 투수들이다. 반대로 하위권에 위치한 투수들의 경우 높은 릴리스에서 포심을 구사하거나, 릴리스 특성으로 인해 포심에 컷이 생기는 투수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글의 결론 부분에서도 언급했듯, 위 표의 VAA 평균값만으로는 어떤 투수의 공이 flat/steep한 특성을 띤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이전 글의 VAA-로케이션 높이 산점도에서 보였듯이 특정 로케이션에서는 특정 범위의 VAA만 형성될 수 있다. 패스트볼 로케이션을 하이 존에 형성하는 투수는 로우 존에 형성하는 투수보다 상대적으로 VAA 값이 flat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하이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하는 A라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 선수의 패스트볼의 위력이 아무리 떨어진다 한들, 패스트볼을 로우 존 위주로 투구를 하는 B 선수보다는 높은 확률로 flat한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다. 로케이션에 종속된 VAA를 로케이션과 분리해야 비로소 그 선수가 던지는 패스트볼의 특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의 패스트볼이 flat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구별 VAA를 로케이션에 대해 보정하는 과정을 더했다. 먼저 로케이션 높이를 0.5인치 단위로 세분화하여 구간화한 후, 구간별 VAA 평균과 편차를 이용해 보정했다. 이후 같은 이유와 방식으로 릴리스 높이의 평균값에 대한 보정을 거친 후 로케이션 높이와 릴리스 높이의 평균이 보정된 ‘평균 대비 VAA’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선수별 ‘평균 대비 VAA’의 평균값을 산출했다.
아래 표의 vaa_adj_m 값이 0을 기준으로 양수(+)면 포심이 flat하고, 음수(-)면 포심이 steep한 특성을 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래 도표는 2024년 기준 포심의 평균 대비 VAA 상위 20인과 하위 20인 목록이다.
<좌: 평균 대비 VAA 상위 20명, 우 : 평균 대비 VAA 하위 20명, vaa_adj_m = 평균 대비 VAA, 2024시즌 포심 500구 이상>
박영현, 김택연, 조병현 등 ‘돌직구’라고 불리는 투수들은 위 도표에서 최상단에 위치했다. 특히 박영현의 경우 다른 이들과 독보적인 차이로 평균 대비 VAA 값이 크다. 투구 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박영현은 극단적인 힙 힌지를 통해 하체를 최대한 지면에 붙인다. 그리고 긴 익스텐션으로 릴리스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춰 투구한다. Flat한 포심을 위해 팔 각도 조정 등으로 릴리스 높이를 낮추면 보통 수직 무브먼트에서 손해가 발생해 포심의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박영현은 릴리스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추면서도 팔 각도는 낮추지 않았다. 그래서 수직 무브먼트를 유지하면서도 flat한 포심을 던진다. 그렇기에 박영현의 포심은 타자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박영현 릴리스 직전 투구 폼 / 사진=kt wiz 제공>
반대로 하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선수는 높은 릴리스 높이와 함께 포심에 컷이 생기는 투수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높은 헛스윙률을 기록한 손주영의 경우, 기본적으로 타 투수들보다 구속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는 투수이다. 평균 대비 VAA 값이 가장 낮은 송영진은 높은 릴리스와 함께 릴리스 특성으로 인해 포심에 컷이 발생해 steep한 각도로 공이 타자에게 도달한다. 포심 평균 로케이션이 결코 낮진 않지만 무브먼트 특성으로 인해 VAA가 steep해진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평균 대비 VAA가 높을수록 헛스윙 유도에 유리했을까? 전체 선수들의 포심 평균 대비 VAA와 Swstr%, Whiff%의 상관계수는 다음과 같았다.
<포심 평균 대비 VAA – Swstr%, Whiff% 상관계수>
<포심 평균 대비 VAA – Whiff% 산점도 / 빨간 선: 추세선, 검정 선: 평균 대비 VAA=0>
포심의 평균 대비 VAA와 Whiff%, Swstr%의 관계는 투구 표본이 많아질수록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MLB에서도 평균 대비 VAA와 Whiff%, Swstr%는 KBO리그만큼 상관계수가 높지 않았지만, 투구 표본이 많아질수록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일치함을 확인했다.
VAA와 수직 무브먼트, 그 사이 어딘가에서
VAA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선 릴리스 포인트가 낮으면 좋고, IVB(Induced Vertical Break)가 높으려면 팔 각도가 높을수록 좋다. 대체로 팔 각도가 높으면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지기 때문에 VAA와 IVB는 어느 정도 상충하는 면이 존재한다. 이미 높은 릴리스에서 뛰어난 IVB의 포심을 효과적으로 하이 존에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VAA의 이점을 얻고자 릴리스를 하향 조정할 이유가 하등 없지 않은가.
따라서 VAA의 이점을 살리기 이전에 구속, IVB, 릴리스 높이 등 투수의 추가적인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효과적인 패스트볼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조 = fangraphs, baseballsavant, medium.com, 네이버, kt wiz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광은,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vaa 직접 수작업 계산에 kbo는 제공하지 않는 구종별 헛스윙 수작업 계산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