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A’에 따른 패스트볼 최적 로케이션이 존재할까? (1)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서론

차기 국가대표 마무리 박영현의 포심은 전성기 시절 오승환의 포심을 떠올리게 한다. 타자에겐 지면과 평평하게 날아가고,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투수가 던진 공이 어느 정도의 각도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는지 표현이 가능할까? 투구한 공에 대한 각종 트래킹 데이터가 생기며 이는 가능해졌다.

VAA(Vertical Approach Angle)는 직역하면 수직 입사 각도를 의미한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때 얼마나 가파른 각도로 들어오는지를 °(도) 단위로 나타낸다.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듯,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간 높이 차이와 중력의 영향으로 투수가 던진 공의 VAA는 음수의 값을 갖는다. 

VAA의 절댓값이 0에 가까울수록 공이 flat 하다고 표현하며, 반대로 절댓값이 클수록 공이 steep 하다고 말한다. 본 칼럼에서는 이 표현으로 VAA각의 정도를 묘사한다.

<VAA를 설명하는 사진>

MLB 데이터를 사용한 야구공작소의 칼럼 팔 각도와 하이 패스트볼 에 따르면,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가 낮아질수록 하이 패스트볼의 VAA 절댓값이 작아진다. 뒤에서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로케이션 높이 또한 높아질수록 VAA 절댓값이 작아진다.

패스트볼의 VAA 절댓값이 작아질수록 어떤 이득이 있을까? VAA값이 0°에 가까워질수록 Swstr%(헛스윙/전체 투구)와 Whiff%(헛스윙/스윙) 값이 더욱 높아졌다. 낮은 팔 각도에서 형성된 지면에 평평하게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스윙 궤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도 MLB와 마찬가지로 VAA가 0°에 가까워질수록 Swstr%와 Whiff%가 증가했을까? 아래 표는 2024년 하이존에 들어온 포심 19,226개의 VAA를 0.5° 단위로 구간을 나눈 표다. VAA 계산식은 팬그래프의 칼럼을 참고했다.

<KBO리그 VAA별 하이패스트볼 Swstr%, Whiff%>

KBO리그에서도 VAA 값이 0°에 가까워질수록 포심이 하이존에서 헛스윙 유도에 확실한 이점을 가졌다. 전반적으로 Swstr%나 Whiff%가 MLB만큼 높게 형성되진 않았지만, VAA가 0°에 가까워질수록 그 값들이 모두 증가하는 추세는 동일했다.

 

당신의 포심이 flat하지 않은 이유

그렇다면 포심의 VAA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23~2024시즌 KBO리그에서 투구된 184,756개의 포심을 이용해 알아보자.

<좌 : VAA – 구속 / 우 : VAA – 로케이션 높이, 빨간 선 = 스트라이크 존 높이>

<좌 : VAA – 릴리스 높이 / 우 : VAA 평균 –  릴리스 평균 높이>

모든 투구의 VAA와 구속, 로케이션 높이, ③릴리스 높이, 마지막으로 각 투수들의 VAA 평균과 릴리스 평균 높이에 대해 산점도를 그린 결과는 위 그림과 같았다. 릴리스 평균 높이는 각 투수들의 릴리스 높이의 평균값이다. 투수의 반복 동작으로 형성되는 릴리스 평균 높이와 VAA 평균을 통해 투수의 특성을 알 수 있기에 평균값을 사용했다. 아래는 VAA와 각 변수의 상관계수를 나타낸 표다.

<VAA – 변수 간 상관계수>

포심의 VAA는 구속과는 매우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릴리스 포인트 높이와 작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각 투수의 VAA 평균은 릴리스 포인트의 평균 높이와 큰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포심의 VAA는 구속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높은 구속이 flat한 포심을 보장하지 않는다.

② 포심의 VAA는 로케이션 높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범위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VAA가 -3°라면, 위의 VAA – 로케이션 산점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트라이크존 하단에서는 -3°의 VAA가 형성되지 않는다.

③ 낮은 릴리스 높이에서 투구된 포심이 flat한 포심을 보장하지 않는다.

릴리스 평균 높이와 VAA 평균은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즉, 투구 개별 단위로는 릴리스 포인트와 VAA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선수 개별 단위로는 존재한다.

따라서 일관적으로 낮은 릴리스 높이를 가지며, 높은 로케이션에 포심을 던지는 투수들이 VAA가 0°에 가까운 ‘flat’한 포심을 던질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flat한 포심을 만들기 위해선 로케이션 혹은 릴리스 높이의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수들의 릴리스 평균 높이는 연도 간 큰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학습된 투구 폼을 수정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릴리스 높이를 낮추려 할 때 투구 밸런스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고, 수직 무브먼트에서 손해를 볼 수 있어 포심의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 

따라서 flat한 포심을 만들기 위해서는 릴리스 포인트의 수정보다 로케이션의 수정이 더 쉬운 방법이다.

 

모든 패스트볼은 flat해야될까?

<Heart, Shadow 존 정의에 따른 존 구분 기준>

그렇다면 포심 뿐만 아니라 투심도 VAA가 0°에 가까운 것이 하이 존 헛스윙 유도에 무조건 유리할까? 또한 steep한 포심을 던지는 선수여도 하이 존에 투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Heart, Shadow 존의 정의에 따라 하이 존(빨간 사각형), 가운데(검은 사각형), 로우 존을 구분하고(파란 사각형), 각 구종과 VAA별로 어떤 로케이션 높이에서 헛스윙 유도에 이점을 가지는지 분석했다. 이전 문단과 마찬가지로 2023~2024시즌 KBO리그 투구 데이터를 사용했다.

<23~24시즌 구역별 포심 Swstr%, Whiff%>

포심은 모든 구역에서 flat한 VAA일수록 Whiff%, Swstr%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세부적으로, flat한 포심은 하이 존과 한가운데에서 확실한 이점을 가졌지만 로우 존은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steep한 포심은 어느 존에서도 이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포심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대로 하이 존을 공략하는 것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23~24시즌 구역별 포심 Swstr%, Whiff%>

포심과 반대로 steep한 투심은 하이 존에서의 이점이 없었고, 오히려 로우 존에서 Whiff%와 Swstr%가 크게 증가했다. Flat한 투심은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는데, 로우 존에서는 이점이 없었고 하이 존에서 Whiff%가 크게 증가했다. 한가운데에서는 특정 VAA가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투심을 던지는 투수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VAA 특성에 맞게, 세컨더리 피치와의 로케이션 연계 등을 고려하여 투구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결론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큰 각으로 내리꽂는 포심이 치기 어렵다” 라는 속설은 야구 중계를 들어본 사람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본 칼럼의 결과들은 해당 문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Flat한 포심을 던지는 투수는 하이 존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헛스윙 유도에 이점을 가진다.

Steep한 포심을 던지는 투수는 헛스윙 유도에 상대적으로 이점이 없다.

투심은 VAA 특성에 맞는 로케이션 높이상의 이점이 다르게 존재한다.

(ex) flat한 투심은 하이존에 던지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추가로, 수직 무브먼트와 VAA 모두 하이 패스트볼에 손을 들어주고 있기에 현재로써는 “하이 존에 포심을 던져라”는 명제가 어느 관점에서나 깨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VAA에서 로케이션을 분리해 내는 작업이다. 특정 선수의 패스트볼이 flat/steep 하다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선수의 로케이션에 따른 VAA를 조정해야 한다. 앞선 VAA-로케이션 높이 산점도에서 보였듯이 특정 로케이션에서는 특정 범위의 VAA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글에서는 VAA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쳐 어떤 선수들이 ‘평균 대비’ flat/steep한 패스트볼을 던졌는지 살펴볼 것이다.

 

참조 = fangraphs, baseballsavant, medium.com, 네이버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광은,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