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서주오] 당신은 KBO 리그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투수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직구를 중점적으로 가다듬으려고 한다. 찾아보니 최근 미국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이 유행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저스틴 벌랜더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직구 로케이션을 높게 가져가면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을 낮게 던지는 것은 투수의 당연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뜻 따라하기에는 두려움이 든다. ‘벌랜더급의 구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하이 패스트볼이 먹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 ‘KBO 리그는 타격 스타일이 달라 하이 패스트볼의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당신은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야 할까?
헛스윙률
먼저 헛스윙률*을 살펴보자. 위 그림은 2018시즌 투수들이 던진 패스트볼 전체를 대상으로 투구 코스별 헛스윙률을 구한 것이다.
* 투구 코스별 헛스윙률 : 해당 코스에 공을 던졌을 때 헛스윙이 나올 확률(헛스윙/해당 코스에 투구된 공)
그림을 살펴보면 좌, 우타자 모두 헛스윙률이 가장 높은 코스는 바깥쪽 높은 코스였다. 좌, 우타자 모두 바깥쪽 높은 곳에서 몸쪽 낮은 곳으로 갈수록 헛스윙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높이만 놓고 보면 높은 쪽 코스는 타자나 방향에 상관없이 모두 10% 이상의 헛스윙률을 기록한 데 비해 낮은 코스는 5%대에 머물렀다.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하이 패스트볼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헛스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하면 그 공이 안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과연 하이 패스트볼은 안타 억제에도 효과적일까?
피안타율
이번에는 피안타율을 살펴보자. 위 그림은 그림은 2018시즌 투수들이 던진 패스트볼 전체를 대상으로 투구 코스별 피안타율*을 나타낸 것이다.
* 투구 코스별 피안타율은 해당 코스의 공을 타격했을 때 안타 될 확률(안타/타격된 공)을 뜻한다.
피안타율은 헛스윙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향을 보였다. 먼저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코스는 좌, 우타자 모두 몸쪽 높은 코스였다. 헛스윙률을 놓고 보았을 때는 바깥쪽 높은 코스가 가장 ‘약발’이 잘 먹혔지만, 피안타율에서는 몸쪽 높은 코스가 가장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코스가 효과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투수들이 던지고자 노력하는 바깥쪽 낮은 코스의 피안타율은 높은 편에 속했다. 또한, 바깥쪽 낮은 코스를 던지려고 하다가 조금이라도 가운데로 몰리게 되면 가장 피안타율이 높은 가운데 낮은 존이나, 바깥쪽 가운데 존으로 가는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의구심이 하나 더 들었다. 혹시 맞았을 때 장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피장타율, 피ISO
마지막 의구심을 풀기 위해 코스별 피장타율과 피ISO*을 구해보았다. 피장타율의 분포는 피안타율의 분포와 흡사했다. 몸쪽 높은 코스가 가장 피장타율이 낮았고, 가운데 낮은 코스나, 바깥쪽 가운데 코스는 위험했다.
* ISO(순수장타율) : 장타율 – 타율
피ISO는 지금까지의 분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몸쪽 높은 코스가 가장 효과적이었지만 바깥쪽 낮은 코스도 장타 억제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좌, 우타자 모두에서 바로 옆인 가운데 낮은 코스의 피ISO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0.324와 0.302의 ISO는 각각 2018년 김재환과 최정의 그것과 유사하다. 상대하는 모든 타자를 최정이나 김재환급의 강타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낮은 코스는 피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속구, 높게 높게 던져라!
코스별 헛스윙률, 피안타율, 피장타율, 피ISO를 통해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이 패스트볼은 특정 투수의 특별한 무기가 아니다. 이제 직구 로케이션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투수의 당연한 덕목이어야 한다.
올 시즌에는 보고 싶다. ‘빠른 볼이 높게 형성돼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라는 어느 투수의 인터뷰를.
※번외
하이 패스트볼도 속구가 어느 정도 위력이 있어야 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2018년 KBO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143km/h 이하 직구만 모아 같은 수치를 구해보았다. 수치상으로 어느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높은 직구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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