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
터커 데이비슨(Joseph Tucker Davidson)
1996년 3월 25일생(만 28세)
선발 투수, 좌투좌타, 188cm 97kg
2024시즌
AAA 노퍽 타이즈 32경기(17선발) 5승 11패 115.2이닝 104K 46BB ERA 3.89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 1경기 1승 무패 4.2이닝 1K 2BB 무실점
계약 총액 95만 달러(연봉 8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2024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과의 재계약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윌커슨은 지난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6.2이닝을 소화하면서 리그에서 볼넷을 가장 적게(9이닝당 볼넷 1.24개, 리그 1위) 허용한 에이스급 투수였다.
하지만 36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가 문제였다. 상대 타자와 정면 승부를 즐겨하는 윌커슨에게 에이징 커브로 인한 구위 저하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윌커슨의 전임자였던 댄 스트레일리도 2023년 35세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에이징 커브를 겪고 방출됐다.
올해 정식 도입될 피치 클락에 대한 적응 문제도 우려를 낳았다. 윌커슨은 2023년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을 당시 AAA에서 로봇 심판, 피치 클락 등 새로운 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2023시즌 AAA 16경기에서 ERA 6.51, WHIP 1.60을 기록할 정도로 심한 부진을 겪었다. 윌커슨의 마이너리그 통산 ERA는 3.42, WHIP는 1.14였다.
결국 롯데는 윌커슨과의 재계약과 비교적 리스크가 큰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롯데가 선택한 투수는 터커 데이비슨이다. 롯데는 “데이비슨은 투구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으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완급 조절하며 던질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배경
텍사스 출신 터커 데이비슨은 대학 2학년 시절 12경기(11선발) 6승 2패 71.1이닝 75K ERA 2.27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 활약상을 바탕으로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9라운드 전체 559순위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됐다.
비교적 낮은 순위에서 지명받은 데이비슨은 꾸준히 스텝을 밟으며 팀의 코어 유망주로 성장했다. 2017시즌 싱글A에서 31경기(12선발)에서 103.2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8시즌엔 하이 싱글A에서 평균자책점이 다소 상승(4.18)했으나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2019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7패 평균자책점 2.15로 잠재력을 입증했다. 2020시즌엔 팀 내 유망주 랭킹 10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26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하며 자신이 졸업한 텍사스 Midland College 출신 중 처음으로 빅 리그 무대를 밟았다.
2021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 데이비슨은 선발 3경기에서 20이닝 동안 2실점, 2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호투했고 곧바로 메이저로 콜업됐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데이비슨은 빅 리그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17.2이닝 3실점 호투를 이어가다가 시즌 네 번째 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왼쪽 팔뚝 염증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그는 포스트시즌에 복귀해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2이닝 2실점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진 못했다.
2022년 8월, 데이비슨은 LA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데이비슨, 제시 차베스↔레이셀 이글레시아스)됐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데이비슨은 선발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87로 부진했다. 2023시즌엔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 4월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첫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으나,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6.54로 급등했고 그해 7월 DFA 됐다.
8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현금 트레이드로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데이비슨은 캔자스시티에서도 20경기 중 19경기에 구원 등판해 19.2이닝 15K ERA 5.49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하고 웨이버 공시됐다.
데이비슨은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둥지를 옮겼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에서 불펜 투수로 2024시즌을 시작한 그는 시즌 도중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9월 메이저리그로 콜업돼 미네소타전에 구원 등판해서 4.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기도 했으나, 바로 다음 날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FA 신분이 된 그를 롯데 자이언츠가 영입했다. 데이비슨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56경기(17선발) 4승 10패 평균자책점 5.76,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42경기(98선발) 30승 44패 평균자책점 3.22다.
스카우팅 리포트
데이비슨은 높은 팔 각도로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타자를 상대하는 기교파 투수다. 지난해 AAA에서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싱커, 스플리터, 스위퍼, 커브 등 총 6개의 구종을 던졌다.
< 2020·2021 MLB, 2024 AAA 터커 데이비슨 구종별 구사율1 >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프로 데뷔 초반 그는 포심, 슬라이더, 커브로 타자를 상대하는 쓰리 피치 투수였다. 그중에서도 최고 156km/h에 달하는 포심과 낙차 큰 커브는 리그 평균 이상의 주무기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팔뚝 부상의 여파였는지 데이비슨의 포심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2022시즌 150km/h에 달했던 포심 평균 구속이 2024시즌 146km/h까지 감소했다. 대학 시절부터 자신의 피칭과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즐겼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고 스위퍼, 스플리터 등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 터커 데이비슨 연도별 포심 패스트볼 구속 >
구속이 눈에 띄게 저하되긴 했지만, 그의 포심이 위력적이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난해 데이비슨의 포심 분당 회전수는 1,953rpm으로 메이저리그 평균(2,226rpm)을 훨씬 밑돌았지만 IVB2가 16.9인치로 지난해 MLB 좌투수 평균(15.6인치)을 상회했다. 2024시즌 KBO 리그 좌투수의 포심 평균 구속이 144.6km/h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슨의 커브는 2020년 애틀랜타 시절 팀 내 최고의 커브로 선정될 만큼 위력적인 무기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빅 리그에서 활약한 2022시즌부터 커브의 구사율을 줄였고, 대신 새로운 구종 스위퍼를 추가했다. 그는 당시 에인절스 동료였던 오타니 쇼헤이가 던지는 스위퍼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 2023시즌 터커 데이비슨 슬라이더, 스위퍼 구속 및 무브먼트 >
데이비슨은 비시즌 동안 드라이브 라인에서 스위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몰두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기존에 던지던 슬라이더보다 약 5.2마일 느리면서 횡적 무브먼트를 극대화한 스위퍼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큰 효과를 발휘했다. 데이비슨의 스위퍼는 2023시즌 MLB에서 좌타자 상대 38.9%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를 유도했다.
데이비슨이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투구한 구종은 슬라이더다. 기본적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슬라이더를 가장 많이 던졌다. 그는 지난해 AAA에서 우타자 상대 20.1%, 좌타자 상대 11.7%의 슬라이더 구사율을 기록했다. 평균 구속은 138km/h로 MLB 좌투수 평균보다 높았다. 우타자 기준 몸쪽 낮은 존에 탄착군을 형성할 만큼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 2024 AAA 데이비슨 슬라이더 히트맵(622구) >
그는 2023시즌부터 스플리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AAA에서 피안타율 0.161, xwOBA 0.211을 기록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싱커는 구사율이 2022년 1.3%, 2023년 2%에 그칠 정도로 잘 사용하지 않다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구사율을 높였다. 2024 MLB 평균보다 4.5인치 낮은 수평 무브먼트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이진 않았다. 우타자(8%)보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18.6%) 더 높은 비율로 싱커를 구사했는데, 주로 좌타자 몸쪽 낮은 곳을 타깃으로 투구했다. 스위퍼와 반대되는 궤적을 활용해 주무기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2024 AAA 터커 데이비슨 선발, 구원 등판 시 성적 >
우려되는 점은 그의 최근 선발 이력이다. 그는 2022시즌까지 AAA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2023시즌 선발 등판은 한 번뿐이었다. 2024시즌 AAA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구원 등판 성적과 선발 등판 성적 사이 간극이 있었다. 구원 투수로 등판했을 때 2.45였던 평균자책점이 선발 등판 시 4.48까지 올랐고, 피안타율도 0.195에서 0.266으로 상승했다. 선발로 소화한 이닝도 경기당 4.1이닝 수준으로 많지 않았다.
전망
롯데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 같은 왼손 투수인 데다가, 슬라이더를 활용해 좌타자 상대 우위를 가져간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낮은 쓰리쿼터 폼으로 투구하는 반즈와 다르게 높은 팔 각도(59도)에서 공을 투구하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이 아닌 스플리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따라서 반즈와 데이비슨이 연달아 등판하더라도 상대 타자들에게 혼선을 주기는 충분할 것이다.
롯데가 윌커슨을 교체한 이유 중 하나인 피치 클락 적응 문제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어 보인다. 데이비슨은 피치 클락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선수다. 2022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영 중이던 피치 클락을 접한 그는 당시 “여긴 NFL이 아니다”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그해 막판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극심한 ‘역체감’을 경험한 이후 피치 클락 ‘신봉자’로 돌아섰다.
그가 땅볼 유도형 투수라는 점은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데이비슨의 메이저 통산 땅볼/뜬공 비율은 1.25였다. 2024시즌 AAA에서도 1.27의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 땅볼/뜬공 비율이 0.8이었던 윌커슨에 비해 확연히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다. 문제는 롯데의 내야 수비다. 롯데는 2024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내야 실책(83개)을 범했다. 사직구장 담장이 다시 낮아진 이번 시즌에는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으나, 단단한 내야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참고 = Baseball Savant, Baseball America, MiLB.com, Fangraphs, ESPN, 스탯티즈
야구공작소 김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진우, 당주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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