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스트레일리,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우투우타, 189cm, 99kg, 1988년 12월 11일생
[야구공작소 이창우] 5년간 함께한 브룩스 레일리를 떠나보낸 롯데. 그들이 새롭게 선택한 카드는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 경력에 빛나는 댄 스트레일리였다.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만 749이닝을 소화했으며, 180이닝 이상을 소화한 시즌도 두 번이나 된다. 게다가 아직 만 31세로 전성기가 지나지 않은 상태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일리의 선택에 놀란 이들이 많았다.
거침없는 ‘프로세스’로 스토브리그를 달구고 있는 롯데 성민규 단장이 ML 윈터미팅에서 수확한 스트레일리. 스트레일리의 영입에 숨겨진 롯데의 프로세스는 무엇이었을까.
배경
대학교까지의 스트레일리는 평범을 넘어 부족한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드래프트에서 지명도 받지 못했고 대학 리그에서도 4점대 ERA에 그쳤기 때문이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24라운드(전체 723번)에서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평균 이하의 기대치를 가진 투수였다.
그랬던 스트레일리가 마이너리그에선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배운 슬라이더에 새롭게 체인지업을 장착한 덕분이었다. 스트레일리는 원하는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무려 17개의 그립을 시도했다고 한다.
스트레일리의 피, 땀, 눈물이 빛을 발했던 걸까. 그는 2010년 싱글 A 레벨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상위 리그로 올라갈수록 기량이 점점 향상되었다. 2012년엔 베이스볼 아메리카와 MiLB가 각각 선정한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트레일리의 맹활약을 주시하고 있던 오클랜드는 2012년 8월 그를 빅리그에 등판시켰고, 이후 시즌 종료까지 39.1이닝 3.89 ERA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듬해에는 27경기 152이닝 ERA 3.96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디비전 시리즈에 선발 등판했으며, 시즌 후 AL 신인상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전년 대비 구속이 1.5마일가량 하락했는데, 낮아진 릴리즈 포인트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후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 되며 2016년에는 리빌딩 중이던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다.
그리고 2016년, 데뷔 시절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며 2018년까지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다소 높은 BABIP와 피홈런 수가 약점이었으나, 안정적인 4-5선발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9시즌 개막 직전 마이애미에서 방출됐고, 급히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긴 했으나 왼쪽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릎부상 치료 후 다시 나선 2019년 후반기 트리플 A 경기에서는 12경기 67이닝 ERA 3.76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리기 시작했다. 이 덕분인지 롯데는 레일리의 대체자로 스트레일리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스카우팅 리포트
패스트볼 + 슬라이더 : 주 무기
구사율이 가장 높은 것은 역시 패스트볼이다. 구속은 평균 145km/h에서 형성되며 최고 150km/h 정도로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평균 회전수 2300RPM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회전력을 자랑한다.
한편 올 시즌 KBO 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5km/h, 평균 RPM은 2231이었다. 즉 빅리그에선 평균 언저리로 평가받던 스트레일리의 패스트볼이 KBO 리그에선 평균 이상의 구위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릎 부상 이후 스트레일리의 슬라이더가 무뎌졌고, 전년 대비 피안타율이 20%, 피장타율이 60% 이상 치솟았다. 주 무기의 위력이 급감한 상태였기 때문에 빅리그에서의 생존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셈이다.
체인지업 : KBO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무기
마이너리그에서 갈고 닦았던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다. 스트레일리의 체인지업은 낙폭이 심한 스플릿 체인지업으로, 우타자의 몸쪽 혹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잘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슬라이더에 버금가는 좋은 무기가 될 전망이다.
준수한 제구력 및 탈삼진 능력 : 안정성 강화 요인
스트레일리의 탈삼진/볼넷 비율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3.51과 2.18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선 평균 이상, 메이저리그에선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AAA에서 9이닝당 볼넷 2.6개를 기록한 선수인 만큼 KBO 리그에서 제구력이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피홈런 비율 + 건강 : 안정성 감소 요인
문제는 피홈런이다. 꾸준히 메이저리그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플라이볼당 홈런 개수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엔 12%였던 것이 조금씩 올라가다 무릎 부상과 타자 친화 홈구장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겹친 작년에는 2016년 대비 홈런/플라이볼 비율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스트레일리의 타구 분포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트레일리가 땅볼보단 뜬공이 많은 플라이볼 유형의 투수라는 것. 하지만 리그가 바뀌면서 투수의 유형 자체도 바뀔 수 있다. 평균 구속 140km/h 중후반의 공이라면 KBO 리그에선 아주 준수한 수준이며, 이를 원하는 곳에 뿌릴 수 있을 정도의 제구력까지 갖춰진다면 빅리그에서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빅리그 기준으론 중급 이하의 무기가 2020년 KBO 리그에선 상급의 무기가 되는 셈이니 말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몸 상태다. 커리어 내내 오른 팔뚝과 복사근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으며, 작년엔 왼 무릎 부상으로 주 무기인 슬라이더 구위가 심각하게 저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후반기 피칭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긴 했으나, 올해가 부상 직후 맞이하는 첫 풀타임 시즌인 만큼 롯데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
2019시즌 KBO 리그는 공인구 반발 계수 하향으로 극심하던 타고투저 양상이 반대로 바뀌었다. 피홈런이 많은 플라이볼 투수가 투고타저 리그로 온다는 것은 분명히 호재다. AAA에선 이닝이터로서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기에 ‘건강한’ 스트레일리라면 롯데가 기대한 것 그 이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관건은 꾸준한 관리 여부와 슬라이더다. 성 단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트레일리는 지난 시즌 슬라이더에 문제가 있었고, 부상 여파로 인해 팔 각도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 수정을 거듭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준수한 패스트볼로 KBO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전례로는 타일러 윌슨도 있는 만큼 스트레일리에게는 그 이상을 기대할 만하다.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드라마만큼이나 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번 오프시즌의 롯데다. 과연 스트레일리는 프로세스 사단의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에디터=김지호, 송민구
기록출처= 팬그래프 닷컴, Milb.com, 브룩스 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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