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아오지 못할 27번째 아웃 – 1. 28개 아웃 퍼펙트 게임

< 2010년 6월 3일 경기 전 미팅. 짐 릴랜드 감독 대신 아르만도 갈라라가가 라인업지를 들고 나온 뒤 짐 조이스 심판의 사과를 모두 앞에서 받았다. 사진 출처 = AP Photo > 

2010년 6월 2일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경기. 17,738명의 관중 앞에서 디트로이트의 선발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클리블랜드의 타자 24명을 연속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9회초 첫 타자인 마크 그루질라넥이 가운데 담장 앞에 떨어지는 큰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오스틴 잭슨이 간신히 받아내 25번째 아웃을 잡았다. 26번째 아웃은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다. 홈팬 모두 남은 아웃 하나를 간절히 기다렸다.

27번째 타자는 앞선 두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과 우익수 직선타를 친 제이슨 맥도날드. 공 두 개를 지켜본 맥도날드는 밖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힘없는 2루 땅볼로 만들었다. 갈라라가와 맥도날드가 1루에서 누가 더 빠른지 경합했다. 두 선수가 순백의 베이스에 도달한 순간, 회색의 콧수염이 멋들어진 1루심 짐 조이스는 두 팔을 좌우로 뻗었다.

경기장에는 야유가 쏟아졌고 그 상황을 본 사람의 절반 이상은 머리를 감쌌다. 갈라라가는 조이스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느린 화면을 본 중계진은 믿을 수 없는 판정이라면서 당황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MLB 통산 21번째 퍼펙트 게임이란 업적은 27번째 아웃을 잡지 못하고 사라졌다.

 

끝까지 흠 하나도 없어야 한다

야구 규칙 책에 퍼펙트 게임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1 그러나 MLB를 비롯한 모든 야구 조직은 경기 중 어떠한 방식으로도 1루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투수를 위해 퍼펙트 게임이란 개념을 만들어 기념한다. MLB에서는 1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단 24차례만 나왔으며, KBO 리그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 최초의 ‘퍼펙트 게임’이란 용어가 인쇄된 신문. 1908년 10월 3일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 8면. > 

퍼펙트 게임의 개념이 인쇄 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8년이었다.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의 I. E. 샌본 기자는 10월 2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냅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를 취재했다. 홈팀 선발투수 애디 조스는 화이트삭스의 타자 27명을 단 74구만 가지고 모두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샌본은 ‘9회 동안 실점과 안타도 없으며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도 상대방에게 1루를 내주지 않은 정말 완벽한 경기’라는2 표현을 사용해 경기를 설명했다.

조스 전에 9이닝 동안 출루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투수가 셋이나 있었지만3, 그땐 퍼펙트 게임이란 용어가 쓰이진 않았다. 조스 이후 퍼펙트를 기록한 10명의 투수에겐 불멸의 업적을 이뤘을 때마다 완벽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1991년 9월 4일 MLB 기록 위원회(Committee for Statistical Accuracy in Baseball)가 노히터의 정의를 ‘안타를 내주지 않고 9회 혹은 그 이상을 투수 한 명 혹은 한 팀의 투수 여럿이 마무리 한 경기’로4 바꾸면서 한 명의 투수가 퍼펙트 게임을 잃었다. 1959년 5월 26일 12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갔으나 13회 첫 타자에게 실책을 허용하고 그대로 패전투수가 된 하비 해딕스였다.

< 1991년 MLB 기록위원회가 노히터의 정의를 수정하자 퍼펙트 게임을 잃어버린 하비 해딕스. 출처 = Focus on Sport >

 

모두가 도와줘야 가능한 일

퍼펙트 게임은 투수가 잘 던진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수가 27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잡았다 하더라도, 포수가 그걸 놓쳐 낫아웃 출루를 한 번이라도 허용하면 퍼펙트가 깨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판도 정확한 판정 혹은 오심으로라도 아웃을 늘려줘야 한다. 더 나아가 하늘 혹은 기계도 투수를 도와줘야 한다. 비로 인해 또는 조명탑이 꺼져버려 9회를 미처 채우지 못하면 26개 아웃을 완벽하게 잡았더라도 퍼펙트 게임이 완성되지 못한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MLB 역사에서 9회를 채우지 못해 퍼펙트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4번 있다. 1907년 8월 11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보스턴 도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일요일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는 원정을 떠나야 하는 두 팀의 기차 일정 때문에 7회만 치르기로 사전에 합의됐다. 카디널스의 에드 카르거는 이 경기에서 21개 아웃 카운트를 잡는 동안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카르거가 몇 이닝 더 던질 힘이 있었다면서 9회를 채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나머지 세 번의 사례는 모두 5이닝 만에 경기가 끝났다.

< 1908년 7월 5일 브루클린 시티 6면. 경기는 삼진으로 끝났어야 한다고 말한다. >

갈라라가의 사례와 함께 9회 2아웃 후 심판의 판정으로 퍼펙트가 날아간 사례는 총 세 차례 있다. 1908년 7월 4일 뉴욕 자이언츠의 훅스 윌츠는 26개 아웃 카운트를 잡은 후 마지막 타자에게 사구를 내주며 퍼펙트가 깨졌다. 그러나 사구 직전 1-2 카운트에서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여서 삼진이 돼야 했다는 증언이 있다. 타자였던 조지 맥퀼란도 삼진을 인정하고 돌아갔지만, 당시 구심이었던 사이 리글러가 볼을 선언했다. 그리고 맥퀼란은 다음 공에 맞았다. 리글러는 맥퀼란의 4구가 스트라이크였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윌츠는 맥퀼란 다음 네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고, 퍼펙트 대신 10이닝 노히터 투수로 이름이 올라와 있다.

두 번째는 1972년 9월 8일 시카고 컵스의 밀트 파파스 경기다. 파파스는 27번째 타자인 래리 스탈과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으나 볼넷으로 그날의 첫 번째 1루를 허용했다. 28번째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노히트 경기를 만들었지만, 파파스는 자신이 허용한 볼넷에 아쉬움을 표했다.

세 번째 사례가 갈라라가의 경기다. 그러나 갈라라가의 경기는 앞선 두 경기와 성격이 달랐다. 첫 두 번의 경기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문제라면 갈라라가의 경기는 베이스에서의 아웃-세이프 문제다. 물론 두 개의 판정 모두 심판의 고유 권한이지만,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MLB에서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적어도 2026년까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기로 했다. 또한 MLB는 규칙 책인 Official Baseball Rules 8.02(a) Comment 부분에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한 항의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모두 ‘대문자로’ 표기해 특별하게 강조한다.5

 

사건의 후폭풍

다시 2010년 6월 2일로 돌아가자. 타자 도날드는 자기가 갈라라가보다 늦게 1루에 도달했다고 인정했다. 조이스는 경기 후 자신의 판정이 틀렸다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MLB 심판 담당 부회장 마이크 포트는 코메리카에 있는 심판진에게 전화를 걸어 조이스에게 내일 휴식을 권고했다. 그러나 조이스는 자신을 노릴 화살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예정대로라면 6월 3일 경기의 구심은 조이스였다. 

갈라라가는 자신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진실함과 프로 정신을 유지한 조이스를 높게 평가했다. 당시 MLB의 수장이었던 버드 셀릭도 디트로이트의 감독 짐 릴랜드와 갈라라가의 대응과 조이스의 용기와 진실함을 칭찬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조이스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세이프를 선언한 후 조이스가 받은 야유는 아무것도 아녔다. 그날 모든 방송에서 조이스를 조롱하거나 욕했다. 조이스의 가족은 미국 전역에서 날아오는 증오에 찬 메시지를 받았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살해 위협을 포함해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MLB 사무국이 직접 경호원을 붙여줘야 할 정도였다.

< 짐 조이스가 야유만 받은 것은 아니다. 디트로이트 공항(DTW) 수하물 처리원들은 그의 짐에 붙은 수하물 표에 응원의 문구를 써서 전달했다. 출처 = ESPN >

정치권에서는 MLB가 움직이기를 요구했다. 당시 미시간주 주지사 제니퍼 그랜홈(D)은 갈라라가가 퍼펙트 게임을 던졌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1956년부터 미시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역임한 존 딩겔(D)은 MLB가 27번째 아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미시간주 연방 하원의원인 태디우스 맥코터(R)는 ‘진실만 경기의 명예와 온전함을 확인해 주며, 그 진실은 그 경기가 퍼펙트란 것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셀릭에게 보냈다. 심지어 백악관 대변인 로버트 깁스도 MLB가 갈라라가의 퍼펙트를 인정해 주길 바란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했다.

야구계에선 비디오 판독의 도입을 촉구했다. 2010년 비디오 판독은 홈런 타구를 확인하는 데만 사용됐다. 만약 지금과 같은 비디오 판독이 있었다면 갈라라가는 퍼펙트 게임을 당연하게 완성했을 것이다. 6월 3일 셀릭은 ‘인간적인 요소는 야구의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경기장에서 나오는 실수는 필히 다뤄져야 한다’면서 비디오 판독의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MLB는 27번째 타석의 결과를 번복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이스마저 MLB에 자기 판정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2024년까지 갈라라가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28개 아웃 퍼펙트 게임’으로 부를 뿐이다.

<1편 끝>

 

참고 = MLB, ESPN, Newspapers.com, Baseball-Almanac, Baseball Reference, SABR, Monmouth University, Mitchell Republic, Focus on Sport, State of Michigan, CBS, New York Times, Crescent City Sports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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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만 완봉승에 대한 정의는 규칙책에 있다. 공식야구규칙 9.18 셧아웃: 처음부터 완투하거나 제1회에 무사 무실점인 때에 교체 등판하여 무실점인 상태로 경기를 종료한 투수에게 셧아웃(완봉승리)를 기록한다.
  2.  “an absolutely perfect game, without run, without hit, and without letting an opponent reach first base by hook or crook in nine innings” Sanborn, I. E., “Sox Lose to Naps in Great Pitchers’ Battle, Walsh vs. Joss, 1-0.” The Chicago Daily Tribune, 1908.10.3., p.8.
  3. 리 리치몬드(우스터 우스터스) 1880.6.12.; 존 몽고메리 워드(프로비던스 그래이스) 1880.06.17.; 사이 영(보스턴 아메리칸스) 1904.5.5.
  4. A game in which the pitcher or pitchers on one team throw a complete game of nine innings or more without allowing a hit.
  5. OBR 8.02(a) Comment: Players leaving their position in the field or on base, or managers or coaches leaving the bench or coaches box, to argue on BALLS AND STRIKES will not be permit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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