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끝내기는 틀렸다

< 2012년 5월 10일 SK vs 두산 경기 캡처, 사진 출처 = XTM >

2012년 5월 10일 SK:두산의 경기. 8:7로 뒤진 채 9회 말 공격에 들어선 두산은 2사 12루 찬스를 잡는다. 타자는 임재철. 이때 초구를 친 것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타구가 됐고, 2아웃이어서 타구가 나오자마자 달린 두 주자가 여유롭게 홈을 밟아 두산이 8:9로 역전승했다.

일반적으로 끝내기 안타가 나오는 경우 타자가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루타수는 결승주자가 이동한 만큼으로 정해져 있다(끝내기 홈런만 예외). 예를 들어 9회 말 동점,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가 나온다면 결승주자는 3루주자다. 3루주자는 홈까지 1베이스만 이동했으므로 타자가 얻을 수 있는 루타수는 타구가 얼마나 잘 맞았든 간에 무조건 1이다. 즉 단타로만 기록될 수 있다.

위 경기에서 결승주자는 1루주자다. 1루주자는 득점하기까지 3베이스를 이동했으므로 임재철의 끝내기 안타는 최대 3루타까지 기록될 수 있다. 이때 타구가 3루타로 기록되려면 우선 타구가 3루타성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임재철도 실제로 3루까지 밟아야 한다. 임재철은 끝내기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착실하게 3루를 밟음으로써 3루타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위의 경기 캡처를 보자. 결승주자 최재훈이 홈을 밟았을 때 임재철은 아직 3루에 도착하지 못했다. 야구규칙 7.01(g)(3)에 따르면 홈팀이 9회 말에 결승점을 얻으면 경기는 그 시점에서 끝난다. 그러면 임재철이 3루를 밟기 전에 경기가 끝난 것인데 임재철에게 3루타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가?

다행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해결책이 나와 있다. 끝내기 안타의 루타수를 다룬 조항 9.06(f)의 [부기]를 2024 MLB 공식야구규칙(OBR)에서 찾아보면 KBO 공식야구규칙에는 없는 내용이 있다. 조금 길지만 중요하므로 그대로 옮긴다.

“The Official Scorer shall credit the batter with a base touched in the natural course of play, even if the winning run has scored moments before on the same play. For example, the score is tied in the bottom of the ninth inning with a runner on second base and the batter hits a ball to the outfield that falls for a base hit. The runner scores after the batter has touched first base and continued on to second base but shortly before the batter-runner reaches second base. If the batter-runner reaches second base, the Official Scorer shall credit the batter with a two-base hit.”

“공식기록원은 설령 결승점이 기록된 이후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플레이 도중에 이뤄진 베이스 터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9회 말 동점,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자가 외야 안타를 쳤다고 하자. 2루주자는 타자가 1루는 밟았지만 2루는 밟지 못한 시점에서 득점했다. 만약 타자주자가 2루를 밟았다면 공식기록원은 타자에게 2루타를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임재철의 3루타는 최소한 MLB 기준으로는 정당하다. KBO 공식야구규칙에 이 단서 조항의 삽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다른 경우는?

하지만 끝내기 상황에서 기록의 정당성과 관련된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끝내기 상황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에 발생한 사건을 갖고 기록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시를 보자. 아래에서 모든 상황은 9회 말 0:0, 0아웃이다.

 

(예1) 주자 3루. 타자가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홈은 어차피 늦었다고 생각한 유격수가 이왕 이렇게 된 것 아웃이나 잡자는 생각으로 1루로 송구했다. 타자는 1루에서 아웃되었지만 그 전에 3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규칙대로라면 3루주자가 홈을 밟는 순간 경기는 끝났다. 아웃은 경기가 끝난 후에 일어났는데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정당한 것 같다면, 같은 상황에서 타자가 1루에서 세이프된 뒤 2루까지 가려다가 태그된 경우는 어떤가?

(예2) (예 1)과 같은 상황에서 1루수의 포구 실수로 타자주자가 세이프되었다면 실책이 기록되어야 할까? ‘예’라고 답했다면, 자신의 실수에 화가 난 1루수가(?) 공을 외야로 던져버린 사이에 타자주자가 2루까지 밟아버리면 추가 실책을 주어야 할까? 경기 종료 후 실책을 선고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까지인가?

(예3) 주자 3루. 타자가 외야 앞 깔끔한 안타성 타구를 쳤다. 3루주자는 홈인. 그런데 타자주자가 3루주자가 홈인할 때까지만 뛰다가 3루주자의 홈인을 보고 1루를 밟지 않고 덕아웃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주루 포기로 아웃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가 끝난 뒤에 주루를 포기했다. 주루 포기에 대한 아웃을 선고할 수 있을까?

‘예’라고 답했다면 타자주자가 1루를 밟고 나서 덕아웃으로 향하는 경우에는 왜 주루 포기 아웃을 선고할 수 없는가? ‘아니오’라고 답했다면 타자의 기록은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예4) 주자 만루. 타자가 중견수 앞 안타를 쳤다. 3루주자는 홈인했고 타자주자는 1루 도착. 그런데 1루주자가 2루에 도착하기 전에 타자주자가 1루주자를 추월해 버렸다. 경기 종료 후의 추월 행위에 대해 아웃이 선고되어야 할까? ‘예’라고 답했다면 경기 종료 후 추월 아웃을 선고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까지인가?

(예5) 주자 2루. 타자가 2루타성 타구를 쳐 2루주자 홈인. 타자주자도 2루까지 밟았으나 도중에 1루를 공과했다. 경기는 끝났고 1루 공과에 대한 어필에 성공하더라도 득점이 취소되지도 않는데 어필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위 예시들과 같은 딜레마는 야구 경기를 ‘기록’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5가지 경우 모두 최종 승패만 보면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나 야구규칙은 승패 외에도 각 선수에게 적절하게 기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끝내기 상황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에 발생한 플레이에 대해 기록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그 기록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원칙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 필자의 문제의식이다.

 

규칙 검토

예시 상황들을 풀기 전에 관련된 규칙을 검토해 보자. 야구규칙 7.00에서는 경기의 종료에 대해 설명한다. 이 중 끝내기 상황에 대한 조항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7.01(b)이고 두 번째는 7.01(g)(3)이다.

7.01(b)

(b) 두 팀이 9회의 공격을 끝내고도 득점이 같을 때는 연장전을 이어가야 하는데 (1) 연장 회의 초, 말을 모두 끝냈을 때 원정구단의 득점이 홈구단의 득점보다 많을 경우 (2) 홈구단이 연장전 말 공격 도중에 결승점을 기록하였을 경우 경기는 종료된다다

7.01(g)(3)

(3) 홈구단이 9회말 또는 연장전 말 공격에서 결승점을 얻으면 거기서 경기를 종료하고 홈구단의 승리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9회 말이든 연장 회 말이든 홈팀이 결승점을 얻으면 바로 그 시점에서 경기가 종료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승점을 얻는 시점은 언제인가? 3루주자가 홈을 밟는 순간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야구의 득점은 이후에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6) 2아웃 3루에서 유격수 땅볼이 나온 경우를 생각해 보자. 땅볼이 충분히 깊었다면 1루에서 타자주자가 아웃돼 이닝이 종료되는 것보다 3루주자가 홈을 밟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3루주자의 홈인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왜일까?

답은 야구규칙 5.08 ‘득점의 기록’에 있다.

5.08

(a) 3아웃이 되어 이닝이 끝나기 전에 주자가 정규로 1루, 2루, 3루, 본루에 닿을 때마다 1점이 기록된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부기] 주자가 홈 베이스에 닿았더라도 제3아웃이 다음과 같은 플레이로 이루어졌을 때는 득점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1) 타자주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되었을 때

(2) 주자가 포스 아웃되었을 때

(3) 선행주자가 베이스를 밟지 못해 아웃되었을 때

이제 (예6)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타자주자가 아웃되기 전, 즉 이닝이 끝나기 전에 3루주자가 홈을 밟았는데 득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이유는? 타자주자의 아웃이 3번째 아웃이었고 타자주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된 것이라 위 [부기](1)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의

(예6)이나 그와 유사한 경우, 3루주자가 홈을 밟는 순간에 일시적으로 득점을 기록했다가 타자주자가 1루에서 아웃되면 그 득점을 취소하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끝내기 상황에서 결승주자가 홈을 밟았더라도 향후 위 (1)~(3)에 해당하는 제3아웃이 발생하지 않는지 끝까지 살펴보고 나서야 비로소 결승점이 기록된다고 할 수 있다. 결승주자가 3루를 밟은 시점이 경기 종료 시점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사견임을 전제로, 위 문단을 역으로 생각하면 결승주자가 홈을 밟고 (1)~(3)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지면 그 시점에 득점이 확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3) 선행주자가 베이스를 밟지 못해 아웃’되는 것은 모든 플레이가 일단락된 뒤 상대팀이 어필을 함으로써 성립되므로 우선은 논외로 하자. 그러면 (1), (2)가 남는데 사실 (1)은 (2)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끝내기 상황에서 결승주자가 홈을 밟고, 어떤 주자도 포스아웃의 위험에 놓여 있지 않은 시점이 경기 종료 시점이라고 (임의로)정의해 보자. 즉 결승점이 취소당할 위험이 없어진 시점을 경기 종료 시점으로 정의하자는 것이다.

*이 정의에 대해 (예6)과 유사한데 0아웃이나 1아웃 3루면 어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타자가 포스아웃되어도 그게 제3아웃이 될 수 없으니 위의 [부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3루주자가 홈인만 하면 타자와 무관하게 득점이 확정되니 3루주자가 홈을 밟은 시점을 경기 종료 시점으로 보아도 되지 않는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의의 간결성을 고려해 위와 같은 간단한 정의를 택했다.

 

정답

새로운 정의를 갖고 앞서의 상황들을 확인해 보자.

 

(예1) 3루주자가 홈을 밟았더라도 타자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되거나 아웃되기 전까지는 포스아웃의 위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새 정의에 따라 타자주자가 1루에서 아웃되어 포스아웃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웃되는 순간 포스아웃의 위험에 놓인 주자가 없어지므로 득점이 확정되고 경기가 종료된다.

같은 상황에서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된 뒤 2루까지 가려다 태그된 경우는? 세이프된 순간 포스아웃의 위험에서 벗어났으므로 득점이 확정되고 경기가 종료된다. 따라서 2루에 가려는 타자주자를 태그해도 이미 경기가 끝난 뒤의 태그이므로 무효다.

(예2) 유격수의 송구를 1루수가 잘 받았다면 타자주자 아웃이었는데 1루수가 실수를 범해 아웃되지 않았다. 즉 1루수가 실수를 범한 순간까지도 타자주자는 1루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실수 시점까지도 경기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1루수의 실수는 경기가 끝나기 전에 이뤄진 것이므로 실책으로 기록된다. 자신의 실수에 화가 난 1루수가 외야로 공을 던진 사이 타자주자가 2루까지 향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타자주자가 1루를 밟는 순간 경기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예3) (예1)과 마찬가지로 타자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되거나 아웃되기 전까지는 포스아웃의 위험에 놓여 있다. 따라서 3루주자가 홈을 밟았더라도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심판은 주루포기 아웃을 합법적으로 선고할 수 있다. 반면 타자주자가 1루를 밟았다면 그 즉시 경기가 종료되므로 이후 주로를 이탈해도 아웃을 선언할 수 없다.

(예4) 추월이 1루주자가 2루에 도착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 중요하다. 1루주자가 2루에 도착하지 못했으므로 아직 1루주자는 포스아웃의 위험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추월 시점에서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타자주자는 추월로 아웃된다. 타자주자가 아웃되면 모든 주자가 포스아웃의 위험에서 벗어나므로 그대로 득점이 확정되어 경기가 끝난다.1

(예5) 누의 공과가 섞이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섞이지 않은 경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예5)의 경우 타자주자가 1루를 공과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1루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와 같다. 타자주자는 1루에 도달하거나 아웃되어야만 포스아웃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는데 1루 공과로 1루에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합당하게 어필을 신청할 수 있다. 공과 상황에 대해서는 필자의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링크: 포스아웃을 정의하자!)

 

새 정의 하에서는 아래와 같은 상황도 깔끔하게 풀린다.

(예7) 9회 말, 0:0, 0아웃 2,3루. 중견수 앞 안타성 타구에 3루주자 홈인, 2루주자는 2~3루 사이에 서 있었고 타자주자는 1루를 공과하고 2루까지 갔다. 이때 수비진이 베이스에서 벗어난 2루주자를 태그하고 타자주자의 1루 공과에 대해 어필.

(답7) 타자주자가 1루를 공과한 이상 3루주자가 홈을 밟아도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베이스를 벗어난 2루주자에 대한 태그아웃은 정당하고(1아웃), 이후 1루 공과를 어필하면 2아웃까지 얻을 수 있다. 1루 공과를 먼저 어필하고 2루주자를 태그했다면 1아웃만 인정된다. 

 

지금까지 모든 논의를 끝내기 상황에서의 결승점을 중심으로 전개했지만 결국 이 문제는 득점이 기록되는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한 문제다. 따라서 경기 종료 시점에 대한 규칙 7.00보다는 득점의 기록과 관련된 규칙인 5.08의 수정을 권고한다. 가령,

5.08(a) 3아웃이 되어 이닝이 끝나기 전에 주자가 정규로 1루, 2루, 3루, 본루에 닿을 때마다 1점이 기록된다.

에 대한 [부기]로

[9회 말 또는 연장회 말에 승리를 결정하는 득점을 기록하는 주자의 경우에는, 3아웃이 되기 전에 정규로 1루, 2루, 3루, 본루에 닿은 것만으로는 득점이 확정되지 않고 다른 주자들이 모두 포스아웃의 위험에서 벗어난 시점에 득점이 확정된다.]

와 같이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KBO 공인야구규칙, MLB Official Baseball Rule(OBR)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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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4)는 2015년 8월 9일 신시내티 대 애리조나의 경기 10회 말에 실제로 발생한 상황이다. 당시에는 ‘3루주자가 홈, 타자주자가 1루를 밟으면 경기가 끝난다’는 논리로 타자주자의 아웃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는 야구규칙 5.08(b)를 준용한 결과로 보이는데, 여기서는 “[…] 최종회 말 [….] 만루 상황에서 타자에게 […] 1루가 주어짐에 따라 3루주자가 승리를 결정하는 득점을 얻게 되는 때는 주심은 그 주자가 본루를 밟고 타자가 1루에 닿을 때까지 경기의 종료를 선고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1루가 주어짐에 따라”라는 문구를 보면 5.08(b)는 타자에게 안전진루권이 부여된 상황에 대한 조항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설령 안타 상황으로 확장해 생각하더라도 3루주자가 본루를 밟고 타자가 1루에 닿을 때까지 종료를 선고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할 뿐 3루주자가 본루를 밟고 타자가 1루에 닿았으면 무조건 종료해야 된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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