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규칙위원회에 바란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필자는 2017년에 KBO 공인야구규칙과 MLB Official Baseball Rule(OBR) 전체를 비교·대조한 바 있다. 같은 해 한국야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인야구규칙의 오류, 오역 등을 종합해 발표했고, 일부는 기사로도 보도되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 2023 KBO 공인야구규칙과 MLB OBR 전체를 다시 대조했다. 2017년에 지적한 것 중 고쳐진 것들도 있었으나 틀리거나 불분명한 조항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개정되면 좋을 조항들도 있다.

이들을 종합해 이번 글을 통해 소개한다. KBO 규칙위원회에서 수정할 때까지 이 글은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목차

  1. 내용이 잘못된 조항
  2. 번역이 잘못된 조항
  3. 개정을 권고하는 조항

1. 내용이 잘못된 조항

① 5.05(a)(9)(B)

원문:

페어 플라이 볼이 야수에게 닿으며 굴절되어

(B) 페어지역의 관중석에 들어가거나 페어지역의 펜스를 넘어 갔을 경우 타자에게 홈런이 주어진다. 단, 그 관중석 또는 펜스의 거리가 본루부터 250피트(76.199m) 미만일 때는 타자에게 2개 베이스가 주어진다.

잘못된 점:

홈런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4개 베이스’가 주어져야 한다.

홈런이든 4개 베이스든 결과적으로 타자가 베이스를 한 바퀴 돌아 득점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나 기록의 측면에서는, 타구가 아웃성이었다면 설령 야수에게 닿아 굴절되어 넘어갔다고 해도 타자에게 홈런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4개 베이스를 진루하는 근거는 홈런이 아니라 실책이다. 실제로 2020년 MLB에서 관련 사례가 있었으며, 필자는 당시에도 이를 수정할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 (참고: 솔락의 근거 없는 토스 홈런)

 

② 5.09(a)(14), 6.01(a)(3), 9.12(b)(5)

원문:

5.09(a) 타자 아웃인 경우는 다음과 같다

(14) 2사 3루,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인 상황에서 홈 스틸을 노린 3 루주자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정상투구에 닿았을 경우

6.01(a) 다음의 경우는 타자 또는 주자에 의한 방해(interference)가 된다. 

(3) 무사 또는 1사 3루에서 타자가 본루에서의 수비 측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 주자가 아웃된다. 그러나 2사일 때는 타자가 아웃이다.

9.12(b) 다음의 경우 실책을 기록하지 않는다.

(5) 무사 또는 1사 3루에서 3루주자가 파울 플라이를 이용하여 득점하는 것을 막으려고 야수가 일부러 타구를 잡지 않았다고 공식기록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그 야수에게 실책을 기록하지 않는다.

잘못된 점:

세 경우 모두 “2사 3루”, “무사 또는 1사 3루”가 아니라 ‘2사에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무사 또는 1사에 3루에 주자가 있을 때’가 되어야 한다. 위의 세 규칙이 1,3루나 2,3루, 만루에서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③ 9.05(a)[부기]

9.05(a) 다음의 경우 안타로 기록한다.

원문(KBO):

원문(MLB):

잘못된 점:

원문(KBO)의 캡처를 보면 마지막 [부기]의 들여쓰기가 9.05(a)의 (6)보다 안쪽으로 들어와 마치 9.05(a)(6)에 대한 [부기]인 것처럼 읽힌다. 이렇게 하면 ‘안타 판정 시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타자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을 9.05(a)(6)에만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담은 원문(MLB)를 보면 이 [부기]는 9.05(a) 전체에 대한 것이다. 즉 ‘안타 판정 시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타자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을 모든 안타 판정에 대해 적용한다.

KBO의 [부기] 들여쓰기를 (6)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어야 착오가 없겠다.

 

이 조항 외에도 [원주], [부기], [주], [예] 등의 들여쓰기가 잘못되어 각각이 수식하는 조항을 잘못 나타낸 것이 많다. 4.03[원주1]·[원주2], 5.06(b)(3)(D)[부기], 5.06(b)(4)(I)[원주]·[주] 등등이 그렇다. 특히 5.06(b)(4)(I) 아래의 [원주]는 명백히 5.06(b)(4) 전체를 수식하는 것이나 KBO는 물론이고 MLB에서도 5.06(b)(4)(I)만을 수식하는 것처럼 잘못 표기했다.

다만 모두 소개하기에는 개수도 많고 대부분 내용 상 오해를 유발할 소지는 없어 일일이 소개하진 않는다. 들여쓰기에 의존하지 말고 [원주], [부기], [주], [예] 등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속하는지를 ‘9.05(a)[원주]’와 같이 표기하면 분명해질 것이다.

 

④ 9.06(f)

원문:

9.06 단타·장타의 결정

(f) 9.06(g)의 경우를 제외하고 최종회에 타자가 끝내기 안타로 자기 소속팀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득점을 얻었을 경우 그에게는 결승점을 올린 주자가 진루한 것과 같은 수의 루타수만 기록한다. 더욱이 타자주자는 실제로 그 수만큼의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점:

‘결승점을 올린 주자가 진루한 것 이하의 루타수만 기록한다.’로 수정해야 한다. 원문대로라면 9회말 동점, 2사 2루에서 명백하게 단타인 안타로 2루주자가 홈인해도, 타자주자가 2루를 밟기만 한다면 2루타를 주어야 한다. 결승주자가 이동한 것과 같은 수의 루타수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적용이다.

 

⑤ 9.07 도루

원문:

주자가 안타, 풋아웃, 실책, 포스 아웃, 야수선택, 패스트볼, 폭투, 보크에 의하지 않고 1개 베이스를 갔을 때 도루가 기록된다.

잘못된 점:

보크 등’으로 수정해야 한다. 원문의 의도는 주자가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하지 않고 자기자신의 능력으로 다음 베이스로 진루한 경우 도루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문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4사구에 의한 진루도 도루가 된다. 4사구 외에도 주자 진루와 연관될 수 있는 모든 외부 요인을 열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등’을 붙이는 게 최선이다.

 

⑥ 9.08(c)

원문:

9.08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

(c) 번트에 힘입어 진루하려던 주자 중에서 누구라도 아웃되었을 때 타자에게 1타수를 기록할 뿐 희생번트는 기록하지 않는다(포스 아웃이든 태그 아웃이든 상관없다).

잘못된 점:

‘번트에 힘입어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려던 주자 중에서 ~’로 쓰는 게 더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두 베이스 이상을 노리다가 아웃되더라도 이는 타자가 번트를 잘못한 것에 따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MLB 원문에서도 “attempting to advance one base on a bunt”로 표현하고 있다.


2. 번역이 잘못된 조항

① 5.06(b)(3)(B)

원문(KBO):

다음의 경우 타자를 제외한 각 주자는 아웃될 염려 없이 한 베이스를 진루할 수 있다.

(B) 타자가 아웃될 염려 없이 주자가 되어 1루에 나감에 따라 그 베이스를 비워주어야 할 경우. 또는 타자가 친 페어 볼이 야수(투수 포함)에게 닿기 전 또는 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기 전에 페어지역에서 심판원 또는 베이스를 비워줄 의무가 생긴 다른 주자에게 맞았을 경우

원문(MLB):

(B) The batter’s advance without liability to be put out forces the runner to vacate his base, or when the batter hits a fair ball that touches another runner or the umpire before such ball has been touched by, or has passed a fielder, if the runner is forced to advance;

잘못된 점:

‘~ 심판원 또는 주자에게 맞았을 때, 의무적으로 진루해야 하는 주자의 경우’로 번역해야 한다. 일종의 도치문인데, ‘if the runner is forced to advance when the batter hits a fair ball that touches another runner or the umpire’로 바꿔 읽으면 분명하다.

 

② 5.10(d)[원주]

원문(KBO):

5.10 선수교체 및 마운드 방문

(d) [원주] 교체 출전한 선수가 출장하면서 발생한 모든 플레이는 인정된다. 한 번 경기에서 물러난 선수가 교체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재차 출장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심판원은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원문(MLB):

Any play that occurs while a player appears in a game after having been substituted for shall count. If, in an umpire’s judgment, the player re-entered the game knowing that he had been removed, the umpire may eject the manager.

잘못된 점:

선수가 교체된 후에 계속 경기에 남아 플레이를 한 경우에도 그 플레이는 모두 인정된다.’로 번역해야 맞다. 원래 문구인 “교체 출전한 선수가 출장하면서 발생한 모든 플레이는 인정된다.”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언급할 이유가 없다.

 

③ 6.01(g)

원문(KBO):

6.01(g) 스퀴즈 플레이 또는 도루를 통한 방해

원문(MLB):

(g) Interference With Squeeze Play or Steal of Home

잘못된 점:

“스퀴즈 플레이 또는 도루를 통한 방해”라는 표현만 보면 마치 공격팀이 스퀴즈나 도루(홈 스틸) 시 수비팀을 방해하는 경우를 다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스퀴즈 플레이나 홈 스틸 시 수비팀이 공격팀을 방해한 경우를 다뤘다.스퀴즈 플레이 또는 홈 스틸 시의 방해’ 정도가 더 적절하겠다.

 

④ 6.03(a)(4)

원문(KBO):

6.03 타자의 반칙행위

(a) 다음의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

(4) 타자가 제3스트라이크 투구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지역으로 던져 포수(미트 포함)를 맞혔을 경우

원문(MLB):

(4)  He throws his bat into fair or foul territory and hits a catcher (including the catcher’s glove) and the catcher was attempting to catch a pitch with a runner(s) on base and/or the pitch was a third strike.

잘못된 점:

투구가 제3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포수가 투구를 잡으려 하는 경우에, 타자가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 지역으로 던져 포수를 맞춘 경우’로 번역해야 맞다. ‘투구를 잡으려 하는’ 포수를 맞혔다는 것이 중요한데 원래 번역에서는 그 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⑤ 6.03(a)(5)

원문(KBO):

(5) 타자가 어떤 방법으로든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이상한 반발력이 생기도록 개조·가공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배트를 쓰거나 쓰려 했을 경우. 여기에는 배트에 이물질을 끼우거나, 표면을 평평하게 하거나, 못을 박거나, 속을 비우거나, 홈을 파거나, 파라핀 왁스를 칠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원문(MLB):

(5) ~ covered with a substance such as paraffin, wax, etc.

잘못된 점:

원문은 ‘파라핀, 왁스’인데 번역은 ‘파라핀 왁스’가 되었다. 파라핀 왁스는 왁스 중에서도 파라핀으로 만든 것으로, 일반적으로 석유, 석탄, 셰일 등에서 추출된다. 하지만 왁스의 종류는 파라핀 왁스 외에도 동물성 왁스, 식물성 왁스 등으로 다양하므로 파라핀 왁스만 한정해 제한할 이유가 없다. 단순히 쉼표가 빠진 오역으로 보인다.

 

⑥ 용어의 정의 中 CATCH 의 [원주]

원문(KBO):

  1. CATCH (캐치·포구)

[원주] 공을 저글(juggle)하거나 다른 야수를 거쳤더라도 지면에 닿기 전에 잡으면 정규의 포구가 된다. 주자는 최초의 야수가 플라이 볼에 손을 댄 순간부터 베이스를 출발할 수 있다.

원문(MLB):

(Catch) Comment: A catch is legal if the ball is finally held by any fielder, even though juggled, or held by another fielder before it touches the ground. Runners may leave their bases the instant the first fielder touches the ball.

잘못된 점:

“손을 댄” 대신 터치한’으로 번역하는 게 맞다. 물론 일상적으로는 touch를 손을 댄다고 번역해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야구 규칙에서는 touch를

“선수 또는 심판원의 신체, 옷, 용구의 어느 부분에라도 닿은 것을 말한다. 단, 선수가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예 : 목걸이, 팔찌 등)는 제외한다.”

라고 별도로 정의한다. 따라서 이를 “손을 댄”으로 번역하면 touch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 된다. 내용 상으로도 손이 아니라 어디든 야수의 신체에 닿은 순간부터 주자가 출발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⑦ 용어의 정의 中 OFFENCE

원문(KBO):

  1. OFFENCE (오펜스·공격 측)

공격하고 있는 팀 또는 그 선수를 말한다.

원문(MLB):

OFFENSE is the team, or any player of the team, at bat.

잘못된 점:

‘공격 측’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 ‘공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동어반복이다. MLB 원문대로 ‘타격 중인 팀, 혹은 그 팀의 선수’라고 정의하면 된다.

 

⑧ 용어의 정의 中 OUT

원문(KBO):

  1. OUT (아웃) 수비팀이 공격팀을 물러나게 하는 데 필요한 3개의 아웃 처리 중의 하나다.

원문(MLB):

An OUT is one of the three required retirements of an offensive team during its time at bat.

잘못된 점:

아웃을 정의하면서 아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동어반복이다. MLB 원문의 “retirements”를 아웃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번역해야 한다.


3. 개정을 권고하는 조항

① 3.08 안전모(헬멧)

원문(KBO):

(c) 포수가 수비하고 있을 동안에는 포수용 안전모 및 얼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원문(MLB):

(d)  All catchers shall wear a catcher’s protective helmet and face mask while receiving a pitch.

개정 권고사항:

공인야구규칙에서는 포수 헬멧을 수비하는 동안 계속 착용할 것을 강제한다. 그러나 실제로 포수 뜬공 등이 나오는 경우 헬멧을 벗고 수비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특별히 포수를 위험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MLB와 같이 ‘투구를 받는 동안’ 착용하는 것으로 수정하길 권고한다.

 

② 5.04(b)(3)

원문(KBO):

(3) 타자가 타자석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거나 타자석 안에 있더라도 타격자세를 취하려 하지 않을 때는 투수에게 투구를 명하여 모든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선언한다. 타자가 이 같은 스트라이크가 세 번 선언될 때까지 타격자세를 취하지 않았을 때는 아웃이 선언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타격자세에 들어가면 그 다음의 투구는 정규규칙에 따라 볼 또는 스트라이크가 가려진다.

원문(MLB):

(3)  If the batter refuses to take his position in the batter’s box during his time at bat, the umpire shall call a strike on the batter. The ball is dead, and no runners may advance. After the penalty, the batter may take his proper position and the regular ball and strike count shall continue. If the batter does not take his proper position before three strikes have been called, the batter shall be declared out.

개정 권고사항: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거나 타격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경우 KBO에서는 투수가 투구를 하게 해 그 투구를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하고, MLB에서는 투구조차 필요 없이 스트라이크를 부여한다. MLB 식은 타자의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보다 빠르게 제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도입해 볼 만하다.

 

③ 5.04(b)(4) 타자석 규칙

원문(MLB):

(4) The Batter’s Box Rule

(B) The batter may leave the batter’s box and the dirt area surrounding home plate when “Time” is called for the purpose or as a result of (i) an injury or potential injury; (ii) making a substitution; or (iii) a conference by either team

개정 권고사항:

위 MLB 원문은 타자석과 관련된 규칙으로 KBO에는 없다. 내용은 타자가 타자석과 홈플레이트 주변 흙 구역을 벗어날 수 있는 경우는 부상, 교체로 타임이 선언되거나 양 팀에서 타임을 요청한 경우뿐이라는 것이다. 경기 촉진 룰인데 타자의 불필요한 시간 지연을 막는 것이므로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④ 5.06(b)(3)

다음의 경우 타자를 제외한 각 주자는 아웃될 염려 없이 한 베이스를 진루할 수 있다.

원문(MLB):

(E)  A fielder deliberately touches a pitched ball with his cap, mask or any part of his uniform detached from its proper place on his person. The ball is in play, and the award is made from the position of the runner at the time the ball was touched.

개정 권고사항:

위 원문은 KBO에는 없다. 내용은 야수가 모자, 마스크 등의 물건을 이용해 투수의 투구를 건드릴 경우 루 상의 모든 주자에게 한 베이스의 안전진루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때는 볼 인 플레이다.

사실 이와 유사한 상황을 다룬 내용이 앞서 오역에서 지적한 ‘6.01(g) 스퀴즈 플레이 또는 도루를 통한 방해’에 있다. 스퀴즈 등이 시도되었을 때 야수가 투구를 도중에서 잡아버리면 타격방해와 보크가 선언된다는 것이다.

방해에 대한 벌칙에 별 차이가 없으면 굳이 새로 추가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그러나 야수가 투구를 물건을 이용해 건드린 경우에는 타자에게 타격방해가 주어지지 않고 볼 인 플레이, 투구를 직접 건드리면 타자에게 타격방해가 주어지고 볼 데드라는 점에서 벌칙에 차이가 있다. 추가해서 보다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원래 5.06(b)(3)의 (D) 다음에 5.06(b)(3) 전체를 수식하는 [부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들여쓰기를 잘못해 [부기]가 5.06(b)(3) 전체가 아니라 5.06(b)(3)(D)만 수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MLB는 (E) 항목을 추가하면서 실수했다. 아래를 보면 (E)가 Note 뒤에 위치하는데, (E) 역시 Note의 구속을 받는 내용이므로 Note 앞에 넣어야 적절하다.

 

⑤ 5.06(c)(2)

5.06(c)(2) 주심이 포수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 각 주자는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간다.

원문(MLB):

Rule 5.06(c)(2) Comment: Umpire interference may also occur when an umpire interferes with a catcher returning the ball to the pitcher.

개정 권고사항:

위 Comment는 KBO에는 없다. 주심의 포수 송구 방해의 예시로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돌려줄 때 방해가 이뤄진 경우를 포함했다.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돌려줄 때 주심과 부딪쳐 악송구가 되어 주자의 진루가 이뤄지는 경우 등에 적용될 수 있다.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측면에서 우리도 도입할 만하다.

 

⑥ 5.06(c)(7)

5.06(c) 다음의 경우 볼 데드가 되어 주자는 한 베이스를 진루하거나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간다. 그 사이에 주자는 아웃되지 않는다.

(7) 투구가 포수나 심판원의 마스크 또는 용구에 끼어 멈추었을 때 – 모든 주자는 진루

원문(MLB):

Comment:If a ball is intentionally placed inside a player’s uniform (e.g., a pants pocket) for the purpose of deceiving a base runner, the umpire shall call “Time.” The umpire will place all runners at least one base (or more if warranted, in the umpire’s judgment, in order to nullify the action of the ball being put out of play), from the base they originally occupied.

개정 권고사항:

위 Comment는 KBO에는 없다. 공을 유니폼 안에 숨겨 주자를 속이는 경우에는 수비진에게 벌칙을 준다는 것이다. 소위 ‘은닉구’ 중에서도 유니폼에 숨기는 경우는 막겠다는 취지다. 우리도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⑦ 5.09(a)(8)

5.09(a) 타자 아웃인 경우는 다음과 같다.

(8)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원문(KBO):

[원주] 주자는 양쪽 발이 3피트 레인(three feet lane)의 안쪽 또는 레인을 표시하는 라인 위에 있어야만 한다. 3피트 레인을 표시하는 라인은 레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원문(MLB):

Rule 5.09(a)(11) Comment: The lines marking the three-foot lane are a part of that lane and a batter-runner is required to have both feet within the three-foot lane or on the lines marking the lane. The batter-runner is permitted to exit the three-foot lane by means of a step, stride, reach or slide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first base for the sole purpose of touching first base.

개정 권고사항:

공인야구규칙의 5.09(a)(8)은 타자주자가 3피트 레인을 이탈해 수비를 방해한 경우 아웃됨을 말한다. 여기까지는 KBO, MLB가 서로 같으나 [원주]에서 차이가 있다. MLB에서는 1루 베이스 직전에서는 베이스를 밟기 위한 목적으로 3피트 레인을 이탈해도 된다고 말한다.

1루 베이스는 파울 라인 위의 페어 지역에 위치한다. 따라서 1루 베이스를 밟을 때, 베이스 중에서도 정확하게 파울 라인 부분에 해당하는 영역을 밟지 않는 이상 엄밀하게는 3피트 레인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 MLB의 Comment에 추가된 내용은 이 문제를 규칙적으로 더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KBO도 이를 추가하면 더욱 규칙이 분명해질 것이다.

 

⑧ 5.09(b) 주자 아웃

원문(KBO):

다음의 경우 주자는 아웃된다.

(1) 주자가 태그당하지 않으려고 베이스를 연결한 직선으로부터 3 피트(91.4cm) 이상 벗어나서 달렸을 경우

원문(MLB):

A runner’s base path is established when the tag attempt occurs and is a straight line from the runner to the base he is attempting to reach safely;

개정 권고사항:

현재 KBO는 [베이스 – 베이스]를 잇는 직선을 주로(baseline)로 정의해 이 주변 3피트를 벗어나 태그를 피할 경우 아웃을 선언한다. 반면 MLB는 주자가 태그를 피해 달릴 수 있는 영역을 [주자 – 베이스]를 잇는 직선(base path, 루로)을 기준으로 정의한다. 

왜 ‘루로’를 기준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단적인 예로 장타성 타구에 호를 그리며 주루하는 경우, 기존의 [베이스 – 베이스] 주로 개념 하에서는 호를 그리는 주루는 주로를 이탈한 주루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수비수가 멀찍이서 태그 시도만 하면 주로 이탈로 아웃이 선언되어야 한다. 현실적이지 않다. 루로로의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참고: 주로냐 루로냐 그것이 문제로다)

 

⑨ 6.03(a)(5)

6.03(a) 다음의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

(5) 타자가 어떤 방법으로든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이상한 반발력이 생기도록 개조·가공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배트를 쓰거나 쓰려 했을 경우

원문(KBO):

어떠한 진루도 허용되지 않지만 이 배트를 사용하여 벌어진 플레이에서 발생한 아웃은 그대로 인정된다. 타자는 아웃되어 경기에서 퇴장당하며, 뒤에 총재에 의해 페널티가 주어진다.

원문(MLB):

(ⓐ, ⓑ는 편의를 위해 붙임)

ⓐ No advancement on the bases will be allowed (except advancements that are not caused by the use of an illegal bat, e,g., stolen base, balk, wild pitch, passed ball), and any out or outs made during a play shall stand.

Rule 6.03(a)(5) Comment: A batter shall be deemed to have used or attempted to use an illegal bat if he brings such a bat into the batter’s box.

개정 권고사항:

이 조항은 KBO와 MLB가 ⓐ, ⓑ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위 KBO 원문에 해당하는 것은 MLB 원문의 ⓐ다. 여기서는 부정 배트를 사용한 경우의 벌칙을 말한다.

KBO, MLB 모두 부정 배트에 의한 타격의 결과로 어떤 진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같다. 차이는 MLB는 단서 문구를 통해 부정 배트와 무관하게 이뤄진 진루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도루, 보크, 폭투, 패스트볼 등 부정 배트와 무관한 진루는 부정 배트 타석 도중에 발생했더라도 그대로 인정한다.

어느 쪽이 더 적절한가? 부정위타자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1번타자가 타격할 차례에 실수로 3번타자가 들어왔다고 하자. 이때 원래 타순인 1번타자는 ‘정위타자’라 하고 잘못 들어온 3번타자는 ‘부정위타자’라고 한다.

부정위타자(3번타자)가 타석을 마치면 수비팀에서 해당 타자가 부정위타자였음을 어필할 수 있다. 그러면 정위타자(1번타자)가 아웃되고 부정위타자의 타격에 따른 모든 진루가 무효가 된다. 타자가 아웃되고 진루가 모두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 부정 배트 사용에 따른 벌칙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부정위타자가 나온 타석에서도 도루, 보크, 폭투, 패스트볼 등 부정위타자와 무관한 진루는 그대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무사 1루에서 부정위타자가 나왔는데 1루주자가 도루로 2루에 갔다고 하자. 이후 부정위타자가 안타를 쳐서 2루주자가 득점했으나 수비팀 어필로 모든 게 취소됐다고 하면, 득점한 주자는 1루가 아니라 2루로 돌아간다.(최종 1사 2루) 2루 진루는 부정위타자가 등장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 배트의 경우로 확장해 추론하면 MLB의 단서 문구가 있는 것이 더욱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는 어떤 경우에 부정 배트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규정한다. ⓑ에 따르면 MLB는 부정 배트를 타석에 들고오기만 해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타자가 아웃된다. 반면 KBO는 부정 배트를 가진 채 타석을 마쳐야 부정 배트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타석 도중에 발각되면 벌금을 물고 정상 배트로 교체만 하면 된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부정 배트는 말 그대로 부정행위다. 수능 시험장에 전자기기를 반입했다가 적발되면 설령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것을 생각하면 MLB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⑩ 9.06(f) 끝내기 안타의 루타수

원문(MLB):

The Official Scorer shall credit the batter with a base touched in the natural course of play, even if the winning run has scored moments before on the same play. For example, the score is tied in the bottom of the ninth inning with a runner on second base and the batter hits a ball to the outfield that falls for a base hit. The runner scores after the batter has touched first base and continued on to second base but shortly before the batter-runner reaches second base. If the batter-runner reaches second base, the Official Scorer shall credit the batter with a two-base hit.

개정 권고사항:

위 내용은 원래 없던 항목으로 9.06(f)의 Comment로 추가됐다.

끝내기 상황에서 경기는 결승점이 기록되는 순간 종료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동점, 9회 말 2사 2루에서, 명백한 2루타성 타구가 나왔다고 하자. 이때 결승주자인 2루주자가 홈을 밟으면 그 시점에서 경기는 끝난다. 그러므로 원칙 상 타자주자가 그 뒤에 2루를 밟더라도 이는 경기가 끝난 뒤에 밟은 것이므로 인정하면 안 된다.

위의 Comment는 이런 경우에도 타자주자가 2루에 정상적으로 촉루한 것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를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2루타로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그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⑪ 용어의 정의 中 ‘보통 수비’

원문(MLB):

ORDINARY EFFORT is the effort that a fielder of average skill at a position in that league or classification of leagues should exhibit on a play, with due consideration given to the condition of the field and weather conditions.

(Ordinary Effort) Comment: This standard, called for several times in the Official Scoring Rules (e.g., Rules 9.05(a)(3), 9.05(a) (4), 9.05(a)(6), 9.05(b)(3) (Base Hits); 9.08(b) (Sacrifices); 9.12(a)(1) Comment, 9.12(d)(2) (Errors); and 9.13(a), 9.13(b) (Wild Pitches and Passed Balls)) and in the Official Baseball Rules (e.g., Definitions of Terms, Infield Fly), is an objective standard in regard to any particular fielder. In other words, even if a fielder makes his best effort, if that effort falls short of what an average fielder at that position in that league would have made in a situation, the Official Scorer should charge that fielder with an error.

개정 권고사항:

‘Ordinary Effort’는 우리말로는 ‘보통 수비’에 해당한다. 보통 수비는 타자주자가 안전하게 살아나간 타구가 나왔을 때 그 타구가 안타인지 실책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즉 타구가 ‘보통 수비’로 처리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면 타자에게 안타를 주고, 타구가 보통 수비로 처리할 만한 것이었다면 수비수에게 실책을 주는 것이다.

공인야구규칙에는 보통 수비라는 표현이 여러번 등장하지만 그 정의는 없다. 우리나라 야구 기록규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풀어쓴 야구기록규칙’에서는 보통 수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으나 여기서도 명확한 정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책의 내용을 참고하면 ‘타구의 성질, 리그의 수준, 야수의 위치, 플레이 의도 등을 종합해 리그의 평균적인 야수가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비’ 정도로 정의할 수는 있겠다.

보통 수비의 개념은 추상적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명시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꼭 MLB와 같지 않더라도 보통 수비의 정의를 공인야구규칙에 포함하길 권고한다.

 

참고 = KBO 공인야구규칙, MLB Official Baseball Rule(OBR)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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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포스아웃 쪽도 오류가 있죠.

    5.09 (b) (6)을 보면

    “~~ 그러나 진루할 의무가 있던 베이스에 닿은 주자가 어떤 이유로든 원래 점유하고 있던 베이스로 되돌아가야 할 경우 다시 포스 상태에 놓이게 되며~~”

    라는 문구가 있죠. 해당 문구만 보면 주자가 원래 베이스로 돌아가야할 규칙상 의무가 생겼을 때만 다시 포스 상태에 놓인다고 오인할 수 있게끔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동일한 조항의 MLB 규정을 보면

    “~~However, if the forced runner, after touching the next base, retreats for any reason towards the base he had last occupied, the force play is reinstated,~~”

    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를 번역해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원래의 베이스로 되돌아 가는 상황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착오에 의해서든 무슨 이유로든 다시 되돌아간 경우에 대해서 다시 포스 상태가 되는 것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실제 플레이 적용상에서도 포스 상태에 있었던 주자가 의무적으로 되돌아가야 할 상황은 베이스 리터치 정도인데 이 경우에는 포스 상태가 적용되지 않고 반대로 1루주자가 진루하여 2루를 밟아도 착오로 다시 1루로 역주하면 다시 포스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는걸 감안했을 때 MLB 규칙서에 기재된 바가 맞다고 보여집니다.

    •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재포스 규칙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말씀대로 번역은 ‘되돌아가는 경우’ 정도가 더 적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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