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IA 타이거즈 에릭 스타우트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

에릭 스타우트(Eric Joseph Stout), KIA 타이거즈

1993년 3월 27일생(만 31세)

선발투수, 좌투좌타, 190㎝ 92㎏

계약 총액 4만 5천 달러 (연봉 4만 5천 달러)

1위를 향한 KIA 타이거즈의 집념이 대단하다. 지난 8월 24일 제임스 네일이 턱 골절 부상으로 인해 시즌아웃을 당한 후, 불과 나흘만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캠 알드레드에릭 라우어에 이은 또 다른 좌완투수, 에릭 스타우트가 그 주인공이다.

 

배경

스타우트는 대학 시절 서머리그인 노스우드 리그에서 47.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성적도 ERA 3.97로 평범했다. 높은 지명순위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13라운드(393순위)에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발을 딛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대부분의 경기를 불펜으로 나섰다.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매년 3점대의 ERA를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8년에는 운 좋게 빅리그 로스터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캔자스시티는 팀 ERA가 4.95(리그 29위)에 이르렀고, 30이닝 이상 던진 선수 중 4점대 이하의 ERA를 기록한 선수가 3명(브래드 켈러, 케빈 맥카티, 윌리 페랄타)에 불과했을 정도로 투수진이 황폐해진 상황이었다. 스타우트는 시즌 막판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3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2.1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하며 한계를 보인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저니맨 생활이 이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시내티 레즈, 게다가 독립 리그 소속 팀들까지 다양한 곳에서 야구를 이어 나갔다. 긴 방황 끝에 스타우트가 다시 기회를 잡은 곳은 시카고 컵스였다. 2022년 마이너리그에서 29.2이닝 K/9 14.56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보여주며 빅리그에 콜업됐다. 빅리그 복귀전에서는 2이닝 2자책점으로 흔들렸지만,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한 두 번째 경기에서는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경기 다음 날에 지명 할당되었고 바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둥지를 옮겼다.

좌완 불펜 뎁스가 약했던 피츠버그에서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18경기에 나서 18.2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찾아온 기회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BB/9가 7.23에 달하며 불안한 제구로 ERA 5.79를 기록,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시즌이 끝난 후 트리플 A로 계약이 이관되었고, 스타우트는 마이너리그 강등 대신 자유계약을 선언했다.

하지만 빅리그 복귀는 쉽지 않았다. 스타우트는 계속해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그러던 와중 2023년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2023년 7월 19일 대만 리그의 중신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으며 아시아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선발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12경기 68.2이닝 ERA 3.2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20경기에서 113.2이닝 ERA 2.77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에 고무된 KIA 타이거즈가 손을 내밀었고, KBO에 데뷔하게 되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스타우트는 포심, 스위퍼,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까지 총 4가지 구종을 던진다. 다만 커브볼은 2023년 트리플 A에서 아예 던지지 않았던 만큼 쓰리피치 투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포심 패스트볼은 준수한 수준이다. 익스텐션이 5.8피트(약 1.8미터)로 빅리그 하위권이었지만, 체감 구속 자체는 91.6마일(약 147.6km/h)로 나쁘지 않았다. KBO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속이다. 지난해 트리플 A Whiff% 또한 28.1%로 AAA 평균(22.7%) 이상이었다.

포심도 괜찮지만, 더욱 기대를 모으는 구종은 스위퍼다. 횡 무브먼트가 빅리그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2인치 정도 컸다. 여기에 횡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빅리그 평균 대비 +1.9인치)이 스위퍼의 무브먼트를 더욱 극대화시켜 준다. 여기에 특유의 크로스 스텝 투구폼이 더해지면 스위퍼는 마치 대각선에서 날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타우트의 스위퍼는 빅리그에서도 통했다. xBA(기대 타율)는 0.176에 그쳤으며 탈삼진 25개 중 17개를 스위퍼로 잡아냈다.

< 2023시즌 트리플 A 좌우 스플릿 >

2023년 마이너리그에서도 스위퍼의 위력은 대단했다. xBA 0.159, xSLG(기대 장타율)이 0.255에 그쳤다. Whiff%도 33.9%로 스위퍼를 250구 이상 던진 선수 32명 중 11위에 이르렀다. 지난해 트리플 A에서 스타우트는 좌타자를 상대로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는데 여기에는 스위퍼의 공이 컸다. 좌타자 상대 스위퍼의 Whiff%는 44.9%에 달했다.

체인지업은 아쉽다. 무브먼트 자체는 빅리그 투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지만,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는 체인지업을 낮게 떨어뜨리는 데 실패하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기대 타율 0.341). 스타우트가 좌타자에 비해 우타자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다. 반대 손 타자를 상대로 헛스윙을 유도할 만한 확실한 오프스피드 피치가 없었고, 이에 현저히 낮은 탈삼진율을 기록했다.

세밀한 제구와는 거리가 멀지만 볼넷을 남발할 가능성은 작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가 3.9로 낮은 편은 아니며 마지막 시즌 또한 해당 수치가 4.87로 높았다. 하지만 2023년에도 시즌 초반에만 높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을 뿐, 대만에 가기 직전인 6, 7월에는 22.2이닝 동안 4볼넷만을 내줬다. 이번 시즌에도 113.2이닝에서 2.1의 BB/9 기록하며 리그 평균(3.1)보다 훨씬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만에서 계속 선발투수로 뛰었기에 이에 대해 별다른 적응이 필요 없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미국 시절 선발 등판 경기 수는 10년간 22경기에 불과하지만, 대만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해서 소화했다.

우려 요소가 있다면 커리어 내내 뜬공보다는 땅볼이 많았다는 점. 이번 시즌 KIA의 내야 수비는 압도적인 실책 1위(84개)를 기록할 정도로 불안하다. 같은 땅볼 유도 유형 투수였던 네일 또한 수비로 인해 RA9과 ERA의 편차가 꽤 큰 상황(RA9 4.16 ERA 2.53). 스타우트가 좋은 활약을 펼치려면 KIA 내야진의 도움이 절실하다. 

 

전망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확실한 브레이킹 볼과 나쁘지 않은 포심을 갖췄다. 게다가 대만 리그에서 계속해서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었던 만큼 KBO에서의 적응도 굉장히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다. 9월 2일 빅리그 로스터가 확장됨에 따라 외국인 선수 수급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타우트 영입은 KIA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자,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영입의 성패는 우타자와의 승부에서 갈릴 것이다. 데뷔전에서도 박병호를 상대로 제대로 된 결정구를 던지지 못하다가 체인지업이 통타당하며 고전했다. 스타우트로서는 스위퍼를 통해 우타자로부터 헛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정규시즌이 약 한 달여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타우트가 선발 등판할 경기는 대략 4~5경기 정도다. 현재 KIA 선발진은 양현종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 2위 삼성과의 경기차가 6.5 경기지만 스타우트의 활약이 절실한 이유다. 과연 그 남은 경기에서 스타우트는 소방수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할 수 있을까?

 

참조 =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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