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

제임스 네일(James Naile), KIA 타이거즈

1993년 2월 3일생 (만 31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93㎝ 83㎏

2023시즌 (AAA)

멤피스 레드버드 31경기(3선발) 59.0이닝 66삼진 22볼넷 ERA 3.66

계약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 이적료 2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

 

지난해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KIA(4명 sWAR 합 0.36, 리그 최하위)는 심재학 단장 체제 하에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탄탄한 기존 전력을 가진 KIA였기에 외국인 투수 선택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KIA는 지난 1월 7일 윌 크로우를 영입하고, 뒤이어 네일의 영입을 발표하며 길었던 외국인 투수 찾기를 끝냈다.

 

배경

주니어 칼리지에서 2년을 뛴 후 앨러배마 대학교로 넘어온 네일은 토미 존 수술 여파와 80마일대 중후반에 그치는 패스트볼 구속 탓에 20라운드라는 낮은 순번으로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 입단했다. 입단 2년 차인 2016년 풀 시즌에서 인상적인 제구력을 바탕(BB/9 2,19)으로 선발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평을 받으며 4개의 레벨(A-, A+, AA, -AAA)을 거쳐 AAA까지 도달했다.

2017년 AA에서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소화 (14경기 61.2이닝 ERA 3.21) 하던 네일은 시즌 도중 광배근 부상을 당했음에도 MLB Pipeline 기준 팀 내 유망주 30위 안(25위)에 랭크되며 가치를 높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2018시즌과 2019시즌 선발로서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오클랜드의 구상에서 멀어졌다. 2021시즌에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마이너 FA로 고향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적 이후 AAA에서 롱맨 역할을 수행한 네일은 2022년에 첫 메이저리그 등판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급격히 타고투저화된 IL(International League)에서 2년 동안 132.1이닝에서 ERA 3.47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간간히 메이저리그를 오갔지만 성적은 인상적이지 않았다(24.1이닝 ERA 7.40). 2024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의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네일의 선택은 한국이었다. 1월 19일 KIA와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통산 성적 >

 

스카우팅 리포트

KIA는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면서 ‘구속이 빠르지는 않아도, 무브먼트가 인상적인 투수’를 뽑겠다는 기조를 밝혔다(링크). 그리고 네일은 그 기조에 적합한 투수다.

주력 구종으로 활용하는 싱커는 평범한 구속(평균 91.7마일)에 비해 상당한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 많은 표본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싱커의 상하 무브먼트는 비슷한 조건의 투수들에 비해 25% 더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2022년 28.3인치, 2023년 29.0인치). 강력한 싱커를 기반으로 MLB에서는 50% 초반대, AAA 2시즌에서는 53.3%의 리그 최상위권 땅볼 유도 능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두 번째 구종인 커브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네일의 커브는 일반적인 커브와 다르게 강한 횡방향의 무브먼트를 가진다(평균 대비 수직 무브먼트 -5.6인치 / 수평 무브먼트 +7.4인치). 일반적인 커브보다 슬러브에 가까운 이 구종은 싱커와 반대 방향을 그린다.

< 2023시즌 제임스 네일의 구종별 관측 기반 무브먼트 >

네일의 싱커와 커브의 평균 회전축 차이는 정확히 반대인 180도이다. 두 구종이 궤적을 공유할 수 있다면, 타자가 스윙을 시작하는 지점(커밋 포인트)을 늦출 수 있어 헛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구종 자체가 삼진을 끌어내기 부족한 싱커를 보완하기에 최고의 구종이다.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싱커와 함께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던 네일은 불펜 전향 후 커브의 비율을 서서히 늘려나갔다. 그리고 카디널스 이적 후 네일의 탈삼진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 점을 봤을 때, 네일의 싱커와 커브는 회전축 차이에서 오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근 3년 제임스 네일 K/9 변화 >

하지만 보조 구종의 완성도와 선발 경험은 불안 요소이다. MLB에서 전체 투구의 93.8%를 싱커와 커브에 할애했다. 커브가 워낙 좋고, 좌우를 타지 않는 구종이기에 좌타자 상대로 약점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선발 투수로서는 꺼림칙하다. 보조 구종들의 경우 구사 비율뿐만 아니라 구종 자체의 무브먼트 또한 인상적이지 않다. 체인지업은 좀 더 느린 싱커이며, 커터 역시 리그 평균에 못 미친다. 비슷한 유형이었던 숀 앤더슨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불안함이 존재한다.

최근 2년 동안 선발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네일은 2년 동안 AAA에서 75경기에 출장했는데, 그 중 선발 경기는 6게임에 불과했다. 주로 2~3이닝을 던지면서 타순 한 바퀴 정도를 상대하는 데 집중했다. KIA가 바라는 것은 최소 5이닝 이상을 끌어줄 수 있는 선발 투수의 역할. 그런 면에서 최근 불펜투수로 주로 활동했다는 점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망

KIA의 지난해 외국인 투수인 아도니스 메디나와 숀 앤더슨을 떠올리게 한다. 메디나와는 MLB 레벨에서도 평균 이상의 무브먼트를 가진 싱커를 주력 구종으로 던진다는 점이, 앤더슨과는 전체의 90% 이상을 두 개의 구종으로 채운다는 점에서 닮았다. KIA 팬들에게는 저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투수의 영입은 영입 당시 시점으로 보면 꽤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네일은 두 투수보다 완성도 면에서는 더 나은 투수. 메디나와는 싱커라는 장점을 공유하고 있지만 네일의 싱커가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앤더슨의 패스트볼 – 슬라이더 조합과 비교하여 네일의 투심 – 커브 조합은 무브먼트, 터널링 모두 빼어나다. 주력 구종 두 개의 완성도 자체는 다른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구종 조합의 파괴력을 KBO리그에서도 보여준다면, 보조 구종의 발전 없이도 KBO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을 잠재력을 가졌다.

커리어 내내 리그 최상위권의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내야 수비의 도움이 절실하다. KIA의 내야에는 리그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박찬호가 버티고 있지만, 그 외에는 불안 요소. 2루수 김선빈은 나이가 들면서 범위가 많이 줄었고, 3루수 김도영은 3년 차에 접어드는 어린 선수이다. 1루수 자리는 무주공산이지만, 이우성이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다면 땅볼 수비의 안정감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1-2루 간은 당겨치는 좌타자가 많은 KBO리그에서 네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장 큰 관건은 공인구 적응이다. 팀 아델만, 이반 노바, 그리고 메디나까지 많은 싱커볼러들이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MLB에서의 프로필보다 못한 싱커를 던졌다. 이에 비해 에릭 페디, 드류 루친스키, 야리엘 후라도 등은 공인구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성공적인 KBO 커리어를 보냈다. 네일 또한 저점이 높은 선수지만 그 ‘플로어’는 주무기인 싱커에 의존한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네일의 KBO 성공 여부는 공인구 적응이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KIA는 올 시즌 대권을 노려야 되는 팀. 이를 위해서는 작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네일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KIA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공을 한국에서 똑같이 던질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꽤나 높을 것이다.

 

참고 = MLB.com, Mi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brooksbaseball, 조선일보

야구공작소 조광은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광영,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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